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U-mb5 - Someday, Somehow (Feat.Hodge)

https://youtu.be/e_9qTLMeoko



21. Letter


소식을 듣고 백현과 찬열, 준면 그리고 종대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대책이라도 강구하려 머리를 맞대기 위해서였다. 만난 후 제대로 된 소식을 들었을 때 찬열과 백현은 이제서야 모든 일이 이해갔다.


찬열이야 관련된 사람 중 하나였으니 놀라도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순진한 알바생, 부농이는 달랐다. 찬열이 어째서 자신이 예전에 물었던 질문에 답하지 않았는지 단박에 알았다. 그래도 입이 떠억 벌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와.. 이게 무슨 일이래요.. 사장님은.. 아니, 종인이는 괜찮은 거에요?”


부농이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 아직까지 찬열과 어색어색 열매를 나눠먹은 지 꽤 되었다해도 일단은 종인과 경수의 일이 우선이다. 우리가 얼마나 짱인 큐피드였는데..! 둘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는데..!


“많이 야위었어. 어제는 얼굴까지 퉁퉁 부었더라. 얼마나 운 건지..”


준면이 피곤이 덕지덕지 묻은 손으로 마른 얼굴을 쓸었다.


“형. 무슨 방법 없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도 뭔가..”

“찾는 중이야.. 그런데 이미,”

“이미 공표됐으니..”

“되돌리기가.. 많이 힘들겠네요.”


찬열이 고개를 푹 숙인다. 종인에게 두 사람 일은 두 사람이 해결할 문제라며 쿨한 척 말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 왜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가장 가까운 친척이자 친한 친구인데.


“둘이 다시 만나서 무슨 말이라도 나누게 하면 안 될까요? 종인이 이대로 가면 사장님도 그렇고 저희도 너무..”

“휴.. 그러게.”

“제가 일단 사장님한테 다녀와 볼게요.”

“야 변백. 뭘 어떻게 하려고.”

“너도 일단 같이 가자.”

“..어?”

“얼른!”

“어어.. 알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백현이 찬열에게 손을 내밀었다. 밤이라 빛이 없는데도 백현의 뒤로 빛이 보이는 듯 하다. 형광등.. 때문인가.


“……”


찬열이 백현의 손을 잡았다. 둘이 힘차게 경수의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 *



종인아, 안녕? 이 편지가 너에게 갈지, 혹은 가기도 전에 내가 너에게 이별을 고할진 사실 아직도 모르겠어. 

그래도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서 편지를 쓰고있네 난.

밥은 잘 먹고 있는거니? 가끔 가게에 찾아와 같이 저녁도 먹고 얘기를 나누던 게 엊그제같은데, 아니다 우리가 연락을 안 한지도..


경수는 볼펜으로 아래 내용을 지익 그었다. 새 편지를 꺼내 처음부터 다시 이어썼다.


밥은 잘 먹고 있어..? 


다음 문장을 쓰기 전, 경수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곤 결심한 듯 펜을 들었다.


……

..사랑해 마지않는 나의 너에게.

Love, D.O.



훌쩍 다가온 더위처럼 이별의 순간은 찾아온다. 백현의 집에서 떠난 날, 자신의 집에서 숨어 종인과의 연락을 끊은 순간, 이별은 이미 우리 사이에 성큼 다가왔음을 알아차리면서도 모른 척 했다. 


경수는 편지로 종인에게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편지를 쓴 후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무작정 모든 사실들을 전하고선 펑펑 울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경수는 엄마를 완전히 이해했다. 아니, 받아들였다. 어릴 적, 자기혐오와 함께 늘상 그의 머릿속에 차있던 엄마에 대한 애증, 시기, 질투 따위의 뒤엉킨 감정들이 자신을 괴롭혀왔다. 엄마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닌 다른 여자라는, 납득하기 힘들었던 진실들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히고 동시에 부정하게 했다. 그래서 늘 외롭게 다녔다. 일부러 여자친구도 만들었다 후회하고 가벼운 관계를 추구했다. 성인이 되고선 그마저도 고통스러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제대로 된 친구 하나 만들려하지 않았다. 곁을 주지도 않았다.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들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자신을 애증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차마 우는 모습은 보일 수 없어 음성 통화를 걸었던 경수였다. 안부 하나 묻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부터 하는 아들을, 그의 이야기를 엄마는 차분히도 들었다. 놀라운 사실들의 나열이었고, 넘치는 감정들이 즐비했지만 그녀는 놀란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경수의 말에 귀 기울였고 그를 위로했다. 슬프고 아프고 서러운 마음을 보듬었다. 이제야 자신을 받아들인 못난 아들조차 감싸 안았다.


그 때문에 경수는 더 소리내어 울 수 있었다. 엄마에게 종인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무슨 정신으로 말하는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에 울음이 진득이 녹여져있었다. 전하지 못할 편지인 걸 알면서도 이미 전해진 것처럼 최악을 생각했다. 상상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못 보는 상상만해도 지쳐쓰려질 때까지 울 수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줄 수 있는 건 사랑 뿐인 게 서러웠다. 


