스팁의 혈청능력이 불완전해서 평소에는 멸팁인데 혈청능력을 사용하면 청글로 변하는 설정으로, 전투때마다 청글로 변신을 하는데 한번 변신할 때 마다 몸에 무리가 많이 가서 골골거렸으면 좋겠다.

닉퓨리랑 콜슨은 스팁이 변신하면 몸이 많이 아픈거 아니까 많이 무리 시키고 싶지 않은데 스팁의 지휘능력이라던가 전술전략능력이 없으면 개성 강한 어벤멤버들 통제가 안되는거야. 거기다 멸팁의 모습일때는 얕잡아 보일 수 있으니까 회의시간에도 변신을 하는 수 밖에 없음.

맨날 회의때랑 전투때만 잠깐 나타났다가 꽁꽁 숨어버리는 스팁때문에 토니가 집에 꿀단지라도 숨겼냐고, 무슨 얼굴 보기가 이렇게 힘드냐고 빈정거려도 스팁은 회의에 집중하라고 하고는 토니를 무시해버림. 뭐.. 그러니 사이가 좋아질리가 있나. 맨날 스팁만 보면 캬옹거리는 토니와 그런 토니를 무시하는 스팁이 다른사람들 눈에 익숙해질 정도가 될 무렵, 전날 회의가 있어서 변신하는 바람에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스팁이 잠시 외출을 하는 일이 생김.

눈 돌아가게 바쁘면서도 자기가 같이 가겠다는 콜슨을 만류하며 이정도는 괜찮다고, 많이 안 좋아지면 바로 연락하겠다고 콜슨을 안심시킨 스팁은 이것까지는 거절하지 말라면서 시내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콜슨의 차를 얻어타고는 뉴욕 한 가운데에 떨어짐.

얼음에서 해동되고 난 다음 잠깐밖에 구경하지 못 한 뉴욕거리를 신기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다 가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가서 흡족한 얼굴로 구매를 끝내고 나오는 자그만 스팁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보는 스팁을 귀엽다 생각하며 엄마미소를 시전하며 지나갔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것 만은 아니었음.

퓨리가 준 용돈과 콜슨이 사다준 질 좋은 옷은 나쁜 양아치들이 스팁을 갓 도시에 상경한 시골 도련님으로 보게 하기에는 충분했지.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한 그들은 스팁이 구경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에 앞질러 가서는 골목에 숨어있다 지나가는 스팁을 골목 안으로 휙 잡아 끌고 들어감.

갑작스러운 상황에 스팁이 놀라서 버둥버둥거리자 얌전하게 있으라면서 주먹으로 스팁의 배를 한차례 가격함. 가뜩이나 몸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얻어맞은 스팁은 쿨럭쿨럭거리며 기침을 토함. 구석에 몰려서 기침으로 인한 생리적인 눈물까지 찔끔 흘린 스팁을 둘러싼 양아치들은 저들끼리 낄낄거리며 대놓고 스팁에게 금품을 요구했음.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돈을 주고 상황을 해결하려고 했겠지만 설마 스팁이 그러겠음? 단호하게 거절을 하는거지. 쉴드를 나가는 일도 별로 없어 돈을 쓸 곳도 없는 자신에게 항상 틈만나면 맛있는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쥐어주던 닉퓨리를 위해서, 그리고 이런 나쁜놈들에게 순순히 돈을 주고 싶지 않다생각한 스팁은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양아치들을 노려봄.

쥐방울만한게 까분다고 지들끼리 낄낄거리던 양아치들이 본격적으로 위협을 하던 그 순간, 클리셰돋게 토니가 짠 나타나는거임. 아이언맨 수트 비행테스트나 할 겸 잠깐 나왔는데, 우연찮게 양아치들에의해 골목으로 휩 잡혀 끌려들어가는 스팁을 보게 되는거지. 건물 옥상에 착지해서 자기가 오해하는걸지도 몰라 잠시 상황을 지켜봤는데 아무리봐도 삥뜯기인거임.

양아치들이 슬슬 손을 올리기 시작하자 더이상 두면 큰일나겠다 싶어서 토니가 쫜 하고 아래로 내려감. 갑자기 나타난 아이언맨때문에 양아치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고, 스팁만 골목에 남겨짐. 챠캉챠캉소리를 내며 다가온 토니에게 숲솔이라더니 저런 놈들 하나 못 해치우냐는 소리를 들을꺼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괜찮냐고, 어디 다친곳은 없냐고 물어보는 토니때문에 스팁은 토니가 자길 못 알아보는 것을 눈치챔.

기왕 이렇게된거 그냥 조용하게 지나가자 생각한 스팁은 자긴 괜찮다고 구해줘서 고맙다고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를 함. 오랜만에 한 소소한 좋은일에 이런 예의바른 감사인사까지 받으니까 토니는 오랜만에 마음속 한 구석이 훈훈해짐. 거기다 아까까지는 잘 몰랐는데 쪼그맣고 하얀 애긔애긔한 스팁을 보고 마음속이 간질간질해지기 시작함.

이만 가보겠다는 스팁의 말에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자기가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토니가 바짝 다가와서는 스팁을 살짝 들어올려 아머 발등을 밟게 하고 스팁 허리에 한 팔을 두름. 갑자기 토니가 다가와서는 껴안자 놀란 스팁이 버둥버둥거리면서 혼자 갈 수 있다고 내려달라고 했지만 무시하고 하늘로 날아오른 토니때문에 깜짝 놀라 토니를 부둥켜안음.

갑작스러운 비행에 놀랐는지 눈을 꼭 감은 스팁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뭔가 기분이 좋아서 실실 웃은 토니는 기왕 올라온거 스팁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고자 공중제비도 돌고 급하강에 급상승까지 하며 신나게 하늘을 날아다님. 공중에서 360도 연속 9회전을 마친 토니가 스팁에게 어땠냐고, 신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스팁이 조용한거임. 응? 하고 보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스팁이 바들바들거리면서 죽을 힘을 다 해 토니를 끌어안고 있는거지

얼른 토니가 근처 빌딩 옥상에 착륙하자 비실비실거리며 토니에게서 떨어진 스팁이 풀썩 주저앉고 말음. 재빨리 아머를 벗고 스팁을 부축한 토니는 자기가 미안하다고 쩔쩔거리며 창백한 스팁 얼굴을 보면서 안절부절거리는데, 자길 부축해주는 손을 마주 잡으며 스팁이 괜찮다고 그냥 원래 몸이 좀 안 좋은데 놀라서 그런거라면서 도리어 토니를 안심시킴.

그렇게 토니의 마음속에 병약 미소년 도련님으로 찍힌 스팁은 보호자를 부를테니까 그냥 가시라고 토니의 등을 떠밀고, 토니는 아쉬운 마음에 미적미적거리다가 결국 스팁의 단호한 얼굴에 져서 축 쳐져서는 집으로 돌아감.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러는데 데리러와 줄 수 있냐는 전화에 벼락같이 나타난 콜슨의 차를 타고 스팁은 쉴드에 복귀했고, 토니는 자꾸 떠오르는 스팁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시름시름거리겠지.

그러다가 진짜 우연을 가장한 토니의 스토킹으로 멸팁이랑 토니가 재회했으면 좋겠다. 둘이 처음 만나고 좀 시간이 지난 후, 저번에 위험한 일이 있었다고 이번에는 같이 나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콜슨에게 진 스팁이 결국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스팁의 손을 꼭 잡고 당부하고는 몰래 콜슨에게는 저번 같은 일이 발생하면 놈들을 그냥 쏴버리라고 명령한 닉퓨리의 배웅을 받으며 뉴욕 시내로 나감.

오늘은 뉴욕 구경 겸 스팁의 취미중 하나인 그림그리기를 할 재료를 사러 나간 둘은 저번의 그 공중제비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서 더욱 연약해진 스팁을 배려해서 천천히 쉬면서 돌아다님. 화방에 들려 그림 재료들을 잔뜩 사고 나온 둘이 조근조근 즐거운듯이 대화하며 가는데, 갑자기 토니가 등장함.

사실 저번 이후로 토니는 자꾸 떠오르는 스팁의 얼굴때문에 이게 바로 첫사랑인가?! 하면서 자비스를 시켜 뉴욕의 CCTV들을 죄다 해킹해 스팁이 지나가면 알려달라고 지시를 해 놓은거지. 한참이 지나도 안 나타나는 스팁때문에 멀리 가버린걸까 하고 시무룩하던 토니는 스팁이 나타났다는 자비스의 알림에 재빨리 화면을 띄워서 스팁을 봄.

어디서 많이 본 캡틴아메리카 빠돌이 요원이랑 같이 걷는 모습에 둘이 무슨 관계지 하고 고민하던 토니는 이러다 스팁이 사라질까봐 재빨리 멀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정돈한 다음에 삐까번쩍한 아우디를 몰아 둘이 있는 곳으로 향함.

갑자기 옆 찻길에서 나타난 아우디와 거기서 내린 토니때문에 놀란 스팁과 마찬가지로 놀랐지만 얼른 정신을 차리고 스팁을 자기 뒤에 숨긴 콜슨은 토니에게 여기서 보게되다니 참 뜻밖의 만남이라면서 태연한 얼굴로 토니에게 악수를 청함.

콜슨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은 토니는 바로 뒤에서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스팁에게 그때는 잘 돌아갔냐고, 그렇게 헤어져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면서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걸음.

덕분에 잘 들어갔다고 그날은 정말 고마웠다고 다시한번 인사하는 스팁에게 손을 내져으며 자기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핫핫거리며 웃는 토니를 콜슨이 뒤에서 짜게 식은 얼굴로 바라봤고, 토니의 실체를 아는 스팁도 속으로 이놈이 뭔약을 주워먹었나 하고 생각함.

이렇게 길바닥에서 이야기하기도 좀 그러니까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자고 둘을 잡아끈 토니는 근처에 있는 조용한 카페로 들어감. 마침 더운 날씨떄문에 슬슬 지쳐가던 스팁은 콜슨이 들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짐같지도 않지만 본인에게는 무거웠던 짐을 테이블위에 올려두면서 휴.. 하고 한숨을 쉼.

지쳐보이는 스팁에게 콜슨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많이 힘드냐고, 시원한거 한 잔 가져다주겠다고 말하고는 스팁 맞은편에 슬쩍 앉으려는 토니를 끌고 카운터로 향함.

투덜거리면서 끌려온 토니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쳇 하고 혀를 찼고, 그런 토니를 가뿐하게 무시하며 콜슨은 스팁을 위한 시원한 아이스티와 자신과 토니의 몫인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함.



스팁은 자기 맞은편에 앉아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반짝이는 토니때문에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음. 콜슨이 들고 있던 스팁의 아이스티를 빼앗아 들은 토니가 차가우니까 조심하라고 하면서 스팁 손에 쥐고주고는 친절하게 빨대까지 꽂아주었지. 감사하단 인사를 한 스팁이 자기가 꽂아준 빨대로 아이스티를 쪼르륵 마시기 시작하자 므흣한 얼굴로 바라보는 토니때문에 스팁은 아이스티가 목으로 잘 넘어가질 않았음.

