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구애받지 말자 다짐했건만 나이별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사회 속에 사는 한, 비교는 불가피하다 자신을 위로하는 여느 날이었다. 

미세먼지와 먹구름의 균형이 오묘한 회색하늘과 지난 저녁 인클라인 15level의 후유증인 뻐근함. 

축 처지기 좋은 상태다.


회사를 다니며 사람과 일과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친구들은 확실히 다른 노선이기 때문에 기꺼이 박수를 치지만, 어느 정도 나와 비슷한 부류들이 책 집필을 하는 것은 배가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 다행이다 싶다.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열등감과 경쟁의식조차 글로 옮겨낼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인생은 불공평한 거다. 힘들때마다 수없이 되뇌는 말이다.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입을 삐죽 내밀 시간에 불을 켜고 치열하게 살아야지. 매번 그랬듯이.


17살에는 프린스턴 대학을 꿈꿨고, 현재는 부커상을 꿈꾼다. 어디서 이런 돌연변이가 나왔을까? 상품가치가 하락한 유전자의 열성만 모여서 태어났나. 이중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처럼.

아, 맥이 탁 풀린다. 어느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추쿵추쿵 위로 올라가고 있다. 모두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기가막히게 운이 좋은 삶을 돌이켜본다.


지난날의 성취는 언제 곱씹어도 맛있다. 탄산수 같은 다른이의 결과물로 입을 헹구고 정신을 환기하자. 

그래야 전진이 가능하니까.



얼렁뚱땅 김제로의 진지하고 코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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