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틀릿은 나를 배려한답시고 면회도 업무도 금지된 완전한 휴식시간을 주었지만 이틀 만에 나는 이게 완전히 고문보다 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잠이 안 와.”

내가 몇 시간이나 잤지? 너무 오래 누워있었더니 오히려 더 몸이 아픈 거 같았다.

“오늘은 열네 시간 주무셨습니다.”

앗 시바 깜짝이야.

어둠속에서 빨간 레이저 불빛이 혼자 반짝였다. …터포키 너 왜 어두운데서 그러고 있는 건데? 나 깨우기 좀 그래서?

“지금 몇 시야?”
“새벽 3시 20분입니다.”

…한밤중이잖아. 도대체 왜…
나는 뭐 하고 있었냐고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안 그래도 사람 불러야 하나 했는데 뭐 마침 옆에 있으니까 잘 되었네.

“커튼 좀 걷어줄래? 그냥 좀 일어나려고. 너무 오래 잔 거 같아서.”
“네, 알겠습니다.”

커튼이 걷히자마자 새벽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빛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왔다. 흠. 새삼스레 에니에스 로비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나네. 이 시간감각이 파괴되는 거 같은 일조량.

“빠우…”

펑크프리드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앗, 아냐. 아직 밤이야. 아침 아니야. 넌 더 자도 되는데.

“미안. 밝았어? 아직 밤이니까 더 자.”

내가 코끝을 쓰다듬어주자 펑크프리드가 내 이불을 끌어올려서 덮어주고 내 이마를 토닥토닥 해주었다. 좀 더 자라는 말인가. 귀여워. 나도 그럴 수 있으면 그러고 싶다.

“아니, 난 이제 일어날 거야. 너는 더 잘래? 다른 방에 이불 깔아줄까?”
“빠우우…”

펑크프리드는 고개를 젓고는 간식 바구니를 코로 끌어당기더니 사과를 하나 집어서 와작와작 먹기 시작했다. 자기도 지금 일어난 거고 이제 아침 먹겠다는 뜻 같았다. 귀여워.

펑크프리드가 먹는 걸 멍하니 보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쟤 음식을 먹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소화기관은 있나? 검일 때는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되는데 코끼리일 때는 먹어야 하나? 코끼리일 때 먹은 다음에 검으로 변하면 그 사과는 어떻게 되는 거지? 검이 사과 하나 무게만큼 무거워지나?

…뭐 애초에 나도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의 검이 몇 톤짜리 코끼리로 변하는데 사과 하나의 질량이 별 대수겠냐만은.

원피스 세계에 질량보존의 법칙이 없는 건 확실한 거 같다. 그러니까 킬로킬로 열매 같은 것도 있는 거겠지.

흠. 펑크프리드는 스스로를 검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코끼리라고 생각할까? 자아는 열매를 먹고 생겼을 테니 코끼리 쪽에 가깝겠지? 그러면 얘는 열매를 먹는 순간 태어난 건가?

갑자기 얘가 몇 살이고 생일은 언제인지 궁금해졌다. 베가펑크는 알려나? 무생물에게 열매를 먹이는 기술은 베가펑크가 개발했으니까…

생각해보니 궁금해지네. 그 기술 왜 개발한 걸까? 그렇게 쓸모 있어보이진 않는데. 펑크프리드야 엄청 귀엽지만… 베가펑크가 연구하는 파시피스타 뭐 이런 거랑 비교하면 뭐… 음… 하나에 1억짜리 열매를 소모하며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이냐? 하면 아닌 거 같단 말이지.

하긴 악마의 열매 그 자체에 대해 연구하다가 덤으로 알게 된 사실일 수도 있지.

‘한 악마의 열매를 잘게 잘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먹을 경우, 근소한 차이로 가장 먼저 먹은 한 사람만이 능력을 갖는다.’ 뭐 이런 설정은 나야 오다가 말해줘서 알지만 여기 사람들은 실험을 통해서 증명하는 수밖에 없을 테니까.

가장 먼저 먹었다는 건 어떤 기준으로 판정이 되는가? 베어 물었다가 뱉으면 먹은 것으로 치는가? 삼켰다가 토하면? 입으로 먹지 않고 위로 바로 쑤셔 넣으면? 즙을 내서 혈관에 주사하면?

그러니까, 악마의 열매는 어느 순간 ‘먹었다’ 라고 판정하여 능력을 주는 거지?

무생물에게 열매를 먹였다는 건, 이 조건을 완벽하게 알아냈다는 일종의 증명일지도 모른다. 펑크프리드는 그 덤인거고. 귀여운 덤이네.