스팁 옆자리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토니를 노려보며 콜슨은 요즘 스타크씨 좀 한가한가보네요? 하면서 비꼬아도 토니는 그저 웃으면서 자기가 일을 너무 잘 해서 그렇다느니 하며 자신의 유능함을 스팁 앞에서 과시했지.

토니가 하는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면서 스팁은 콜슨에게 눈짓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냐고 물어봤지만 콜슨도 자칫하면 저 눈치 빠른 토니가 스팁의 정체를 알아차릴까봐 뭐라 말도 못 하는 상황임.결국 콜슨은 스팁에게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 까지 좀 기다리자는 의미의 눈빛을 보냈음.

한참 혼자 떠들던 토니는 목이 탄지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키고는 갑자기 돌직구로 스팁에게 콜슨요원과 어떤 관계냐고 물어 봤을때, 스팁은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줄 알았겠지.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스팁이 콜슨을 힐끔 보자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듯이 빙긋 웃은 콜슨은 자기 조카라고 스팁을 소개해버림. 순식간에 콜슨의 조카가 되어 버렸지만 이 상황에서 이보다 좋은 대답은 없다는것을 아는 스팁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멀리서 살고 있는데 삼촌을 만나러 왔다고 이야기함.

그러고보니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고, 자기는 토니 스타크라고 조그만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면서 소개를 하는 토니를 보고 콜슨이 기가 차다는 얼굴을 하던 말던, 토니는 자기 앞에 앉은 스팁의 이름이 매우 궁금했음. 자그만 목소리로 스팁이 스티브라고 말해주자 이어서 콜슨이 스티브 콜슨이라고 말 함.

스티브라는 이름이 흔해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 토니가 스티브 로저스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멸팁에게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지 토니는 몇번이나 입 안에서 스티브라는 이름을 굴리고는 귀여운 이름이라고 칭찬함.

궁금했던 둘의 관계와 멸팁의 이름을 알게된 토니는 스팁이 콜슨쪽 유전자를 많이 받아오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혼자 씩 웃음. 저번에도 생각했지만 몸이 정말 많이 안 좋은듯 스팁을 하나하나 챙기는 콜슨을 약간 부럽다 생각하며 토니는 마침 페퍼에게서 일 하다말고 어딜 갔냐는 전화에 깨갱하고는 아쉽지만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또 보자고 하며 자리를 떠남.

토니가 떠나자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쉰 스팁과 콜슨은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하고 걱정을 하는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ㅇㅇ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팁이 밖에만 나오면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는 토니때문에 스팁은 의도하지 않은 토니와의 데이트를 하게 되는거지. 거기다 토니가 빈손으로 나타나는것도 아님. 스팁 옆에 콜슨이 없으면 매번 화려한 장미꽃다발이라던가 지나가다 생각나서 샀다면서 멸팁이랑 잘 어울리는 귀여운 넥타이라던가 자기가 만들었다는 장난감같은 물건들을 한아름 안겨주는거임.

스팁이 이런건 받을 수 없다면서 단호하게 거절하려고 해도 토니가 불쌍한 버려진 강아지같은 얼굴로 정말? 정말 안 받을꺼야? 진짜? 라는 물음이 포함된 눈빛을 보내서 하는 수 없이 받게 됨.

어느날은 토니의 스토킹에 의해 의도적으로 마주친 둘이 나란히 한적한 길을 걷다가 지쳐보이는 스팁때문에 근처 공원으로 들어가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스팁한테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토니가 알아버림. 깜짝 놀라서는 도대체 어디서 살다 왔냐고 경악하는 토니를 보고 스팁이 쓰게 웃으면서 좀 멀리서 왔다고 하는데, 어쩐지 아득하게 먼 곳을 바라보는 듯 한 스팁의 시선에 토니가 심쿵해서는 스팁의 손을 꼭 잡음.

갑자기 손을 덥썩 잡아오는 토니때문에 스팁이 흠칫 놀라자 토니가 머쓱한지 큼큼 헛기침을 하면서 다른 곳을 보며 딴청을 피움. 어쩐지 귀엽게 느껴지는 토니때문에 스팁이 베시시 웃는데, 그걸 본 항상 난감한 얼굴이나 쓰게 웃는 얼굴만 보여주던 스팁이 너무 예쁘게 웃으서 심쿵하겠지.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면서 일어나는 스팁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던 토니가 오늘은 꼭 자기가 집에 데려자 주겠다고 함. 연약한 스팁이 혼자 집에 가다가 나쁜일이라도 당할까 걱정되는 마음이 반, 스팁의 집을 알아내서 자주 찾아가야지 하는 마음이 반인 토니에게 스팁은 혹시 이런 일이 있을까봐 콜슨이 알려준 임무목적으로 사뒀다는 집주소를 불러줌.

토니가 직접 열어준 조수석에 올라탄 스팁이 폭신폭신하고 넓은 시트에 몸을 묻고있자 토니는 스믈스믈 올라오는 음흉한 마음에 침을 꿀꺽 삼킴. 같은 동성이어서 그런지 전혀 경계하지 않고 편하게 있는 스팁을 보며 이렇게 저렇게해서 요렇게 하고싶다 생각하던 토니는 왜 출발을 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스팁의 순수하고 말간 얼굴에 갑자기 자기 마음속에서 죄의식이 뾰족뾰족 솟아나는것을 느낌.

안전벨트를 깜빡했다면서 서둘러 매고는 스팁쪽을 보자 역시나 착실한 스팁은 이미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음. 혼자서 안전벨트도 잘 맸다고 스팁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자 어린아이취급해서 부끄러운지 머리를 털어내듯이 살짝 흔든 스팁때문에 토니는 아쉬워하며 손 끝에 남은 스팁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의 느낌에 손을 꼼지락 거리고는 차를 출발시킴.

차는 조용하게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함. 고요한 차 안에는 스팁의 숨소리만이 들려왔고, 어느 순간부터 토니는 쿵쾅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하는 자신의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었음. 마치 사춘기 학생마냥 좋아하는 상대와 단둘이 한 공간안에 있다는 사실에 설레이는 마음을 타박하면서 토니는 속으로 닉퓨리의 촌스러운 안대라던지, 더미가 만든 녹즙, 언젠가 스파링할때 해피가 뀐 방구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함.

한편, 조수석에 타고 있는 스팁은 이 상황이 불편해 죽을 것 같았음. 차 안은 고요하고 토니는 입을 열면 자기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아무 말도 하질 않고 있으니 심심한거지. 혼자서 손가락을 꼬물꼬물거리던 스팁은 폭신한 시트에 몸을 맡기고 슥 잠들어버림.

스팁의 집 앞에 도착할 때 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 하고 있던 토니는 옆을 보니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스팁을 보고는 또 한번 심쿵함. 눈을 떠 있을 때와는 어쩐지 조금 다른 분위기의 스팁을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던 토니는 가만히 손을 올려 잠든 스팁의 얼굴을 살짝 만져봄. 아직 어려서 그런지 솜털이 뽀송뽀송하게 나 있는 스팁의 볼을 살살 쓰다듬던 토니는 더이상 하면 범죄라고 경고해 오는 자비스의 음성에 화들짝 놀라서 후다닥 스팁에게서 떨어짐.

갑자기 파닥거린 토니때문에 슬쩍 잠에서 깬 스팁이 살짝 눈을 부비더니만 토니에게 데려다줘서 고맙다고 꾸벅 인사함. 스팁의 순수한 감사인사에 양심이 콕콕 찔린 토니는 서둘러 스팁의 안전벨트를 풀어 준 다음 먼저 차에서 내려서 스팁쪽 문도 열어줌.

레이디들한테나 할 듯한 토니의 친절에 머쓱한 얼굴로 차에서 내린 스팁은 오늘 감사했다고 속으로는 별로 또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음에 인연이 된다면 보자는 인사를 하고는 콜슨이 쥐어줬던 열쇠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쏙 들어감.

어쩐지 스팁과 어울리는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인 자그만 오래된 주택을 바라보며 서 있던 토니는 집에 가서 이 주변 CCTV도 해킹해놔야지 라고 생각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스타크타워로 돌아갔음.

그리고, 잠시 후 스팁이 들어갔던 집의 문이 조금 열리더니 스팁이 고개만 빼꼼 내밀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토니가 갔나 하고 살펴보고는, 토니가 갔다는 확신이 들고 나서야 집을 나서겠지. 열쇠로 대문을 잠그고 조심스럽게 집을 빠져나온 스팁은 근처 큰 길로 가서 택시를 불러 쉴드로 복귀함.




토니랑 만날수록 스팁의 마음은 점점 불편해져감. 자기가 봐도 토니가 자신을 과하게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이 완전하겠지. 그래서 더욱 밖에 나가길 주저하며 스팁은 기지 안에서 두분분출하게 됨.

하도 가는 곳 마다 토니가 나타나는 바람에 스팁은 기지 안에서도 토니와 마주칠까봐 방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음. 햇볕을 거의 안 봐서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스팁때문에 퓨리랑 콜슨은 걱정스럽지만 밖에만 나가면 어느틈엔가 나타나는 토니를 제재할 방법이 없으니 한숨만 푹푹 쉬는거지.

사람이 적절한 햇빛을 쬐야 건강한데, 방 밖으로 나가질 않는 스팁은 점점 하루가 다르게 비실비실거려짐. 보다 못한 콜슨이 의료진들을 데려와서 진찰을 받게 했지만 워낙 몸이 좋지 않아서 조그만 스트레스만 받아도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다고, 건강해 지려면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 함.

그러다가 쉴드에 초능력을 사용하는 무장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하는거지. 초능력을 사용하는 상대이다보니 당연히 어벤져스들이 소집됨. 아스가르드에 있어서 연락이 안 되는 토르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소집되는데, 회의 시간이 임박하자 넉넉한 옷을 입은 스팁이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콜슨에게 한 번 웃어주고는 혈청능력을 사용함.

언제나 그렇듯 온 몸이 타들어가는 듯 한 고통과 함께 점점 자라나는 신체를 느끼며 스팁은 이를 악 물고 금방이라도 입에서 튀어나갈 것 같은 비명을 꾹 참음.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신체가 재구성되는 고통에 스팁은 변화가 끝나자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에 한 쪽 무릎을 꿇고는 가쁜숨을 몰아 쉼.

얼른 다가온 콜슨이 스팁을 부축해주며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자 고맙다고 인사한 스팁은 준비된 캡틴아메리카 슈트를 입고 거울을 한번 본 다음, 나는 캡틴아메리카다 나는 캡틴아메리카다 하고 자기 최면을 걸 듯 속으로 몇번이나 중얼거리고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고 어깨를 펴고 회의장소로 향함.

항상 그렇듯 일찍 도착한 스팁의 아무도 없을거란 예상과 다르게 나타샤와 바튼, 겨스님 그리고 매번 늦게오거나 일이 없어도 불참하던 토니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음.

놀란 표정으로 들어오는 스팁에게 토니가 왜 이렇게 늦었냐면서 타박을 주겠지. 원래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온 스팁이지만 그래도 제일 마지막에 도착한거니까 늦어서 미안하다 한 다음 자리에 앉아 회의를 주도하기 시작함.

