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머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 하며 바라보는 강의 색은 강물은 어둡고 탁하고, 또 누렇다. 그다지 예쁘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들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의 늘상 보게 되는 한강과 비교하니 더욱 그렇다. 하긴 방콕의 짜오프라야도 마찬가지였지. 아마도 이 쪽의 강들은 국경과 상관없이 어디를 가든 다들 그런 색을 띄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내 눈에 어색하고 조금은 꺼려지는 색의 그 탁한 강에 조금의 위화감도 느끼지 않은 채, 그곳에서 낚아올린 생선을 굽고 찌고 어묵을 만들고 그렇게 장사를 하고 밥을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거겠지.

한가롭게 강가를 따라 걷고 있자니 시장이 나온다. 언제나 나는 시장 구경을 참 좋아한다. 시장을 따라 빼곡하게 앉은 과일장수며 커피장수며 기념품장수들이 이방인인 나를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로 지칭하며 크게 손짓하며 부른다. 나는 그저 배시시 웃으며 필요없다며 손사레를 치며 슬금슬금 그들이 팔고 있는 물건과, 그들의 표정과, 그들의 등을 관찰하고,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움직이는 햇살의 방향을 눈으로 좇는다.

시장에 가면 언제나 삶이 펄떡펄떡 뛰어 다니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물론 내가 극도로 혐오하는 ‘가난하지만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개소리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비열한 언어이며 조악한 일반화이며 그런 것으로 삶의 용기 같은 것을 얻는 것은 최악으로 비겁한 일일테다. 그게 남대문시장이 됐건, 짜뚜짝이 됐건, 쪼 한이 됐건, 패디스마켓이 됐건 모든 시장에서는 모두 다 비슷비슷한 에너지가 흐른다. 어디든 삶의 큰 줄기는 비슷한 법이니 굳이 베트남, 그것도 호이안이라는 소도시에서 보는 시장이 유달리 특별할 리는 없고, 그래서 이 곳은 다른 곳과 동등하게 특별하다.

돈과 언어가 잔뜩 맞부딪히며 흐르는 기운의 파편이 내 피부로 튀어드는 것을 느끼며 덥고 혼잡하고 좁은 시장통을 이리저리 오가다 보니 생각들이 자연히 산만해진다. 삶에 지쳐 아주 오랫동안 보류해 두었던 고민들이다. 행복이란 뭘까. 앞으로의 내 삶의 방식은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실천해야만 하는 걸까.

물론 오래오래 시간을 두고 깊게 해야할 고민들이다. 마치 특효약을 먹은 것 처럼 빠른 효과가 발생해서 반드시 즉시 으쌰으쌰해지는 방법 따위는 없는 것도 잘 아는데도 문득 그 에너지를 정제해서 내 가슴에 주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마치 목 뒤의 나사를 풀고 건전지를 바꿔 끼는 정도의 수고로 행복해지거나 힘이 나거나 삶에 대한 애정 혹은 애착이 퐁퐁 샘솟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아마 그럴 수만 있다면, 세상살이가 조금은 더 편해질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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