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보통 그런 것 같아. 사람들은 첫사랑이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살아. 기대를 하지 않고 살지.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정말로 아이돌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고, 첫사랑을 보고 가슴이 뛴다는 게 꼭 그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야! 만인의 첫사랑, 모두의 아이돌, 그런 말들은, 이루어질 걸 기대하지 않는 사랑이 세상에는 많으니 나오는 말이라고.

그래서 오늘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어…

먼발치에서만 지켜보던 동아리 선배였는데, 몇 번 단체로 회식은 했고 한 번은 친구들 몇몇이랑 같이 여행도 다녀왔고 가끔 마주치면 몇 마디를 하긴 했지만, 그리고 내 첫사랑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기대를 안 했었어. 내가 그분에 비해서 한참 모자란 것도 모자란 거지만, 세상 누가 첫사랑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냔 말야!

웬일로 9월치고는 선선했는데, 산책 나가서 좀 걷다가 강변에서 마주쳤어. 해가 슬슬 져가고 있었는데 잠깐 같이 걷겠냐고 물어봐 놓고서는, 괜히 부담스러우면 말고… 라면서 꼬리를 빼고 고개를 돌리는데 또 아니라고 하기도 그래서…

그렇게 걷고 있는데 손끝이 스쳐서 실수인가 싶었어, 당연히 내가 실수를 했나. 같이 걷자고 말해 놓고서는 별 이야기도 안해서 내가 심각하게 잘못한 거라도 있는 줄로만 알았다니까. 그런데 다리를 건널 때쯤 나를 불러세우는데-그분은, 그러니까… 사람을 매료시키게 말하는 그 목소리가 있어! 그리고는 정확하게 이렇게 이야기했어!

“세실, 혹시 괜찮다면, 나는 그러니까, 당신을 더 알고 싶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나는 즐겁고… 아, 당신을 좋아해요. 내가.”

그리고서는 마음이 없다면 거절해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눈은 거절하면 죽어버리고 싶을 것 같다는 표정이었어. 나는 내 사랑이 돌아올 가능성은 생각도 못 해봤는데…

어쩌지?

너무 당황스러워서 뭐라고 제대로 답도 못해드리고 그냥 생각할 시간 좀 달라고 하고 도망쳤는데, 어떡하면 좋아?! 첫사랑이 원래 이렇게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거야?

클래식 작곡가 RPF/RPS 연성을 합니다. 간혹 작곡가 관련 개인적 사담+ 작곡가 편지 자료+ 작곡가 TMI 자료 등등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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