그나저나 참 대단하단 말이야. 실험 한 번 할 때마다 최소 10억 원이 날아가는 건데. 베가펑크가 아무리 엄청난 천재라고 해도 실험을 통해서 가설을 증명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 결과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열매가 필요했을까?

…어쩌면 몇 개 안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정부는 열매를 ‘회수’하는 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자세한 조건은 모르지만 능력자의 시체가 중요한 조건인 건 확실하다. CP 임무 조항에도 임무 중 생긴 사체는 현지에서 처리하라고 되어있는데 능력자의 시체일 경우 꼭 가지고 복귀하라고 되어있거든.

그러고 보니 샹크스가 굳이 끼어들어서 전쟁을 멈춘 것도… 전쟁을 멈추는 것보단 흰수염의 ‘장례’를 치러주는 게 더 중요한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흰수염의 시체를 세계정부가 손에 넣으면 세계정부 손에 열매가 넘어가니까…

원작에선 그런 보람도 없이 검은돼지가 집어삼켜버렸지만… 최소한 이글이글 열매가 세계정부 손엔 안 들어가게 막았지.

그러고 보면 왜 검은 돼지새끼만은 두 개의 열매를 쓸 수 있는 건지, 시체에서 어떻게 능력을 가져간 건지 그것도 안 밝혀진 떡밥이지… 시발 검은돼지새끼…

“장관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주치의를 부를까요? 터포키가 물었다. 아니, 아니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새벽에 자다 깬 생선까쓰가 얼마나 히스테릭할지 직접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갑자기 기분 나쁜 게 생각나서 잠깐 그런 거야.”

분명 펑크프리드의 생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검은돼지새끼까지 흘러간 거지.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이게 문제야. 어떤 생각을 하든 결국 거지발싸개 같은 것들이 떠올라버리는 거.

제발 생각을 좀 멈추고 싶다. 그래서 잠을 자꾸 잔 건데 이제 잠도 안 오니까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터포키가 바로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도 없었으면, 나는 분명 사람을 부르기까지 한참을 망설였을 거고 어두컴컴한 방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생각에서 허우적거렸겠지.

그러다가 임계치에 달하면 기계들이 일제히 경고음을 재생하고… 자다 깬 생선까쓰가 엄청나게 빡쳐서 뛰어오고… 나는 존나 혼나고…

음.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네.
근데 다행인 건 다행이고 터포키 너는 왜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건데.

“터포키, 너 잠은 제대로 자고 다니는 거지?”
“아, 네! 수면은 충분히 취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관님이 주무시고 계실 때 저도 충분히 잤습니다.” 

음… 그 충분하다는 수면이 하루 4시간 이런 건 아니겠지. 교차검증을 하고 싶지만 물어볼 상대가 없었다. 커틀릿은 어쩐지 터포키를 엄청나게 싫어하니까 물어보기만 해도 경기 일으킬거 같다고. 안 그래도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는지 안색이 시커먼 게 튀김기에 잘못 빠트리고 2시간 만에 건진 생선까쓰 같은데.

“체력 관리 잘 해야 해. 꼭 필요하지 않을 때도 옆에 있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그랬다가 내가 널 필요로 할 때 네가 못 버티면 그게 더 도움이 안 되는 거니까.”

네 건강 챙기는 것도 날 위한 거야. 알겠어? 넌 내 보좌관이니까. 명심하라고. 내 말에 터포키는 한쪽 눈이 글썽글썽해졌다.

“…! 네! 명심하겠습니다!”

…다루는 법은 대충 알겠는데 이런 반응은 진짜 익숙해지질 않네. 나는 부담스러워서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자고 일어난 거면 뭐 먹었어?”
“아뇨,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장관님은 드시고 싶으신 것 있으십니까? 지금 바로 주방에 연락하겠습니다.”
“…아니 거기도 밤일 텐데. 거창한 건 미안하니까 있는 거 아무거나 적당히 데워달라고 해. 뭐든 상관없으니까.”

어차피 많이 먹지도 못한다. 선택지도 밍밍한 국물요리밖에 없고. 하. 이 거지같은 세계에 먹는 게 그나마 낙이었는데. 아카이누개새끼 뒤졌으면 좋겠다. 뒤져서 지옥가야 해. 그새끼 지옥불 같은 거 별로 안 뜨거워 할 거 같으니 영원히 굶어야 하는 그런 벌 받았음 좋겠다.

