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9.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하얬다. 듀크 조던의 [덴마크 비행]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전해서 세탁소랑 도서관 들렀다가 주차해놓고 오랜만에 버스 타고 작업실 갔다. 조이 오비슨 [still slipping vol. 1] 들으면서.

차에서 쓰던 블루투스 수신기 작업실 앰프에 한번 연결해서 잡음 테스트 해볼까 생각했는데, 3.5파이 암-암 케이블이 없어서 그만뒀다. 작업실 와서 커피에 제임슨 한잔 부어 마시면서 [덴마크 비행] 들었다. 역시 좋았고 너무 좋았다. 진짜 겨울에 최고 잘 어울리는 앨범인듯. 레코드페어에서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LP에 이어 조율의 앨범도 LP로 공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300장 한정반이라니 사지 않을 수 없다... 

문득 생각나서 예스24 카트에 들어가봤는데 텅텅 비었구나. 그러고 보니 내가 어제 또 주문을 했던가? 요즘엔 어제 뭘 샀는지도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자꾸자꾸 사게 되는 건지도... 

10시에 예스24에서 지난주에 주문한 엘피들 온다는 문자 왔다. 알리에서는 아직 연락 없다. 오케이 구글에게 스포티파이로 노래 틀어달라고 부탁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기 썼다. 근데 왜 바로 앞에서 듣는 것보다 옆방에서 듣는 게 더 좋게 들리는 걸까? 뉴스에서 보니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이후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우호적으로 상상함에 따라 이성에 대한 호감도가 더 증가했다던데, 그거랑 비슷한 걸까? 아무튼 악틱 몽키즈랑 카산드라 젠킨스로 시작하는 데일리 믹스는 좋았다.

한참 듣다 에단 P. 플린의 'are you doing this to hurt me' 나와서 LP 오늘 오겠네 생각하며 유튜브에 쳐봤는데 플린 채널 구독자가 531명이라서 좀 놀랐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내 유튜브가 30명인데... 

카산드라 젠킨스, skullcrusher, katy kirby 등이 나오는 데일리믹스와 거기서 이어지는 노래 계속 틀어놨다. 점점 맞춤 추천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노래들이 대부분 좋았어. 그리고 어떤 노래들은 (주로 빵빵 터지기보다는 약간 비어 있으면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이 시스템에서 정말 좋게 들린다는 생각을 했다.

예스24에서 엘피 왔다.

원오트릭스 네버 [굿타임 OST], 안젤로 디 어거스틴 [tomb], solange [when i get home], eno/hyde [someday world], 루시 데이커스 [historian], 에단 B. 플린, [b-sides&rarities:vol.1] 저패니즈 브렉퍼스트 [psychopomp]... 

향뮤직에서도 출고했다고 한다. 이제 진짜 알리에서만 오면 돼!

근데 포스타입은 언제 쓰지?


23.01.19.

나윤이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지하철 타고 출근. 음악은 듣지 않고 대신 <데스 스토커 2> 읽었다. 경의중앙선에서도, 6호선에서도, 응암역에서 나와서 작업실로 걸어가면서도, 작업실에서 케틸 비외른스타트 [The Sea] 들으면서 샐러드+김경수 작가가 어제 사온 떡+사과+자몽티 먹으면서도, 의자에 앉아서도, 잠깐 졸다 깨서도 계속해서 읽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런 소설을 읽다가 멈추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틸 비외른스타트 다른 앨범도 사고 싶어서 알라딘에서 검색했는데 2011년에 문학동네에서 번역한 소설이 있었다. <음악 속으로>. 피아노 신동이 성장하는, 일종의 자전 소설이라고 했다. 참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쓰는구나, 나도 쓸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새삼 했다. 흥 안 될 게 뭐람!

<데스 스토커 2> 다 읽고 컴퓨터 켜서 메일 답장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허스커 듀-리처드 애쉬크로프트-스톤 로지즈로 시작하는 데일리믹스 들었다. 오랜만에 이런 노래를 들었다.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좋지도 않았다. 이제 내게 이 노래들은 뭐랄까, 너무 짜여 있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나이를 먹는 건가? 어쩔 수 없지…

<토피카 스쿨> 중고책으로 사려고 보다가 개인 누가 4000원에 팔길래 들어갔는데 다닐 트리포노프 [푸가의 기법]도 9천원에 판다고 해서 같이 주문했다. 하나라도 취소되면 전체 취소되는 걸로 해놨더니 얼마 있다가 전체 취소됐다. [푸가의 기법]이 없어서라던데, 잃어버렸나? 너무 싸게 올려서 팔기 싫어졌나? 당근 마켓으로 팔렸나? 모르겠지만, 별 수 없지. 오히려 좋아... 