그런데 오늘따라 매번 스팁이 하는 말에 태클이나 걸던 토니가 조용한거임. 사실 토니는 언제 스티브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빨리 회의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거지. 자기가 괜시리 끼어들어서 훼방놓으면 회의가 길어질꺼라는 것을 아는 토니는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오려는 말들을 꾹 참으며 앞에 나눠진 회의자료만 뚫어져라 바라봄.

그러다가 스팁이 제시한 전략중 몇가지가 토니의 신경을 거스르는거야.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로 해야 한다면서 간단한 일을 일부러 빙 돌아가게 만드는 작전이 마음에 들지 않아 토니는 퉁명스러운 말로 차라리 속전속결로 끝내면 피해도 없을꺼고, 우리도 일찍 일 끝내고 집에 갈 수 있으니 좋지 않냐면서 나는 이 계획 반댈세! 하고 나선거지

물론 스팁은 그런 토니의 말에 만에 하나라도 위험할 수 있는 일은 피하는게 좋다면서 자네의 의견도 물론 옳지만 우리는 갑작스러운 돌방상황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함.

올곧은 얼굴로 도덕교과서에나 나올 것 같은 말을 하는 스팁때문에 뭔가 배알이 꼴리기 시작한 토니는 그만한 능력이 있는데 왜 망설이냐고,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 중 캡시클 당신만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 다 가능한 일이라고 해서 스팁 마음속에 삼천원 적립..

혈청이 완전하지도 않고, 능력을 사용해도 일반인보다 좀 더 강할뿐인 스팁에게 현대의 히어로들은 너무 강한 존재들이었음. 안 그래도 알고 있는 상황을 토니가 대놓고 말 하니까 더욱 가슴속에 와서 박히는거지. 스팁이 아주 약간 움찔하자 스팁 옆에 앉아있던 나타샤가 그걸 눈치채고는 왜 그런 소리를 했냐고 토니에게 매서운 눈빛을 보냈고, 겨스님도 굳은 얼굴로 토니를 바라봤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내가 왜? 뭐 잘못했어?라고 어깨를 으쓱인 토니는 사실 속으로는 스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음. 스팁의 전투능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팁의 지휘관으로써의 능력은 토니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었거든. 하지만 일단 내뱉어진 말이고,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 들었지만 토니는 자기가 뭐 틀린말 했냐는 듯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음.

잠깐 말이 없던 스팁이 자기 앞에 놓인 자료들을 추스르고는 그럼 토니 자네가 말 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전을 세워놓겠네. 오늘은 이만 마치도록 하지 라고 하며 스팁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나자 나타샤는 다음부터는 할 말과 못 할 말은 좀 구별해가며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바튼을 데리고 휭 나가버렸고, 배너박사도 이번은 자네가 심했네 라고 말 하고는 회의실을 나가버림.

두 사람에게 혼이 난 토니는 뀽.. 하면서 다음에 만나면 사과나 할까.. 하고는 터덜터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는 집으로 돌아감.

한편, 방으로 돌아온 스팁은 변신해있는 시간이 길 수록 후유증이 심한 혈청능력때문에 얼른 능력사용을 멈춤. 발현될때와 마찬가지로 끔찍한 고통이 몰려 왔지만 스팁은 이를 악 물로 참는데, 오늘따라 몸 뿐만 아니라 심장까지 욱신욱신 거리는 거지.

매번 이런 끔찍한 고통을 참아내면서 능력을 사용하지만 그래도 약하기만 한 몸이 원망스럽고, 아까 토니가 했던 말에 반박을 하지 못 한 자신이 싫어서 스팁은 몸이 줄어들어서 온 몸을 다 감쌀 정도로 커져버린 캡틴아메리카 수트 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림.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그렇게 스팁은 누구 하나 이해해 주지 못 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한참동안이나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 했음.


부지런히 타워로 돌아온 토니는 돌아오는 내내 찝찝했던 마음을 털어버리고자 자비스에게 자기 없는 사이에 스티브가 나타나진 않았냐 물어봄. 안타깝지만 오늘도 나타나질 않으셨습니다. 하는 자비스의 답변에 토니는 요즘 스티브 몸이 안 좋아졌나? 그래서 못 나오는 걸까? 하고 궁금해함.

여차하면 콜슨에게 스티브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까지 했지만 저번에 경계하는 것을 보아하니 스티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줄 것 같지가 않아 토니는 아쉬움에 입맛일 다시고는 다음번에 만나면 뭘 선물해줄까~ 하면서 자비스와 함께 신나게 인터넷 쇼핑을 시작함.

길 가다가도 스티브랑 잘 어울릴 것 같다 생각되는 건 모조리 긁어모으는 토니때문에 이미 선물들이 하나가득이지만 스티브를 위해 선물을 고르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토니는 매일매일 인터넷의 바다속을 헤엄치며 이게 좋을까? 저건 어떨까? 하면서 이것저것 마구 장바구니 안에 넣음.





스팁은 거의 다 써서 뭉툭해진 연필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음. 몸도 안 좋고, 밖에 나가면 토니와 마주칠까봐 계속 방에서 그림만 그렸더니 꽤 많이 사다 놓았다 싶은 그림용 연필들이 순식간에 짤막해진거지.

혼자 나가긴 좀 그래서 콜슨을 찾아가봤지만 급한 임무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말에 스팁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는 외출할 준비를 시작했음. 닉퓨리가 외출준비를 하고 있는 스팁에게 연락해서는 오늘은 콜슨도 없으니 함께 나가자고 했지만 퓨리가 얼마나 바쁜지 아는 스팁은 고개를 저으며 혼자 잠깐만 다녀오겠다고 하곤 옷가지를 챙겨들었음.

뙤양볕이 모든것을 태워버릴 듯 이글거렸던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날씨에 스팁은 긴팔을 챙겨 입고, 혹시 몰라 얇은 가디건까지 챙기고는 기지를 나섬. 퓨리가 그래도 혼자 보낼 수 없다며 붙여준 요원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시내에 도착한 스팁은 기다리겠다는 요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그만 복귀하라고 하고는 챠박챠박 발걸음을 옮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직 반팔을 입기 괜찮은 날씨인지 길거리에 긴팔을 입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음. 더러는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있는 스팁을 보고는 덥지도 않나.. 하는 시선을 던지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스팁은 일부러 발걸음을 재촉해서 항상 다니는 화방으로 향함.

화방에 도착해서 자동문을 통과하자 에어컨을 켜 놓았는지 서늘한 실내 공기때문에 스팁은 한차례 몸을 떨음. 자주와서 그런지 얼굴을 외운 나이든 화방주인이 건네는 인사에 답하며 스팁은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그사이 새로 들어온 물건이 없나 살펴봄.

연필만 사러 왔지만 기왕 온거 구경이나 하자 생각한 스팁은 입구에서 가까운 곳 부터 천천히 걸으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잠시 멈춰서 구경하다 다시 내려놓고를 반복함. 그러다 스팁이 마음에 드는 스케치북을 발견하고는 그 것을 보고 있는데, 화방의 자동문이 지잉 하고 열리면서 토니가 들어오는거지.

페퍼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서류를 대충 훑으며 싸인하던 토니는 스팁이 나타났다는 자비스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던지고 바로 해피에게 연락해서 차를 준비하도록 함. 자비스로 계속 스팁의 동선을 파악하던 토니는 스팁이 화방으로 들어갔다는 말에 얼른 그쪽으로 차를 몰아 가는데, 가는 내내 스팁을 볼 생각에 광대가 터질려고 하겠지.

급하게 길에다가 차를 세운 토니는 자동문이 열리는 그 시간마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으로 느껴져 발을 동동구름. 마침내 문이 열리고 안으로 뛰어들어간 토니는 스케치북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자그만 스팁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스팁에게 다가감.

스케치북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듯 해 보이는 스팁을 가만히 서너발자국 떨어져서 구경하던 토니는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해서 스팁에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림.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헛기침 소리에 스팁이 깜짝 놀라서 옆을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토니가 서 있는거임.

오늘은 그냥 지나가나했던 스팁은 결국 나타난 토니때문에 실망해서 그런지 눈썹이 축 쳐짐. 그러나 바로 자길 찾아온 사람에게 못 보일 모습이라 생각하고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토니에게 또 뵙네요. 하고는 인사를 건넴.

쓰고있던 썬글라스를 벗어 양복 앞 주머니에 넣은 토니는 정말 환상적인 우연이라 답하며 은근슬쩍 스팁 옆으로 다가옴. 스팁이 들고있는 스케치북을 보며 그림을 좋아하냐고 묻자 눈꼬리를 살짝 휘게 웃으며 정말 좋아한다는 스팁때문에 심쿵한 토니는 자기도 그림 무척 좋아한다고, 특히 무슨 화가의 어떤 작품은 느낌이 뭐뭐해서 좋아한다고 블라블라 이야기를 시작함.

사실 교양으로만 배웠지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토니는 밝은 얼굴로 자기도 그 화가 작품 참 좋아한다고, 나중에 꼭 보러 가고 싶다고 말하는 스팁을 보며 과거의 자신을 칭찬함. 한참동안 서서 좋아하는 화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즐겁게 나누던 대화는 스팁이 작게 재채기를 하자 끝이 남.

재채기를 하고는 몸을 잘게 떤 스팁에게 토니가 혹시 감기걸린거 아니냐고, 여긴 쓸데없이 에어컨을 너무 쎄게 틀어 놓는것 같다고 하며 코를 훌쩍인 스팁이게 이거라도 걸치고 있으라며 자기 양복 자켓을 얼른 벗어 스팁에게 둘러줌.

가디건을 가지고 온 스팁이지만 호들갑을 떨며 옷을 둘러준 토니에게 차마 있다고 말을 못 하고 그냥 가만히 감사하다고 인사를 함. 워낙 왜소한 스팁의 체구때문에 아빠옷을 빌려입은 듯 한 형상이 되었지만 토니는 자기 옷을 걸치고 있는 스팁을 보며 속으로 지화자를 외침.

여긴 추운것 같으니 뭐 사러 온거면 빨리 사고 나가자고 토니는 스팁을 재촉함. 스팁은 아까부터 보던 스케치북과 원래 목적이었던 그림연필을 잔뜩 집어들고는 계산대에 서는데, 토니가 스팁을 살짝 옆으로 떠밀고는 자기가 계산을 하는거지.

깜짝 놀란 스팁이 그러지 마시라고, 제 물건이니까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토니 옆에서 쩔쩔매며 이야기 했지만 토니는 자기가 사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하며 봉투안에 넣어진 물건들을 스팁 손에 쥐어줌.

가게를 나와서도 불편해 보이는 스팁의 얼굴에 토니가 그럼 대신에 맛있는거나 사 달라고 하고는 스팁을 어디론가 데려가는데, 바로 패스트푸드점 ㅇㅇ 주변 사람들은 페스트푸드점에 나타난 토니스타크!! 하면서 사진찍기 여념없는데, 아무렇지도 않은듯 스팁을 데리고 계산까지 마친 뒤에 빈 자리에 앉은 토니는 햄버거 포장지를 홀랑홀랑 벗겨서는 스팁 손에 쥐어줌.

