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와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 내가 먼저 애인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그래놓고 내 마음이 찔려서 애인에게 미주알고주알 모든 일을 이야기하고 미안하다 몇 번을 사과하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사랑한다, 소중하다, 그렇게 얘기해놓고 내가 앞장서서 그렇게 했다는게 괴로웠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이 내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갈등의 시작이 연애 상태와 얽혀있다면? 이번에는 너무 쉽게 퇴로를 선택해버렸다. 모두와 편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것을 시도할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먼저 나서서 애인에게 서운할만한 선택을 했다. 차라리 누군가 나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했다면 몰라도 내가 스스로 그랬다는 것이 용서가 안된다.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내 것만 쏙 빼내어 에디팅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뱉어놓은 말들은 과거에 단단히 못박혀버렸다.

우정을 아끼는만큼 사랑을 아꼈을 때 야유당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사랑을 앞장서서 아끼는데에 인색하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나서서 사랑을 찬미하고 애인을 숭상하는 것은 못할 일이지만, 이건 그것과 다르다. 사랑하니까 이정도는 이해해 줘, 라며 나의 약한 선택을 정당화하면 안돼.

침대에 누워 애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끝없는 사과와 용서를 주고받았다. 너무나 간편하고 볼품없는 사과였다. 난데없이 상해버린 마음에 비하면 과분한 용서였다. 

이제는 쉽게 약해지지 않아야지. 먼저 후회할 선택을 하지 말아야지. 선택의 순간에서 나를 사랑하는 저 예쁜 마음을 져버리지 말아야지. 지, 지, 지... 이런 어미로 약한 마음을 다잡는 짓도 이제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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