22.01.20.

미츠키-디스트로이어-퐁텐디씨로 시작하는 스포티파이 신곡 플리 들으며 작업실 왔다. 이제 자동차의 AUX 연결은 확실히 안정되었고 도대체 뭐가 안정되었다는 건지 아이폰인지 젠더인지 억스케이블인지 카오디오인지 그런데 아무래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내 귀가 안정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빨 닦고 귤을 먹는 거랑 커피를 마시고 초콜렛 먹는 건 그냥 귤이나 초콜릿을 먹는 거랑은 다르듯이 음악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성향의 소리를 꾸준히 듣다가 다른 성향의 소리를 들으면 어쩔 수 없이 전에 듣던 소리의 영향 아래에서 듣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적응이라는 건 그런 영향을 벗어난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로 새로워서 낯설게 들렸던 소리를 더 잘 듣게 되는 걸 수도 있지. 이를테면 고수를 먹다보면 맛을 알게 되는 것처럼? 물론 이건 비유일 뿐이고 비유는 늘 실패하고 그런데 실패하지 않는 게 있나? 어제 이승훈 선생님 책을 읽었더니 어쩐지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작업실 와서 커피 마시면서 듀크 조던 틀었다. 정전기가 심해서 크래클이 심했다. 나중에 판 넣으려고 보는데 먼지도 많이 붙어 있어서 오랜만에 에어건 썼다. 오 잘 날아가는데? 사놓으면 또 이렇게 쓴다니까. 한동안 안 써서 괜히 샀나 했는데 어쩐지 뿌듯.

다음으로는 솔란지 4집 틀었다. 솔란지 노울스 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어쩐지 고등학교 시절 늘 괴롭히던 일진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 적대하는 관계에서 다시 만나 “솔란지 노울스” 라고 골반을 튕기며 혀를 씹듯이 말하는 게 떠오르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투명 엘피였는데 장난감 같고 여기서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까? 싶었지만 충분히 좋은 소리가 났다. 그리고 좋았다.

이거 다 들으면 에단 P. 플린 들어야지.

스포티파이에서 들을 때 대체 왜 LP 포장 비닐 뜯기 전 사진을 커버로 해놨지? 했는데 비닐 뜯은 후에도 똑같았다. 그러니까 비닐을 안 뜯은 것처럼 구석에 비닐 접힌 무늬를 넣어 커버를 만들었는데, 뒤집으면 80년대 컨트리 스타 같은 포즈의 플린 사진이 있고... 비사이드와 희귀곡 모음 볼륨1 10주년 기념반이라는 앨범 제목부터 웃기고 모든 것이 웃긴데 설명할 수가 없네... 근데 노래도 좋다! 음질도 좋고!

향뮤직에서 the xx랑 thoughts gang이랑 big red machine 왔다. 마침 오늘이 데이비드 린치 생일이라는데!

알리에서도 오디오캐스트 지역해운회사로 넘어갔다고 하니... 내일 받을 수 있을까?

플라잉 로터스랑 솔란지로 시작하는 데일리믹스 들으면서 퇴근한다.


23.01.20.

*주문한 음반
Lou Donaldson - Blues Walk [LP] 
Boogie Down Productions - By All Means Necessary
Drake - Take Care 
Jim O’Rourke - The Visitor
(향뮤직, 루 도날드슨 제외한 나머지는 CD)

