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학교 및 인물은 모두 허구임을 밝힙니다. 감상에 유의해 주세요!











동정 없는 세상 02

소문과 진실













소문은 빨랐다. 정국이 지민에게 들이댄다는 이야기가 온 학원가에 퍼졌다. 지민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정국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아는 사이냐, 친하냐, 근데 재국이랑 사촌인 건 언제부터 알았냐, 지민은 그 어떤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답을 잃은 질문들이 둥둥 떠다녔다. 


대치동 엄마들에게 가장 빨리 퍼지는 소문은, 전교 1등이 다니는 학원에 대한 정보였다. 특히나 과고 엄마들에게 수학, 과학 1등의 위치는 디스패치 1월 1일 스캔들기사 만큼이나 핫이슈였다. 반면 아이들은 달랐다. 1등이 다니는 학원보다 1등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1등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했다. 때문에 박지민을 따라다니는 꼴통 전정국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불과 2주일만의 일이었다. 


정국은 마치 지민의 가방에 달린 백참 같았다. 


"끝났어?"

"쉬는 시간."


학원 안에서 정국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건 꼴에 가족이라고, 재국뿐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국을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정국과 말이라도 섞으면 마치 큰 병이라도 옮을 것처럼 굴고 있었다. 수업을 듣지 않으면서도 정국은 밤 열시부터 학원에 죽 치고 앉아 있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불이 꺼지고 조용한 와중에도 졸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지민을 언제나 예의 주시 하고 있었고, 재빨리 그 뒤를 좇았다. 쉬는 시간, 지민이 희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걸 본 정국은 계단을 두개씩 뛰어 넘으며 달렸다.


한바탕의 라이딩 무리가 지나간 후,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자정을 앞둔 탓에 웬만한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편의점만 불을 밝게 켜둔 채 허기진 아이들을 기다렸다. 정국은 사거리 모퉁이 닭꼬치 포장마차에 서 있는 지민을 발견했다. 


"아저씨 저도 양념 하나요."


정국은 자연스럽게 지민의 옆에 섰다. 지민은 여전히 놀라지 않았다. 희수와 나누던 대화도 멈추지 않았다. 정국은 재국이 희수에 대해 말해준 것이 생각났다. '윤희수, 아졸이니까 웬만하면 말 섞지마.' '아졸이 뭔데? 아침마다 졸아?' '하 무식한 놈, 아이큐 조졸자. 말 섞어봤자 무조건 너가 말리니까 입도 뻥긋하지마.' 생전 처음 들어 보는 단어에 정국은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졸, 조졸, 조진, 똑똑한 놈들이 다닌다는 학교도 말 줄여 쓰는 건 매한가지였다. 웬만하면 말을 섞지 말라는 재국의 경고가 있었지만 희수와 거리를 두기엔 무리가 있었다. 지민의 단짝은 희수였고 두 사람은 늘 세트로 움직였다. 정국이 보기엔 둘이 사귀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재국이 절대 그건 아니라고 했다. 


정국이 받아든 닭꼬치에서 모락모락 김이 났다. 흘긋 본 지민은 어느새 절반은 먹은 후였다. 닭고기가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낸 뾰족한 꼬치가 꽤나 위험해 보였다. 지민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고기를 새 모이만큼 조금씩 떼어 먹고 있었다. 꼬치에 묻어 있던 양념이 지민의 입술로 옮겨갔다. 정국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달큰하고 짭쪼롬한 맛.


"야, 이리 줘봐."


정국이 지민의 손에 있는 것을 빼앗았다. 그러곤 한 켠에 놓인 가위로 날카로운 끝을 잘라냈다. 먹기 좋기 깔끔해진 닭꼬치를 지민에게 돌려 주었다. 


"공부 잘한다면서 뭐 그렇게 불편하게 먹냐? 이걸 자르면 되잖아. 목구멍 찔리겠다."

"몰라서 안 한 건 아닌데."


고맙다는 말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지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너도 줘봐."


정국은 한 손에 가위를 든 채 희수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희수는 순순히 정국에게 먹던 꼬치를 내밀었다. 마찬가지로 정국은 먹기 편하게 꼬치를 다듬어 돌려주었다.  


"고마워. 넌 뭔가 전재국이랑 느낌이 다르다?"

"그 새끼가 학교에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비교는 거절."


