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는 배에 올랐다. 하울링 코만도스도 마찮가지다. 그들은 오마하 해안으로 상륙하기 위해 연합군 수송선에 올랐다. 목표는 오마하 해안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떠나보낸 아이든 헌터는 캐나다 군에 합류하여 주노 해안으로 향했다.




주노 해안(Juno Beach)은 요새화 되어있었다. 155mm포대 두 곳, 75mm의 포대가 아홉 곳. 기관총이 쌓인 진지와 콘크리트로 만든 벙커, 그리고 다른 해안보다 두배는 높은 방벽들이 해안을 뒤덮었다. 아이든 헌터는 방독면을 단단히 쓰고 배에서 상륙했다.



오전 8시 45분, 상륙 시작. 목표는 교두보 확보. 캐나다 군의 방독면, 영국군의 군복 상의와 미군의 군복 하의, 프랑스군의 군모와 군화를 신은 아이든 헌터는 신원을 알아볼수 없었다. 머리카락을 바짝 올려 묶어버리고, 헌터는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점프한다.


그는 이미, 체스터 필립스와 말이 끝나있었다. 아이든 헌터의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일기-

1944년 6월 24일


아침식사: 햄샌드위치와 콜라

점심식사: 양고기 요리(with 체스터 필립스)


노르망디 상륙 작전;

6.6~6.23


사상자.

-연합군

미군: 1,203명 사망, 3,229명 부상, 실종 및 포로

영국군: 1,236명 사망, 부상, 실종 및 포로

캐나다군: 112명 사망, 27명 부상, 실종 및 포로


총 사상자: 2500명 추정


추축군 사상자는 가능하다면 확인하고 기입할 것.



2014년 10월 1일


'이상한 나라' 에서 귀환함.


저녁 식사: 달걀죽, 닭가슴살, 스위트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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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이든은 미국군의 군용 식량과 군복, 군화와 약품 일부를 가져왔다. 체스터 필립스는 센스있게도, 그것들을 고장난 미군 운송차량에 실어주었고, 그것들은 성공적으로 부락에 도착했다. 물론 헌터의 침대 위에 올라오는 대신 창문 밖 공중에서 떨어졌지만, 아이든 헌터는 그것들을 성공적으로 받아내었다.





* * *



아, 늦은 밤이었다. 피곤했고, 아프고, 또 힘들었다. 전쟁, 전투, 그리고 전우. 그것들을 곁에 둔 채 군인들은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로 막사 아래에 웅크리고 누웠다. 전쟁터에서 매트리스를 쓸 정도로 한가하지 못한데다 시간도 없다. 이 작전은 스피드가 생명이었다.


스티브 로저스와 버키 반즈 역시 그러했다. 그들은 피곤했고, 몸에 부상을 입었다. 죽지는 않지만 죽을 만큼 힘들었다.


몸에서 피냄새와 화약냄새가 진동을 하고, 시체의 눈물로 젖은 땅 위에 모포만 하나 깔고 누우면 냉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피곤해서 악몽을 꿀 새도 없다. 뒤통수를 땅바닥에 대자마자 순식간에 졸음이 몰려온다.






사박, 물에 젖은 풀잎들을 밟고 나타난 것은, 최근 캐나다군 사이에서 화재가 되고 있는 출신불명의 군인이다. 각기 다른 군복을 얼기설기 끼워입은 그의 정체를 아는 것은 장교 몇명 뿐,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얼굴에 눌러쓴 방독면을 벗으면 보이는 것은, 하늘을 걸을 수 있는 아이든 헌터였다.


"..."


머저리같은 꼬맹이들 같으니라고. 아이든은 나직히 투덜거리며, 순식간에 잠이 든 하울링 코만도스들의 몸 위에 올라간 모포를 적당히 고쳐 덮어주었다.


"..."


"..oh my darling, oh my darling, oh my darling clementine...

You are lost and gone forever, dreadful sorry clementine-"


그들은 들었다. 꿈결 속에서 들려오는, 흐릿하고 안개같은 목소리는 아마.




oh my darling, oh my darling, oh my darling clementine.