사실 이런 곳에 처음 와 본 스팁은 어떻게 해야하나 쩔쩔거리고 있었는데, 토니가 여기 치즈버거 맛있다면서 햄버거를 쥐어주자 이걸 멋어도 괜찮은걸까 하고 찬찬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한 입 먹어봄.

페스트푸드에 대해서 글로만 배웠던 스팁은 미지의 음식에 대해 경계하던 마음이 치즈버거를 한 입 먹자 싹 사라지는 걸 느낌. 이렇게 맛있는걸 왜 퓨리랑 콜슨은 몸에 안 좋은거니까 먹지 말라고 했을까!? 하고 생각하며 스팁이 조금씩 조금씩 치즈버거를 먹기 시작하자 그걸 지켜보던 토니도 씩 웃으며 자기 몫의 햄버거 포장지를 벗기고는 먹기 시작함.

목막히지 말라고 중간중간 콜라까지 챙겨주던 토니는 스팁이 반 조금 넘게 먹자 점점 먹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보고는 스팁의 안색을 찬찬히 살핌. 살짝 괴로운 표정으로 햄버거를 입 안에 집어넣는 스팁에게서 손에 든 햄버거를 빼앗아 든 토니는 괴로우면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남기면 된다고 말을 하는데 스팁은 음식 남기면 벌 받는다고 다 먹을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는거지

과거 별로 유복하지 못 했던 가정에서 태어나 전쟁까지 터지자 심심치않게 배를 곯았던 스팁은 음식의 소중함을 잘 알았고, 그래서 항상 주어진 것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 먹는 습관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버릴수는 없다고 고집을 부렸음. 하지만 분명 이대로 먹다가는 스팁이 체할것이 분명해 보여서 토니는 스팁이 먹다 남긴 치즈버거를 얼른 자기 입 안으로 밀어넣어버림.

스팁이 깜짝 놀라서 스타크씨! 하고 불렀지만 볼이 터질정도로 많이 들어간 버거때문에 토니는 한참동안이나 열심히 턱을 움직여 입 안에 들어있는 치즈버거를 씹어 삼켰음. 마침내 토니가 꿀꺽 하고 다 삼키자 스팁이 얼른 다 마셔버린 토니의 콜라 대신에 자신의 몫인 콜라를 건네주었고, 그걸 받은 토니는 꿀꺽꿀꺽하는 소리를 내면서 콜라를 쭉 마시고는 살겠다 하는 얼굴로 의자에 축 늘어져버렸음.

씩 웃으며 이제 괜찮지? 하고 물어보는 토니의 얼굴을 보며 스팁은 어처구니없지만 고맙고 우스워서 푸스스 웃어버림. 그리곤 쟁반위에 놓인 냅킨을 건네주면서 입가에 소스 묻었으니까 닦으시라고 함.

스팁이 건네준 냅킨으로 입까지 싹 닦은 토니는 가게를 나와서 묘하게 즐거워 보이는 얼굴을 한 스팁을 보고 자기도 덩달아 좋아져서는 빙구같이 실실 웃는데, 스팁이 그걸 보고 묘한 얼굴을 하자 곧 얼굴 표정을 수습하고는 맛있게 잘 얻어먹었다고 함. 그에 스팁도 덕분에 새로운 경험도 해서 좋았다고 하는데, 그걸 들은 토니는 치즈버거도 마음데로 먹지 못하고 자랐을 스팁때문에 눈에 눈물이 고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스팁이 이제 집에 가봐야 한다면서 돌려준 자켓을 입으며 토니는 다음번에 만나면 또 같이 재미있는 경험 하자고 하고는 오늘도 데려자 주겠다고 함. 결국 오늘도 거절했지만 결국 토니의 차를 얻어탄 스팁은 가짜집 문 앞에서 토니를 배웅하고는 토니의 차가 사라지자 조심조심 주위를 살피며 쉴드로 돌아감.






토니와 스팁이 만나서 헤어진지 삼일째 되던날, 콜슨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음. 마침 일을 막 끝내고 현장에 남아 마무리 지시를 하던 콜슨은 핸드폰 액적에 뜬 번호를 보고는 미간을 잔뜩 구겼어. 왜냐면 액정에 뜬 번호는 토니의 번호였으니까 ㅇㅇ

태연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콜슨은 다짜고짜 자네 조카 혹시 다음주 화요일날 시간 괜찮냐고 물어보는 토니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시 시작했지.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도대체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조카한테 핸드폰하나 사주지 않고 있냐는 고나리에 콜슨은 절대 스팁이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유해물질 리스트에 핸드폰을 올려놓았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조카는 방금전에 화요일 스케쥴이 생겨서 안 될 것 같다며 전화를 끊으려는 콜슨을 토니가 다급하게 불렀지만 곧 끊어진 전화는 뚜뚜 하는 소리만 냈음. 신경질적으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쓸데없이 가드가 강하다면서 다 큰 조카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려든다고 자비스에게 콜슨에 대한 불평불만을 이야기 했지만, 스티브씨가 만약 자기 조카면 콜슨씨와 똑같이 행동했을꺼라는 자비스의 말에 삐져서는 고개를 팩 돌려버림.

토니의 전화를 끊어버린 뒤 빠르게 기지로 돌아온 콜슨은 닉퓨리에게도 들리지 않고 바로 스팁을 찾아감. 가만히 방에서 책을 읽던 스팁은 갑자기 방문한 콜슨에게 반갑게 인사를 함. 임무 마치고 방금 복귀했다는 콜슨은 침대 위에 반쯤 누워 책을 읽고있던 스팁 곁에 가서는 의자를 끌어다가 앉고는 자기 없는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어봄.

별 일 없이 잘 지냈다고, 요즘 새로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내용이 이러저러하다는 스팁의 말을 웃으며 경청하던 콜슨은 스팁의 말 마지막 쯤에 엊그제 잠시 나갔다 왔는데 또 토니를 만났다는 말에 웃던 얼굴 그대로 굳어버림.

스타크를 만났다구요? 하고 물어오는 콜슨에게 그렇다고, 화방에 갔었는데 거기서 만나서 같이 햄버거 먹었다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스팁을 보며 콜슨은 스팁에게 어떤 말을 해야하나 고민함.

자꾸 만나다 정체를 들키면 어떻게 하냐는 말을 하고 싶어도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는 토니는 스팁의 잘못이 아니니까 뭐라 할 수가 없음. 거기다 아주 가끔 외출하는 것 가지고 뭐라 할 정도로 콜슨은 야박한 사람이 아님.

한참 머릿속에서 할 말을 정리한 콜슨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것 같아 다행이라고 하며 스팁에게 웃어줌. 살짝 굳어진 콜슨의 표정때문에 눈치를 보던 스팁은 콜슨의 웃음에 살짝 풀린 얼굴로 헤헤 하고는 이번에 그린 그림들이라면서 침대에서 포르르 내려와 책상위에 있는 스케치북을 건넴.

둘이 같이 스팁 그림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콜슨은 닉퓨리의 호출때문에 아쉬운 얼굴로 돌아갔고, 스팁은 아까 읽던 책을 마저 읽기 위해 책을 집어듬.

한편, 토니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콜슨에게 전화해 갖은 회유와 협박을 동원하여 스티브를 좀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겠지. 계속 이렇게 나오면 재미 없다, 쉴드 해킹해버리겠다, 계속 이렇게나오면 비협조적으로 나올테다!! 하고는 거의 땡깡을 부리는 토니때문에 콜슨은 가끔씩 그냥 스팁을 한 번 만나게 해 줄까 하고 생각하다가도 토니만 만나고 나면 괴로워하던 스팁을 생각해서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음.

결국 참다참다 못 한 토니가 자비스를 앞세워 쉴드를 해킹하려 했지만 콜슨의 역공에 나가떨어졌고, 그동안 온 동네 CCTV를 해킹해서 스팁의 행적을 파악했다는 사실만 들켜서는 크게 혼이남.

한바탕 콜슨이 찾아와 난리를 치고 난 뒤, 쳇 하고 혀를 찬 토니는 지들도 하는데 왜 나는 안 된다고 하는거야 라고 투덜거리며 CCTV해킹하는걸 콜슨에게 들키지 않도록 컴퓨터 방화벽을 더 견고하게 겹겹이 세웠음.

방화벽 강화가 끝나자 토니는 멀끔한 옷을 차려입고는 스팁의 집을 찾아감. 아직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 생각한 토니는 가급적 스팁의 집에 직접 찾아가지 않으려 했지만 완강한 콜슨의 거부에 결국 집까지 찾아가게 된거지.

자비스에게 자기 오늘 어떠냐고 끝없이 물어보면서 혹시 스티브의 부모님과 만나게 되는건 아닐까, 만나게 되면 아드님을 제게 주십시오! 하고 외쳐야 하나 고민하던 토니는 어느새 도착한 스티브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는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누름.

맑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 나오길 기다리던 토니는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 않자 의아해하며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누름. 다시 한번 눌렀지만 그래도 대답이 없는 집 앞에 서서 토니는 집 안 사람들이 다 외출한거라 생각하고는 조수석 앞 서랍을 열어 메모지를 꺼내서는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고는 닫혀진 문 틈에 메모지를 끼워둠.

스팁이 집에 돌아오면 전화를 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토니는 타워로 돌아갔고, 토니가 돌아간 뒤 한참 후에 콜슨이 나타나 문 틈에 끼워진 종이를 빼서는 내용을 보곤 한숨을 쉬며 스팁에게 전달해 줌.

토니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받아든 스팁은 이걸 어떻게 하냐는 얼굴로 콜슨을 바라보았고, 콜슨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핸드폰 다이얼에 토니의 전화번호를 찍어서 스팁에게 건넴. 비장한 얼굴로 핸드폰을 받아 든 스팁이 통화버튼을 누르자 단조로운 신호음이 이어졌고, 몇번 신호음이 가자 드디어 토니가 전화를 받았음.

갑자기 걸려온 콜슨의 전화에 아까 문에 끼워놓고 온 메모지가지고 뭐라 할 생각인가 하고 전화를 받은 토니는 조심스러운 스팁의 목소리에 소파에 늘어져 있던 몸을 똑바로 세움.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스팁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자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은 토니는 그동안 잘 지냈냐고 스팁의 안부를 물음. 덕분에 잘 지냈다는 스팁의 대답에 만족스럽에 웃은 토니는 갑자기 집에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는 다음주 화요일날 시간이 어떠냐고 돌직구로 자기딴에는 스팁에게 데이트 신청을 함.

갑자기 화요일에 시간 괜찮냐는 토니의 말에 스팁이 머뭇머뭇하다가 별다른 일은 없다고 말 함. 핸드폰을 붙잡고 혼자 온갖 난리를 치며 방방뛰던 토니는 그럼 화요일날 3시에 집 앞으로 데리러 가겠다고, 그때 만나자고 하고는 혹시 스팁이 말이라도 바꿀까봐 후다닥 전화를 끊음.

