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이즈] 투명한

히로아카 전력

 

 

 넘버원 히어로인 데쿠가 빌런의 기습을 허락한 모습은 매스컴을 통하여 순식간에 일본 전역에 생중계 되었다. 빌런연합 이었던 잔당들이 모여서 그를 노렸다. 사람 한명의 목숨을 가볍게 빼앗아 갈 수 있는 무서운 개성을 가진 빌런들의 공격이 데쿠에게 수없이 퍼부어졌다. 단숨에 공격을 허락해버려서 큰 상처를 입은 게 아닐까?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와중에 먼지가 바람에 의해 날려가 드러난 그는 단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그리고 단번에 허공에 날아오른 데쿠는 언제나처럼 한 번의 발길질로 빌런 잔당들을 쓸어버렸다. 그 모습을 티비를 통해 라이브로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에게 환호와 경외감을 어두운 곳에서 숨어있던 빌런들에게는 절망을 심어주었다. 과거 올마이트와 비슷하게 주먹을 쥔 손을 하늘 높게 들어 올리는 모습에 저절로 사람들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외치며 찬양했다. 쓰러지지 않는 영웅. 듬직한 등과 카메라를 보며 씩 웃어 보이는 모습. 그를 이루는 모든 것에서 사람들은 무한한 희망과 함께 평화를 노래했다.

 

***

 

"또 무리했지?"

말에 담겨있는 가시가 자신을 찌르는 것만 같은 느낌에 미도리야는 흠칫거리더니 미안하다는 얼굴을 하며 웃어보였다.

"그다지 무리한건 아닌데.."

거짓말 하지 마.

발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니, 아야! 하는 작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토, 토도로키군 조금만 살살..! 끙끙거리는 미도리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토도로키는 가볍게 그의 말을 무시하고 흉터투성이의 굳은살이 박혀있는 발을 더 주물렀다.

"으윽, 어쩔 수 없었다고.. 그 시가라키의 잔당이니까 확실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악!"

어째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악력이 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말을 이어가려다 미도리야는 얼마 안 있어 입을 꾹 닫았다. 그러자 토도로키의 힘이 점점 풀리더니 마사지를 하는 듯이 발바닥 안쪽의 폭 들어간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고 뭉친 근육이 풀리도록 눌렀다. 그의 손길에 미도리야는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눈을 살짝 감고 몸에 힘을 뺐다. 그렇게 토도로키의 발 마사지를 받은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이젠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미도리야가 입을 열려는 순간, 그의 앞에 있는 존재의 입이 먼저 열렸다.

".. 혼자서 해결하지 않아도 되잖아."

원망하는 것 같으면서도 스스로 먼저 가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듯한 목소리에 미도리야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 입을 몇 번 뻐끔거렸으나 자신이 얘기하는 것은 전부 변명뿐이라 고개를 푹 숙였다.

".. 미안해."

 

시가라키 토무라와의 전면전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겨주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희생된 히어로들, 민간인들, 모든 것이 파괴되어 휑한 허허벌판으로 남겨져 있는 도시까지. 빌런연합의 총공격을 고스란히 맞아버린 곳의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먼저 선제공격을 허락해버린 히어로들의 입장에선 민간인 구조부터 시작해서 빌런연합을 물리치는 일까지 전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피해가 컸다. 그들도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더욱더. 뉴스에서 보도하는 것은 연일 힘들다는 소식과 또 어딘가 당했다. 몇 명의 히어로가 희생됐다. 몇 명의 사상자와 사망자가 나왔다는 우울한 얘기뿐이었다. 신이 모든 희망을 버린 것처럼 연이어 들려오는 것은 패전소식 뿐이었다. 국민들의 모든 희망의 불씨를 끌려고 하는 것만 같은 움직임과 행동에 점차 사람들은 지쳐갔다. 희망을 외치는 것 조차 무의미라고 느끼고, 그냥 차라리 히어로들이 모두 져서 어서 이 끔찍한 시간이 끝나길 바라는 사람들도 늘어만 갔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그렇게 국민들은 희망이라는 것을 마음속에서 지우고 불씨를 꺼트렸다. 

