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이 NCT라는 그룹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아이돌 그룹 댄스들을 커버하는 애매하게 유명한 중학생이었는데, 커버할 곡을 찾기 위해 음악 방송을 보던 중에 NCT의 안무에 꽃혀버렸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그들의 음악과 멤버 개개인으로서의 매력에도 반하게 되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팬싸인회에 당첨되기 위해 앨범을 수십장 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 중학생들이 받는 용돈에 비해 당연하게도 유튜브 수익은 훨씬 많았기에 그는 그 돈을 모아 앨범들이나 굿즈들을 사는데 썼고, 당연하게도 그는 거의 매번의 팬싸인회마다 당첨되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좋았다. 




해찬은 멍하니 바닥에 피범벅으로 널부러져 있는 자신을 관찰했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장면에 꿈인가, 라고 생각할 무렵 담담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꿈은 아니야. 이게 현실이지."


해찬은 잠깐 흠칫 놀라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얼마전에 종영한 도깨비에 나오는 저승사자의 차림을 한 키 큰 낯선 남자를 보자 왠지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거 몰카죠?"


배시시 웃어보이는 해찬에 저승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해찬이 방문한 서른번째 팬싸인회에 해찬은 사망한 것이었다. 그것도 꽤나 드라마틱하게. 마크에게 원한이 있던 여자가 마크를 죽이려고 칼을 휘두르자 해찬이 자신을 마크의 방패로 삼았다는 것이다. 


"마크 형한테 적이 있다구요?"


해찬의 동그래진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머뭇거리던 저승사자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쟈니야. 그리고 마크가 4살때부터 알고 있던 형이야. NCT에 합류할 뻔했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 어떻게 아이돌을 해. 널 죽인 여자는 친누나인데 내 죽음에 마크가 관련이 있었다고 오해를 하고 있었어. 미안해...전혀 상관도 없는 너조차 얽히게 될 줄은 몰랐어."


쟈니는 미안함에 해찬이 직접 마크와 대화할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다. 계속은 못 하고 한 세 번 정도, 라고 쟈니는 말했다.







첫만남에 해찬과 눈이 마주친 마크는 눈물을 쏟아냈다. 


"음방 1위했을때는 절대로 안 울었으면서."


해찬의 장난기어린 목소리에 마크는 왠지 더 씁쓸해졌지만 억울하게 죽은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에 애써 명랑한 척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로 그 날은 해찬과 마크는 각자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두번째 만남에는 해찬과 마크가 춤을 맞추어보았는데, 마크가 너도 우리 그룹에 합류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투정 섞인 소리를 했다. 



마지막 만남은 마치 첫만남과 같았는데, 해찬은 본인이 떠난 이후에 읽어보라며 쪽지를 남기고 갔다. 해찬이 떠나고 난 후 한참을 울다가 퉁퉁 부은 눈을 한 채로 마크는 쪽지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마크 형,


나 없어도 잘 지낼거라고 약속해줘.

나한테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말구. 쟈니형한테도.

형은 잘못 하나도 없어.

아마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겠지?

형의 세상도 나를 몰랐던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랑 쟈니형 가끔씩은 기억해줘.

언젠가는 다시 보자.  


해찬


P.S. 해찬은 내 유튜브 계정용 가명이고 내 진짜 이름은 이동혁이야.




마크는 해찬의 쪽지를 다시 접어 서랍에 넣었다. 그 서랍 안에는 어린 시절 쟈니와 같이 찍은 사진도 있었다. 




"When the whole world is running towards a cliff, he who is running in the opposite direction appears to have lost his mind." - C. S.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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