..Love, D.O. (사랑을 담아, 경수가)

남김없이 주어도 아깝지 않을 내 모든 사랑때문에 서럽게 울었다. 끝끝내 놓치고 싶지 않은 너와의 인연이 눈물겨웠다.


* *


챙길 물건이 거의 없었다. 손에 닿아 짐가방에 들어가는 모든 물건이 모두 경수를 떠오르게 했다. 하나를 넣으면 하나를 뺀다. 추억이 깃든 물건을 하나도 넣을 수 없다. 분명 잠시 너를 떠나있으면 모든 게 달라질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결심한 건데.


“..못 하겠다.”


종인은 결국 주저앉았다. 버터가 달려와 얼굴을 핥으려했다. 품 속으로 들어오는 버터를 안았다. 그새 미용을 소홀히 했더니 털이 엉켰다. 형의 병원 건물 1층에 경수 가게가 있으니 몇 주간 종인이 그 길을 갈 리 만무했다. 형한테 부탁해야겠네, 근데 그런대로 귀엽긴 하다 우리 버터. 얼마 전 찬열이 버터의 목욕을 시켰는지라 털이 뽀송하다. 멍멍이들은 목욕을 해도, 목욕을 안 해도 꼬순내가 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버터야,”


버터를 안고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넸다. 버터는 알아 듣지 못할 그런 말들.


“경수 형아 보고싶지, 버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고개를 살짝 갸우뚱한다.


“버터야, 경수 형 기억나?”

“.......”

“형이 좋아하는 사람 말야. 사랑하는,”

“끄응..멍멍멍!!”


종인의 말을 알아듣진 못해도 표정을 읽었는지 갑자기 버터가 크게 왕왕 짖는다.


“사랑, 흐... 사랑하는 사람, 으흐흑.....”


치미는 감정에 아이처럼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데 보질 못해 버터야. 나는 그 사람이 너무 보고싶은데, 근데 떨어져있어야 한대. 곁에 두면 그 사람이 다친대. 헤어지고 싶지 않는데.


“보고싶어, 보고싶어 경수야....”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억장이 무너진다. 추억이 되어야만하는 우리 사이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내일이면 떠날 걸 알면서도 경수가 눈에 밟혔다. 밟히다 못해 선명하다. 살아있어도 죽어있는 기분이다. 억지로 갈라진 관계가, 현실이 가슴에 못을 박은 것처럼 쓰라리다.  



* *



사장님!! 형!!!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눌러보지만 경수는 답이 없었다. 


“야... 어쩌지...”

“아... 이 방법은 안 쓰려했는데. 허락도 없이.”

“왜? 뭔데??”

“기다려봐. 사장님!!! 저희 들어갈게요! 하도 대답 안 하셔서 들어가는 겁니다! 네?”


골똘히 생각에 잠기던 백현이 문 밖에서 크게 소리쳤다.


“뭐하려ㄱ,”

“..됐다~!”


띠리리링-! 경수의 집 문이 활짝 열렸다.


“나 디저트가게 알바생이야~ 사장님이 급할 때 재료가져오라고 비번알려주셨어.”

“아아?”

“근데 어디 계시는 거야.. 사장님!! 저 왔어요!!”


일부러 문을 안 열어주는 줄 알고 기어코 비번까지 기억해내서 경수의 집에 들어온 찬열과 백현이었다. 그런데 거실, 방, 화장실까지 샅샅이 살펴봐도 경수가 보이질 않는다.


“어디 가셨나봐. 타이밍 너무 안 맞네..”

“그러게.. 기다려봐야하, 어? 어어?!”

“왜 그래??”

“이거 봐. 이거 종인이한테 쓴 편지같은데.”

“맞네!!”


찬열이 잘 접혀진 편지와 봉투의 앞을 보더니 ‘To.종인’ 이란 문구를 발견했다. 


“변백, 이거 우리가 종인이한테 전해줘야하는 거 아니냐.”

“..그렇.. 겠지??”

“형이 이거 못 갖다주고 있는 거 맞겠지? 우리가 잘 생각한 거겠지??”

“그럴.. 거야. 집에 가서 종인이 주자!”

“오케이!”


이럴 때 또 우리가 큐피드 아니겠어! 금세 신이 난 찬열과 백현이 편지봉투를 들고 경수의 집을 나섰다. 편지가 두 사람을 이어줄 묘안이라 확신하면서.







-

휴..! 내일 경수 생일부터 해서 종인이 생일까지..! 카디절 주간(?) 이네요 ㅋㅋㅋ(꺄륵

카디절에 짧은 조각글 하나 올리지 않을까 싶긴한데..ㅎㅎ (과연 어떻게 될지...)

아무튼..! 즐거운 카디절, 카디데이 보내세요:) !!

In Heartfelt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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