그러나 이런 고난 속에서도 희망은 싹튼다고 하던가. 신은 인간에게 불행과 희망을 동시에 준 다고 하던가. 마치 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과 같은 희망이라는 존재가 모두의 앞에 나타났다. 넘버원 히어로 미도리야 이즈쿠라는 존재를.

시가라키 토무라의 첫 공격에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와 뜻을 함께하는 수많은 히어로와 같이 시가라키 토무라에게 다시 한 번 맞서 싸웠다. 이미 붕괴 직전까지 가버린 도시에서 목숨을 건 싸움이 이어졌고, 처음과 무엇이 달라진지 그는 인간의 힘을 초월해버린 파워와 스피드로 차례차례 빌런들을 쓰러트렸다. 물론, 그와 함께 많은 히어로들이 함께 빌런들을 물리쳤지만 그중에서도 미도리야 이즈쿠가 보여주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수많은 빌런들을 발길질과 주먹질 한 번으로 물리친 그는 드디어 시가라키 토무라와의 1:1 전면전을 펼쳤다. 한번 번쩍하면 어느 순간 그는 허공에 있거나 토무라에게 치명타를 날리고 있었다. 동시에 그도 피를 토하거나 치명타를 허락하는 순간이 있었으나 미도리야는 입술을 꽉 깨물며 땅 위에 서서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 어떤 순간에서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흘러넘쳤다. 빌런연합의 공격에 의해 사라지고 없을 희망이라는 것이 다시 불씨를 터트렸으며, 이윽고 그것은 커다란 불꽃처럼 활할 타올랐다. 

"힘내 데쿠!!"

"부탁이야, 데쿠 힘내!!"

두려운 빌런들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집에서, 그리고 숨어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그의 이름을 외쳤다. 그를 응원하는 이 마음이 데쿠에게 닿기를. 그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빌런들을 막는 히어로들도 어린아이도, 나이든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그의 이름을 불러 외쳤다. 수백 명의 음성을. 바램을 바람이 전해주는 걸까 아니면 흘러가는 구름이 전해주는 것일까 미도리야의 주위에는 시가라키 토무라 외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음성이, 그 마음이 미도리야게 전해지는 것처럼 상처투성이에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와중에 미도리야는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강력하게 시가라키 토무라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몇 분, 아니 몇 시간이 지났을까 마지막인 것 마냥 최후의 힘을 짜내서 공격을 날리는 시가라키에게 미도리야도 최후의 공격을 날렸다. 거대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이미 허허벌판이 되어있는 곳에 흩날리는 먼지와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누가 승자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바람으로 먼지가 날려가기까지 몇 분. 그 몇 분 동안 사람들의 불안은 최고조로 올랐다. 설마 하지만 혹시나. 그가, 데쿠가 쓰러져있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마치 몇 시간과도 같은 몇 분이 흐르고 흐릿한 먼지 속에서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주먹 쥔 손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피 웅덩이 위에 두 다리로 서서 허리를 꼿꼿이 핀 채 손을 올리고 있는 데쿠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치 과거의 주먹 하나로 평화의 상징이 되었던 올마이트의 재림과도 같은 모습에 사람들은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데쿠-!!! 데쿠!!"

그야말로 넘버원 히어로. 평화의 상징의 귀환이었다. 

 

적장이 쓰러지자 잔당들은 손쉽게 무너져 내렸다. 빌런연합의 주요 간부들은 체포되었고, 빌런들은 경찰의 협력을 받아 빠르게 생포했다. 빠르게 상황을 처리하고 다친 민간인들을 구조, 도시 정리를 해가는 히어로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 누구보다 마을과 도시재건에 힘썼다. 데쿠와 시가라키 토무라의 싸움을 봐서일까. 아니,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맨 앞에서 사회를 위해 발 벗고 행동했다.

