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는 게 늦네... 여주 쪽에서 먹은 수면제 때문인가?"


"... 인나기만 해봐라. 진짜 가만 안 둔다."


"그래도 괜한 말은 하지 마라. 츠무. 니는 특히다."


오사무는 내가 안고 왔으니까 그냥 내 방에 눕히겠다. 아츠무는 아니다. 니 방 드러워서 안되니까 내 방에 눕히자. 뭐라노 니가 더 추잡다. 뭐라카노! 내 방엔 꽃 향기만 난다! 미쳤나 소름끼치는 소리 하지 마라!

서로 자기 방에 여주를 눕히자고 난리 치던 게 1시간 전. 안 되겠다 싶어진 스나가 그냥 거실 소파에 눕히자고 절충안을 내놓았고 그것도 당연히 싫다고 난리 난리. 그럼 계속 이렇게 안고 있을거가? 여주 불편하게? 라는 말에 결국 그렇게 여주는 평화롭게 거실 소파에 눕혀졌음.

소파 아래 바닥에 셋은 옹기종기 앉아 여주가 깨길 기다렸지만 여주는 깨어날 미동조차 없어 보였음. 


"뭔가 슬리핑 뷰티, 아니다. 스노우 화이트 같노."


"그럼 우린 일곱 난쟁이가?"


"백설 공주는 왕자의 키스를 받고 깨어나지 않나?"



침이 꿀꺽 이며 삼켜지는 소리가 들렸음. 누구의 소리인가 알아볼 필요도 없었음. 셋 다 목울대가 꿀렁거렸으니까. 서로의 시선이 빠르게 공중에서 부딪혔음.



"역시.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을 할 때가 온 거가."


"헛소리 해샀노. 왜 니가 할 일인데? 내 일수도 있지."


"아니면, 나 일 수도. 나보고 귀엽다고 했거든. 너넨 무섭다고 했잖아?"



한치의 양보가 없는 팽팽한 견제가 튀었음. 서로가 여주의 왕자라고 우기는 상황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이 셋은 정말 심각했음. 중요한 사안이기도 했음. 여주가 좋다고 했던 그 애 다음으로 중요한 일이었음. 깊게 잠이 든 여주를 깨어나게 해 줄 구원의 키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내 사심도 중요하잖음?

셋 다 번갈아 하면 안되냐고요? 당연히 안되죠; 그걸 어떻게 보고 있어. 감히 여주한테 파렴치하게 입술을 부비는 자신 외의 시커먼 남자를. 그 속이 뒤틀리는 광경을 두 눈 뜨고 어떻게 보고 있겠어. 차라리 계속 재우고 말지.

당연히 여주 입장에선 '감사합니다. 어서 옵셔! 입도 벌릴까요? 여기는 혀도 열일합니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또 싫어할 수도 있지. 여튼 칼자루를 쥐고 있는 여주는 지금 의식이 없는 상태이니. 우리 셋이서 결정 하는 수 밖에. 라고 막무가내로 합리화를 하는 셋이었음. 


매섭게 치켜 뜬 눈이 따갑지도 않는지 깜빡임도 없는 채 셋은 서로를 노려보기 바빴음. 서로를 노려봤자 나오는 답은 없었음. 먼저 입을 뗀 것은 스나 였음.



"근데 동화도 아니고, 물론 보통 동화에선 키스로 마법이든 저주든 풀리긴 하지만..."


스나는 키스에 대한 집중을 전환 시키기 위해 수를 썼음. 자신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수습도 해보려는 의도였음.


"이 정도면 저주 맞다. 농간 맞잖아?"


그러나 씨알도 안 먹혔음. 오히려 더 확신하는 분위기 였음. 눈이 돌아간 나머지 놈들의 가드가 생각보다 단단했음.


"심각한 와중 미안한데, 우리 부활은 우짜노?"


좋은 방법은 역시 키타를 떠올리게 하는게 제일이지. 아츠무가 은근히 키타상에게 약하기도 하고. 

나름의 강수를 둔 오사무였음. 학교야 이미 째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이후 부 활동이 있음을 떠올리게 해서 다른 생각으로 빠질 수 있도록 길을 내 보려고 했음. 일단 아츠무가 제일 집착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음. 아무리 봐도 제 형제이지만 진짜 변태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음.



"내가 뽀뽀해서 깨우고 데리고 가면 되잖아! 그럼 해결!"


