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시야에 보인 것은 회색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분명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장면에 당황하며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면서 갑작스레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쓰며 반사적으로 고통의 근원지를 손으로 만지자, 혹이 난 것처럼 툭 튀어나온 것이 느껴졌다.


 언제 혹이 생긴 지는 모르겠지만, 혹을 만질 때마다 고통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선 가볍게 다친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한동안 머리를 만지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되어있는 3평 정도로 보이는 방이었다. 방에는 흔한 창문도 가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내 손바닥 크기의 벽등 하나가 주변을 약하게 밝히고 있었다.


 건조한 공기를 느끼며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위화감에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기억의 단편들을 더듬었다.


 분명 어제 퇴근길에 도환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이동했던 것까지 기억하는데 왜 자신이 이곳에 쓰러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불길한 기운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왼쪽 벽에 놓인 출구로 보이는 철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빠르게 철문으로 다가가 일 자로 되어있는 문고리를 돌렸지만,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철문은 굳게 닫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억지로라도 문을 열기 위해 강하게 몸을 일어 붙여봤지만,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는 문에 답답함과 초조함을 느끼며 나를 사방에서 감싸고 있는 회색 콘크리트 벽들이 내 몸을 옥죄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열리지 않는 문을 통해 확실히 알았다. 누군가 나를 고의로 이곳에 가둬둔 것이다.

 그럼 어제 같이 있던 도환 씨도 납치를 당한 것인지 나보다 그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문은 절대로 열릴 거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문 맞은편 벽에 기대앉았다.

 내가 왜 이곳에 납치된 것인지 계속해서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몇십 분을 기다렸을까.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소리에 몸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경계태세를 했다.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릴 때, 귀가 멍해지는 기분에 침을 한번 삼켰다.


 문이 열리며 보인 것은 민도환의 말끔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에 나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도환 씨, 괜찮아요?”

 “얌전히 있었네.”

 “네?”

 갑작스러운 도환의 반말에 놀라며 그를 바라봤지만, 지금은 이 기분 나쁜 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민도환의 반말은 뒤로 한 채 그에게 말했다.


 “여긴 어디예요? 빨리 나갑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민도환 등 뒤에 열린 문을 바라보며 발을 그쪽으로 옮겼다. 


 “어딜 나가.”

  민도환은 내 말에 살짝 비웃음이 담긴 어조로 말을 뱉더니 문 쪽으로 다가가려는 나를 자신의 몸으로 막았다.


 “왜 막는 거예요?”

 “오늘부터 네가 살 곳은 여기니까.”

 오늘부터 내가 살 곳이 여기라는 민도환의 말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도환을 빤히 바라봤지만, 민도환은 싸늘한 얼굴로 나를 내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제가 오늘부터 여기서 살아야 하는데요?”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넌 참 말이 많아.”


 민도환은 내 입을 꼬매버리고 싶다는 얼굴로 내 입술을 빤히 바라봤다. 그런 민도환의 눈빛에 위협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도환 씨, 오늘 이상해요. 집에 갈래요.”


 그렇게 말하는 내 곁으로 민도환이 한 발자국 다시 다가오더니 나를 바로 아래에서 내려다봤다.


 “너 이곳에서 못 나가.”

 “왜요?”

 “내가 못 나가게 할 거니까.”

 


 “나한테 왜 그래요.”

 “너 따먹으려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나를 따먹겠다는 민도환의 말에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런 그의 말이 진심인지 장난인지 알기 위해 빤히 바라봤다.

 민도환의 얼굴은 장난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얼굴에 이대로 그에게 강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를 밀쳤다.


 민도환은 내게서 밀쳐져 문에서 살짝 비켜나갔다. 나는 그런 그를 지나쳐 문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뒤통수에 강한 통증이 일며 두피 가죽이 다 뜯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비명과 함께 다시 방안으로 끌려왔다.


 뒤를 바라보니 민도환이 내 뒷머리를 강하게 쥔 채 방안으로 끌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손목을 잡고 머리에서 떼어 놓으려고 했지만, 민도환의 손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얌전히 있어 씨발년아.”

 “놔-!”

 나는 눈물이 살짝 맺히는 것을 느끼며 그의 손목을 긁었지만, 민도환은 아프지도 않는지 나를 바닥에 던졌다.


 같은 남자라고는 하지만 확연한 힘 차이에 몸은 쉽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민도환은 넘어진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더니 빠른 손길로 내 상의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당황하며 상의가 벗겨나지 않도록 옷을 꽉 쥐며 그만하라는 말을 했지만, 민도환은 기어코 얇은 니트를 찢어 나를 반라로 만들었다.


 “당신 미쳤어? 머리 돌았냐고.”

 나 또한 민도환에게 반말을 사용하며 그를 노려보며 계속해서 발버둥 쳤지만, 민도환은 절대로 나한테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 내가 알고 있는 도환과는 달랐다. 혹시 얼굴만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환 씨 왜 그래요! 그만하라고요!”

 “얌전히 있으라고 했잖아.”

 민도환은 그렇게 말하더니 계속 반항하는 내가 조금은 성가셨는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봤을 때,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접이식 칼이었다.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이걸로 뱃가죽 쑤셔 줄 줄 알아.”


 그렇게 말하는 민도환의 말에 칼을 바라보며 딱딱하게 굳어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민도환은 드디어 반항을 멈춘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칼을 편 채, 칼날이 아닌 칼등으로 내 젖꼭지를 튕겼다. 


 차가운 칼날이 약한 젖꼭지에 닿으니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신경이 곤두서서 그런지 몸은 평소보다 예민하게 반응했다.


 민도환은 그런 내 모습에 살짝 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내 바지에 손을 대었다. 그가 바지 후크를 열었을 때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지만, 그의 왼손에 들린 칼을 보며 이를 악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후 기 -


안녕하세요. 밤디입니다!

조아라에 올렸던 민도환 개아가공 버전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집착광공 좋아하는 BL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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