터포키는 금방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곧 아무거나, 라고 말했던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한 그릇, 아니 반 그릇이면 되는데.”

왜 탕요리가 20그릇 정도 나오는 거지?

갑자기 요리대회 같아졌잖아. 주방에 뭐라고 전달했기에 세계최고 탕요리 토너먼트 예선전이 내 방에서 개최되고 있는 건데? 내가 설명 좀 해보라고 터포키를 지그시 응시하자 터포키가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그, 장관님께서 정확히 먹고 싶다고 하신 게 없다고 하니 다들 자신이 만든 것을 드리고 싶어 해서…”

…주방 지금 새벽 아니야? 아니, 에니에스 로비엔 야간 근무조가 있으니 주방이 텅 비어있진 않았겠지만 이 양은 도대체 뭔데?? 다 깨웠어?? 그게 무슨 민폐야.

그보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요리를 그냥 내가 먹었으면 해서 만들고 있었다고? 도대체 왜?? 내가 먹으면 뭐 보너스라도 나오나? 구내식당에서 ‘장관님이 선택한 그 쉐프’ 이런 배지라도 달고 오늘의 메뉴에 ‘장관님이 극찬하신 그 수프!’ 이렇게 올라가고 막 그래?

뭔가 엄청난 낭비 같다… 그냥 식단표 짜서 그거대로 줘도 되는데. 나 들깨미역국만 아니면 다 먹는데.

“그릇 옆에 종이들은 뭐야?”
“아, 이건 이 요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원래라면 셰프 본인이 나와서 안내를 할 텐데 지금 장관님 방에는 극히 제한된 인원만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읽어드릴까요? 터포키가 말했다. 나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다.

새벽에 무슨 난리람…
다음엔… 다음엔 아무거나 달라고 하지 말아야지…

만드는 데 48시간이 꼬박 들었다는 무슨무슨 수프를 두 입만 먹고 물리려니 뭐랄까 죄책감이 어마무지하게 들었다. 음… 뭐 다 아카이누 때문이지. 빨간개시끼 뒤져라.

아 개새끼 생각하니 먹은 것도 없는데 얹힐 거 같네. 하. 진짜 뭘 생각해도 끝이 다 지뢰다.

대충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로빈 누님은 참 아름다우시지
→실제로 봤었을 때 기억난다… 아직도 생생하다 그 표정…
→한글이 포네그리프인 거 알았을 때 그 표정 말이야…
→시발 도대체 왜 한글이 포네그리프인데? 그보다 내 수첩… 스팬다인이 태웠잖아… 도대체 왜…? 스팬다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엄청난 두통!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다른 생각을 하자!!

 로빈 누님은 지금 뭐하실까
→표지연재대로라면 끝없이 다리를 건설하는 곳에서 혁명군을 만났을 텐데… 혁명군…
→ 혁명군 하니까 생각났는데 사보 말이야… 정상결전에 어떻게 나타난 거지?
→ 뭐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내가 알 수 없는 나비효과라고 치고… 어쨌든 사보가 등장했고 에이스도 살았으니 ASL 셋이 재회했겠네?
→ ASL 하니까 에이스 말이야. 어떻게 나오려나?? 가프 도발 들었을 텐데.
→ 에니에스 로비에 쳐들어오겠지? 쳐들어와서 싸우겠지? 싸우다가 불도 나겠지? 건물도 무너지고?? 근데 에이스는 못잡아넣고????
→ 엄청난 두통!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다른 생각을 하자!!

