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청 언니~! 오랜만이에요!"


" 어머나, 세상에~ 이게 누구야?! 빛나야, 너 살아 있었구나!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



선단신전에서 윤슬을 만나 그녀와 함께 선단체육관으로 돌아온 상행과 하행. 윤슬은 무청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며 그녀를 꼭 끌어안았고 무청 역시 그랬다. 상행은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아마 예전부터 꽤 친한 사이였을거라 생각했다.


둘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윤슬이 신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무청에게 사과하자, 무청은 사람이 안 다친게 더 중요하다며 괜찮다고 했다. 무청과의 대화를 마친 윤슬은 다시 두 형제를 돌아보며 말했다.



" 그런데 이제서야 여쭈는 것도 이상하지만, 하나지방에 계셔야 할 상행 님과 하행 님이 왜 이곳에 계신 건가요? "



상행은 곧 있을 하행의 결혼식 이전에 함께 신오지방을 여행하러 오고 싶었고 저 멀리 팔데아지방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와 함께 신오지방으로 넘어왔다는 신종 포켓몬들의 정체를 밝히러 왔다는 목적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어제서야 떡잎마을에 있는 윤슬의 고향 집을 찾아가 어머니께 윤슬의 편지를 전해 드렸다는 얘기도. 윤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랬군요... 고마워요, 상행 님! 제 부탁을 잊지 않고 들어주셔서요. "


" 아, 아닙니다, 윤슬 님! 좀 더 일찍 찾아왔어야 했는데, 제 일 핑계로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전해드려서 면목이 없는걸요. "



윤슬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 그리고 상행 님이 말씀하신 그 신종 포켓몬... 제가 들어도 왠지 히스이에 살던 포켓몬들이라는 생각이 드는걸요? "


" 그렇죠? 저희가 여행을 하는 동안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신오의 야생 포켓몬 연구팀을 통해 들은 그들의 특징이 히스이 포켓몬들의 모습과 굉장히 유사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



잠시 생각하던 윤슬은 상행과 하행이 괜찮다면 두 형제의 남은 여행 기간 동안 자신도 함께 다니면서 그 포켓몬들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슬의 말을 들은 상행은 동그래진 눈을 꿈뻑거리다가 옆의 하행을 쳐다보았다. 하행은 상행이 허락한다면 자신도 괜찮다며 두 어깨를 으쓱였다.


상행이 알겠다고, 윤슬도 함께 여행하자고 말하자 윤슬은 그러면 우선 자신은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여행짐을 준비해서 올 테니 영원시티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 알겠습니다, 윤슬 님. 저희도 아직 영원체육관에 도전하지 않았으니 마침 잘 되었군요. 그러면 어차피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영원시티까지 같이 되돌아갑시다. "


" 그래요, 상행 님! "



앞으로의 일정을 맞춘 세 사람은 무청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선단시티를 나와 다시 먼 길을 되돌아 천관산을 빠져나왔다.








... 냐리잉~?



천관산의 맨 아랫쪽 동굴 마지막 출구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영원시티 방향으로 걸어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어떤 포켓몬이 바위 절벽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영원시티에 도착한 일행은 우선 헤어져서 각자 하기로 한 일을 하러 한 번 헤어지기로 했다.


떡잎마을을 향해 자전거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 멀어지는 윤슬의 모습을 지켜보며 손을 흔들던 상행은 다시 생각해도 지금 자신들이 신오지방에 여행하러 온 이 시점에 윤슬이 히스이에서 현대로 돌아올 것을 결심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오늘 제가 선단시티에 꼭 가야겠다는 느낌이 든 것도 어쩌면 윤슬 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걸 보면, 정말 운명이라는게 존재하는 걸까요?



상행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하행이 이리 와보라며 그를 부르고 있었다. 상행이 그곳으로 가자 거기엔 커다란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그 동상은 신오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두 마리의 신, 디아루가와 펄기아의 모습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상행은 아마도 히스이에서 각 신을 자신들의 신오님으로 받들어 오던 두 개의 단, 금강과 진주가 완전히 통합된 후에 그들의 후손들이 이 동상을 만들었으리라 생각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자아... 그러면 윤슬 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저희도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겠죠? 영원시티의 체육관도 돌파하러 출발진행해 볼까요, 하행? "


" 좋아, 상행! 어서 가자구! "



두 형제는 곧장 영원체육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저분들은...! "



방금까지 상행과 하행이 보고 있던 동상 뒤에 숨어있던 커다란 배낭을 맨 어떤 사람이 나타나더니, 그의 모자를 슬쩍 치켜올려 시야에서 멀어지는 두 형제의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영원체육관에서, 상행과 하행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전하고 있었다.