지민과 다르게 희수는 정국에게 꽤 호의적인 말투였다.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민은 쳐다보지도 않는 정국의 얼굴을 희수는 잘도 눈을 맞췄다. 그렇다고 반하면 곤란한데, 정국이 혼자 피식거렸다. 공부 잘하든 못하든 미의 기준은 절대적인 법이지.


"그만 가자."


남은 꼬치를 한 입에 밀어 넣은 지민이 입을 오물거리며 앞장섰다. 정국을 지나치는 지민에게서, 그새 옷에 배었는지 옅은 숯불향이 났다.


"내 전번 줄게. 지민이 관련해서 도움 필요하면 말해."


희수가 정국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국은 주머니에 넣고 왔던 휴대폰을 넘겼다. 희수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누르고는 [29기 윤희수] 라고 썼다. 정국의 번호를 자신의 휴대폰에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29기가 뭐냐? 너 해병대야?"

"아 일반고는 그냥 학년인가, 우린 기수 붙이는 게 습관이라."

"아..."


별 거지같은 방식이다, 라고 정국은 속으로 생각했다.


"전재국이랑 생각보다 서로 잘 모르나봐? 우린 평일엔 내내 기숙사라 연락 안돼. 지민이가 카톡을 안하는 건 아냐."


희수가 먼저 가버린 지민을 뒤따라 내리막길을 달려갔다. 재국이 희수와 말을 섞지 말라고 했는데, 얼떨결에 전화번호까지 받아 버린 정국이었다. 아이큐가 남들보다 높다더니 배려심도 남다른 건가, 학업적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인지 아니면 진짜로 자신에게 반한 것인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지민과 가까워지는데는 도움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자고로 누군가를 공략하려거든 그 친구부터 공략해라, 라는 말도 있으니까. 


"니가 윤희수 전번을 땄다고?"

"어. 지가 주던데?"


재국의 엄마이자 정국의 작은 엄마가 라이딩을 나왔다가 정국을 봤고 얼떨결에 같은 차에 타버렸다. 지민을 기다렸다가 가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정국과 재국은 앞자리로 이야기가 넘어갈 새라 작게 소근거렸다. 


"언제? 왜?"

"닭꼬치 먹다가."

"윤희수랑 말 섞지 말라니까."

"야 박지민이랑 맨날 붙어 있던데 어떻게 말을 안 섞냐?"


재국이 못마땅한 눈빛을 쏘았다. 욕을 한 바탕 해주고 싶는데 참는 얼굴이었다. 자신의 엄마가 듣기라도 할까봐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정국은 재국의 저런 행동들이 늘 이해되지 않았다. 가족들에게도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처지라니, 십 팔세니까 시팔, 존나, 욕도 하고 사는 거지.


"아이큐 존나 높다 그래서 외계어라도 쓸 줄 알았더니만, 박지민이랑 날 도와주겠다던데?"


정국이 휴대폰에 저장된 희수의 전화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재국은 정국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러더니 저장된 연락처를 삭제했다. 


"너 뭐하는 거야!?"


정국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앞자리에 있던 재국의 엄마가 룸미러로 둘을 봤다. 재국이 아니야 엄마 신경쓰지 말고 운전해, 라고 말하자 다시 시선이 걷혔다. 


"윤희수랑 말 섞지 말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어금니를 꽉 깨문 듯 재국이 말했다.


".....너 혹시."


정국은 속의 말을 또 한 번 삼켰다. 재국의 엄마가 들어서 좋지 않을 말은 제게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성적이 9등급이라는 거지 센스가 9등급은 아니었다. 재국이 단순히 성적만으로 지민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희수와 단짝인 지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하, 이 새끼 봐라. 벌써 미래 계획이라도 세우는 건가, 아이큐 조기 졸업자라더니, 좋은 유전자를 가진 여자애라 좋아하는 건가. 솔직히 박지민 보다 예쁜 얼굴도 아니던데, 정국은 그제야 재국이 자신에게 박지민을 가지고 놀아 달라고 한 이유에 대해 조금 더 납득이 됐다. 


재국은 자신보다 지민이 성적이 나아서, 희수가 지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지민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라도 하면 자신이 희수의 남친 자리라도 꿰찰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정국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껄껄 웃음이 났다. 금방이라도 투닥거리며 싸울 분위기를 조성하던 사내 녀석 둘이더니, 한 쪽은 뭐가 좋은지 배아프다며 웃어댔고 한 쪽은 잔뜩 성이 난 얼굴이 됐다.



















