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 죽엇어 캐붕도 잇어 내용도 산으로 갓어 그치만 힘냇으니까 


밧슈 더 스탬피드. 속칭 휴머노이드 타이푼. 

멀리서 보더라도 눈에 띄는 새빨간 코트를 입고 사막을 횡단하는 존재. 어느새인가 그의 목적지를 위해 합류해 버려 현재는 그의 여행 동반자, 내지는 애인…이라고도 부르는 사이가 어느샌가 되어버렸는데. 아무튼 도시 하나를 날려버렸다던가, 험악한 소문과는 다르게 실제 마주했던 사람의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말랑했으며 그 안이한 생각 머리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듦과 동시에 혈압 오르게 만드는 극과 극. 그 어이없는 생각에 납득인지 뭔지 언제부터인가 그 말랑한 생각에 저 또한 어느샌가 물들어버려 제법 성가신 꼴을 당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말하자면 좋은 녀석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 막 도시에 도착하여 재정비를 위해 갈라진 울프우드가 용건을 마치고 주점으로 돌아왔을 때 본 것은 제 동반자께서 잔뜩 쩔쩔매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역시 사람에게 물렁하기 그지 없어서 제대로 밀어내지도 않는 게 답답하지만 어쩌겠는가. 저런 성격에, 아무리 말해도 들어먹지를 않는 것을. 

어이, 빗자루?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떼어내며 고개를 까딱, 그게 뭐 하는 꼴이냐며 말하는 울프우드를 발견한 밧슈는 조금 전의 안절부절이 무색하게 얼굴색이 환해져서 그의 이름을 외쳤다. 울프우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환해져서 제 쪽으로 손을 붕붕 흔드는 꼴이 곤란한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은 듯한 게 너무 기뻐보여 역으로 얄미운 모습에 가까웠으나 막상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대상은 제법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여기, 여기로! 그새를 못 참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꼴이 방정맞아 한숨을 푹 내쉬며 다가갔다. 

”그래서? 뭔 일이고?“

“아니 글쎄, 이쪽의 아가씨께서 막무가내로 너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와서 말이야. 네 이름을 아시는 게 네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고. 너는 언제 올지 모르고! 그런 와중에 마침 네가 막 도착한 거 있지.“

그런 울프우드에게 여성은 성큼 다가왔다. 

“니콜라스? 니콜라스 맞죠?” 

제 이름을 부르는 여자에 울프우드는 고개를 기울이며 잠시 고민하던 기색이었다. 그러다 한 이름을 내뱉었다. 
미쉘? 울프우드는 제가 부른 이름에 수긍하며 말을 붙여오는 여자에 제법 그로서는 드문 곤란한 얼굴을 했다.

밧슈는 순간 아차 했다. 조금 불편한 사람인 걸까. 그렇다 쳐도 저런 울프우드는 처음인데, 오기 전에 떠나보내는 편이 나았으려나? 사적으로 울프우드가 아는 사람은 처음이라서. 뒤늦게 고민해 보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오랜만이구만. 1년 만인가?“

“그때 짧게 있다 가서 아쉬웠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여서요.”

다시 만났네요. 일부러 찾아왔는데 거절할 건가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윙크하는 모습이 제법 사랑스러웠는데 분위기가 묘해서 어라, 이거 설마 그건가?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나 먼저 올라가 있을게, 울프우드!"

어이, 빗자루…!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후다닥 계단을 올라갔다. 울프우드의 짜증내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

적당히 시간을 때우며 씻고 나왔을때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돌아온 울프우드가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적당히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말을 걸었다. 기웃거리며 머리를 탈탈 털어내자 물 튄다는 듯 울프우드가 머리를 꾸욱 밀어냈다. 물 튄다. 

"어라, 혼자 올라왔어? 빨리 왔네." 

"먼 큰 일이라고."

"아니 그치만 그 사람 예뻤고?" 

"하아?"

그 쪽이랑 있다 오려나 했지? 역시 나같은 거 보다는—

—빠직, 그런 소리가 났던 것도 같았다. 어라, 화났어? 

"… 니 뭐 잘 못 먹었나?"

"웅?"

"열 받게 뭔 소리고. 니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아니,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그치만! 이 멍청이가 사람 짜증나게! 할 말 있음 똑띠해라!!" 

"아님 니 설마 질투하나."


별 생각 없었는데 그 말을 듣고나니 어라, 그런건가? 

아니, 근데 뭐야. 자꾸 왜 꼬투리 잡는데! 


"…몰라~! 근데 뭐! 애인이 다른 사람이랑 나는 모르는 얘기 하는 거 보고 그러는 게 뭐가 나빠!"