스팁이 핸드폰을 건네주자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던 콜슨은 이렇게 된 이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자고 하고는 자기는 준비할 것이 있다면서 스팁의 방을 빠져나감. 그렇게 스팁은 마음속에 커다란 불안감을 안고는 하루하루를 보냄. 그리고 마침내 영원히 월요일에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스팁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화요일 아침이 밝아옴.





스팁은 아침부터 찾아와 부산스럽게 이런저런걸 챙겨주는 콜슨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음. 마치 어린아이 혼자 밖에 내보내는 부모마냥 온갖 수선을 피운 콜슨은 오늘을 위해 준비했다면서 연노란색 티셔츠와 부드러운 크림색 면바지, 그리고 작은 단추들이 잘잘하게 붙어있는 가디건을 건네 주었음.

주섬주섬 옷을 입는 스팁에게 위급한 상황이 오면 가디건의 단추를 떼어내서 스타크씨를 향해 던지라고, 그럼 작은 폭발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를꺼니까 그 사이 도망치라고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범까지 보여줌.

거기다 스팁에게 손수건, 휴지, 기침이 멈추지 않을 때 먹는 약, 물, 비상식량, 구급키트같은게 들어있는 조그만 하늘색 배낭까지 챙겨주고 나서도 콜슨은 불안감에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고, 스팁은 그런 콜슨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네는 내가 군인이라는 걸 알고 있는건가 하고 끝없이 이야기 해야 했음. 스팁의 부단한 노력에 간신히 진정한 콜슨은 그래도 이것만큼은 가지고 가야 한다고 스팁 품에 가방을 안겨 주었지.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친 둘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토니보다 먼저 위장용 집에 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음. 나름 집 구색도 잘 갖추어진 위장용 집 안에는 가전제품들이 모두 갖추어 져 있어서 찬장에서 꺼낸 반딱반딱한 주전자로 물을 끓여 함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던 둘은 밖에서 빵빵 하는 경적소리가 들리자 긴장한 얼굴을 하고는 밖으로 나섰음.

스팁이 나오자 환하게 웃던 토니는 바로 뒤를 이어 콜슨이 비장한 얼굴로 나오자 설마 같이가겠다는건 아니겠지 ㄷㄷ 하고는 살짝 긴장했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콜슨은 스팁에게 몸이 아플때를 대비한 주의사항만 줄줄이 이야기 하고는 토니에게 와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지.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만 천식이 있으니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도록 해라, 감기증상이 있으니 차가운건 두 잔 이상 마시지 못하게 해라, 찬걸 마신 다음에는 꼭 따뜻한걸 마시게 해라 등등 토니는 콜슨이 다 외웠는지 두차례나 확인하고 혹시 몰라 자비스에게도 알려준 다음에야 콜슨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음.

툴툴거리며 요원은 결혼도 안 했으면서 엄마처럼 군다고 하는 토니에게 스팁은 그저 웃어줄 수 밖에 없었지. 사실 토니는 스팁이 몸이 안 좋은건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병약할줄은 몰라서 평소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음.

스타크 타워 앞에 선 토니는 얼른 차에서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고는 스팁이 내리는 것을 도와줌. 스팁은 그정도로 약하지는 않다면서 혼자 내릴수 있다고 했지만 토니가 고집불통인 얼굴로 한쪽 손을 내밀자 하는 수 없이 그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림.

토니의 차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내리는 스팁에게 시선이 쏠리자 항상 멸팁의 모습을 숨기고 공식적으로는 캡아로 살아왔던 스팁은 순간 움찔하고 말음. 스팁이 쭈뼛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앞에 슥 나타나서 시선을 가려주는거임. 바로 토니지 ㅇㅇ

갑자기 쏠린 시선에 스팁이 안절부절 못 하는것 같아 보이자 슬쩍 스팁 앞으로 나선 토니는 뒤에다가 대고 속삭이듯 딱 붙어서 잘 따라오라고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김. 토니의 뒤에 숨어서 간신히 엘리베이터까지 도착한 스팁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후다닥 토니와 거리를 벌리는데, 바싹 다가와있던 스팁이 도망치듯 구석으로 몸을 옮기자 토니는 약간 서운함.

숨막히도록 고요한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띵동 소리를 냈고, 혹시 스팁이 내리다가 문이라도 닫힐까 다 내릴때까지 열림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던 토니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눈이 휘둥그렇게 변한 스팁을 보고는 웃음이 나왔음.

그도 그럴것이, 스타크타워 한 층을 토니가 갤러리로 개조를 해 버렸으니까 ㅇㅇ 스팁이 좋아할만한 그림들을 최대한 긁어모으고, 안팔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돈을 들여 대여해서 전시를 해 놓은 토니는 스팁이 기뻐서 환호성이라도 지르면 어쩌지? 하고 생각하며 어떠냐고 물어봄. 하지만 스팁의 대답은 토니의 예상과는 좀 많이 다른 것 이었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설마 이걸 전부 자신한테 보여주려고 걸어놓은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토니때문에 스팁은 순간 현기증이 나서 비틀거렸음. 얼른 잡아준 토니때문에 볼썽사납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자기 생각보다 토니가 훨씬 자신을 좋아한다는걸 알게된 스팁은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나 포풍 고민을 했지

토니의 팔을 잡고 스팁은 자기를 위해 이렇게 돈을 쓰지 말라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런식으로 하면 곤란하다고 하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토니의 다짐을 받아내고나서야 숨을 좀 돌렸음.

좋아할줄 알았던 스팁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는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자 토니는 조금 마음이 상해서 뀽.. 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걸 본 스팁은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거 천천히 구경하자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감.

천천히 움직이는 스팁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토니는 그림 앞에서 기쁜 얼굴, 우울한 얼굴, 오묘한 얼굴을 하는 스팁 등 스팁의 여러 얼굴들을 구경하느라 신이남. 고나리는 했지만 그래도 좋은 그림들을 한 장소에서 많이 볼 수 있어서 들뜬 스팁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병색이 짖던 얼굴에 모처럼 활기가 도는거지

그런데 좋아하는 스팁 얼굴을 보느라 토니가 깜빡한 것이 있었으니.. 스팁 몸이 정말 매우 많이 약하다는거였음. 흥분한 상태로 쉬지않고 서서 그림을 구경하던 스팁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히는걸 밝견한 토니는 깜짝 놀라서 스팁의 팔을 붙듬.

열이 올랐는지 달뜬 얼굴을 한 스팁이 의아한 얼굴로 토니를 바라보았고, 토니는 일단 좀 쉬자고 하면서 갤러리 한 귀퉁이에 마련해 놓은 휴게공간으로 스팁을 데려감. 휴게실의 넓은 소파에 앉자 얼른 토니가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떠다가 스팁의 손에 쥐어줌. 두 손으로 잔을 받은 스팁이 고맙다 인사하고는 물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하는데, 아까는 몰랐지만 점점 숨이 가빠오는걸 본인도 슬슬 느끼기 시작함.

천식과 만성감기, 만성피로에다가 류마티스성 열, 폐결핵까지 가진 종합병동인 스팁은 걱정스럽게 괜찮냐고 물어오는 토니에게 조금만 쉬면 괜찮아질꺼라고 이야기 하고는 조금만 쉬겠다며 소파에 축 늘어짐.

눈을 가늘게 뜨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스팁을 보며 토니는 안절부절 못 하다가 얼른 손수건에 차가운 물을 묻혀 가져와서 스팁의 얼굴을 살살 닦아줌. 얼굴에 닿는 시원한 느낌에 스팁이 조금 살것같다는 얼굴을 하자 토니는 크게 기뻐하며 부지런하게 손수건에 찬물을 적셔 스팁의 얼굴이나 목덜미, 손 등을 닦아주는거지.

한참을 스팁 옆에 앉아서 열을 식혀주던 토니는 더이상 체온을 내리면 위험하다는 자비스의 음성에 놀라서 스팁을 바라보자 스팁의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있는거임. 처음에 찬 손수건으로 열을 식혀주는 토니의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섬세한 스팁의 몸은 그 행동이 오래가자 체온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거지.

중간부터는 스팁도 반쯤 정신이 몸을 이탈하는 바람에 상태가 안 좋은 것을 말 하지 못 해서 토니의 행동을 제재하질 못 했음. 심장이 아래로 쿵 떨어진것처럼 느낄 정도로 토니는 놀라서는 스팁을 꼭 끌어안고 자비스의 이름을 외치며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름.

일단 침착하고, 에이젼트 콜슨에게 연락을 넣고 빨리 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한다 말 한 자비스는 곧바로 콜슨에게 전화를 연결함. 자비스의 연락을 받은 콜슨은 답지않게 기함을 토하며 일단 쉴드로 데려오라고 하고는 토니가 도착하기 전에 의료진들을 달달달 볶아서 스팁이 도착하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지시함.

아이언맨 수트로 날아가면 빠르게 갈 수 있겠지만 대기중에 그대로 노출될 스팁의 몸이 더 안 좋아질까 토니는 얼른 윗층으로 달려가 온갖 이불들을 다 끌고와서는 스팁을 둘둘 감싸안음.

숨 쉬기 편하라고 얼굴 부분만 살짝 내놓게 한 토니는 얼른 수트를 입고는 스팁을 안아들고 하늘로 날아오름. 아무리 이불로 둘러쌌지만 견디기 힘든지 끙끙거리는 스팁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끝없이 속삭이며 토니는 아머의 출력을 최대한 높여 쉴드로 날아갔음.

쉴드에 도착하자 기다렸던 의료진들이 얼른 이불뭉치상태인 스팁을 받아서 의료실로 데리고 감. 의료진들이 벗겨놓은 바닥에 떨어진 이불뭉치와 함께 남겨진 토니는 어느새 다가온 콜슨에게 스팁을 기다리겠다고 땡깡을 부리다가 쓴소리를 먹고는 힘 없이 타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음.

힘없이 타워로 돌아온 토니가 귀찮다는듯이 아무렇게나 아머를 벗고 거실에 늘어지자 걱정스러운지 더미가 와서는 끼잉끼잉거렸음. 자비스 또한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스티브씨는 곧 회복될 토니를 위로했지만 토니는 자기때문에 스티브가 아픈것 같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

금주를 한다고 요즘 통 손을 대지 않았던 독한 위스키를 병째로 들고 마시던 토니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을 강타한 생각에 놀라서 입안 가득 고여있던 위스키를 바닥에다가 뱉어버림. 놀란 더미가 얼른 걸레를 들고 와서 바닥을 닦는 동안에도 토니는 갑자기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친 생각때문에 위스키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입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서서 생각했음

왜 민간인인 스티브를 쉴드로 데려오라고 했을까?






쉴드 의료진들이 전부 달라 붙어서 간신히 체온을 회복한 스팁은 하루동안 꼬박 정신을 못 차리다가 다음날에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림. 너무나도 익숙한 천장에 스티브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자신이 또 쓰러졌구나 하고 생각했지.

아픈 몸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너무 익숙한 일이어서 체념한 스팁에게 한가지 걸리는건 토니와 함께 있다가 쓰러졌다는 것이었음. 많이 놀랐을까? 혹시 지금 걱정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고 가만히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을 하던 스팁은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잠에 빠짐.