[박지민 수학 학원 위치 사진 첨부한다, 지도 볼 줄은 알지? 오늘 엄마 라이딩 못 나오셔서 택시 탄대]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지만 정국은 단번에 희수임을 알았다. 일요일 오후,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던 정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국은 재국과 지민이 다니는 국어 학원만 늘 따라다녔다. 고작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걸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던 차였다. 수학 수업이 끝나면 지민은 다시 기숙사 행이었다. 그러면 또 평일 내내 그와 연락을 할 수도,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 여전히 희수와 말을 섞고 있는 걸 재국이 안다면 개진상을 부리겠지만, 어떤 수단이든 지민을 넘어 오게 하는것이 우선이었다. 


정국은 청담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티역에서 내렸다. 금방 영업을 종료한 롯데 백화점에서 빠져나온 사람들로 역 부근은 복잡했다. 킥보드를 탈까 하던 정국은 그냥 걷기 시작했다. 곧 봄이 되긴 하려는지, 날이 퍽 좋았다. 우뚝 솟아 있는 롯데타워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이 번쩍거렸다. 미세 먼지 하나 없는 날씨였다. 지민의 국어 학원이 은마아파트 사거리를 기준으로 아랫 동네였다면, 수학 학원은 포스코 사거리 방향으로 난 윗동네에 있었다. 


"박지민!"


희수가 보내준 지도를 보고도 정국은 조금 헤맸다. 그 건물이 죄다 그 건물 같았다. 익숙해지나 싶은 거리였는데 아직은 정국과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학원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탓에 간판들이 섞여 있었고, 알아보기 어려웠다. 겨우 수업 끝날 타이밍을 맞췄다. 


지민과 함께 나오던 희수가 정국을 먼저 알아봤다. 그러곤 뒤로 한발 물러섰다. 지민아 나 먼저 갈게, 하면서 다른쪽 방향으로 달렸다. 아이큐가 높으면 센스도 남다르다, 희수 덕분에 정국은 그것을 학습했다. 


정국을 무시하고 지민은 휴대폰만 봤다. 같은 건물에서 나온 아이들이 정국을 흘깃거렸다. 쟤가 걔구나, 박지민 따라다닌다던 양아치, 생긴 건 멀쩡하네, 공부 잘할 얼굴은 아니긴 하다, 하여튼 공부 잘하는 것들이나 못하는 것들이나 남 이야기 안 들리게 하는 매너는 죄다 화장실 변기에 쓸려 보내고 나온 것 같았다. 정국은 그런 말들에 익숙했고 개의치 않는 능력도 탁월했다. 얼굴 색 하나 바뀌지 않고 지민의 옆에 바짝 붙어 섰다. 그러곤 지민의 휴대폰 화면을 자신의 큰 손으로 덮어 가렸다. 


"내가 택시 불렀어, 데려다 줄게."

"니가 왜?"

"오늘 엄마 안 나오신다며, 기숙사 갈거지? 니네 학교 여기서 은근 멀더라?"

"그러니까 니가 왜?"

"왜인지는 니가 나랑 대화 할 마음이 생기면 그때 알려줄게."


정국이 부른 택시가 도착했고, 정국은 지민을 안쪽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다. 지민은 반대쪽 문에 바짝 붙어 앉았고 창문쪽으로 고개를 완전히 돌렸다. 삼성로에서 통일로까지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지민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음악을 듣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창밖만 봤다. 그런 지민의 뒤통수를 정국도 내내 바라보기만 했다. 한쪽으로 틀린 허리가 아픈 줄도 몰랐다. 


학교 앞에 택시가 멈추자 지민이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려고 했다. 정국이 카카오 택시로 이미 결제한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플 결제야 그냥 내려."


먼저 내린 정국이 지민이 내리기 편하도록 문을 열고 기다렸다. 지민이 멀리서부터 엉덩이를 끌고 움직였다. 정국이 편하게 잡고 내리라고 손을 내밀었다. 공주님을 에스코트하는 왕자님처럼, 당연히 지민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정국이 택시 문을 닫았고, 지민은 학교 정문을 향해 걸었다.


"야 잠깐만 차비는 내야지."