그러고 보니 로빈 누님 혁명군 만나기 전까지는 죄수 취급당하면서 강제노역 해야하잖아… 몇 백 년 동안 세계정부 비 가맹국가의 국민들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다리를 건설하고 있는 곳에서… 으 로빈 누님이 그런 취급당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혁명군 놈들이 빨리 와야 할 텐데. 그래야 노예처럼 부려지는 사람들도 해방되고 그 해방된 사람들은 다 혁명군에 흡수되고…
→ …잠깐만. 생각해보니 완전 등신 같잖아?? 세계정부는 반동분자 양성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런 곳을 유지하고 있는 거지? 기왕 노동시킬 거면 뭔가 생산을 하게 하든가. 다리 건설에 도대체 얼마의 비용을 들이는 거지? 아무리 노동력의 값이 0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생존비용은 들어갈 거고 건설에 필요한 그 자재는 어쩔 것이며 죄수를 감시하는 간수들 유지비용이 들어가잖아. 그 다리 완성된다 하더라도 창출되는 경제효과가 대단하지도 않을 거 같은 위치던데. 그 돈으로 복지만 개선해도 사람들이 세계정부 충성충성하겠다. 몇백년이나 되었으면 뭐 거기 일하는 사람들도 자기들이 왜 세계정부에 가맹하지 않기로 했는지도 모를 텐데.
→ 아 일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지… 뭐 세계정부가 도라이 짓 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말자. 그보다 왜 다른 밀짚모자 멤버들은 나름 좋은데서 잘 지내는데 로빈 누님만 그런 곳에 계셔야 하는 거냐 바솔로뮤 쿠마자식…!!
→ 생각해보니 쿠마 그놈은 혁명군 소속이니 로빈누님께서 혁명군하고 만나야 하는 거면 그냥 지부나 본부 쪽에 떨어뜨려줬어도 되는 거 아냐? 꼭 거기서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
→ 이유… 그러고 보니 그 새끼가 들고 다니는 바이블이란 뭘까… 안에 뭐가 적혀있을까… 예언… 예언이란 뭐지… 틀리지 않는 예언…
→ 으 아카이누 시발새끼…
→ 엄청난 복통!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원작 관련 생각은 그만두자…!

먹을 거나 생각할까. 과자 먹고 싶다. 쿠키 같은 거 말고 매콤한 거. 그치만 매운 거 먹으면 위장 아작나겠지.
→ 시발 이게 다 아카이누 때문이야. 그 새끼가 내 내장을 초벌구이하지만 않았어도…
→ 으 아카이누 시발새끼…
→ 엄청난 복통!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냥 내가 지금 먹어도 되는 게 뭐가 있나 생각을 좀 해보자. 부드러운 과자류는 괜찮지 않을까. 마들렌 같은.
→ 그러고보니 터포키가 가져온 마들렌 꽤 맛있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가게 열어도 성공하실 거 같다. 관절염 때문에 안 하시는 건가?
→ …뭐 악마의 열매를 팔지 않고 심어볼 생각을 한 거 보면 별로 돈이 궁하진 않으실 수도… 사실 돈을 떠나서 엄청나게 비범한 인간이신 것 같다. 백억 베리짜리 열매를 예쁘게 깎아 과자 상자에 넣어서 줄 생각을 하다니…
→ 그리고 나는 왜 그걸 가프한테 주기로 했던 걸까…시발… 미친 할배개새끼가 에이스 보고 싶다고 그 지랄을…
→ 엄청난 두통!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칼리파가 들어와서 안부인사를 했다!

 앗, 칼리파다. 안녕. 반묶음도 잘 어울리네
→ 아니 잘 어울린다고 말한 게 평생 그 머리 하고 다니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화제를 돌려보자
→ 그래 후쿠로가 지퍼를 고쳤다니 다행이네. 계속 신경 쓰였거든. 아. 칼리파 다음이 후쿠로라고? 그 때 진짜 오랜만에 얼굴 보겠네. 그 다음이 쿠마도리고… 그 다음이…
→ 시발 루치…
→ 기계들이 삐삐삐삐 울리고 닥터 커틀릿이 무슨 일이냐고 달려온다.

 … 뭐 대충 이렇게 된다.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잠을 잤는데 이제 잠도 안 오니까… 나는 그냥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했다.

“펜 하고 종이 좀 가져다 줘.”

좀 정리라도 해야겠다. 고민해서 해결되는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으니까. 그거라도 명확히 해두면 좀 두통이 덜 오겠지. 나는 종이 왼편에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들을 죽 적어 내렸다.

1. 에이스가 곧 올 것이다

그래서?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있나. 제정신이라면 절대로 안 오겠지만 에이스는 스모커보다 더 분조장이니 반드시 오겠지. 걔 설정값이 그렇잖아.

아버지와 형제들이 목숨 바쳐서 구해준 순간 거기서 도망치기만 하면 되는데 아카이누가 흰수염 욕하는 거 어떻게 주워듣고 그 말 취소하라고 덤벼서 죽었잖아. 옆에서 제발 그냥 가라고 소리치는 거 안 들렸나… 오로지 에이스 하나 구하기 위해 벌어진 전쟁에서… 다 구했는데… 그 말 한마디 넘길 수가 없었냐고… 진짜 상황과 때를 가리지 않는 분조장… 그것도 에이스가 그렇게 싫어하는 해적왕 로저에게서 유전된 분조장…

음 이렇게 써보니 에이스 정말 상종하기 싫은 인물처럼 보이는군. 아니 에이스 디폴트값은 예의바른 호감형인데… 그놈의 분조장.