그렇게 외부적으로는 사회에 기여하고 내부적으로 그들은 큰 문제를 처리하기에 바빴는데, 그것은 바로 히어로 데쿠의 상태에 관한 거였다. 그렇게 격렬한 싸움이 끝나니, 그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배 안의 장기는 마치 폭탄에 맞은 것처럼 터져있었으며, 갈비뼈와 늑골은 이미 부서져있었으며, 다리 두 쪽은 완벽하게 부러져 있었다. 그의 몸에서 단 한 곳도 성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였다. 그 리커버리걸 조차 손을 어디서부터 데야할지, 완벽하게 완치하는 것은 무리라고 이미 처음부터 말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런 데쿠의 상처를 치료하려면 해외에서 유능한 의사를 데려오면 조금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쉽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시가라키 토무라를 쓰러트린 것은 좋았으나, 겨우 되찾은 평화가. 그것을 가져다 준 존재가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 아마 나라는 다시 한 번 큰 불안에 빠질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히어로 연합(빌런연합에게 대응하기 위해 당시 일시적으로 만들었다.)은 최대한 조용히 허나 빠르게 그를 완치하기 위해 은밀히 움직였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됐다. 히어로 데쿠는 그들에게 그 무엇보다 잃어서는 안 돼는 존재였기에.

 

***

 

전면전을 벌일 당시 1-A반은 데쿠의 행동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은 빌런 간부들을 해치우고 데쿠의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나, 데쿠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올포원과 원포올의 싸움. 이것은 애초에 동기들과는 관련이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데쿠는 그 싸움에서 혼자서 싸운다고 못을 박았다. 물론 모든 동기들은 그것을 반대했으나, 이것은 자신만의,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올곧은 눈동자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필요 없다는 듯이 오로지 데쿠만을 노리는 시가라키 토무라의 행동에서 그들도 느꼈으리라. 이것은 이 둘만의 싸움이라는 것을. 자신들이 끼어들 틈 따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쓰러지면서도 일어나는 데쿠의 뒷모습을 두 주먹을 꾹 쥐고 입술을 깨문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싸움이 끝나고 나서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훨씬 더 엉망이 된 미도리야의 모습을 본 충격이 너무나도 커서 이 일이 있은 지 이미 꽤 됐지만 술을 마실 때나 사석에 있을 때는 가끔 얘기를 꺼냈다. 그때 차라리 미도리야한테 험한 말을 듣더라도 싸움에 끼어드는 게 좋았을 거라고. 그 중에 있는 토도로키는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간부들을 쓰러트리는데 힘을 많이 소비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의 공격으로 토무라에게 빈틈을 만들었다면 그 때 그만큼 미도리야가 다치지 않았겠지. 라고. 이미 과거가 된 일이고 몇 년이 지난 일이긴 했지만, 도토로키는 미도리야가 무리할 때마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그가 다치거나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고 있는 연인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할망정 그의 등 뒤에서 보호를 받았던 그때를 생각나게  했기에.

미도리야 스스로 어렴풋이는 생각은 하고 있겠지만, 매번 무리할 때마다 자신의 가슴이 찢어진다거나 스스로 그때를 책망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리라.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하며 안절부절 거리는 미도리야를 토도로키는 손을 올려 꼭 끌어안았다. 다행히 필살기를 한번 사용한 것뿐이라 큰 외상이 없었다는 것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된다는 것이 씁쓸해 토도로키는 미도리야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와 동시에 등허리를 토닥이며 천천히 쓸어주는 행동이 참 그다워서 허리를 안은 손에 힘을 줬다. 아마 내가 그 때를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너는.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면 갈수록 무리만 해대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건지. 토도로키는 그 때 이후로 점차 커져만 가는 불안과 걱정에 입술을 짓이겼다.

 

***

 