가엾은 장병들, 한치 앞도 모른채 죽음고 싸우는 그 가엾은 이들을 동정하며, 아이든은 그들에게 노래 하나를 불러주기 위해 하늘을 걸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


"You are lost and gone forever, dreadful sorry, Clementine..."

(네가 이제 영원히 사라졌으니 정말로 슬프구나, 클레멘타인.)


아이든은, 새벽녘에 흥얼거린다. 클레멘타인을 위한 장송곡, 죽음에 인사하는 노래. 준비.



* * *





2014년, 10월 2일. 미국 맨해튼.

중앙- 포레스터(Forester) 세력




아이든 헌터는 칼바람이 제 남색 머리카락을 날리는 것을 놔두었다. 멸망 이후, 맨해튼이 거미들이 소굴이 되었을 당시 그곳을 점령한 것은 아이든 헌터가 소속된 세력, 포레스터.


그들은 이곳에 건물을 새로 짓거나 재활용하여 본거지를 만들고 주변에 사는 괴물들을 소탕했다. 살곳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이 모였고, 그렇게 세력을 이루었다.


아이든 헌터는 나무를 이용해 만든 거대한 벽을 바라본다. 저것은 이곳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포레스터의 소속되어 있던 스물 덜 되는 인원이 모여 지은 것을 보강한 것이었다.

아이든이 어느 정도 경계까지 들어오자, 주변 초소 곳곳에서 살기가 날카롭게 느껴진다. 아이든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범이 개미 한마리까지 신경쓰면서 살 필요는 없을 테니까.


타탁-


"전체, 총기 내려!"


그리고 누군가가 뛰어왔다.


"아이든!"

"라타타, 오랜만이군."

"온다는 소식 들었어. 너희! 당장 튀어나와서 인사 해. 아이든 헌터다!"


하늘색 머리카락에 맑은 눈동자를 가진 수분계열 초능력자, 라타타가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그제서야 아이든을 경계하던 이들이 튀어나와 고개를 숙인다.


"리더를 뵙습니다."

"오랜만이군, 우드로."


아이든 헌터는 자신에게 세력 특유의 경례를 하는 초록 머리의 여자에게 말했다. 갈색 눈동자가 눈에 확 띈다. 


아이든 헌터, 아직 이름은 없지만 마을을 다스리는 12명의 간부들 중 하나다. 아무리 어리다지만 그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라타타는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아직 훈련이 부족해서... 간부 얼굴은 무조건 외우게 했어야 하는데."

"됐어. 난 정기 회의가 아니라 보스를 만나기 위해 온 거니까. 안내 부탁하지."

"응, 알았어. 우드로, 넌 트럭 대기시켜 놔. 이따가 헌터의 일행이 올테니까.."


라타타가 우드로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안, 아이든 헌터는 제 후드가디건을 여미고 안경을 추켜올렸다.


"보스는?"

"널 기다리고 계셔."

"지금 당장 가지."






벽의 안쪽, 부서진 맨해튼의 건물은 옛 영광이란 보이지 않는다.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는 한쪽에 몰려있고, 반파는 도로는 어설프게 복구가 되어 있지만 그 뿐이다. 아이든은 중앙의 집들을 보며 자신의 보스가 머무는 집무실로 향한다. 주변은 한산하다. 다들 자신의 일을 하러 간 것이 이유였다.


아이든 헌터가 그나마 멀쩡한 건물로 걸어간다. 그곳 입구를 지키던 두 명의 경비가 아이든 헌터를 보더니 흠칫 놀라 경례한다.


""리더를 뵙습니다.""


왼손을 가슴 정중앙에, 오른발을 한번 구르며 인사를 하는 둘에게 아이든 헌터는 까딱 목례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발전기 덕에 전기가 돌아가는 건물은 밝았다. 아이든 헌터는 익숙하게 계단으로 향한다. 중간중간 마주친 이들이 아이든에게 인사를 했다.


아이든 헌터에게 이곳은 익숙했다. 1년하고 반년 전만 해도 헌터는 이곳의 실질적인 2인자였으니까.



비상계단을 타박타박 올라, 보이는 문을 두드린다. 똑똑, 형식적으로 말한다. 헌터입니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렴.


