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시간 덕질을 해왔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오타쿠질을 하며 보냈다는 뜻이다. 트위터에 존재하는 덕질 장르를 크게 3D, 2.5D, 2D, 1D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모든 걸 전부 다 해봤다. 트위터가 생기기 전부터 여러 판을 돌아다니며 각 판의 분위기가 어떤지, 음습한 면은 무엇이 있는지 몸소 체험했다. 

내가 거쳐왔던 모든 판을 통틀어서 자캐 커뮤니티 판만큼 이상한 판은 본 적이 없다. 어디 판이 음침하다더라, 어디 판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다더라 하지만 글커판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나는 그림과는 연이 없는 사람이라 글커만 뛰었으니, 이 글은 글커판, 그 중에서도 성인 카페 글커뮤판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이다. 트커는 계정을 만드는 족족 잠기고, 전연령 글커는 거의 가지 않고, 그림커는 뛰어본 적이 없고, 복합커는 가장 최근에 뛴 게 3년 전이라 많이 바뀌었을 테니 말이다. 겪어본 적도 없으면서 말을 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목차를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가 크게 잡기로 했다. 자정 작용이 힘든 이유, 주기적으로 잡히는 머리채와 그로 인해 생긴 피해의식, 그 밖의 문제들. 덕질 기간 중 10년은 글커판이었으니 그 간의 빅데이터를 모아보겠다.



목차


1. 자정 작용이 힘든 이유

2. 주기적으로 잡히는 머리채

2-1. 그로 인한 피해의식


3. 그 밖의 문제들

3-1. 잠잠하다 싶으면 터지는 공론화

3-2. 만연체와 간결체, 그리고 비유

3-3. 편파

3-4. 유사 연애



들어가기 앞서 적어둡니다.

이 글은 주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으며, 특정 커뮤 및 커뮤러를 지칭하지 않고 있습니다.

밑에서 나오는 '글커판'은 '글 카페 커뮤니티 판'을 의미합니다.

또한 글 커뮤를 러닝하는 오너 개개인을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명시합니다.



1. 자정 작용이 힘든 이유

글커판, 특히 성인 글커판은 정말 좁다. 고인물도 많다. 그래서인지 자정 작용도 잘 되지 않는다. 두 다리가 아니라 한 다리만 건너도 다 아는데 자정 작용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웃기다. 내 지인이 저 사람 지인이고, 내 앤오가 저 사람 앤오의 앤오다. 상황이 이러니 '이러이러한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게 상당히 힘들다. 운이 좋아도 마음 몇 개 찍히는 것으로 끝나고, 운이 나쁘면 트친이 우수수 떨어진다. 

트친이 사라지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어차피 버튼 하나로 시작되고 끝나는 얄팍한 관계인데 그렇게까지 신경쓸 일인가 싶다. 하지만 글커판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2차 지인제, 1.5차 지인제(사실 1.5차가 무슨 뜻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커뮤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을 받는 것보다 이미 아는 사람, 혹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만 받는 게 박살의 가능성도 낮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나와 인연이 끊어졌다고 해도 좁은 판의 특성 상 겹트친이 한 명쯤은 있다. 그 사람을 통해서 초대장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나를 블언블했던 사람의 커뮤를 아무런 걱정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만 러닝하는 게 가능할까? 본인은 가능하다고 해도, 과연 총괄 측도 그럴까? 러닝하면서 다른 캐와 모두가 인정하는 쩌서깊관(쩌는 서사와 깊은 관계)이 되었는데, 엔딩이 나고 연락처 공유를 하고 보니 나와 싸우고 맞블락을 했던 사람이었다면 어떨까?

이러한 상황들 때문에 글커판에서는 문제 제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모 커뮤니티의 소재나 세계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 사람은 그 커뮤니티의 총괄과 이미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문제를 제기했을 때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합쳐져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다. (여기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개인적인 호불호가 아니라 윤리적으로 걸고 넘어질 여지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적고, 문제 제기를 한다손 쳐도 이미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저 커뮤 망치고 싶어서 저런다'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이러니 제대로 된 자정 작용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어디부터 고쳐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행복한 글커러는 존재할 수가 없다.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지 않아도 트친 A와 트친 B가 서로 싸우고 있는데 행복할 리가 있나. A와 B 둘 다 소중한 인연인데 둘이 비오는 날 먼지 나게 싸우고 있는 꼴을 보면서도 행복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2. 주기적으로 잡히는 머리채