큰 싸움이 있은 이후로 눈을 뜬 미도리야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소중한 동료들의 상태확인이었다. 토도로키가 대표로 너 덕분에 우리는 아무렇지 않아. 라고 한 말을 듣고 나서 다행이라는 듯이 숨을 내뱉은 후, 그가 한 행동은 하루라도 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움직이고 행동하기 위하여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말을 듣는 것이었다. 시가라키 토무라가 쓰러지고, 지금도 빌런연합을 체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는 걱정할 필요 없다. 몸이 낫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쉬어라. 라는 아이자와 와 동료들의 말이 있었지만, 그는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듯 이럴 때 일수록 더 빨리 일어나서 건재하다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빌런들은 더 움직이지 못할 거라는 소리를 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듯 행동하고 말하는 모습에 동료들은 입을 닫았다. 그의 말이 맞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듯한 미도리야의 이겨낼 수 없었다. 하나뿐인 소꿉친구인 뱌쿠고가 작작하고 넌 좀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나,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혹시나 연인이 하는 말은 다르지 않을까. 그들은 기대를 갖고 토도로키를 바라봤으나, 토도로키의 말에도 그는 여전했다. 그 왕고집은 어려서부터 진짜 꺾이지 않는구나. 아니 오히려 쟤 더 강해지지 않았냐.. 두 손 들고 항복한 동료들을 뒤로 하고 그는 깨어난 지 5일밖에 안된 날부터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몸이 다 낫고 나서 히어로 활동을 재개한 이후에도 자잘한 상처를 입거나 피로가 쌓이는 날이 많았지만, 미도리야는 별거 아니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허공을 갈랐다. 빌런의 주축인 시가라키 토무라가 없어진 지금 다시 평화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시가라키와 싸우기 전이 더 여유 있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미도리야는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곁에 있는 자로써 그는 테이블 끄트머리에서 떨어질랑말랑 아슬아슬한 상태로 놓여있는 투명한 유리컵만 같았다. 미도리야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 강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하고 불안했다. 이미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부서져있는데, 애써 괜찮다는 말로 포장해서 금이 간 상태를 숨기는 것이 아닐까. 고개를 들어 미도리야와 눈을 맞추니 그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라는 의문을 가지며 순수하게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 토도로키는 참담하게 일그러질 것만 같은 얼굴표정을 애써 갈무리하며 천천히 그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흠칫거리며 옷깃을 꽉 쥐는 행동에 입술을 가볍게 부빗거렸다. 그러면서 미도리야가 입고 있는 티셔츠 안으로 한쪽 손을 밀어 넣어 허리께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파르르 떨며 가는 숨을 내뱉는 모습이 넘버원 히어로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연약하고, 한없이 사랑스러워 토도로키는 미도리야가 앉아있는 소파로 그를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어느 센가 붉어져서 헐떡이고 있는 모습에 토도로키는 다른 손으로 옅은 푸름의 냄새가 나는 그의 머리칼을 쓸었다. 

"토, 도로키군.."

그리곤 자신의 이름을 내뱉는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렀다.

"지금 부를 이름은 그게 아니잖아 이즈쿠."

귀까지 빨개져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던 그는 한 손으로 토도로키의 손을 잡곤 손바닥 안쪽에 입술을 문댔다.

".. 쇼토-"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에 토도로키는 허리께를 매만지고 있던 손을 올리며 그와 조금 더 밀착했다. 혀를 얽히고 서로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야릇한 한숨과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진 토도로키는 제 품안에서 색색 숨을 내뱉으며 잠자고 있는 미도리야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조금 괘씸해서 검지로 볼을 쿡 찌르니, 그는 응.. 하는 웅얼거림을 내뱉곤 몸을 말며 잠을 이어갔다. 그런 그를 토도로키는 조금 더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이렇게 제 품 안에만 있다면 불안을 느낄 일도 없을 텐데..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참 매력적이라서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는 것이 씁쓸했다. 그 어떤 존재보다 소중하게 품에 감싸고 어루만지며 아껴줄 수 있는데, 그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 스스로 부서지더라도 주위를 지키는 사람이 바로 제 품에서 콜콜 자고 있는 미도리야 이즈쿠였다. 떨어지면 부서질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게 바로 그.

아, 아니지. 토도로키는 넘실거리며 떠오르는 태양을 한 번 보고 시선을 내려 미도리야를 봤다. 완전히 밝아져서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빛에 의해 눈을 떼면 금방 사라질 것만 같아 그는 훤히 드러난 미도리야의 이마에 입술을 내렸다.

품에 안고 있어도, 그리고 밖으로 내돌아도 금방이라도 쉽게 깨질 것만 같은 존재 일려나..

다양한것을 파는 잡덕중에 잡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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