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친구가 채영에게 마음이 있다는 건 말을 듣지 않아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조금 더 챙겨주고 아껴주는 게 눈에 보였다. 항상 학원을 마치고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 한 시간이 지수는 신경이 쓰여 배가 아프고 마음이 급해졌다. 확인사살을 받은 건 그 친구의 애인이 화가 나 알려준 날이었다.

지수는 그날 가족여행으로 서울로 갔다. 새벽부터 채영의 자신이 친구로 지내자고 하면 어떨 것 같냐는 의미심장한 문자를 받아 엉엉 울고 올라가는 차 안에서 겨우 잠들었다. 서로 화해하고 풀어진 뒤 채영이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애인을 만난다고 해서 배웅하는 문자를 보내고 10여 분 뒤였다.

“여보세요?”

“야, 김지수. 니 박채영한테 전화 걸어봐.”

“니 옆에 있잖아. 오늘 만난다며.”

“있는데 걔한테 직접 들어.”

그 친구의 애인에게서 온 전화였다. 즐겁게 환상의 나라에서 놀고 저녁밥 먹다 전화 와서 받으니 무슨 이야기를 들으라고 하네. 무슨 일인가 당황하다가 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왜 아무 말도 안 해??”

수화기 너머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채영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옆에서 닦달하는 그 친구의 애인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무슨 일인지 알지 못 했지만 지수는 점점 불안해졌다. 그냥 말해줬으면 하던 찰나 채영이 입을 떼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줬다. 모든 일을 말해주지는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기 전 그 친구 집에서 있었던 거의 섹스에 가까웠던 그 행위들에 대해서는 헤어진 뒤에 알게 되었으니까.

바보 같은 지수는 그 친구에게 고백을 받은 뒤 지수와 그 친구를 모두 포기할까 했었다는 채영에 말에 결국엔 포기하지 않고 자기를 선택해줬으니 고맙다며 엉엉 울었다. 울음을 꾹 참으며 이야기하던 채영도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일이 잘 마무리되는듯싶었다. 바로 다음 날 또 채영을 부르는 그 친구와 부른다고 달려나가는 채영을 알면서도 지수는 참았다. 오히려 능청스럽게 너도 올래? 하고 물어오는 채영에 서울에서 내려오는 대로 채영에게 갔다. 둘 만 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 일 외에도 그 친구와 채영이 붙어먹는 날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같은 학원에 2년 친구라는 그 타이틀은 둘을 자주 붙어있게 했다. 그때마다 마음 졸이면서 불안해하던 지수였다. 불안은 곧 집착으로 변해갔다. 그 친구와 연락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킨십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친구가 살아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채영이 밉지는 않았다. 미워도 가끔이었다. 항상 그 친구가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채영을 미워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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