풀 타입 포켓몬을 상대로 상행의 찌르호크 정도면 금방 격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유채는 토대부기의 [스톤에지] 로 찌르호크를 가장 먼저 녹다운 시켜버렸고, 풀 타입에 유리한 기술을 두 개나 갖고 있는 하행의 렌트라 역시 [지진] 기술로 쓰러진 상황이었다.


형제는 순식간에 토대부기 단 한 마리에 최고 전력인 포켓몬을 둘이나 잃고 뒤이어 꺼낸 상행의 리오르와 펭도리, 하행의 강철톤까지 유채의 풀 포켓몬들의 맹렬한 공격에 당해버렸다.


물론 싸움을 계속하는 동안 그들도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어서, 상행의 펭도리가 혼신의 힘을 다 한 [회전부리] 를 사용해 유채의 아르코를 쓰러뜨리고 이전에 걸려있던 [맹독] 효과로 그 역시 볼로 돌아가니, 현재 상황은 유채의 로즈레이드와 하행의 로젤리아 단 한 마리씩만 남은 상황!


그러나 로젤리아 역시 앞선 승부로 인해 체력이 많이 떨어져 지쳐있는 상태였고, 로젤리아의 진화체인 유채의 로즈레이드가 힘에 부쳐 헥헥거리는 제 앞의 상대를 바라보며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팔 한쪽의 꽃을 제 입가로 가져가 킥킥 웃었다. 그것을 본 하행이 발끈하여 소리쳤다.



" 웃지마, 로즈레이드! 이런 상황이라도 내 로젤리아는 널 충분히 이길 수 있으니까! 그렇지, 로젤리아?! 넌 할 수 있어! "



로오-젤!!!



하행의 격려를 들은 로젤리아는 다시금 힘을 냈고, 두 팔을 앞으로 모아 검은 기운을 서서히 모으기 시작했다. 하행은 '설마' 하는 생각에 반신반의 했지만 곧 자신의 파트너의 힘과 의지를 믿으며 크게 기술 이름을 외쳤다.



" 로젤리아, [섀도볼]! "



로제엘---!!!



분명히 시합 전까지만 해도 로젤리아가 배우고 있지 않은 기술이었으나 상대방의 움직임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 어느새 [섀도볼] 을 익힌 로젤리아는 그대로 검은 그림자의 공을 유채의 로즈레이드에게 적중시켰다.



콰앙!!!



" !!! 로즈레이드! "



생각보다 더 강력한 로젤리아의 [섀도볼] 을 맞은 로즈레이드는 몸을 비틀거리더니, 곧 두 눈이 핑핑 돌며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 로즈레이드, 전투 불능! 따라서 이번 시합은 도전자인 상행 님과 하행 님의 승리입니다! "


" 만세! 이겼다!! 정말 잘했어, 로젤리아!!! "



로제엘~!



하행은 멋지게 역전승을 한 것이 너무나 기뻐서 당장 로젤리아에게로 뛰어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로젤리아 역시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고 격려해준 자신의 주인에게 감동하여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하행의 얼굴에 마구 부비적댔다. 그러다가 또 머리에 난 가시로 하행을 콕 찔러버리고 말았다.



" 아, 아야! 따가워, 로젤리아! "



로제엘...



로젤리아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자 하행은 괜찮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로젤리아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해주었다.


필드에 쓰러진 로즈레이드를 볼로 불러들인 유채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로젤리아를 안고 있는 하행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하행이 유채의 손을 잡고 일어나자 유채는 자연스럽게 악수로 이어가며 그에게 감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 히야~ 정말 상상도 못 한 반전이었어요, 하행 님! 제 로즈레이드의 기술을 완벽히 따라한 것도 놀랐는데, 심지어 급소까지 맞추시다니! 하행 님과 로젤리아, 서로의 유대가 정말로 엄청난걸요? "


" 하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채 님. "


" 아차, 너무 감격한 나머지 그만 깜빡할 뻔 했네요! 체육관전에서 이기셨으니, 두 분께 이 포리스트배지를 드려야겠죠? "



유채는 상행과 하행에게 배지를 건네주었고, 두 형제는 자신들과 전력을 다해 시합해준 유채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영원체육관 건물에서 나온 형제는 마침 집에 들렀다가 다시 영원시티로 돌아온 윤슬과 딱 마주쳤고 그들은 다음으로 갈 곳을 연고시티로 정하고는 함께 여행길을 나섰다.








밤이 다 되어서야 연고시티에 도착한 일행은 우선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숙소를 잡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식당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시간이 늦었음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에 상행과 하행이 마치 뇌문시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자 윤슬은 아마 지금 이 도시에 있는 콘테스트 회장에서 라이브 쇼라도 열리고 있는 모양이라며 콘테스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 그러고보니, 우리 뇌문시티에도 그런 콘서트장이 있긴 하지! 하지만 우리는 워낙 배틀에만 빠져 살다 보니까 한 번도 참여한 적도, 구경한 적도 없었네. "


" 그러게 말입니다, 하행. 주변에 그렇게 즐길거리가 많았는데도 저희는 매일 기어 스테이션의 지하에만 박혀 살다시피 했으니, 새삼 이제 와서 약간 후회되기도 하네요. "



하행은 상행의 팔짱을 꼭 끼면서, 돌아가면 이제라도 함께 해보지 못했던 즐거운 경험들을 잔뜩 하자며 찰싹 달라붙었다. 상행이 웃으면서 그러자고 대답했다.