정국이 달려와 지민의 손목을 붙잡았다. 미세하게 오르막이었는지 정국보다 작은 지민이었는데도, 아래쪽에 서 있는 정국과 지민의 시선이 딱 맞아 떨어졌다.


"계좌번호 줘."

"... 돈은 됐고."


그렇게 말하고는 정국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미 한 차례 엄마들의 아이들 배달이 끝났는지 주위가 조용했다. 정문에서 기숙사로 난 길로 올라가는 몇몇 아이들의 뒷모습만 보였다. 


"....."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 한참을 아무말 않고 서 있는 정국이 지민은 이상했다. 차라리 뭐라고 종알대면 뿌리치고 갈 생각이었는데 여기저기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뭐해? 돈 말고 뭐 달...."


정국이 붙잡고 있던 자신의 손에 힘을 주고 제 쪽으로 지민을 끌어 당겼다. 높이를 맞추고 있었던 탓에 수월했다. 정국은 지민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간다. 다음주에 보자."


정국은 지민의 손목을 놓자마자 아래쪽으로 미친 듯 달렸다. 내리막길이었고 다리의 속도는 겉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억지로 브레이크를 건다면 넘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었다. 




















금요일은 정국에게 일주일 중 가장 특별한 날이 됐다.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는 제 주제가가 될 것만 같았다. 지민에게 멋대로 뽀뽀를 때리고 나서 며칠 동안 잠을 뒤척였다. 지민이 그러길 바라는 마음에 한 행동이었는데 이상했다. 먼저 달려든 여자들만 만나봤지 자신이 먼저 달려 든 적이 처음이라 그랬을지도 몰랐다. 아침에 눈을 떠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지민을 만나게 될 밤 10시까지 정국의 심장이 내내 초조하게 뛰었다. 100미터 경주를 앞두고, 스타팅블록을 밟고 있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정국은 일부러 지민이 수업 끝날 때까지 눈에 띄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난주에 밀었으니 이제 당길 차례, 지민이 저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봐야겠다 싶었다. 정국은 검정색 볼캡을 깊게 눌러쓰고, 학원 건물 옆 맘스터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하원하는 아이들과 심야 수업을 들으려는 아이들이 뒤섞이며 거리는 또 다시 복잡해졌다. 그 틈에서도 정국은 언제나 지민을 단번에 찾아냈다. 어김없이 희수와 웃으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 

[조진주]


"뭐야 이 시간에 왜 전화질."


휴대폰에 찍힌 이름을 확인한 정국이 전화를 무시했다. 전화는 몇 번 울리고는 끊어졌다. 정국은 지민을 놓쳤을까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기 있었네?"


정국은 제 앞을 가로 막고 선 얼굴을 보고 그대로 놀라 다시 주저 앉았다. 


"조진주, 너 여기 어떻게? 니가 왜 여기 있어?"

"넌 실물도 역시 잘생겼구나!! 내 눈이 틀림 없었어!!"

"너 뭔데 도대체."

"너 보고 싶어서 올라왔지. 위치 추적 어플 쩐다? 졸라 잘 찾네."


꺅꺅 거리는 비명과 함께 진주의 목소리가 온 거리를 장악했다. 학원 근처에 다다른 아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정국은 이미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박지민을 외치는 전정국이었으니까, 


진주는 몇 달 전부터 정국과 카톡과 보이스톡, 페이스톡을 주고 받던 애였다. 부산에 산다고 해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 여자친구 남자친구라고 불렀다. 그런 그애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나타났다.


"전정국?"


희수가 정국을 먼저 알아봤다. 지민 역시 정국을 봤다. 진주는 희수를 보자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고작 열 여덟이라고 해도 직감을 가진 여자라는 건가, 진주는 단번에 가시를 세웠다. 


"너 뭔데 우리 정국이 이름을 불러?"

"그러는 넌 누군데?"

"나? 정국이 여자친구."


씨발, 좆됐다.


정국이 미처 진주를 막기도 전에 그 애 입에서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여자친구란 말에 길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지민만 빛이 났고, 지민만 움직였다. 터벅터벅, 지민이 정국과 진주에게로 걸어왔다. 


"전정국,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니가 어떤 개수작을 부려도 난 안 넘어가."

























연재 텀이 너무 길어서

절 잊으신 건 아니겠됴... 🥺



22년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러 와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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