에이스한테 뭐 유감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더더욱 에이스 죽었을 때 도대체 왜 그런 거냐고 좀 억하심정이 생겼다고나 할까. 정상결전 편을 여러 번 읽다보면 나중엔 에이스 멱살이 잡고 싶어지는 것이 보통이잖아…?

뭐 에이스가 와도 나랑 만날 일은 없을 거고… 가프랑 싸우다가 할애비 애정 펀치 맞고 나가떨어지기나 하겠지. 물론 그 싸우는 과정에 에니에스 로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함정이긴 한데.

가프와 에이스가 싸우면서 건물이 무너지고 불탄다  →  오로성한테 건물 재건비용 5배로 청구하면서 이 돈 안주면 가프 여기다 못 둔다고 하면 됨. 5배 다 주면 남는 돈의 반은 내가 갖고 나머지 반은 갈레라 줘야지.

그 와중에 가프가 흔들흔들 열매를 써서 섬 째로 심연에 가라 앉는다 →  힘조절 못하는 가프 등신새끼한테 열매를 주기로 한 게 나이므로 깊이 반성하면서 다 같이 죽으면 됨. 죽고 나서 일까지 내가 생각할 필요야 없지.

흠.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후자의 경우 뭐 시체도 못 찾게 죽으니까 진짜 죽는 거로 끝일 거고. 어처구니없는 죽음이긴 한데 원래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잘 죽으니까. 괜히 휘말려서 죽는 사람들은 불쌍하니 에이스 왔다고 하면 최소 인원만 남기고 대피시켜놓아야겠다.

역시 차분히 정리하면 걱정하던 게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거 같다. 좋아 계속 해야지.


2. 바이블은 무엇이고 예언자는 무엇인가. 쿠마는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걸까? 쿠마에게 바이블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음… 이건 진짜 내가 고민해서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쿠마의 바이블이 원피스 만화책 내용과 같은 건지 아니면 지금 이 상황까지 다 예측한 진짜 예언서인지는 아이스버그한테 부탁했던 일의 결과로 알 수 있겠지.

자아를 잃은 쿠마가 과연 사전에 프로그래밍 된 대로 싸우전드 써니 호를 지키러 올 것인가?

지키러 오지 않는다면 내 행동까지 예측했다는 거니 이 세계는 바이블대로 흘러간다는 거고… 그러면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살아도 되는 거니 마음은 편하겠네.

지키러 온다면… 바이블은 만화책 내용이라는 거고 내가 그걸 바꾸었으니 뭔가 여파가 있을 것이다. 쿠마는 에러가 나려나? 뭐, 쿠마 본인이든 쿠마를 프로그래밍 했던 베가펑크든 아니면 바이블과 관련된 다른 사람이 나를 찾아오든가 하겠지. 그 때 궁금한 거 좀 물어보고 싶네. 과연 대답을 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누구든 분조장인간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바이블 내용 바꾸었다고 억하심정 가지면 답이 없으니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날 죽여도 화풀이일 뿐 이미 틀어진 것들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지.

물론 나도 개인적으로 조사를 할 거지만 지금은 너무 단서가 없다. 천 피스짜리 퍼즐을 맞춰서 그림을 봐야 하는데 맞는 지 아닌지 확신도 안 가는 조각 서너 개만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이거로 어떻게 큰 그림을 예측하겠어. 아무튼 이 문제는 좀 더 조사해야 하는 거고 굳이 일찍부터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는 거 같다.

 

3. 바뀐 전개

음… 일단 에이스가 살았고… ASL이 재회했고… 원작과 다른 요소가 너무 많다. 과연 루피는 2년간 수련을 할까? 안 할까? 에이스가 안 죽었으니 마음가짐이 많이 다를 텐데.

어떻게 될 지는 루피가 종을 울리러 오는지 아닌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울리지 않는다면 특별한 연락을 받지 않은 밀짚모자 일행은 다들 샤본디 제도에 바로 돌아가려고 할 테니까 일찍 재회하게 될 거고, 그래서 원작보다 2년 일찍 출발하게 되면… 뭐 이후 전개는 완전히 예측 불가능이겠네.

어차피 정상결전 이후의 일은 별로 아는 것도 없어서 전개가 얼마나 틀어진 건지도 알 수 없을 텐데.

밀짚모자야 알아서 잘 하겠지. 내가 누굴 걱정한담.

 

4. 아카이누의 제안.