식당에 도착해서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상행은 윤슬에게 왜 마음을 바꿔서 현대로 돌아왔는지를 물었다. 윤슬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 저... 상행 님이 먼저 현대로 돌아가시고 나서 쭉 생각했어요. 이제 모두가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화목하게 지내는데 과연 제가 이곳에서 더 할 일이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리고 상행 님과 하행 님이 함께 히스이에서 일주일 동안 그렇게나 행복하게 지내시는 걸 지켜보면서, 저도 그때서야 제 엄마와 이곳의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마구 몰려오더라고요. 상행 님이 히스이를 떠나신 뒤로는 더더욱 그랬고요. "


" 윤슬 님... "



윤슬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나갔다.



" 그래서 상행 님이 현대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도 신오님께 부탁을 드려 상행 님과 함께 돌아갈까 하는 고민을 몇 번이나 했었어요. 하지만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렸고, 결국 상행 님께 엄마에게 드릴 편지를 부탁드리는 것으로 만족했어요. 결국 그 이후로 계속 후회되는 마음만 남았지 뭐에요. 왜 좀 더 용기를 내서 상행 님께 함께 돌아가자는 말을 하지 못했을까, 하고 말이죠. "


" 그랬군요... 윤슬 님께서 그런 고민을 하고 계셨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는 그 때 제가 돌아갈 것만을 생각해서 기분이 붕 떠 있는 바람에 그만... 알아채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윤슬 님. "



윤슬은 두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셋은 함께 식사를 하며 남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상행 님이 떠나신 이후로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어요. 어쩌면 제가 가족도 없고 아는 지인도 없는 히스이에서 매일매일을 씩씩하게 살아나갈 수 있었던 건, 저보다도 먼저 히스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던 상행 님이 있어서였을지도 몰라요. 이제 와서 밝히기도 좀 부끄럽지만, 예전에 상행 님께서 하루를 마칠 때마다 일기를 쓰신다는 말씀을 듣고 저도 따라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어요. 물론 저는 상행 님처럼 한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있는 걸 워낙 못하다보니, 금방 관뒀지만요. "



상행은 자신만이 윤슬의 당당하고 밝은 모습에 긍정적인 힘을 얻어 그곳에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이라 여겼었는데, 윤슬 역시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 결국, 저는 신오님께 저를 다시 현대로 돌려보내 달라는 부탁을 하러 아르세우스폰으로 연락을 드렸지만 이상하게도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몇 날 며칠을 계속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해서 단념해버리고 말았어요. "


" 그거 이상하군요... 히스이에서 그렇게나 멋진 활약을 해 주신 윤슬 님의 간절한 마음을, 신오님께서 외면하실리가 없을텐데... "



상행은 혹시 윤슬이 신오님께 마음을 다친걸까 하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으나 윤슬은 아무리 신오님이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자신과 관련이 깊은 자의 소원만을 들어주실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냐며 자신은 괜찮다 말하였다.



" 하지만 신오님께 부탁드리는 것은 포기했어도, 제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그리움은 떨쳐낼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어젯밤에, 저는 방에서 혼자 웅크려서 울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주혜 언니가 절 찾아와서 그런 저를 발견하고 제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줬죠. 그리고, 그때까지 제가 깨닫지 못했던,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해줬어요. "



[ " 윤슬아, 너도 상행 씨 처럼 너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네 진심을 마음 속으로만 삭혀두지 말고 입으로 소리내어 몇 번이고 진정으로 말한다면, 분명 너에게도 기적은 일어날거야. " ]



" 저는 주혜 언니의 말을 듣고 눈물을 닦았어요. 그리고 웅크려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상행 님께서 제게 주신 그라시데아꽃 목걸이를 한 손으로 꼭 쥐고 돌아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죠. 그랬더니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 줄 아세요?! "


" 설마... 정말로, 그대로 현대의 신오지방으로 넘어오신 겁니까? "


" 맞아요, 상행 님! 정작 저도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 꿈 같은 일이지만, 정말로 그렇게 돌아오게 되었다니까요! "



상행은 정말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윤슬의 기적같은 이야기를 듣고 엄청나게 놀라서 음식을 집은 젓가락을 손에서 툭 떨어뜨렸다.


