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비누방울이 뭐길래


동그랗게 부풀려진 방울이 또 하나 오색빛깔을 띄우며 하늘로 올라갔다.

하나가 둥둥 떠오르고 또 하나, 하나..

그렇게 여럿이 둥둥 떠올라 간 곤륜허 마당은 어느 사이 오색을 띄는 비누방울 천지였다.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첩풍은 근심으로 얼굴이 약간 어두우면서도 천진한 웃음을 보이는 일꾼,선와에게 저절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몸은 어른처럼 자라서  어른같은데 심정은 어린 아이처럼 철없이 비눗방울 놀이를 좋아한단 말인가.  선와가 특이한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선와는 힘이 보통경우보다 조금 더 셌다.   일꾼으로 딱 좋은 점이 있다면 그런 점일것이다.  아이같이 굴긴해도 상당히 총명해서 이해력이 높았으며 가르치는 일을 딱히 싫어하지 않으면 금방 배워서 다시 해내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싫어하는 일은 쉽게 배우려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나무를 정리해서 땔감을 만드는 일은 상당히 좋아했으나 주저앉히고 요리를 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연락을 전하러 돌아다니는 일도 좋아하지 않아서 일단은 배우려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혼자하는 청소는 또 아무리 험해도 좋아했다. 

첩풍은 사실 선와를 가르치는 일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열심히 배우고 일을 하다가도 꼭 아이처럼 한번씩 오랫동안 놀아주어야 했다.  비눗방울은 처음엔 정말 괜찮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비눗방울을 들려서 아이처럼 같이 데리고 놀아주는 일이 그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묵연의 꼼꼼한 지시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첩풍의 일상에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스승은 간결히 그러나 엄격히 첩풍에게 일렀다. 

- 내가 없는 동안 오로지 너 혼자만 선와에게 일을 가르치되 반드시 너의 눈앞에 놓치지 말고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지켜봐야한다. 

  비눗방울이 뭐길래 마음을 쏙 빼앗긴 선와는 벌써 일곱날동안 지치지도 않고 날마다 비눗방울을 날리며 옆에 첩풍을 두서너 시간씩 붙들고 있기 일쑤였다.  비눗방울 날리기도 혼자선 더구나 재미가 없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첩풍이래도 일곱날동안 내리 계속 날리는 비눗방울을 같이 그렇게 바라보며 놀아주기란 영 쉽지 않았었다. 

 그런데 마침내 오늘 선와는 자신의 몸만큼이나 큰 비눗방울을 여러번 만들어내서 첩풍을 깜짝놀라게 했다.  

그건  사실 야화의 아들, 아리조차 한개도 만들어내지 못할만큼 지나치게 큰 비눗방울이었다.  

그리고 공기중으로 둥둥 떠올라가다가 갑자기 툭툭 터지는 비눗방울들마다 비누의 얇은 막들이 터지는 순간 향긋한 꽃향기가 폴폴 났다.  마치 눈에 보이듯 강한 기운으로 코 끝에 와닿는 기분좋은 꽃향기였다. 

스승이 있었다면 분명 눈여겨 보았을 현상이었기에 첩풍은 가만히 이 기이한 현상을 침착하게 지켜보았다.  다 자란 선와가 아이처럼 비늣방울을 지치지도 않고 가지고 노는 일도 퍽 기이한데 이런 일은 더 신기했다. 

스승인 묵연은 요즘 바빠서 첩풍조차도 못 본지가 엿새나 되었다.  보통 안거에 들어가지 않고 그렇게 오래 거처를 비우는 일은 드물었지만, 첩풍의 지레짐작으로도 무언가 중요한 일이 생긴 건 분명했다.  

백호국의 태자도 갑자기 출발을 늦추어 다음 달에나 도착할 예정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무엇보다도 묵연의 제자 중 셋째가 인간 세상으로 가게 된 일은 곤륜의 모든 제자들에게 엄청난 충격 그 자체였다.   




https://youtu.be/z1U5SpM-Y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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