한편, 콜슨은 닉퓨리와 함께 스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 요즘 토니를 만나면서 스팁의 건강상태가 너무 안 좋아졌거든ㅇㅇ 원래도 좋지 않았지만 요즘 체크한 스팁의 건강상태는 훨씬 좋지 않아 퓨리와 콜슨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음. 하지만 전에도 걱정만 하다가 결국 스팁이 쓰러져서 돌아왔잖아? 결단을 내릴때가 된 거지.

우선 삼촌이라 소개한 콜슨이 토니에게 연락해서 스티브가 고향에 내려갔다고 이야기 하기로 했고, 닉퓨리는 당분간 스팁이 혈청능력을 사용할 일 없도록 스케쥴을 조정해 보겠다고 함.

콜슨은 닉퓨리와의 대화를 끝내고 나오자 마자 토니에게 연락을 하겠지. 머릿속을 떠다니는 많은 생각들 때문에 잠을 못 이룬 토니는 콜슨한테서 연락이 왔다는 자비스의 말에 연결하라고 함.

토니의 눈 앞에 커다란 화면이 뜨면서 콜슨의 얼굴이 나타나는데, 토니도 콜슨도 서로 밤사이 많은 일이 있었는지 까칠해진 얼굴을 보고는 둘 다 잠시 입을 열지 않고 뜸을 들임.

둘 사이의 침묵을 끊어낸건 콜슨이었음. 도시에 있기에는 스티브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 고향으로 보내게 되었다고, 당분간 회복을 위해 자신이 데리고 있을꺼라 이야길 함. 그리고 끝으로 스티브를 찾아오는건 이제 그만 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거지.

조용히 콜슨이 하던 말을 듣고 있던 토니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이 없다 알았다고, 마지막으로 스티브는 지금 괜찮냐고 물어봄. 씁쓸한 얼굴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계속 상태를 지켜봐야겠다고 이야길 하곤 콜슨은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하고 연락을 끊음.

연락이 끊기고 토니는 콜슨과 대화를 하던 자세 그대로 한참동안이나 그 자리를 벗어나질 못 했음.


며칠이 지나고 간신히 몸을 회복한 스팁은 아직도 무리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사의 말에 가만히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음. 잠을 하도 자서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스팁은 하루종일 잠만 자는걸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함.

참다 못 한 스팁이 간호사에게 좀 움직이면 안되냐고 물어봤지만 당분간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 하게 하지만 강제성을 띄진 말라는 닉퓨리의 지시가 있었으므로 간호사는 스팁에게 상냥한 얼굴로 당분간은 이대로 있는게 좋을것 같다면서 심심하시다면 책을 가져다 드리겠다고 말 함.

하루종일 잠만 자는 것 보다는 나을것 같아 스팁은 고개를 끄덕임. 책을 가져오겠다고 간호사가 나가있는 동안 스팁은 혈청능력을 가지기 전에는 이렇게 약하진 않았는데.. 퓨리나 콜슨에게는 말 하지 않았지만 혈청능력을 사용할 수록 점점 나빠지는 자기 몸 상태에 얼마동안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하며 스팁은 가만히 링겔 바늘이 꽂혀있는 마른 손등을 내려다 보았음.

한동안 침대에서 푹 쉬자 스팁의 몸상태는 꽤 많이 좋아졌음. 평소때의 컨디션의 거의 회복한 스팁은 병실에서 나와서 자기 방으로 돌아감. 꽤 오랜기간 병실생활을 해서 그런지 방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가 낯설어 스팁은 들어가다 살짝 멈칫하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콜슨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웃으며 스팁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감.

시간이 흘러흘러 여름 끝자락이었던 계절이 빠르게 지나가 추운 겨울이 찾아왔음. 거리 곳곳에는 치워진 눈들이 쌓여 있었는데 차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눈들은 거의 검정색으로 변색되어 도시를 한층 더 칙칙하게 만들었지. 스티브가 크게 앓았던 그 날 부터 닉퓨리는 스팁의 혈청능력을 사용하게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다른 어벤멤버들을 굴려서 스팁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었음.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 했지만 그 날 부터 전혀 없는 호출에 스팁은 점점 나빠지는 자기 몸 상태를 아니까 아무리 사람들을 구하러 전투에 나가고 싶어도 정말 자신이 필요할 그 순간을 위해 꾹 참으며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냈음.

그러다 매일 기지 안에서 조용히 죽은듯 있는 스팁에게 콜슨이 조심스럽게 춥지만 잠깐 밖으로 바람을 쐬러 가는게 어떠냐고 물어봄. 혼자 가만히 방에만 있다보니까 우울한 생각들만 켜켜이 쌓여가는 것 같아 스팁은 그럼 잠깐만 나갔다 돌아오겠다고 말 하고는 간단하게 옷을 걸치고 오랜만에 시내로 산책을 갔지.

기지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밖이 얼마나 추운지 몰랐던 스팁은 콧끝을 베어갈 듯이 부는 바람에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다 생각하며 빙판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김.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걷던 스팁은 문뜩, 이 거리에서 토니를 처음 만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는거야. 갑자기 나타난 아이언맨때문에 놀랐던 그때를 떠올리며 키득거리던 스팁은 조심스럽게 양아치들에게 곤욕스러운 일을 당할 뻔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감.

밖의 큰길하고는 다르게 치우는 사람 없이 눈이 소복하게 쌓인 골목은 다니는 사람이 없는지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였음. 어쩐지 설레는 마음에 꾹꾹 도장을 찍듯 발자국을 남기며 스티브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마침내 자신과 토니가 처음 만난 그 자리에 우뚝 섬.

등을 돌려 벽에 살짝 기댄 스팁은 등부터 파고 들어오는 냉기를 느끼며 어쩐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또 토니가 나타날 것 같아 잠시 서서 자신이 찍은 발자국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냄. 볕이 들어오지 않는 골목 안은 밖보다 훨씬 추웠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나름 버틸만 했음. 하지만 옷을 가볍게 입고 나온 스팁이 오랜시간을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는 공간이었지

가만히 벽에 기대고 있던 스팁이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는 이제 가야지 하고 중얼거리며 살짝 당기는 무릎을 툭툭 두들기고는 막 걸음을 옮기려는 그 때, 낯익은 기계음과 함께 하늘에서 스티브를 부르는 소리가 들여왔음. 스팁이 고개를 올려보니 공중에는 아이언맨 수트가 떠 있었음. 토니였지.





스팁은 하늘에 떠 있는 아이언맨을 보며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들고 서 있었고, 토니또한 아무말 없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공중에 떠서 스팁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바닥에 착지를 했지.

조심스럽게 스팁에게 다가간 토니는 아머의 팔 부분만 살짝 해제해서 맨 손을 꺼내어 스팁의 얼굴을 살짝 만져 보았음. 얼마나 밖에 오래 있었는지 차갑게 얼어붙어있는 스팁의 볼을 거칠지만 따뜻한 손으로 꼭 부여잡은 토니는 왜 추운데 이렇게 나와있냐고 핀잔을 주었지. 하지만 그 속에는 스팁이 또 아플까봐 걱정하는 토니의 마음이 담겨 있었음.

오랜만에 만나는 토니에게 뭐라 말을 할까 고민하는 스팁에게 토니는 아무 말 하지 말라고 하며 이렇게 얇게 입고 나온거 요원도 알고 있냐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 하고는 볼을 어루만지던 손으로 빨갛게 변한 스팁의 코를 집게 손가락으로 꾹 집었음.

스팁이 작게 웃자 그의 입가에서 하얀 입김이 흘러 나왔고, 입김은 토니의 손에 부딪혀 멀리 가지 못하고 부서져 허공으로 흝어졌음. 그 느낌이 간지럽다고 생각한 토니는 얼른 스팁 코에서 손을 떼고 부분적으로 벗겨놨던 아머를 다시 장착함.

스팁에게서 한 발 물러난 토니가 자기는 이만 바빠서 가봐야겠다고 하며 다시 날아오르려는 그 때, 스팁이 토니를 부름. 막 시동하다 갑자기 멈췄서 그런지 푸슈슈슛 하는 김빠지는 소리를 낸 토니는 스티브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게 창피해서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아머를 쓰고 있어서 스팁에게는 표가 나지 않았지.

마른 입술을 앙 물어 살짝 축인 스팁은 토니를 똑바로 바라보며 지난번에는 정말 즐거웠다고, 덕분에 좋은 그림 구경 많이 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함. 그리고는 마지막에 폐를 끼쳐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거야. 기껏 스타크씨가 자길 위해 준비해 줬는데 망쳐서 정말 죄송하다는 스팁의 사과에 토니는 갑자기 목구멍에서부터 무언가 울컥울컥 올라와 결국 참지 못 하고 아머를 벗고 스팁에게 달려가서 꽉 끌어안아버림.

스티브가 미안할 것 없다고 자기가 좀 더 주의했어야 했는데 혼자 들떠서 아픈줄도 몰랐다고 하는데, 꽉 끌어안겨 있어서 토니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스팁은 어쩐지 토니의 목소리가 울먹거리는것 처럼 들려서 몸을 떼 토니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꽉 껴안는 토니때문에 결국 포기하고는 가만히 토니의 등을 토닥거려줬음.

아까 까지는 분명 추워서 몸이 떨려왔던 스팁은 어쩐지 토니와 닿아있는 부분만은 꼭 뜨거운 쇳덩어리를 안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뜨거워 몸에 데일 것 같다 생각했음.

이대로 불타 없어져 버리는게 아닐까 걱정하던 스팁은 잠시 후 토니가 조심스럽게 떨어져 나가자 갑자기 찾아온 한기에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을 부르르 떨었음. 그걸 본 토니는 또 스팁이 아플까봐 깜짝 놀라서는 자기가 입고 있던 얇은 후드티를 벗어서 내주려고 했지만 그럼 토니에게는 반팔밖에 남지 않아 스팁이 완강하게 거절하고, 그래도 입고 있으라는 토니와 거절하는 스팁이 실랑이를 벌이던 그 때, 갑자기 뒷쪽에 벗어놓은 아머에서 호출음이 들려오는거지

쉴드의 긴급한 호출이라는 자비스의 말에 토니가 벗은상태로 들고 있던 후드티를 스팁에게 억지로 쥐어주고는 자비스에게 무슨 일인지 보고하라고 함. 지금 도심 한복판에 빌런이 출동했는데 수가 상당하다고, 현재 다른 멤버들이 출동해 있지만 많이 밀리고 있다는 연락이엇음.

다행히 지금 있는 곳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 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토니는 스팁에게 그거 안 돌려줘도 괜찮다고, 자기는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겠다면서 집에 못 데려다 줘서 미안하다고 하고는 슝 하늘로 날아오름.

남겨진 스팁은 자비스가 말 한 내용을 속으로 곱씹다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부리나케 골목을 벗어나 택시를 잡아 쉴드로 돌아감. 전투 상황은 정말 좋지 않은지 기지 안은 긴장감으로 휩싸여 있었음.