설을 맞아 한복 입은 나윤이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지은이랑 같이 마트 가서 설 선물 샀다. 차에 탑재된 플로 어플 업데이트 했는데 달라진 건 없었다. 심지어 '당신의 취향에 맞는 인기 차트'에 있는 노래가 변하지도 않아서, 오늘도 뉴진스랑 르세라핌이랑 아이브랑 여자아이들 들으면서 다녔다. 어머님 모시고 명가원 가서 설렁탕 먹은 다음 집에 주차하고 1200번 타고 작업실 왔다. 헤드폰은 듣지 않았다. 대신 <어바등> 봤다. 해마다 한두 편씩 이렇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웹소설들이 있다. 작업실 와서 그제부터 CD플레이어에 꽂혀 있는 [The Sea] 다시 한 번 들으면서 계속 <어바등> 봤다. [The Sea] 들을수록 좋다.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를 언급할 일이 있었는데 제목이 정확하게 기억 안 나서 구글링 했다가 작가 감기도령이 다크 앰비언트 뮤지션인 antihoney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길래 [Night Birds]라는 2021년에 발매된 커버 앨범 듣고 있다. 하츠네 미쿠? 처럼 합성한 여성 보컬이 ‘Let It Be’, ’hallelujah’, ‘Stand by Me’, ‘Africa’, ‘Piano Man’, ‘Creep’ 같은 노래를 부르는데 이것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베스트? 아무튼 나쁘진 않은데 내 취향은 아니다. 전혀.

새해 들어 첨으로 포스타입에 레코드 일기 업데이트 하려고 보다가 1월 1일에 김밥레코즈에서 할인 CD 디깅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때 하지 못했던 주문을 뒤늦게 했다. 

Lou Donaldson - Blues Walk [LP] 
Boogie Down Productions - By All Means Necessary
Drake - Take Care 
Jim O’Rourke - The Visitor

빌리 아일리시 2집 살까 하다가 그건 중고로도 종종 올라오니까 다른 걸 사자 해서 스트리밍 사이트에 없는 짐 오르크 [The Visitor]로 주문했다. 한 번 들어나보자는 생각으로 유튜브에서 재생했다가 제일 위에 있는 댓글 보고 마음을 정했다. 이런 댓글이었다.

“When my daughter was a newborn, we used to sit in her room and listen to this record. I always found it amusing that it was called "The Visitor," because that's what it's like to bring a newborn home. Whenever I hear it now I'm transported. Now that she's two, I almost hear each section and tempo shift as a particular point, transition or moment in her life; some of the themes represent the good parts and some represent the not so good parts. Worth a listen just to get to the last 2 minutes.”
("딸이 갓난아기였을 때 우리는 딸의 방에 앉아 이 음반을 듣곤 했어요. 갓난아기를 집에 데려오는 기분이라서 '방문자'라는 제목이 항상 재미있었죠.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죠. 이제 아이가 두 살이 되었으니 각 섹션과 템포가 아이의 인생에서 특정 시점, 전환점 또는 순간으로 들리기도 하고, 어떤 테마는 좋은 부분을, 어떤 테마는 좋지 않은 부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마지막 2분까지만 들어도 가치가 있습니다." DeepL 번역)

계속 들으면서 이 일기를 쓰고 있는데 지은이에게 메시지 왔다. 나윤이가 춤추는 동영상이었는데,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그런가? 작년의 율동이랑 또 달랐다. 작년까지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제법 뭔가 하는 느낌이 났다. 새로운 동작들도 많이 있고... 눈물 나네... 


22.01.21.

드디어 오디오캐스트 왔다!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배가 아팠는데 꾹 참고 차를 달려 왔다. 언박싱 영상이라도 찍어야 하나? 했는데 배가 아파서 생략. 엄청 작은 봉투가 문 앞에 붙어 있어서 처음엔 없는 줄 알았다. 박스랑 플러그 없는 옵션 선택했더니 그냥 봉투에 달랑 들어 있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잊고 얼른 설치했다. 생각보다 더 작고 아담해서 데롱데롱 매달려 있던 블루투스 수신기 뽑고 그냥 그 자리에 꽂았다. 어플 다운 받아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곧 연결됐다. 와이파이 잡는데 오래 걸려서 문제 있나 했는데 잡혔다. 구글홈미니도 그랬는데, 역시 와이파이가 문제인가? 

펌웨어 업데이트 시작해서 그제야 화장실 갔다. 언제 되는 거지? 약간 조급하기도 했는데,  배송되기까지 오래 기다린 것도 있고 얼른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잘 될까 불안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혹시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뭘 어떡해.

알리익스프레스 반품 따위로 검색하고 있는데 업데이트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dlna로 지원하는 인앱 타이달에 로그인 해서 아델 노래 틀었다.

