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Katy Perry - Birthday

https://youtu.be/jqYxyd1iSNk



5교시 문학 수업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시경은 쌤 몰래 자신을 툭툭 치는 짝꿍때문에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이거나 받어 빨리. 옆 자리에 앉은 짝꿍은 귀찮은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 모양인지 책상 아래로 조그만 쪽지를 시경에게 신경질적으로 건넨다. 시경은 책상 위에 교과서를 세우곤 곱게 접혀진 쪽지를 문학쌤 몰래 펼쳤다.


오늘, 알지?

-♥︎


시경은 쪽지의 끝에 귀엽게 그려진 앙증맞은 하트를 보곤 킥킥 웃는다. 


“이시경! 뭘 혼자 쪼개고 있어. 일어나서 33쪽 읽어봐.”

“..네엡.”


3분단에서부터 날아온 쪽지, 그 발신자가 시경을 뒤돌아본다. 


“……”


교과서를 들고 33쪽을 펼친 시경이 발신자에게 남몰래 윙크를 한다.



커플

w. 앳



“여행가셔서 내일 오실거야.”

“우리 그럼 뭐하지? 집에 들러서 짐이라도 챙겨갈까?”

“아니아니.”

“몸만 갈까?”

“어어엉?!”

“같이 밥부터 먹자. 나 배고파, 시경아..”

“뭐야. 프러포즈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에-!”

“…”

“…!”

“..맞는데.”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던 강우가 시경의 입술에 제 입술로 도장을 찍는다. 금세 개구쟁이가 된 강우가 놀란 시경의 얼굴을 보곤 괜스레 볼을 톡 건드린다.


“야아- 갑자기 이러면.. 너무해 ㄱ,!!”





“아니야-! 어어어!!!! 저거저거!!!”

“죽어라 죽어!!!”

“그래 저거!!! 저것만 노려!!!”

“으어어어!!!”

“아!!!”

“아, 아깝다!!!!”

“아깝다 진짜!!…”


휴… 두 방만 때리면 보스몹 잡았을텐데. 

진짜 아까워!!


몇 시간 뒤, 시경의 집 거실이 그 사이에 난장판이 되었다. 같이 시켜먹은 치킨의 뼈가 나뒹굴고 냉장고에 넣어뒀던 1.25 리터 콜라 한 병은 그야말로 순삭이었다. 과자 봉지에 부스러기까지. 거실 바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나마 깨끗한 곳이라곤 시경과 강우가 앉아 게임기를 두드리는 소파 뿐이다.


“시경아! 우리 이거 치우자.”

“에..? 이따 치우면 안 돼?”

“치우자.”

“아라썽..”


엄마가 그렇게 제 방 치우라고 닦달을 할 땐 귓등으로도 안 듣던 시경은 오직 강우의 말에만 고분고분하다. 너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치울게! 강우를 앉혀둔 시경이 평소 발휘하지 않았던 정리 스킬을 이럴 때 써먹는다. 우리 남친이 치우라 하는데 후딱 치워야지…! 그 집중과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를 가고도 남았을 것 같다. 


그리고 열정이 제일 필요한 순간은 바로..!


“깨끗하지??”

“옆으로 와봐.”


강우가 제 옆자리를 팡팡 치며 시경을 부른다. 


“여기 누워.”

“응?”

“여기.”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제 허벅지를 베고 누우란 말인가보다. 흐힣 부끄럽게..!


“우리 아직 이럴 때 아니에,”


퍽! 으헙, 갑자기 배 때리면 어뜨케.. 강우야! 제대로 눕지 못한 시경이 아픔에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잘 좀 누워봐. 그새 땀 났네 우리 시경이.”

“응, 닦아줘어-”


강우가 교복 소매를 당겨 시경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준다. 시경이 넌 이렇게 누워도 잘생겼어. 아니야 넌 아래에서봐도 잘생겼어 예뻐. 서로 달달한 칭찬을 주고받는다.


“.....!”


그러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시경이 강우의 뒷목을 살짝 그러쥐고는 제 쪽으로 당긴다. 강우 역시 고개를 아래로 내려 시경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춘다. 가볍게 닿았던 입술이 금세 진득해졌다. 입술이 맞닿아 혀가 얽히고 타액이 오고간다. 진해질 생각이 없었는데도 몸이 이끄는대로 입술이, 혀가 움직인다. 갈증이 인다.


“으음.....”

“으응....”


어느 순간 강우 위에 올라간 시경이 강우의 교복 상의에 손을 넣는다. 차가운 손이 맨살에 닿으니 움찔하는 강우였다. 그런데..!


띠리링 철컥. 

쿠웅-! 


“으헉!!”

“헙!!!”

“시경이 왔니~?”

“어흐흡, 어어어! 어 나 왔어 엄마!”


왜 거실은 현관문이랑 가까운거야…!! 둘 밖에 없는 집에서 진도가 나가려는 찰나, 여행을 가셨다던 시경의 엄마가 갑작스레 집에 오셨다.


“어... 안녕하세요...!”

“어라? 강우도 있었네? 자주 본다 요즘에. 잘 지냈니?”

“하하... 네. 잘 지내죠.”


교복을 반듯이하고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춘 강우가 시경의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엄마 근데 내일 온다며...”

“갑자기 여행이 취소돼서 말야. 아빠는 친구들 만나러 나갔고.”

“아.....”

“왜? 혼자 못 있어서 서운해?”

“어.”

“아이구 아들 자식 키워봐야....”

“아, 알았어. 알았다구.”

“저..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니야 강우야.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 먹구 가렴.”

“방금 시경이랑 먹어서.. 괜찮아요.”

“아 그러니? 근데 집안이 깨끗하네? 웬일이야 시경이가.”

