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3월 2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빙점 교류회에 낸 회지입니다. 교류회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소액으로 발행하였습니다. 후기 포함 16p


 카뮤와의 첫 만남은 언제나 기억 속에 선명했다. 분주한 집안의 분위기, 멀리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비명과 조금은 초조하게 보이던 아버지의 엄숙함 따위의 것들. 그러다 나뭇잎 사이를 헤치고 환한 햇살이 녹색 정원을 하얗게 물들였을 때 마법처럼 모든 것이 고요하게 변했다. 사람들의 얼굴에 가득 어린 안도와 다정, 기쁨과 설렘. 그 모습에 로넨은 어렴풋이 자신이 태어났을 때의 풍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보렴, 로넨. 네 동생이란다.”

 그날 손을 적셨던 건 덜 마른 물기였는지, 땀이었는지 모르겠다. 긴장된 걸음을 옮겨 침대에 있는 어머니의 곁으로 다가가자 비로소 그 품에 안긴 아이가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을 처음으로 마주한 로넨은 어른들이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붉고, 쪼글거리는 얼굴이라 놀랄 수도 있다던 그들의 말과 달리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이는 하얗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으니까.

“이 애가 정말 제 동생이에요?”
“참 예쁘지? 여자 아이였다면 세기의 미인이었을 거야.”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아이 머리에서 병아리의 솜털 같은 빛나는 금발을 만지작대자, 어머니의 웃음이 기분 좋게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로넨은 자신의 갈색 머리칼을 한 번 매만진 뒤, 어딘지 마음 한 구석이 간질대는 기분에 수줍은 웃음을 머금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가 내 동생이라고? 이름은 카뮤라고 했다. 카뮤, 카뮤 휴리첼. 나의 작은 카뮤.

“이 애는 제가 꼭 지켜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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