"..오랜만에 뵙습니다. 보스(Boss)."

"그래, 오랜만이구나. 아이든 헌터. 얼마만에 보는 거지?"


흔한 사무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지도와 대조해보던 여자가 아이든을 보며 느긋하게 웃는다. 어두운 피부에 보랏빛 도는 백발, 그리고 보라색 눈동자. 총 12개의 산하 마을을 관리하는, 뉴욕과 뉴저지 일부를 장악한 세력 포레스터(Forester)의 리더.

아이든 헌터는 조용히 경례한다.


"거의 한달만입니다.. 세와 아폴라비(Serwa Afolabi)."


아프리카 출신의 30대 중반 쯤 된 여자가 아이든을 바라본다. 과거엔 언제나 같은 편이었으나, 지금의 아이든에겐 지켜야 할 자신의 '세력' 이라고 칭할 만한 것이 있었다. 최고권력자와 그의 부하, 그것이 둘의 관계였다면 지금은 지배자와 지배자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이든 헌터가 예의를 갖추었다.


"제가 드린 파일을 받아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봤어. 이리오렴, 아이든."


세와, 세력의 지도자, 세력의 최강자. 아이든 헌터로썬 아직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아이든은 순순히 세와에게 다가갔다.


"네 메일을 받자마자, 사람을 보내놓았어."

"그렇습니까."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루카스는 죽었어."

"..끝내 그렇게 되었군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지금 쿠퍼의 리더자리를 꿰차고 있는 건 빈센조야."

"빈센조라면 쿠퍼의 이인자 아닙니까."

"그래, 그랬지... 과거를 좀 더 털었어야 했어."


세와가 한숨을 쉬며 노트북을 두드렸다.


"수배목록.."

"보스턴 쪽 목록이야. 오늘 아침에 온 메일이지."


세와가 아이든을 쳐다본다. 그리고 말한다.


"여기에 아드리안이 랭크되어 있어. 우리한테 아드리안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더라."

"!!!, 그렇다면.."

"아드리안은 없어진 일년간 보스턴에서 지냈다. 그리고 너에게 복수를 하려고 다시 돌아온 거야."

"...."

"그리고.."


세와가 아이든 헌터에게 마우스를 넘겨주었다.


"내려보렴."

"..."


아이든은 말없이 마우스 휠을 돌려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헌터는, 자신의 신상정보가 명시된 흐릿한 사진을 본다. 얼굴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낮은 해상도의 사진이지만, 그 밑에 명시된 정보와 이름, 나이는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왜, 제 이름이 이곳에 있습니까."

"왜일까. 아이든 헌터. 네 생각을 말해 보렴."


느릿하게 침묵을 유지하던 헌터가 이를 갈았다.


"그야 당연히, 아드리안 테리어의 짓이겠죠."


세와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계속 스크롤 내려보렴."

"...."


계속?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누군가가 이 아래에 있는 모양이군. 대충 예상하며 아이든은 스크롤을 내린다. 드르륵, 마우스 휠이 굴러간다. 그리고.


"...빈센조 레그본."

"1년 전까지 보스턴 수배자 탑 중 하나였다지. 그쪽에서 과거를 청산하고 여기까지 온 모양이야."


"그때에는 인터넷도 잘 안되었으니까.."

세와가 말꼬리를 흐린다. 아이든이 느릿하게 이를 갈았다.


"즉슨 저희는 포레스터의 가장 번화한 마을 2인자 자리에 범죄자를 앉혀두었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리고 지금 배신했다."


세와가 말한다. 블루피쉬에서 일부가 변절했어. 그들과 붙어서 루카스를 독살하고, 릴리와 달마시아를 무력제압했다. 아이든 헌터는 세와의 말에 이를 갈았다.


"쿠퍼에는 이미 사람을 보내놓았어. 아이든 헌터, 블루피쉬와 릴리에는 네가 꾸린 인원들을 함께 보낼 생각이야. 어떻게 생각하지?"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아이든이 냉정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당장 연락하겠습니다. 헌터가 핸드폰을 들었다.



지구가 망해도 밥은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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