잘 된다! 근데 살짝 아쉬운 이 느낌은 뭐지. 어딘가 약간 빈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약간 싼 것 같기도 하고, 부족한 게 소리인지 가격인지 내가 듣는 게 음악인지 브랜드인지... 근데 뭐 그렇게 들렸으니까. 진공관 에열이 안 되어서 그런가? 뭐 그럴 수도 있고.

그러니 좀 더 들어보자. 그래서 테일러 스위프트도 듣고 뉴오더 '세레모니'나 엘씨디 사운드시스템도 듣고. 그러다 스포티파이가 자꾸 끊겨서 타이달 들어갔는데 오히려 타이달은 괜찮네. 인앱에서 마스터가 지원 안 돼서 그런가? 근데 이번엔 또 타이달이랑 스포티파이 음질 차이가 신경 쓰이네 왜 스포티파이가 더 좋은 것 같지 인앱에서 마스터가 지원 안 돼서 그런가 정말...

타이달은 인앱 구성이라 보기가 불편해서 그냥 앨범 하나 쭉 틀어놓는 게 낫겠다 싶어 마일즈 데이비스 [카인드 오브 블루] 틀었다. 약간 전체적으로 힘이 없는 느낌? 계속 듣다 보니까 또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한참 그렇게 듣다가 태연 아이유 같은 가요 들었는데 오호?

다시 돌고돌아 아델 ‘이지 온 미’로. 처음 들었을 때랑 확연히 다른 소리가 났다. 귀 적응 완료!

결론은 이렇다. 너무 편하다... 진작 살 걸... 기존에 있던 블루투스 리시버에서 노래 처음 시작할 때 끊기는 거랑 중간중간 띡띡 하는 잡음 그리고 가끔 병목현상 비슷하게 밀리는 거랑 음이 뭉치는 것들이 모두 다 해결 되었다! 고작 25달러에!

이럴 땐 늘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소설을 떠올리게 된다. 너무 가난한 나머지 한 봉지에 2쿼트 분량의 주스를 만들게 되어 있는 쿨 에이드 분말을 설탕도 없이 4쿼트 분량으로 만들어 먹는 쿨 에이드 중독자 소년의 이야기를 브라우티건은 이렇게 끝냈다. 그애는 자신만의 쿨 에이드 리얼리티를 만들어 내었으며, 그걸로 스스로 만족할 줄 알았다.

그 이야기를 언제고 기억하게 되는 이유는 내가 절충적인, 타협하는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것은 어디에서 만족하느냐의 문제다. 물론 빨리 만족하면 할수록 이득이다. 그렇다고 마냥 정신승리가 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쿨에이드 리얼리티라는 것에도 분명한 기준이 있을 것 같다. 무작정 물을 많이 섞는 게 아니라 양이 늘어나면서도 여전히 맛을 느낄 수 있는 어떤 미묘한 지점, 그것이 그가 만족할 수 있던 아주 좁은 선이었던 셈이다.

오디오캐스트가 음질이 하이엔드 급이라고는 당연히 못하겠지만 이 다음 음질을 위해서는 50달러 100달러가 아니라 500달러 1000달라를 써야 한다면? 그냥 여기에 멈추는 게 맞는 거다. 그러니까 내 주머니 사정으로서는...

NME 베스트뮤직 500? 이런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들으며 집으로 오는 길. 늘 듣던 노래들 다시 듣는 게 예전만큼 좋지는 않구나, 그래도 억스 연결이 역시 블투보다 낫구나 생각하면서 오는데 비틀즈의 ‘엘리너 릭비’가 나왔다. 그런데 반주만 나오고 노래가 안 나와서 뭐지? MR 버전인가? 하면서 혹시나 하고 젠더 연결 부위를 만졌더니 노래가 나왔다... 접촉불량으로 오른쪽 채널이 안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최소한 오늘 퇴근길에는 내내 오른쪽이 안 나오고 있었다는 말이다... 아... 옥스 진짜 좋구나... 하면서... 

근데 꼬다리 DAC 때문에 검색하다가 알게 된 건데, 아이폰 기본 꼬다리가 쓰레기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수치가 나쁘지 않고 오히려 준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와중에 뭐 음질은 둘째치고 접촉불량이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알리에서 꼬다리 DAC를 주문하길 잘했다는 거다... 빨리 와라...

