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이요?"



"네, 북서쪽지역에서 전해지는 축제라는군요. 마물같은 분장을 하고 서로를 한껏 비웃어주는 이상한 풍습입니다"



"그런데 루스 그 모습은.."



맥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루스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자, 그가 펄쩍 뛰며 손에 든 나무막대기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저,저는 같은 마법사로써! 다른 지역의 마법사에 대해 배,배우고! 직접 느껴보,봄으로!"



"안경이 참 멋지네요"



맥시밀리언이 생글거리며 웃자, 루스는 붉어진 얼굴을 망토자락으로 가리며 훽 돌아서 가버렸다. 그녀는 그제야 달라진 기사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야"





리프탄이 자신의 검대에 매달려 애처롭게 달랑거리는 호박모양의 장식을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쳐다봤다.





"할로윈이라고 오늘 다들 들떴거든요. 리프탄도 뭔가 해주시면 다들 기뻐할 거예요"



"지금 나보고 이런 우스꽝스러운 호박덩어리를 덜렁이며 나가라는거야?"



"싫으면 하지마세요"



"아니, 싫은게 아니라"




맥시가 매정하게 리프탄의 검대에 손을 뻗자,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그녀의 손을 피했다.





"억지로 하실 필요 없어요"




풀죽은 목소리에 리프탄이 다급히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고마워. 잘 간직할게"











"단장, 허리춤에 뭘 덜렁대고 나오는거야?"



"마물의 머리가 미처 떨어져 나가지 못한게 아닐까요"



"오크리의 영혼인가"



"신빙성 있어"



"없습니다. 귀부인께서 달아주신 거겠죠. 호박이지 않습니까"





기사단의 장난기 어린 술렁임은 리프탄이 검대에 손을 올리자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어? 귀부인도 준비하셨나봅니다"




리프탄을 비롯한 기사단의 시선이 루스의 지팡이 끝으로 쏠렸다.


순백색의 드레스 차림에 베일을 쓴 맥시밀리언이 멋쩍은 웃음을 지은채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근데 저 드레스는 누가 찢어먹은거야? 급하게 만들다 입고 나온건가?"



"결혼식을 마치지 못하고 죽어 한이 된 유령을 표현한 모습입니다. 책 좀 읽으십쇼"




루스의 부연 설명에 기사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프탄이 눈깜짝할 사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아슬하게 걸쳐있는 끈 사이로 내비친 어깨라인을 망토로 가렸다.




"뭐가 어째서 죽은 유령이라고?"





그의 낮은 으르렁거림에 기사단은 물론 맥시조차 당황한듯 숨을 멈췄다. 





"불만이 있으면 차라리 말로해 제발"




맥시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의 눈을 쳐다봤다.





자신의 망토로 그녀의 몸을 모두 가린 리프탄의 입에서 비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혼식을 준비해. 가장 비싸고, 화려하게. 왕실 결혼식 못지 않게, 아니 몇 배 더 사치스럽게"





리프탄의 명령에 로드리고의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졌고, 엘리엇과 루스를 제외한 기사단 역시 흥미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한건 하셨습니다. 마법사님"





엘리엇은 산더미처럼 쌓일 서류더미를 생각하며 이를 부득 갈았다. 





"아아, 귀부인의 결혼식이라니... 대체 얼마나 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실까"



하지만 그의 시름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여우귀 모양을 본뜬 봉제 모자를 쓴 유리시온이 토끼 귀를 달고 있는 가로우의 어깨를 붙잡으며 저린 가슴을 움켜쥐었다.




"리,리프탄, 저는 그러려고 한게 아니라"



"네가 죽...그딴일 따윈 없겠지만, 더군다나 그런 말같지도 않은 이유가 생길리가 없잖아.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한거야"





아예 망토로 그녀의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칭칭 감싼 리프탄이 원망스러운 목소리에 맥시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이 남자의 사고 방식은 어떻게 된건지 궁금했다.




'결혼식...'







상수리나무아래_연성을 쓰고 있습니다. 죽기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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