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과 영화소모임을 한 이후,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 <미나리, 2020>. 요즘 그렇게 영화계 상을 휩쓸고 다닌다고 해서 무슨 영화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엄청 기대를 하거나 내용을 예측해보거나 한 건 아니다. 막 개봉한 영화를 볼 때 좋은 점은 어떠한 편견을 갖기도 전에 영화를 봐버릴 수 있는 것이다. 스포일러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인데 이번에 좀 느꼈다. 스포일러 안 당하고 보는 재미도 중요한 것 같다. 

한 편의 에세이 같은 영화였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한예리 배우가 맡은 역할이나 전체적인 컨셉이 미국을 겨냥하고 만든 것 같다고 느껴버려서 좀 당황했다. 한국인은 이렇기도 하다,라고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걸 알고 편견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엄청 큰 감동이나 뇌리에 남는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잔잔하게 밀려오는 여운이 '좋다'고 느껴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지만 좋은 영화 같아, 라고 말하게 되는 매력을 지닌 영화였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건 내겐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긴 하다. 헬조선이지만 외국에 나간다고 내 삶이 그렇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갖고 있고, 계속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한 번도 바뀐 적 없어서 그런지 내가 잘 아는 지점은 아니었다. 하지만 감은 더 넓은 시선으로 봤을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이 부부가, 특히 남편(스티븐 연 배우)이 아메리칸 드림을 원하게 된 전사가 부족했다. 영화를 이해시켜야 하는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다 스티븐 연의 발음이 아무래도 어색해서 인물에 대해 오해를 해버렸다. 보는 내내 왜 미국인인데 한국에서 겪었던 서사가 자꾸 나오고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의 성격으로 등장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서사의 빈틈을 좀 더 신경쓰면 좋았을 걸. 약간 아쉽다.

그리고 정말 인상적이었던 건 윤여정 배우의 할머니 연기였다. 윤여정 배우가 전형적인 할머니 연기에서 벗어난 '할머니'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미친 연기력... 배우의 "연기가 빛났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더불어 이 영화의 최고 귀요미 데이빗. 쪼꼬만 한 애기가 이불에 지도 그리고는 침대 밑에 숨겨놓는 장면에서 심멎. 심장이 약해서 뛰지 못하는 데이빗이 할머니를 붙잡기 위해 뛰어가는 장면에서 울컥.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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