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지옥에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렸다.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는 교실은 아무리 제습기를 함께 돌려도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습기를 다 잡아내지 못했다. 기압의 변화와 높은 습도에 몸이 축축 늘어졌다. 미도리마는 일부러 자세를 다시 다잡으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체육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신은 충실한 학생이어야 했다.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길 즈음엔 빗방울은 많이 얇아져 있었다.

오늘은 연습 시작부터 벌칙을 걸고 미니 게임을 진행했다.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선배들은 반드시 후배들을 등쳐먹겠다는 의지가 보여서 어쩐지 조금 웃겼다. 미도리마는 자신의 지갑에서 돈이 좀 나가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지고 싶지는 않아서 같이 전투적으로 달려들었다.

연습시합을 이기고도 미도리마는 묵묵히 오늘 자신의 목표 분량을 던지기 시작했다. 당연하다는 듯 그 옆에서 같이 공을 던지는 사람을 힐끔 확인만 하고 미도리마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아아, 오늘 너무 덥고 너무 힘들어.”

“선배들도 조용히 연습하고 있는데 후배 주제에 너무 말이 많은 거 아니냐?”


한참 공을 던지다 말고 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연스럽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연습하고 있던 미야지 선배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삐약삐약, 그는 미야지 선배에게 이러쿵저러쿵 대답을 했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역효과를 불러 일으켜 오히려 맞지 않아도 되었을 매까지 굳이 벌어서 더 맞았다.

머리를 시작으로 온 몸을 구타당한 채, 바닥을 뒹굴며 엄살을 피우는 소리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미도리마는 묵묵히 자신이 할 일만 했다. 시선을 끌고 싶은 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 장단에 맞춰줄 정도로 미도리마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아, 신쨩 매정하게도. 내가 이렇게 죽어 가면 한 번쯤 돌아볼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런 말 할 체력이 있으면 공이나 던지라는 것이야.”

“신쨩은 농구 아니면 아무것도 관심 없지?”

“왜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묻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미도리마는 마지막으로 들고 있던 공을 던진 뒤 천천히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결국 공 던지는 걸 그만두게 만드는 걸 보면 역시 그는 대단하다. 아닌 척 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공 던지는 걸 그만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작은 희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힘들어서 죽어가는 거라면 가서 음료수라도 꺼내 마시라는 것이야.”

“…….”


이런 대답을 원한 게 아니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
언젠가 뒤를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2D 2.5D 3D가 통합된 덕질의 망망대해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한 마리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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