아카이누… 시발… 뒤져… 개새끼…

근데 지금 와서는 거절해도 아무 상관없지 않나? 지가 뭐 어쩔 거야. 지랑 손 안 잡는다고 나를 해꼬지하려고 해도 뭐 할 수 있나? 가프가 있는데? 응?

나 말고 루피나 에이스 죽이려고 해도 가프가 가만있지 않을 테니 뭐 문제없겠네.

이렇게 생각하니 가프한테 열매 준 게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네. 츠루 중장… 아니 원수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면 나중에 아카이누가 도라이 짓 하려고 한 거 꼰질러야지. 솔직히 아카이누 같은 새끼는 해군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게 정의를 위한 거고 세계 평화를 위한 거지. 6레벨에 갇혀있어야 하는 새끼가 어쩌다가 해군이 되어서… 쯧.

써놓고 보니 아카이누는 크게 고민 안 해도 되는데… 근데 시발 아카이누 생각만 해도 조각난 내장이 다시 조각모음 되는 거 같은 이 통증은 사라지질 않네… 역시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우웩…

 

5. 갈레라에 관하여

음… 이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일단 CP9을 믿기로 했으니까 털어놓는 게 중요할 거 같긴 한데… 그냥 술집 주인 했던 블루노나 워터세븐 임무 안 갔던 세 명은 몰라도 칼리파나… 특히 카쿠는 좀 배신감을 느낄 거 같은데. 루치는… 모르겠다. 그 새끼는 별 생각 없을 거 같어. 오히려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파울리만 뒷목잡고 쓰러질 듯.

카쿠는… 카쿠 차례가 오면 생각해봐야겠다. 근데 그 새끼도 나한테 잘못했으니 배신감 쌤쌤하자고 딜 해야지.

어쨌든 칼리파에겐 말해봐야겠다… 칼리파가 어떻게 생각할까. 배신감 느낄까? 그렇지만 임무 종료 이전에 아이스버그랑 알던 사이인 건 아니니… 딱히 배신이나 짜고 치는 고스톱 이런 건 아닌데. 그래도 칼리파가 많이 껄끄럽다고 하면 뭐… 공사 업체 바꾸는 수밖에.

 

6. 스팬다인

음…
음……

진짜 모르겠다. 이 양반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일단 이 양반의 행적을 정리하자면

1) 오하라의 임무에 갔던 CP는 스팬다인을 제외하고 전부 사망함
2) 내 수첩을 태움… 그게 뭔지 알고?
3) 내 시체가 남지 않게 화장해달라고 함. 심지어 아오키지한테 그걸 부탁했고 아오키지는 그 부탁을 들어줌. 왜?
4) 가장 궁금한 것. 왜 찾아오지 않는 거지? 무언갈 물어보지도 않고? 그러지 못할 이유가 있나? 오로성 눈 밖에 난 나와 만나면 본인도 찍힐까봐?
스팬다인이 정말로 머저리가 아니라 그냥 자기보신의 천재인 거면 어쨌든 들키지 않고 연락할 방법 한두 개 정도는 궁리해 낼 수 있을 텐데. 왜??

듣기로는 스팬다인은 지금 어디 아프거나 구금된 것도 아니고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다는데… 직함이 뭐더라. 주로 스팬다인 전 장관이라고 불리지만 완전 은퇴한 건 아니고 기록관리원 원장인가 하는 보직을 맡고 있다고 했다.

칼리파가 설명하길 기록관리원 원장은 영향력은 거의 없는 일종의 전관예우성 보직으로 대대로 장관이 은퇴하면 맡는 자리라고 했다. 어디 가서 중요 인물로 대접받는 건 사법섬 장관에게 청탁할 수 있는 위치라 그런 거라고…

그러면 도대체 왜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걸까? 자기보신을 위해 다 모르쇠로 나간다고 해도 아들 면회 요청을 한 번도 안 하면 대외적으로 이상하지 않나? 내가 봐왔던 스팬다인이라면 면회 요청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이고 살아나서 다행이다 아들! 건강이 최고다! 그럼 나는 이만! 하고 마이페이스로 다녀갈 것 같은데. 아니면 면회 요청했다가 바쁘다고 취소하는 액션이라도 취하던가.

모르겠다. 예전엔 스팬다인이 다짜고짜 찾아와서 내 아들은 어디 갔고 네 녀석이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냐고 할까봐 쭉 걱정이 되었는데 이쯤 되니 아예 안 찾아오고 있는 게 백배는 더 무섭다.