"거절하고 왔다 안카나! 그리고 니가 먼저 도망갔다 아이가! "

"전에도 만났던거 아냐? 그럼 왜 예전에는 안 한 건데!"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 

"뭐가 다른데!"


하아,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쉬는 울프우드에 밧슈는 입술을 더 삐죽였다. 


"지금은 확실히 애인이 있다고 말하고 왔다.  뭐, 그땐 아니었으니까."

엑.

"말 했다 아이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리고 감정 상하는 일이나 잘못하고 있는 게 있다면 확실히 말해라. 저짝과는 예전에 어쩌다 만난 적이 있었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 니가 이렇게 신경 쓸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왜? 연애 처음 하는 사람 첨 보나."

비죽 웃으면서 말하고도 제가 꺼낸 말도, 상대의 반응도, 지금 이 상황 자체도 머쓱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뒷목을 쓸어내리는 울프우드를 보자 밧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뭐, 불만있냐! 는 듯 눈썹을 치켜세운 
울프우드를 보며 밧슈는 믿지 못할 말을 들은 것처럼 되물었다. 

에? 믿지 못할 말을 들은 것처럼 밧슈는, 

"에엑 잠깐, 처음?!?!"

머리를 싸매고는, 이거 뭐야? 근데 울프우드를 그냥 냅뒀다고?! 아니, 물론 지금은 내 울프우드니까? 당연히 좋지만? 정말 아무도 없었다고? 제멋대로 잔뜩 헛소리를 내뱉었다.

그 말을 고대로 입밖으로 낸 밧슈에, 그 말을 그대로 듣고있던 울프우드에. 어라, 귀 빨개진 거야? 귀여워, 울프우드! 어느 새 다시 뺀질뺀질 해져서는 옆으로 엉금 기어온 밧슈가 숙인 머리카락 사이로 발갛게 물든 귀를 보고 귀엽다는 듯 웃으며 팔에 찰싹 달라붙어 고개를 들이밀었다.

"응? 응? 울프우드으?"

”…그래, 제대로 거절했으니까.“

" 에엑, 뭐야! 그럼 그건 플러팅인거 맞았잖아!” 

“이 멍청이가! 머 그럼 어카라고! 그게 내 맘대로 되나!”


“울프우드는 바보! 내 맘도 모르고!" 

"그니까 멋대로 토라지지 말라 안카나, 멍청이가!!!"

끝내 참고 있던 빡침이 해일처럼 몰려온 듯 울프우드는 밧슈의 멱살을 억세게 틀어잡았다. 한 손에 덜렁 끌려 올라간 밧슈는 억울하다는 투로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꿍얼꿍얼, 나도 울프우드한테...! 


그리고 다가온 것은 이마를 때려 박는 통증! 


너무해! 진짜로 때렸어. 

머리 박치기 아파! 울프우드 돌머리! 


찡찡대는 밧슈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던 울프우드는 곧바로 튀어나오는 소리에 다시 한번 이를 깍 깨물었다. 

어라, 장난이 너무 과했나? 다시 한번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외쳤다. 

“꺄악! 울프우드 미…!“ 

밧슈는 곧 다시 다가올 충돌에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해, 잘못했어! 그런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 다가온 것은 통증이 아닌 습기를 머금은 접촉.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곧바로 떨어져 나간 온기에 채 상실감을 느낄 새도 없이 그런 입술 위로 한 번 더 마주 오는 온기에 입을 멍하니 벌렸다. 어라? 뭐야 이거 무슨 상황? 

"자, 첫 키스다. 됐나." 

팽 하니 쥔 옷자락을 던져내며 울프우드는 반대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그렇게 삐딱하게 서서 저를 내려보는 울프우드에 밧슈는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이거 그거야? 그린라이트? 아니, 근데 이미 애인 사이인데 그런게 있을 수 있나? 


"이제 더 줄게 없는데 어쩌나. 

어쩔래, 빗자루? "


짧은 접촉에 아쉬워할 새도 없이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밧슈는 화악ー입을 꾹 틀어막은 채로 터질 듯한 얼굴을 감싸 안으며 눈을 꿈뻑였다. 어떡하면 좋아, 이대로 얼굴이 펑 터져버릴 것 같았다. 

울프우드, 유죄! 죄명은 애인의 심장을 다시 훔쳐 감! 

- 울프우드…
- 머고.
- 책임질게,
- 하아? 
- …결혼할까?
- 이게 미칬나.



"우웃, 울프우드, 너무 좋아…."
"바보냐, 그만 들러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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