2-1. 그로 인한 피해의식

글커러들 머리채 잡히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머리채를 잡혔고(사실 그 때에는 머리채를 잡힌다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편파라고 하는 게 맞다.), 당장 얼마 전에도 머리채를 잡혔다. 10년 동안 휘모리장단에 맞춰 머리채를 잡힌 채 돌려지니 이젠 그냥 덤덤하다. 누가 글커러 머리채를 잡아도 '앗 제가 요즘에 편두통이 있어서 그런데 이번에는 휘모리 말고 진양조 장단으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하는 반응 밖에 할 수가 없다. 화를 내어 무엇하나. 화내봤자 주기적으로 머리채 잡히는 건 똑같은데.

싸잡혀서 머리채 잡히는 일이 많아서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글커판에는 피해의식을 비롯한 각종 정신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개중에는 진지하게 탈커 후 치료에 집중해야 할 것 같은 사람도 존재한다. (정신병이라는 워딩을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것 안다. 하지만 방금 쓴 정신병이라는 단어는 정신병을 가진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도, 정신병자를 욕으로 쓴 것도 아니다. 본인 입으로 우울증 같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상당수라는 소리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정신병을 앓고 있으며 약물 및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소한 소재의 겹침만으로도 파쿠리라며 공론화가 뜨기도 하고, 저 커뮤 러닝하면 자기랑 연 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는 판국이니 더 말이 필요한가 싶다. 너 쟤랑 놀 거면 나 너랑 안 놀 거야! 같은 건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그만두기 마련인데 참 기묘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안 좋은 건 둘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너를 사이에 두고 싸워서 미안하다고 말하지는 못할망정 둘 중에 한 명을 고르라는 투의 행동을 하면 사이에 낀 나는 미치고 팔짝 뛴다. 님들 정말 양자택일 극단적이시네요, 라는 말이 임시 보관함에 열댓 개는 저장되어 있다. 이렇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다 보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까지 덕질을 하고 있나 싶다. (비단 글커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글커판이라고 해서 모두가 친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는 거다. 나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같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다. 2D, 2.5D, 3D 판의 리버스 싸움이 있다면 글커판에는 파벌 싸움이 있다. 리버스끼리 물고뜯는 것만큼, 가끔은 그것보다 더 격렬하게 서로를 싫어하는 게 글커판이다. 살벌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다. 이 포스타입에 쓴 첫 글에서 내스급 팬들 중 과몰입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었는데 그 사람들은 글커러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건 과몰입 축에도 못 낀다.


3. 그 밖의 문제들

3-1. 잠잠하다 싶으면 터지는 공론화

글커판에서는 공론화가 자주 터진다. 사람들이 모인 덕질판인데 공론화가 터지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할 수도 있다. 맞다. 공론화가 터지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고,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바뀌어야 하는 것이라면 공론화를 해야 한다. 문제는 글커판의 인원이다. 글커판은 정말 한줌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한 다리 건너면 다 이어지는 사람들이다. 4대강 대통령의 그 짤처럼 다 아는 사람들이구만 수준이다. 그렇게 한줌인 판에서 한 달에 한 번, 심하면 세 번까지 공론화한다며 에버노트가 올라오는 건 조금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그 공론화들이 정말 제대로 된 공론화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저 사람이 저한테 이랬어요. 저 힘들어요. 그러니까 다같이 저 사람 욕해주세요.' 목적의 에버노트도 보이고,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제 기분이 나쁘네요. 그러니까 사과해주세요.' 같은 에버노트도 있다. 결론적으로는 제 3자가 끼어들지 않고 자기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공론화라며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 것 중 제일 어이없었던 건 앤오가 본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내용의 에버노트였다.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굳이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들끼리 1:1로 대화를 진행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공론화를 한다는 게 문제다. 물론 1대 1 대화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자 공론화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 절대 아니다. 

A의 공론화와 B의 입장문이 올라왔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의 의견이 'B가 잘못했네'로 몰리게 되면 B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과문을 써야 한다. 그게 설령 B의 잘못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B가 자신이 한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다수의 압박은 심리적/정신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거기서 B가 사과문을 써오지 않고 뻗댄다면 사람들의 비난은 이어진다. 때에 따라서는 수위 높은 욕설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B는 울며 겨자먹기로 사과문을 쓰고 계폭을 하거나, 아예 잠적을 할 수밖에 없다. (B가 사회적, 도덕적, 윤리적으로 잘못된 일을 저질렀을 때를 말하는 게 아니다. 1대 1로 해결할 수 있는 개인 간의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를 말하는 거다.)