사실 스팬다인이 찾아와서 너 내 아들 아니지!! 하면 뭐… 네!! 아닙니다!! 하면 되는 일이잖아. 그러면 스팬다인이 어쩌겠어. 지 아들 몸에 해가 안 가게 나에게만 복수할 방법 그런 것도 없을 거고 스팬담 몸에서 나를 분리 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나야 땡큐지…

음… 모르겠다. 이건 정말로, 내가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없이 찜찜한 문제다. 안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는 거, 생각보다 엄청나게 무섭다…

…스팬다인도 나에 대해 그렇게 느낄까?

 

7. 칼리파 아버지의 수수께끼

이건 분명 수수께끼의 형태를 한 경고다.

칼리파가 수수께끼에 대해서 조사해보았지만 어떤 관련된 이야기도 찾지 못했다는 거 보면 수수께끼 속 예언자는 실존인물은 아니고 우화적인 주인공일 것이다.

일단 내가 아는 원피스의 예언자는 마담 셜리랑 아카이누한테 그 빌어먹을 예언을 한 이름 모를 사람 이렇게 두 명이다.

둘 다 공통적으로 어떤 장면을 보는 방식으로 미래를 알게 되고 그 미래는 반드시 일어난다. 예언의 내용은 대부분 D 의 의지를 이은 자에 대한 것이고.

그러니 진짜 예언자라면 수수께끼 속 사람처럼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대답해줄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점쟁이도 아닌 게, 점이란 질문에 O/X로 답해주는 구조니까.

그럼 예언도 아닌데 어떻게 구체적인 미래를 제시하고 그게 틀렸음을 증명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가?

음… 일반적인 사기꾼 점쟁이의 수법을 생각해보면 손님의 정보를 미리 조사해서 신통한 척을 한다든가… 본인이 예언한 미래를 직접 실현해서 믿게 만든다던가 하던데.

예를 들어 부자 손님을 미리 타깃으로 잡고 몇 월에 교통사고 조심하십시오… 하고 말해놓고 심부름센터 이런 거 시켜서 진짜 교통사고가 나게 조작하는 거지. 그러면 정말로 교통사고가 났으니 부자는 점쟁이가 신통하다고 믿게 될 거고 점쟁이는 부자가 굿이나 그런 거로 돈을 쓰게 유도하는 거고…

그렇지만 찾아오는 모든 사람마다 그렇게 예언을 실현시켜주는 건 솔직히 불가능하겠지. 그럴만한 능력이 있으면 왜 굳이 점을 보고 있겠냐고. 또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가짜 점쟁이었다면 틀린 걸 증명하면 돈을 다 주겠다고 말할 리가 없다.

역시 하비하비 열매 같이 기억조작이 가능한 열매 이야기 같은데…

수수께끼에서 중요한 부분은 예언자가 바다를 싫어한다는 것과 직접 만난 사람에게 예언을 해주고, 예언이 틀렸다는 것도 직접 가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예언자는 1.악마의 열매 능력자 이고 2.그 열매의 발동조건은 직접 만나거나 접촉을 해야 한다는 걸 돌려서 말한 것이다.

그럼 어떤 열매 능력에 대한 경고라고 했을 때… 굳이 수수께끼 형태로 경고한 이유는 역시 그 열매 이름을 말해선 안 되기 때문인 거겠지?

그 열매 이름을 말하기만 해도 바로 알아차리게 되는 그런 기능이… 밸런스 따윈 생각하지 않는 원피스 세계엔 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검색에 걸릴까봐 그런 것 같다.

조작조작 열매라는 게 있다고 가정하고 그 열매는 직접 만난 대상의 기억을 읽거나 조작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면 그 열매는 어떤 방식으로 발현이 될까?

예를 들어 내가 조작조작 열매 능력자라고 치자. 그리고 내가 능력자인걸 알아차린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여 나에 대해 모르게 만들려고 한다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언제 내가 능력자인 걸 알았는지, 그걸 누구에게 말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사람의 인생 기억을 다 확인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일 것이다. 그게 가능하면 주마등주마등 열매에 가깝겠지. 한 10명만 조작해도 다시는 능력을 쓰고 싶지 않아질 것이다.

그러니 분명 필요한 부분만 찾아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조작조작 열매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부분만 찾아서 본다든가, 아니면 ‘너는 지금부터 조작조작 열매에 대해서 전부 잊어버리게 된다’ 이런 식으로 키워드가 들어간 명령을 하든가.

만일 기억이 검색이 가능할 경우 조작조작 열매를 언급하는 순간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이야기 했는지도 덤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들을 다음 타깃으로 삼겠지.