밤에 나윤이 재우고 일은 안 하고 예스24에서 디깅했다. 25일에 할인 끝나기 전에 뭐 건질 게 있나 보려고... 아무래도 아델이 자꾸 밟힌다. ‘Easy on me’ 한 곡만으로라도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hole도 그렇고 flying lotus도 그렇고 katy kirby도 그렇고... 그러다 dope records에서 이번 레코드 페어에 절판된 엘피 몇 장 들고나온다면서 jonny greenwood [bodysong] 앨범을 인스타에 올려놨길래 어라 이거 지금 예스24에서 50% 할인으로 팔고 있는 건데? 하면서 또 장바구니에 넣고... Anohni의 [hopelessness]는 피치포크에서 9점을 줬고... 스티플체이스 앨범들도 할인 하는데 이 기회에 한 번 담자 하면서 클리포드 조던 [firm roots]랑 아치 솁 [goin’ home]도 넣고... 모르겠네. 계속 오락가락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또 manics 앨범 전작을 모으고 싶다는 욕구가 스물스물 나면서 메타복스 가서 검색했지. 내가 원하는 건 사실 [홀리 바이블]이랑 [에브리씽 머스트 고]인데, 딱 둘만 없고 그 다음부터 있었다. [디스 이즈 마이 트루스...] [노 유어 에네미] [퓨철로지]랑 최근 두 앨범. 사무라이 표지랑 ‘오웰리언’ 있는. 이걸 굳이 사야 하나? 싶다가 또 2만원 대니까, 다시는 이렇게 못 살 걸 아니까 사고 싶은 거지... 흠. 근데 [노 유어 에네미]가 평가가 되게 안 좋구나. 올뮤직에서도 매닉스 앨범 중에 제일 낮네. 2.5개. 난 그 다음 앨범들보다 좋았는데...

겸사겸사 뉴오더랑 펫숍보이즈도 검색해봤는데, 모서리가 구겨진 [뮤직 컴플리트]가 21500원 [슈퍼]가 19000원이었다. 사실 뉴오더는 이미 많고 [뮤직 컴플리트]는 씨디로도 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앨범인데 [슈퍼]에는 ‘the pop kids’도 있으니 안 살 수가 없네? 조만간 메타복스도 한 번 다시 훑어야겠다. 원래 전에 훑었었는데 찜 리스트가 20개 밖에 저장 안돼서 안 하느니만 못했었더랬지...

트위터에서 보니 슬프면 소비 성향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 나는 지독하게 슬프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돈을 쓰면 슬퍼진다는 거다... 


22.01.22.

레코드 페어 하는 날. 이랑 [늑대가 나타났다] 바이닐이랑 조율 새앨범 바이닐 사고 싶었는데 가야지 뭘 사든 말든 하지. 올해는 코비드19를 감안하여 레코드 페어가 끝나고 온라인 판매를 한다는데, 과연 정가 혹은 할인가에 구입해서 때로는 적정한 것 이상의 프리미엄을 붙여 다시 파는 분들(=되팔이)의 마수가 여기까지 뻗칠지... 모르겠다.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22.01.23.

서울 레코드 페어 온라인 판매 일정 관련해서 1월 26일에 sns 통해 공지한다고 한다. 체크. 미리 회원가입 했다.

예스24 주문할까 말까 계속 망설이는데 단지 싸다는 이유로 언노운모털오케스트라나 자니 그린우드를 사는 건 아무런 명분이 없다. 수프얀을 사는 거랑은 경우가 다르다. 그래서 두 개 빼고 블랙미디 넣었다. 1집 2집 고민하다가 데뷔 앨범의 에너지라는 게 있으니까 일단 1집을 사는 걸로.

근데 또 막상 시간 나서 스트리밍으로 다시 들어보니까 굳이...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음악이 공기처럼 널린 세상에서 굳이 앨범을 사는 것에 대한 끝나지 않는 고민이 있다. 분명한 건, 굳이 돈을 쓸 필요는 없다. 누가 사라고 칼 들고 협박하는 게 아니다. 단지 내 마음이 슬플 뿐... 사도 슬프고 안 사도 슬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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