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예상했던대로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집에서 나와 새로운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어쩌면 나에겐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간 나에겐 어릴 때부터 자라온 고향이 없다는 글을 쓴적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때면 항상 잭 브라프의 가든 스테이트의 대사가 생각나기도 한다. '집이란 어쩌면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한때는 가장 좋아했던 영화였고 지금은 다시 보면 어떨지 궁금한 영화이지만 나탈리 포트먼과 잭 브라프가 수영장에서 나누는 대화는 항상 기억에 남아있다.

한 곳에서 4년 이상 살아본 기억이 없다. 항상 이사를 다녔고 전학도 그만큼 많이 다녔다. 초등학생 때는 거의 1년에 한번씩 전학을 다녔고 온전히 한 학교에 입학을 해서 졸업을 한 것은 중학교와 대학교가 전부지만 전학을 가지 않았다고 해서 이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학생때도 대학생때도 이사는 다녔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 하면서 항상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정말로 서울을 떠나 직장을 구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서울에 모든 것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직장도 서울에서 구하고 지금 사는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부모님과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에서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아직 한국이긴 하지만.

이 곳에서도 정착은 하지 못하고 있다. 온전히 나의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서 여러명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고 길으면 2년, 원하면 1년까지 이곳에 머물 수 있다. 이 곳에서의 나의 선택지는 아주 아주 좁다.

특별한 급여 시스템 때문에 오히려 학생 때보다 돈을 조금 쓰고 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럽긴 하다. 그만큼 절약을 하고 다음을 위해 아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었고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하지만 이 다음에, 몇 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계획을 세워 놓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이렇게 절약을 하는 생활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계획이 학교로 돌아가는거든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이든, 이 곳에서의 생활은 한정되어 있다. 다행히 이 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이 이상한 곳이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생활을 하고 있고 때로는 너무 큰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를 맞딱드리고 있지만 그런대로 살만하다. 한번쯤 살아보고 싶었던 지역에서 내가 생각했던대로는 아니지만 이 곳의 시간과 규칙에 익숙해지면서 살아가고 있다. 서울보다는 조금 더 조용한, 조금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이 일이 아니었으면 전혀 생각치도 못했을, 어쩌면 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내가 잊고 있던 어느 한 부분과 재회를 하고있는 기분이기도 하다.

모두 다른 배경을 갖고 모여 또 다시 다른 미래를 생각하면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나 또한 그 중 한명이며 몇 개월 후가 될지 일년 후가 될지 모르는 이 기간 동안 나는 또 다른 집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들에 알맞은 생활일지도 모르겠다. 짧으면 1년 길면 2년인 이 '집'이라는 곳에서 다음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 기대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귀찮기도 하다. 

왜 한 곳에서 오래 있을 수 없는 것일까? 내가 한 곳에 정착하는 것을 싫어해서? 어쩌면.

I ra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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