콜슨을 찾았지만 현장에 출동해 있다는 말을 들은 스팁은 이번 빌런의 공격 스케일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크다는 것을 눈치챔.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간 스팁은 다급하게 옷을 벗고 숨을 가다듬으며 혈청능력을 발동하기 시작함.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며 변신한 스팁은 이마에 송골송골 난 식은땀을 닦을 시간도 없이 캡틴아메리카 슈트를 입고 방패를 챙겨서는 닉퓨리에게 달려감. 화면을 보며 현장을 지휘하던 닉퓨리는 달려온 스팁에게 굳은 얼굴로 지금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출동을 해 달라고 요청하지.

수송기에 올라탄 스팁은 귀에 꽂힌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다급한 목소리와 상황을 설명하는 하는 닉퓨리의 목소리를 들으며 침착하게 건네받은 시내의 지도를 살펴보며 여지것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함.

스팁이 없어서 서로 흝어져 개인으로 싸우던 멤버들은 귓가에서 침착하게 들려오는 스팁의 목소리에 의지하며 스팁이 지시하는대로 빌런들을 무찌르기 시작함. 체계적으로 변한 멤버들에 의해 빌런들은 주춤하며 하나 둘 씩 바닥에 쓰러져갔음.

막 전투장소에 도착한 스팁은 수송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드는 빌런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쓰러트리고는 바튼의 엄호를 받으며 홀로 싸우고 있는 나타샤에게 달려갔음. 점점 가까워지는지 화살에 맞아 쓰러진 빌런의 시체가 점점 눈에 띄였고, 빌런들에게 둘러싸여 위험한 상황인 나타샤를 보자마자 스팁은 방패를 날려 막 나타샤의 뒤에서 달려들던 빌런을 날려버림.

캡!! 하고 반가운 얼굴로 외치는 나타샤에게 전투에 집중하라고 외친 스팁은 자기에게 몰려드는 빌런들을 쓰러트리면서 아까 날린 방패를 얼른 주워들고 적들을 무찌름.

공중에서 건물 안에 들어가있는 적들을 스캔하여 무찌르고거나 지상에 개미같이 보이는 빌런들에게 보이는 족족 미사일을 날리고 있던 토니는 슬슬 에너지가 바닥나고 있다는 자비스의 음성에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고자 지상으로 내려옴.

공중에 떠 있던 아이언맨이 아래로 내려오자 빌런들은 토니가 다시 날아오르기 전에 박살을 내려고 하는지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나타나서는 토니에게 총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는거임. 갑자기 실성한것처럼 달려드는 빌런들의 기세에 밀린 토니가 어떻게든 열심히 싸웠지만 강한 무기와 많은 인원수로 밀어붙이는 빌런들때문에 아머가 여기저기 부서지기 시작함.

그러다 빌런놈들이 한방에 끝내버리려는 듯이 커다란 무기를 가져오는거지. 보통의 레이저건보다 몇십배는 큰 그 것은 위력면에서도 매우 강력한 무기였음. 마지막에 쉴드를 녹여버릴 생각으로 만든 무기였으니 우선 아이언맨부터 녹여버리라는 상부의 지시에 건물 옥상에 미리 준비된 최종병기가 웅웅거리며 동작을 시작했음.

자길 노리는 강력한 무기가 동작을 시작했다는 것도 모르는 상태로 토니는 아무리 쓰러트려도 어디선가 나타나서 달려드는 빌런들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아까 맞은 총 때문에 통신기능을 담당하던 부분이 날아가 동료들과의 연락도 끊긴 토니는 이번엔 등 뒤에서 달려들어 사지를 붙드는 빌런을 힘겹게 떼어내고는 바닥에 매다 꽂았음

전장의 모습을 주시하며 지시를 내리던 닉퓨리는 갑자기 비명같은 고함을 지르며 현재 적들의 강력한 무기가 토니를 겨냥하고 있다는 말에 놀라 어서 화면을 띄우라고 지시를 했음. 화면에는 열심히 전투중인 토니와 그를 겨냥하고 있는 거대한 빌런의 무기가 보였지. 다급하게 토니에게 위험을 알렸지만 통신이 되지 않아 닉퓨리는 근처에 있던 스팁에게 상황을 알려주고는 토니가 위험에 처했다고 이야길 했지.

토니가 위험하다는 말에 스팁이 함께 싸우던 나타샤를 바라보자 나타샤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여기는 자신과 바튼만 있어도 괜찮다고, 얼른 스타크를 도와주고 오라고 이야길 함. 위에서 둘을 엄호하던 바튼도 통신으로 스팁에게 아직 화살이 많이 남아서 괜찮다고 빨리 가라고 이야길 함.

둘에게 감사를 전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간 스팁은 토니가 싸우고 있는 장소에 도착해서 토니를 찾았음. 무너진 건물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토니를 발견함과 동시에, 스팁은 준비를 끝냈는지 막 빔을 발사하려는 토니를 겨냥한 거대한 레이저건도 함께 발견했지.

순간 스팁의 주변을 울리는 소음과 귓가에 꽂혀있는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이제 곧 발사된다는 닉퓨리의 통신이 어느 순간 들리지 않게 되었고, 스팁의 시야에 보이는 모든 움직임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흘러갔음.

천천히 점점 가까워지는 토니를 똑바로 바라보던 스팁은 토니가 손에 닿을 듯 한 거리에 들어오자 한쪽 팔을 들어 토니를 옆으로 밀쳐버림. 갑자기 밀쳐져 놀란 얼굴을 한 토니가 비틀거리며 뭐라 입을 열면서 옆으로 구르자 스팁은 자세를 낮추고는 방패를 치켜 올려들어 방어자세를 취했음.

그리고 그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스팁의 귓속에 커다란 굉음이 해일처럼 밀려 들어왔지.






콜슨과 한 마지막 연락 이후 토니는 자비스에게 명령했던 스팁의 추적을 그만 두었지. 스팁이 나타나도 만나러 갈 수 없는 현실이 너무 괴로웠거든. 일부러 파티에도 나가 남자여자 가릴 것 없이 만나면서 스팁을 잊으려 했지만, 한순간이지만 토니의 생에 모든것이었던 스팁을 잊을 수가 없었음.

그렇게 몇 달 정도 밖에서 방황하던 토니는 어느 순간 밀려오는 허무함때문에 밖으로 아예 나가질 않았음. 세간에서는 매일 화려하게 놀던 토니가 갑자기 집 밖으로 나오지 않자 말이 많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토니는 페퍼한테 거의 대부분의 일을 위임하고는 중요한 일만 자기가 처리하면서 두분분출했지. 자비스가 밖에 나가서 광합성이라도 좀 하라고 고나리를 했지만 토니는 소파위에 늘어져 있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이쪽 벽에서 저쪽 벽 까지 굴러다니면서 시간을 보냄.

그런데 아침부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뒤숭숭한 마음때문에 아머를 입고 오랜만에 밖에 나온 토니는 우연하게 스팁과 처음 만난 장소에 도착했음. 아니, 우연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그 쪽으로 방향을 잡은거였지. 그날 처럼 공중에서 골목을 내려다보던 토니는 천천히 건물 옥상에 착륙하며 스팁을 처음 만난 순간을 회상했음.

그 조그맣고 연약한 몸으로 양아치들을 똑바로 바라보던 스팁은 토니에게는 어두운 골목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 보였음. 물론 그의 금발도 한몫한 것 같다 생각하며 키득거리던 토니의 눈에 저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스팁이 잡혔음

오늘같이 추운날 꽁꽁 싸매고 와도 모자랄 판에 너무나도 가볍게 입고 나온 스팁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토니는 꾹 참고 옥상위에서 스팁이 움직이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았지. 혹시라도 스팁이 걷다 넘어질까, 감기에 걸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토니는 스팁이 천천히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 철렁 내려 앉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꾹꾹 도장을 찍듯 발자국을 남기던 스팁이 갑자기 우뚝 서서 가만히 있자 토니는 혹시 뭔가 잘못된건 아닌지 내려가야 하는건 아닐지 안절부절안절부절 하다 스팁이 벽에 기대서 가만히 있자 토니는 마음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이 반짝하고 나타나는 걸 느꼈지. 새햐얀 입김을 뱉고있는 스팁을 보고 있던 토니는 스팁이 곧 떠날것 같이 몸을 움직이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날려 스팁의 앞에 섬.

내려와서 보니 더 추워보이는 스팁에게 뭐라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던 토니는 얼어있는 스팁의 볼이 안타까워 저도 모르게 손으로 스팁의 볼을 감싸며 자기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걱정하는 말을 했지. 스팁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토니는 조금 진정되었다 생각한 스팁에 대한 애뜻한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가는것 처럼 느껴져 떠나려 했지만 스팁이 하는 말 하나에 자기가 여지것 방황했던 시간이 모두 쓸모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려 버렸지.

그리고 토니는 지금 자기 눈 앞에 쓰러진 스팁을 보면서 어벤져스에 들어오지 말껄, 스팁을 만나지 말껄, 차라리 스팁이 해동되지 않았었으면 좋았을거라 생각을 했음. 그러면 이런 심장을 생으로 파내는 듯 한 느낌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테니까 말이야.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토니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났을때는 이미 빌런들의 광선이 토니가 있던 자리를 갈긴 후였음. 비브라늄 방패로 방어했지만 어마어마한 에너지덩어리인 빔에 노출된 스팁의 몸에서는 치직 소리를 내며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마스크는 반쯤 녹아 깨져서 아슬아슬하게 씌워져 있었지.

그때였음. 스팁이 괴로운듯 인상을 찌푸리고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지. 이를 악물고 끙끙거리는 스팁을 본 토니는 그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재빨리 아머를 벗었고, 아머를 입고 있어서 간신히 세워져 있던 무릎이 나오자마자 바닥으로 툭 떨어지자 토니는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기어서 스팁에게 다가갔음.

손을 대면 스팁이 어떻게라도 될까봐 토니는 절박하게 정신차리라고 스팁의 이름을 불렀지. 스티브라고 말이야.

평소라면 혈청능력을 거둘때 이를 악물고 참던 스팁이지만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몸이 엄청난 데미지때문에 멋대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려고 하자 결국 참지 못 하고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음.

울부짖으며 사지를 뒤틀던 스팁이 참다못해 바닥을 손으로 긁자 손 끝이 갈려 피가 나와 바닥에 새빨간 선을 그었음. 스팁의 피를 본 토니가 얼른 스팁의 손을 꽉 잡아 더이상 바닥을 못 긁게 했지만 아머를 벗은 토니의 힘으로는 스팁을 감당할 수가 없었음. 강하게 뿌리쳐진 토니는 서너번 바닥을 구르고 부서진 벽면에 부딪혀서야 간신히 멈추었지.

온 몸이 욱신거리지만 토니는 몸을 일으켜 스팁을 향해 기어갔고, 토니가 다시 스팁의 곁에 도착했을때는 스팁이 멸팁의 모습으로 돌아온 후였지. 헐렁해진 캡틴아메리카 수트를 입고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있던 스팁은 힘겨워 간신히 눈을 뜨고는 토니를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었음.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더듬거리며 물어오는 스팁의 피가 흐르는 손을 꼭 잡아주며 토니는 중간부터 알고 있었다고 대답함. 그런가.. 하고 작게 중얼거리듯 말 한 스팁은 그 말을 끝내곤 두 번 눈을 느리게 깜빡이더니 눈을 뜨지 못 했음.