그리고 하행도 자신도 분명 신오님과 함께 신오신전에서 피리를 불어 나타난 통로를 통해 이곳으로 넘어온 반면에 윤슬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의지로 돌아왔다는 것에 감탄하여 역시 윤슬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슬은 도리도리하면서 여전히 자신의 목에 소중히 걸고 있는 목걸이를 꼭 쥐면서 말했다.



" 아니요, 이건 제 힘만이 아니에요. 상행 님께서 저를 생각하시며 제가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며 살라는 진심을 담아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이 목걸이에 실린 상행 님의 따스한 마음이, 저를 이곳까지 올 수 있게 해 준 기적을 일으킨거에요! "



자신을 향해 생긋 웃으며 말하는 윤슬의 예쁜 얼굴을 보고 부끄러워진 상행은 또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 무, 무슨...! 지나친 생각이십니다, 윤슬 님! 괜히 그렇게 절 띄워주려고 하지 않으셔도... "


" 하지만, 사실인걸요! 정말로 고마워요, 상행 님! 저를 이곳까지 인도해 주셔서요! "



쩔쩔매는 상행과 환하게 웃으며 상행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윤슬의 모습을, 하행이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흐흥~ 하고 웃었다. 그는 한 손에는 음료가 담긴 컵을 들고 빨대로 쪽 빨아 마시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아르세우스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켜서 제 옆의 두 사람의 다정해보이는 모습을 찰칵 찍었다.








다음날, 연고시티의 체육관에도 도전하여 멋진 승리를 거둔 상행과 하행 형제는 그곳의 관장인 멜리사에게 레릭배지를 받고 체육관을 나왔다. 연고시티를 떠나기 전에, 하행이 이곳의 성당에 걸려 있는 한 그림을 보고 가자며 상행에게 말했다.


성당에 도착한 그들은 맨 앞쪽에 크게 걸려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상행은 그 그림에 그려져 있는 커다란 산, 그리고 그 위에 걸쳐져 있는 거대한 빛을 보고서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바로 알아챘다.





" 이건... 이 커다란 산은 필시, 천관산이겠군요. 게다가 이 위에 떠 있는 빛처럼 보이는 것은... 한때 히스이지방을 공포에 떨게 했던 바로 그 시공의 균열이고요. "



함께 그림을 감상하던 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윤슬 자신이 이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 조언을 주어 작품을 탄생시키게 한거나 마찬가지였으니, 그녀는 상행보다 더 묘한 기분으로 제 눈 앞에 보이는 그림을 감상했다.


상행 옆에 서 있던 하행이 상행의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형에게 말했다.



" 어때, 상행? 이 그림을 본 소감은? "


" 싱숭생숭하네요... 사실 저 균열 때문에 히스이 뿐만이 아니라 시공을 넘은 저희 하나지방까지도 영향을 미쳐 그 여파로 제가 과거의 히스이지방으로 끌려가게 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죠. "


" ... 많이... 두려웠어? "



하행은 상행에게 달라붙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상행은 하행의 어깨에 제 팔을 걸치고 어깨동무를 하며 대답했다.



" 두려웠죠... 하지만 그 때 저는 곧 제가 죽는다는 사실이나 미지의 세계에 홀로 떨어져버릴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당신이 저 없이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저를 잃은 당신이 엄청난 슬픔에 휩싸여 그대로 주저앉아버리지 않을까, 혹여나... 스스로 삶을 놓아버리진 않을까... 그런 걱정이 계속 들었습니다. "


" ... "


" 하지만 당신은 제 생각보다도 훨씬 단단한 존재였어요. 비록 한 번 흔들렸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똑바로 일어서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는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있던 저를 만나러 와 주었으니까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꿋꿋이 버티고 지금 이렇게 제 옆에 있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행. "


" 상행...! "



두 형제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잠시 그렇게 포옹을 나누다 하행이 형의 품에서 떨어져 나와 다시 그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 이 그림, 나에게도 참 의미가 깊은 그림이야. 그 날 뇌문시티의 상공에 떴다가 금새 사라졌던 균열의 단서를 찾아서 나의 감 하나만 믿고 무작정 이곳저곳을 들쑤시다가, 겨우 신오지방에서 그 단서를 찾고 강석 님과 동관 님의 도움을 받아 이 그림을 알게 되었으니까. 내게 이 그림을 보여 주시면서 천관산을 중심으로 네 단서를 찾아보자는 강석 님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도 신오지방의 지하대동굴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 "


" 그랬군요... 이미 감사 인사를 드렸지만 그분께는 나중에 약소하게나마 감사의 선물을 보내드려야겠어요. "



하행은 끄덕끄덕하며 상행의 말에 동의했고, 일행은 다음 목적지를 물가시티로 정하여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톳- 토도돗- 토돗, 톳-






일행 중 그 누구도, 기척을 숨기며 자신들을 몰래 뒤따라가는 고스트 포켓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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