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한 달 남짓이다. 후쿠오카로 향하는 비행기를 끊었다. 2018년도에 찾았던 롯폰마츠의 커다란 츠타야를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츠타야는 서점이지만 여러 잡화도 함께 판매한다. 안경과 비니 같은. 바닐라 향이 녹진한 차도 이제 다 마시고 없기에, 다시 찾는다면 한 바구니 사오고 싶다. 여행 기간 내내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혈압이 떨어져서 자주 드러눕는다. 체중이 점점 줄어든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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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통해 배운 것은 작고 작은 우주의 편린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보통 말을 아낀다. 보고, 듣고, 의견을 관철하고, 몸과 마음을 낮춘다. 무언가를 주장하거나 선언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은 변하고, 심지어 나조차도, 결국 사랑할 수 있는 건 이미 죽은 것들이라고 버릇처럼 단념했다. 연애와 우정을 관통하는 지난한 실패들은 귀신처럼 나의 발목을 붙잡고 흐느꼈다. 


그렇지만 나는 그와 걷기 시작했다. 고궁을 걷고, 지하도를 걷고, 만리동을 걸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가끔 내가 던지는 한 마디에 그는 마치 어떤 발견을 한 사람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웃었다. 내가 아는 삶의 편린은 그에게 닿으며 폭발하고 다시 맞물리고, 먼지와 빛의 덩어리로 밝게 점멸했다. 그의 곁에서 나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Life as told by my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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