하지만 갑자기 수수께끼가 생각나는 군, 같은 식으로 돌려서 경고했다면 내가 그 인간의 기억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뒤져보지 않는 이상 그 대화를 모르고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검색이 아니라 조건 명령어라고 해도 조작조작 열매에 대해서는 잊게 되지만 이상한 수수께끼를 냈던 건 기억에 있을 테니 왜 답도 모르겠는 이상한 수수께끼를 냈지? 하는 의문은 남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자신이 이상한 존재를 만났었다는 추론은 할 수 있게 되겠지.

음?? 진짜 그럴듯한데??
나 좀 천재 같은데??

잠깐, 그러면 칼리파 아버지는 마지막 임무에서 그런 존재를 만난 건가…? 그런데 마지막 임무에 높은 보안이 걸려있다는 건 세계정부에서도 그 존재를 인지하고 있기는 한 거고… 그러면…

 

“장관님!”

희고 가는 손이 내 눈앞에서 파닥거렸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아 깜짝이야.

“뭘 그렇게 집중하고 계세요? 제가 돌아온 것도 모르실 정도로.”
“아, 칼리파.”

마침 잘 되었다. 여태까지 정리한 것 좀 이야기하면서 상의해보아야지. 나는 부스럭 거리며 종이를 정리했다. 음 먼저 갈레라 이야기부터…

“에이스가 워터세븐에서 에니에스 로비 행 바다열차를 탔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뭐라고?

“네 시간 후 도착 예정이라고 합니다.”

…왜 해적새끼가 왜 바다열차 타고 당당히 오는데? 에이스 새끼 매표소에 가서 표 끊고 탄 거야? 정상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지 면상을 아는데 당당히?

저기 저 에이스인데 할아버지가 보러 오라고 해서요. 에니에스 로비 행 티켓 있나요? 이게 가장 빠르다고 들었거든요. 만 20세는 요금이 얼마죠? 뭐 그러고 탔냐?

“참고로 티켓 요금은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실에 탔는데 말이죠. 칼리파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심지어 무임승차… 아니 시발 에이스새끼 보통은 예의바른 거 아니었어? 하긴 해적인데 뭐… 아니 근데 그런 식으로 해적인 거 티 낼 필요는 없잖아. 좀 쫌스럽잖아.

“또한 열차 도시락을 20개 정도 가져가고 요금은 가프 중장이 낼 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음. 뭐. 그렇구나. 그치. 가프가 내면 되는데 굳이 직접 낼 필요 없겠지. 그래도 다행이네. 지금 면책특권 있는 거 이용해서 막 여기저기 불이라도 지르고 다녔으면 엄청 곤란할 뻔 했는데 그 정도면 얌전하네. 한 8살짜리 악동 스케일이네.

“그래서 가프는 뭐래? 가프한테도 연락 들어갔을 거 아냐.”

그때 문이 열리고 터포키가 들어왔다. 막 통화하고 들어온 모양새였다. 언제 나갔었냐. 너무 집중해서 몰랐네.

“장관님. 불주먹 에이스에 관해 급히 드릴 말씀이…”
“방금 칼리파한테 들었어. 바다열차 타고 온다며. 4시간 후에.”
“네. 그리고 그 보고를 들은 가프 중장이 손주 환영잔치를 크게 열고 싶다면서 주방에 찾아가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요리사들은 해적에게 요리 따위 해주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고 가프 중장이 손주한테 밥도 안 먹이고 보낼 순 없다고 주방에 드러누워서 시위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터포키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뭐야 씨발.

‘삐- 삐- 삐- 삐-’
“자, 장관님! 고정하십시오!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주치의를…!”

…씨발 지금 장난 하냐…?

“가프… 가프 좀 불러와.”
“장관님, 앉아계십시오. 제가 바로 불러올 테니까…”
“아니, 휠체어 가져와. 내가 거기 가야겠어. 가서…”

“가긴 어딜 갑니까!!”

경고음 듣자마자 튀어온 닥터 커틀릿이 소리를 질렀다. 생선까쓰 씨가 엄청나게 빡친 것 같았지만 그런 걸 신경 쓰기엔 나도 개빡친 상태였다.

“닥터 커틀릿. 비켜. 지금 당신이랑 입씨름 하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 도로 안 누우시면 진통제 처방 다시는 안 해줄 겁니다!!”

시발 지금 그걸 협박이라고…

“…알겠으니까 그거 뗄 생각 하지 마…”

나는 얌전히 도로 누웠다. 생선까쓰는 아카이누 앞에서도 짖는 치와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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