는 개뿔. 하나도 안 먹혔음. 거의 금강불괴; 이미 키스는 제 몫 인양 자신의 역할이라고 아츠무는 확신하는 듯했음. 왜 저런 자신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지.

입술을 도톰하게 내밀며 여주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아츠무의 안면에 커다란 손 두 개가 막아섰음. 그러자 아츠무 입에선 '으븝!' 하는 웃긴 소리가 나왔음. 곧바로 기겁을 하며 아츠무가 후다닥 떨어졌음. 그리곤 퉤 하며 침을 뱉는 시늉을 했음. 누가 더 더러운데;


"파렴치한이 누군지 모르겠네. 니가 제일 저질이다. 츠무."


"의식 없는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정신 차리라."


"... 뭐라해샀노... 진짜 빡치게 하네. 누굴 짐승 새끼로 아나."


다시 발발한 말싸움. 니가 제일 변태 맞다. 빤스로 여주 손 더럽힐 때 부터 알아봤다. 아니다! 난 당한 거다! 그러니까 내가 맞다! 이건 선택받은 거다! 아니다! 니가 들이댄 거나 다름이 없다! 이 치한! 뭐라노! 아니라니까! 여주가 주물떡 거렸다! 내가 제일 아끼는 건데 이제 못 입는다!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악! 진짜 더럽다! 무슨 그런 생각까지 하노! 감정이입 디테일해서 진짜 더럽다. 

끝이 없었음. 부질없는 대거리. 그 덕에 셋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었음.




<...존나 시끄럽네...>


"마! 바라! 너네 시끄럽게 하니까 여주가 깼다아니가! 둘 다 다물어라! 시끄럽다!"


"니가 제일 시끄럽다. 그만 나불거리라. 왕 변태가."



"어?! 여주 일어났나?!"



여주는 자기 귓가에서 시끄러운 소란에 미간을 잔뜩 구기며 몸을 일으켜 세웠음. 약 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아픈 것은 아닌데 멍한 듯 어지러운 듯 한 느낌에 휘청 거리였음.

그러자 어디선가 여주를 지탱해주며 일으켜주는 단단한 여러 손길.


 

"와이라노! 여주! 니 어디 안 좋나?! 머리 아프나?!"


"목소리 톤 좀 낮춰라. 그렇게 쩌렁쩌렁 안 해도 잘 들리거든?"


"어디 불편한데 있나? 물 주까? 마실래?"



<므.. 뭐고...?>


몸을 겨우 세워 똑바로 앉은 여주는 소파 아래에서 자신을 걱정한다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세 사람을 보며 사고가 정지되는 기분이 들었음. 잠시만... 얘네 뭐지? 어? 나 얘네 아는데? 어어어어? 어디더라? 누구더라...?!

그래도 일단 건네받은 물을 한 모금 마셨음.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음. 멍했던 머리가 점차 불이 켜지듯 맑아졌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현실이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었음. 아니지 믿기지가 않았음.

아니. 근데 내가 얘네랑 무슨, 아니 내가 어떻게 아니, 얘네가 날 어떻게 만지는건데...? 어? 이거 촉감 되게 리얼하네?! 미친. 내가 드디어 미쳤나? 아니다. 내가 최근에 뭐 질렀지? 어? 나 뭐 샀었나? 뭐지?!?!



"야야... 야...! 내만 좀 이상하다고 느끼나? 그렇다고 해라. 제발 그렇다고 해라!"


"... 우리 처음 보는 사람 처럼 쳐다보는 거 내 착각 아니제?"


"우리 처음 봤을 때도 딱 저 표정이었다."


반가워하는 반응이 아닌 어리둥절한 여주의 반응에 셋이 심각해지는 것도 몰랐음. 여주는 오지는 현실감에 감탄하기 바빴음. 아무리 봐도 이리저리 봐도 뒷구르기를 해서 봐도 내가 아는 그 쌍둥이, 미야 형제와 스나 린타로가 맞는 듯했음. 제트기에 타고 봐도 확실했음.

 어느 배운 변태가 이런 개쩌는 가상현실인지 증강 현실인지 알 수도 없는 것을 만들었을까? 어? 어느 배운 변태지? 진짜 내 통장 바치고 싶다. 좀 더 리얼 한 여러 가지도 할 수 있나? 하. 미쳤다. 근데 왜 번역이 안 되는 거죠? 에?

여주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감탄사 '미친' 만 계속 연발 했음. 원래 현실감 없는 상황이 부딪히면 말문이 막히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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