대체 왜 그렇게 공론화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개인 대 개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면 제발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처리했으면 좋겠다. 보고 있기도 지친다.


3-2. 만연체와 간결체, 그리고 비유

글커러들이 머리채 잡히는 이유 중 하나다. 머리채를 잡는 사람들은 '18살이라고 하면 되는데 왜 그걸 18번의 호흡을 내쉬었다는 문장으로 표현하냐.' 같은 말을 한다. 어이가 없다. 내가 그렇게 표현하겠다는데 왜 끼어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마다 그림체가 다른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마다 문체가 다르다. 누구는 18살을 18살이라고 표현하고, 누구는 18번의 호흡을 내쉬었다고 표현하고, 누구는 18번의 떡국을 먹었다고 표현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18살이면 떡국을 17번 먹은 게 되지만 그런 건 그냥 넘어갑시다.) 

우리는 그림러에게 '검은 머리 캐릭터 그릴 때 머리색으로 #000000 쓰면 되는데 왜 #181E21 쓰냐'하고 말하지 않는다. 그림러가 흑발 캐릭터 머리카락 색으로 #000000을 쓰든, #181E21을 쓰든, #0a1414를 쓰든, #060606을 쓰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건 그 사람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글러에게는 자꾸 훈수를 두는가. 평가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글러가 만연체를 쓰든, 간결체를 쓰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다. 평가하고 훈수질할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커뮤를 뛰러 왔지, 문하생으로 공부하러 왔나?

그렇다고 모든 비유가 좋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커뮤를 뛰다 보면 이게 대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비유가 보이곤 한다. 그건 18살을 18번의 호흡을 내쉬었다고 표현하는 정도가 아니다. 18번의 호흡을 내쉬었다고 표현하면 '아, 18살이라는 뜻이겠구나'하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교복 바지를 두 번 새로 샀다'라는 표현이면 이게 나이를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소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격한 장난을 쳐서 바지가 자주 찢어진다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15살인데 성장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빨라서 14살에 한 번, 15살에 한 번 샀을 수도 있고, 16살일 수도 있고, 17살, 18살, 19살일 수도 있다. 바지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럼 그 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 친구의 나이를 알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 표현을 써야 한다.

18번의 호흡을 내쉬었다고 하면 당연히 18살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분당 호흡이 12회에서 20회 사이이고, 소아의 경우 20회에서 40회 사이가 정상 범위인데 캐릭터가 1분 전에 태어난 신생아는 아닐 것 아닌가. 하지만 바지를 두 번 샀다? 혼란스럽다. 물론 중학교 입학할 때 한 번, 고등학교 입학할 때 한 번 샀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정보만으로는 이 친구가 17살인지 18살인지 19살인지 알 수 없다. 14살 장난꾸러기라서 친구들과 말뚝박기를 하며 놀다가 새 바지를 찢어먹었을 수도 있다. 15살인데 교복 바지의 통을 너무 줄이는 바람에 선생님께 압수당해서 새로 샀을 수도 있다.

나는 비유 표현을 좋아한다. 커뮤를 뛰다 보면 '어떻게 이런 비유를 하지?'하며 감탄할 때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떻게 이런 비유를 하지?'하며 경악할 때도 있다. 제발 대다수가 이해할 수 있는 비유를 써 주십시오. 본인만의 언어로 비유를 하면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3-3. 편파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글커판에서도 편파는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올컾 커뮤에서의 여캐 편파, BL 커뮤에서의 탑/텀 편파가 있다. 올컾 커뮤에서의 여캐 편파에 비하면 BL 커뮤 편파는 편파도 아니다. 명함도 못 내민다. 그러니 편파 목차에서는 여캐 편파에 대해서만 다뤄보겠다.