“아 뭐...”

“강우가 다 치웠구나? 너는 애가 친구한테 치우라 하고,”

“아니, 아니에요! 시경이가 다 치워줬어요. 저는 아무 것도 안 했는걸요...” 

“어머, 그러니? 철이 다 들었네. 우리 시경이가.”

“아 됐어..! 나 강우 배웅해주고 올게.”

“그래, 그래라. 강우 잘 가고!”

“네, 가 볼게요. 안녕히계세요.”



* *



“미안해. 여행이 취소될 게 뭐람. 같이 있고싶은데..”

“아니야.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뭐..”


버스정류장이 오늘따라 너무 가까웠다. 강우를 보내기 싫은 마음에 입이 댓 발 나와있는 시경이다. 걷다가 땅에 널린 돌멩이들을 괜시리 툭툭 건드린다.


“다음엔 우리집 놀러와. 방에 같이 있자.”

“..응! 그러자 꼭!”

“이따,”


전화해! 강우가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 시경을 바라본다. 딸랑딸랑 흔들거리는 손에 벌써 전화가 온 것만 같다.


“응. 당연하지! 조심해서 가!”


멀리 떨어져서 손을 흔드는 시경에게 강우가 입술 쭈욱 내밀고 뽀뽀하는 시늉을 한다.


“나두-!”


그에 화답하듯 시경 또한 입술을 내밀어 뽀뽀하듯 쪽 소릴낸다. 강우의 하트 입술이 오늘따라 더 예쁘다고 생각하며.


“....컷!”


두 사람의 배웅이 끝나자 어디선가 컷 소리가 들린다.



“아... 수고하셨습니다!”

“고생많았어요. 종인씨, 경수씨.”

“아닙니다. 저희가 감사하죠. 고생많으셨어요.”


종인과 경수로 돌아온 둘이 감독과 스탭들에게 부지런히 폴더 인사를 했다. 오늘 촬영은 이제 끝이네. 오늘 좀 길었다 그치?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촬영장 안에서 반짝인다.





“와.. 피곤하다. 경수 넌 안 피곤해?”

“괜찮아.”

“내가 해도 되는데..”

“난 좋은데. 이렇게 둘이 같이 스케줄 끝나고 집에 가는 거.”

“나도 좋지만..”

“금방 도착하니까 걱정마, 종인아.”


두 사람은 촬영이 끝난 후, 매니저를 먼저 보내고 경수가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눈 내리네. 응, 정말. 새해 들어 내리는 눈이 창문 밖 풍경을 예쁘게 수놓는다. 종인은 창문 밖 눈보다 훨씬 아름다운 그의 연인을 지그시 바라본다. 몇 해가 지나도 하나뿐인 내 사랑.


“곧 있으면 촬영도 끝나겠다.”

“막바지네 벌써.”  


드라마 촬영은 꽤 순탄한 편이었다. 다른 활동이 없는 지금, 둘은 같이 차를 타고 촬영장에 갔다가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드라마 상에서도 공공연한 커플이니 거의 대부분 촬영장에서 붙어있었다. 뭐 같이 찍는 씬이 아니어도 붙어있긴 했지만.


“처음엔 30대 초반에 무슨 학생 역할이냐고 뜨악했는데, 그치.”

“그래도 형은 여전히 어리잖아 얼굴이.”

“너도 하나도 안 늙었어 종인아.”

“에이.. 거짓말.”

“그치만 늙었어도 예뻐 내 눈엔 다.”

“부끄럽게 그런 말은 잘한다니까..”

“난 안 예뻐?”

“당연히..”

“……응?”

“당연히 미치게 예쁘지, 내 자긴데.”

“……!!”


운전하고 있는 경수의 옆모습을 새초롬하게 지켜보던 종인이 대답과 동시에 볼에 입맞춤을 한다.


“..놀랬잖아…”

“옆으로 다 보고 있는 거 아는데?”

“……”


집에 도착하면 보자 김종인.. 경수가 장난스럽게 조용히 잇새로 중얼거린다. 


“근데 형.”

“응.”

“우리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으면 어땠을까. 만약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으면.”

“찍고 있는 드라마처럼?”

“응.”

“조금은 평범하게, 다른 삶을 살고있겠지. 너와 함께.”

“나와 함께?”

“늘, 항상. 같이.”

“같이 행복하게.”


기어를 잡은 경수의 손 위로 종인의 손이 겹쳐진다. 어느덧 집 앞에 도착한 둘은 멈춰진 차 안에서 입술 사이로 온기를 나눈다. 촬영보다 더 뜨겁게, 더 사랑스럽게. 


“..어?”


경수의 혀와 입술을 쪽 하고 급히 머금었다 땐 종인이 재빠르게 차문을 열고 나간다. 그리고 똑똑, 창문을 두드린다.


“왜 갑자기,”

“경수야, 자기야.”

“..응?”

“오늘, 알지?”


드라마 속 강우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는 종인이 경수에게 윙크를 한다. 그리곤 집 앞 대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


종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경수가 차에서 내려 차문을 닫는다. 음흉하게 씨익 웃곤 종인을 따라 곧장 집 안으로 들어선다. 쪽지 끝에 남긴 하트 모양 미소를 담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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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얼른 퇴고해야지 했는데 넘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ㅠㅠ 그래도 카디절에 올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ㅠㅠ

저희 취향인 학원물에다가 리얼물 (ㅎㅎ 부족하지만 ㅠㅠ) 섞어봤어요 (밝은 분위기의 시경이랑 강우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학원물은 사랑입니다.. 리얼물도 ㅠㅠㅠㅠㅠ)

HAPPY KAISOO DAY (하트.)

In Heartfelt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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