눈을 감은 스팁의 손을 꼭 잡고 토니는 세상이 떠나가라 고함을 쳤음.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번도 믿지 않았던 신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악마든 뭐든 좋으니까 제발 도와달라고 외치는 토니의 목소리가 전투로 인해 부서지고 타버린 도심 한 가운데를 통과하여 하늘로 올라가 울려 퍼졌음.





시간이 좀 지난 후, 상황을 정리한 나타샤와 바튼 그리고 겨스님이 토니와 스팁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고 곧이어 쉴드 요원들도 나타났음. 막 도착한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외소하게 변한 캡틴아메리카와 그를 꽉 끌어안고 쇳소리를 지르는 토니의 모습을 보았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멍청하게 서 있던 사람들은 뒤늦게 달려온 콜슨의 호통에 정신을 차리곤 얼른 토니에게 달려가서 둘을 떼어놓으려고 했음. 하지만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소리도 안 나오는 토니가 식식거리는 소리를 내며 스팁을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자 요원들은 토니에게 손을 못 대고 움칫둠칫함.

나타샤와 바튼이 나서서 바튼이 토니를 뒤에서부터 붙잡고, 나타샤가 그 틈에 스팁을 빼내자 토니는 격렬하게 몸을 뒤틀며 바튼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 보다 못 한 나타샤가 다시 스팁을 토니의 품에 돌려주자 토니는 주변 사람들을 형형한 눈으로 바라보며 스팁을 더욱 세게 끌어 안았음.

결국 스팁을 끌어안은 상태로 들것에 실려 수송기에 올라 토니에게 콜슨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혹시 알고 있었냐고 물어봄. 멍하니 스팁을 끌어안고 바닥만 보고 있던 토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들어 콜슨을 바라보며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스팁이 쓰러진 다음에 뭔가 이상해 조사를 해 봤다고, 스티브의 집 주변 CCTV를 해킹했다고 이야길 함.

스티브가 쓰러져서 쉴드로 데려간 토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비스와 함께 스팁의 집 주변에 있는 CCTV를 확인했던거임. 토니는 자신이 항상 데려다 주고 난 후, 조심스럽게 집에서 나온 스티브가 어디론가 향하는 것을 알게됨. 그리고 동선을 확인해보니 쉴드로 향하고 있었던거지.

가짜 집, 콜슨, 쉴드, 금발 벽안, 그리고 스티브라는 이름.

토니는 왜 자신이 이제까지 알아차리지 못 했을까 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고는 두피가 아플정도로 당기면서 그동안 자신이 스팁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후회했음. 자신이 저주받은 주둥아리를 놀려 스팁에게 상처를 입혔던 일, 노친네라고 무시하고 조롱했던 일 등등.. 그래서 차마 스팁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콜슨이 스팁과의 만남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을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거였지.

스팁이 아파 출동을 못 할 동안 그를 대신해서 열성적으로 멤버들을 이끌었고, 스팁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한 토니는 스팁은 요즘 특별 임무때문에 출동이 어렵다는 닉퓨리의 거짓말에 속으로 다행이라고 행각했지. 왜냐면 스팁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으니까.

품에 안긴 스팁에게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토니는 스팁을 좀 더 꽉 끌어안았어. 숨이 막힐정도로 끌어안고 있었지만 스팁에게서는 미동도 없었지. 그리고 그것이 토니를 슬프게 했음.

쉴드에 도착한 토니는 자기 발로 걸을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며 스팁을 안고 수송기에서 내려왔음. 다리는 금방이라도 풀릴듯이 후들후들거렸지만 혹시라도 스팁이 떨어질까봐 토니는 팔과 다리에 힘을 꽉 주며 천천히 걸어갔지. 기지 입구에 나와있던 닉퓨리는 아무 말 없이 서서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한쪽 눈으로 토니와 그의 품에 안겨있는 스팁을 바라보다가 그가 자신을 지나쳐가자 조용히 뒤를 따라 걸었음.

만 앞에 서서 스팁을 안고 걷는 토니와 그 뒤를 따르는 닉퓨리, 콜슨, 나타샤, 바튼, 겨스님과 나머지 요원들의 모습은 마치 장례식 행렬과도 같았음. 그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본 기지안의 요원들은 숙연해지는 마음에 하던 일을 멈추가 그들이 지나갈 때 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았지

한번은 다리에 힘이 풀린 토니가 휘청하며 넘어질 뻔 했지만 바로 뒤에서 따라가던 닉퓨리가 얼른 잡아줘서 스팁과 함께 바닥을 구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 누군가 나서서 대신 스팁을 안고 가겠다 말 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음. 그건 토니의 몫이었으니까 말이야.

중간중간 스르륵 품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려고 하는 스팁을 추슬러 안으며 토니는 전등으로 밝혀진 쉴드의 어두운 복도를 걸어 저번에 한 번 찾아가 본 적이 있는 스팁의 방 문 앞에 섰음. 그때는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문 앞에서 스팁과 잠깐 이야길 하고 돌아갔다는 기억이 떠오른 토니는 이제서야 스팁의 진짜 집을 찾았다고 생각하며 지잉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갔음.

방 안은 상상 이상으로 황량했음. 흔한 장식품도 하나 없는 방 안에는 기본으로 주어지는 책상과 의자, 침대, 옷장정도가 다였지. 그나마 이 방이 빈방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건 책상위에 반듯하게 세워져 있는 책들과 스팁의 스케치북들 뿐이었지.

깨끗하고 주름하나 없는 침대시트 위에다 조심스럽게 스팁을 반듯하게 내려놓은 토니는 스팁의 얼굴에 묻은 검댕이를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 닦아내고는 스팁의 이마를 덮고있는 앞머리를 살짝 치웠음. 그리고 고개를 숙여 하얀 스팁의 이마에 입을 맞춘상태로 토니는 잠시동안 가만히 있었지.

편히 쉬어 스티브. 나중에 보자 하고 스팁의 이마에 입술을 댄 상태로 중얼거린 토니는 그 직후,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풀썩 무릎을 꿇더니만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음.






토니는 창문을 열며 오늘은 바람이 시원해서 좋다고, 함께 밖에 나가고 싶다고 스팁에게 이야기 했음. 창문을 살짝 넘어온 바람이 방 안을 맴돌다가 스팁의 손등을 살짝 간질이고는 사라졌지만 스팁은 미동하나 없이 눈을 감고 누워 있었지.

토니대신 빌런의 공격을 받아 쓰러진 스팁은 그 뒤로 눈을 뜨지 못 하고 있었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넘게 지나 날이 포근해 졌지만 스팁은 정신을 차리지 못 했고, 토니는 그런 스팁을 말리부에 있는 자기 집에 데려와 계속 볼보며 스팁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림.

처음 토니가 스팁을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했을 땐, 주변의 반대가 장난이 아니었음. 혼자서 스팁을 돌볼 수 있겠냐, 출동한 사이 스팁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꺼냐 등등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토니는 부득부득 우겨서 스팁을 자기 집으로 데려왔음.

스팁을 위해 준비한 방은 한 쪽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해가 뜨면 따스한 볕이 잘 들어오게 되어 있었고, 스팁의 방에서 가져온 소지품 약간이 고급스러운 짙은 색의 원목 책상위에 올라가 있었지. 혹시 스팁에게 좋지 않을까봐 매일 토니가 더미와 함께 쓸고닦아 방 안은 먼지한톨 없을 정도로 깔끔했음.

스팁을 돌보기 위해 회사 일도 모두 빼버리고, 출동도 최대한 자제하며 토니는 헌신적으로 스팁을 돌봤지만 여전히 스팁은 눈을 뜨질 않았지만 토니는 스팁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림. 가끔씩 토니는 스팁을 데려온 다음 목에 걸어줬던 스팁의 눈동자 색을 닮은 파란 큐빅 목걸이를 쓰다듬으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주는건데.. 하며 스팁이 눈을 뜨기만을 기다리는거지.

자비스에게 24시간 스팁의 상태를 체크하라고 지시해두었지만 혹시 몰라 토니는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스팁 곁에서 보냄. 잠도 스팁의 침대 옆에 담요를 깔고는 이불 밖에 살짝 삐져나와 있는 스팁의 손을 꼭 잡고 잤고, 식사도 후다닥 준비해서 스팁의 방에 가져와서는 오늘 오믈렛은 실패한 것 같다고, 방금 와작 소리 들었냐고 아무래도 계란껍데기가 들어간 것 같다고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먹었지.

스팁이 심심해 할까봐 책도 읽어주고, TV도 가져다가 틀어놓고는 막장드라마를 보면서 바람난 남편욕을 하며 스팁에게도 의견을 물었지만 물론 대답은 없었음. 하지만 토니는 그런것 정도는 괜찮다는 듯이 계속해서 스팁에게 말을 검.

그러던 어느날, 토니가 피곤함을 견디지 못 하고 잠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 스팁의 상태를 보여주던 화면안의 고요했던 그래프들이 마구 요동을 치기 시작했음.

갑작스러운 이상에 자비스가 경보음을 울리며 토니를 불렀고, 의자에 반쯤 걸쳐져서 졸던 토니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굴러떨어짐. 허둥지둥 벌떡 몸을 일으킨 토니는 자비스를 부르며 지금 스팁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냐고 물어보는데, 자비스도 정확한 사유를 모르겠다는거야.

설마 이대로 스팁이 잘못되는건 아닐까, 토니는 평소 잘만 돌아가던 머리가 이럴때는 왜 쓸모가 없냐면서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비스 이름만 빽빽 불렀음.

어찌할바를 모르고 당황하는 토니와 그런 토니를 진정시키려고 부단하게 노력하던 자비스, 계속해서 울려대는 경보음으로 인해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지. 그러다 갑자기 스팁과 연결된 기계에서 나는 경보음이 뚝 멈추자 토니와 자비스또한 덩달아 조용해짐.

먼지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방 한 가운데, 토니가 보는 앞에서 스팁의 속눈썩이 살며시 떨리더니 토니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스팁의 파란 눈동자가 들어남.

눈을 뜨고도 아직 정신이 없는건지 가만히 눈을 깜빡이던 스팁이 살며시 고개를 돌려 토니를 바라봤고, 스팁과 눈이 마주친 토니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참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지.

가만히 있던 스팁이 아주 조금 입을 열어서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자 토니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스팁의 손을 꼭 잡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음. 깨어나줘서 고맙다, 왜 이렇게 늦게 깨어났냐, 그때 왜 그랬냐 등등 토니는 스팁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들이 한 가득이었지만 그것들은 입 안에서 뭉개져서 밖으로 나오자 어흐흐 하는 흐느끼는 소리가 되었지.

최대한 힘을 낸 스팁은 몸을 살짝 일으키고는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울고있는 토니에게 미안하다 이야길 하고는 토니의 머리를 꼭 끌어안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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