여캐 편파. 올컾 커뮤에 여캐를 내본 오너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다 겪어봤을 것이다. 정말 끔찍한 수준이다. 너무 자주 일어나고 하도 많이 당해서 여캐 편파로는 공론화도 안 터진다. (여캐를 내는 오너들의 수가 적어서 그런 것도 있다.)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난다. 오너가 헤테로보다 BL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에게는 연인 관계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친구도 있고, 혐관도 있고, 성격은 안 맞지만 일할 때에는 기가 막히게 손발이 잘 맞아서 비즈니스 파트너로만 지내는 관계도 있다. 그런데 편파러들은 그 많은 자캐의 관계를 전부 남캐로만 채우려고 한다. 본인의 캐릭터를 남중남고공대군대직업군인 루트를 탄, 극악의 남초사회에서 살아온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올컾 커뮤에 여캐 비율은 많으면 40%, 적으면 20%까지 간다. 수가 적긴 하지만 어쨌든 여캐가 있긴 있다는 소리다. 캐릭터가 100명이라고 치면 그 중 20명에서 40명은 여캐다. 여캐 오너들이 전부 탈주러나 기력이 노쇠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50%가 활동량이 저조하다고 해보자. 그래도 10명에서 20명이다. 커뮤를 뛴다면 최소한 두세 번쯤은 역극을 하게 된다는 소리다. 편파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주 사소한 관계라도 쌓이기 마련이다. 나한테 담배를 빌려 갔다던가, 나중에 아이스크림을 사 주기로 했다던가, 기타 등등의 사소한 관계 말이다. 

하지만 편파러들은 여캐와 단 1g의 서사도 쌓고 싶지 않은지, 여캐가 역극을 이어가려고 하면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이걸 할 말 살인마라고 해서 할살마라고 부른다.) 아무리 긍정 파워가 넘치고 말이 많은 캐릭터라고 해도 상대방이 응, 아니 로만 대답을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역극에서 스무고개를 하는 중이라면 이해하겠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그나마 있던 기력도 사라진다. 여캐러들 탈주/잠수 비율 높다고 욕하지 말고 본인의 행동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예전에 트친이랑 얘기하다가 '뫄뫄님은 왜 여캐들이랑은 얘기 안 하세요?' 하고 물어본 적 있는데, '여캐들은 탈주 비율이 높아서 서사 쌓아봤자 소용이 없더라고요.'하는 대답을 받고 혈압이 오르더라.)

편파러들이여. 여캐랑 대화하기 싫으면 올컾 커뮤 가지를 마라. 남캐만 있는 BL 커뮤만 뛰는 걸 추천한다.


3-4. 유사연애

사실 유사연애는 어떤 덕질 판을 가도 존재한다. 갠봇-오너 간 유사연애도 존재하고, 좀 친한 사람들끼리 유사연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커뮤판의 유사연애는 조금 심하다. 제발 앤캐와 앤캐 오너를 동일시하지 마라. 나는 캐릭터에 과몰입하지 않는데 왜 당신이 나와 내 캐를 동일시하나. 앤캐 오너는 본인의 종이 인형이 사랑하는 종이 인형의 창작자일 뿐이다. 종이 인형끼리는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앤캐가 내 캐를 사랑하는 것처럼 앤오가 본인을 사랑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종이 인형은 종이 인형끼리 사랑하는 거고, 그 창작자끼리 사랑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앤캐 오너가 유사 연애 안 받아준다고 징징대지 마라. 사돈, 이러시면 안 됩니다.



글을 마치며

나는 분명히 '특정 커뮤 및 커뮤러를 지칭하지 않는다.'라고 글의 서두에 써뒀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그런데 이 정도면 충분히 유추 가능하지 않나요? 님이 글커판 좁다고 말했잖아요.'라고 되물을 수 있다. 답변하자면, 절대 유추 못 한다. 왜냐면 이게 글커판의 현주소이기 때문에. 그리고 애초에 특정 인물이나 커뮤를 염두에 두고 쓴 글도 아니다. 굳이 염두에 뒀다면 나 자신이다. 내가 했던 일, 내가 했던 생각, 내가 당했던 일이다. '그럼 이 모든 일을 했거나 당했던 사람을 찾으면 그게 님인가요?'라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누군지는 절대 알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앞서 말했듯 이게 글커판의 현주소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나와 같은 일을 당했던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에.

또한 내가 모든 글 카페 커뮤를 뛰지는 않았으므로 이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글커러가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의견이 나와 같다면 글커판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거다.) 어쨌든 이 글에 공감할 수 없다면, 그냥 지나가면 된다. 후원자에게만 댓글 허용해둔 건 돈을 아끼라는 의미다. 이 글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그냥 '음, 개소리구나.' 하며 잊어버리면 된다. 개소리하는 글에 돈을 쓸 이유는 없지 않은가. 당신의 시간과 돈을 아끼길 바란다. 헛된 일에 시간 쓰는 건 나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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