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류층에게 구호 받았다. 옆집 이웃에게 뒤통수를 얼얼하게 얻어맞고는 부랑하던 나에게 그들이 구호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들 중엔 예전엔 친구였던 에이도 있었다. 그들은 내게 약간의 돈과 음식을 주기적으로 지급해주었다. 약간은 치욕스러웠으나, 지금은 꿇어야 할 때다.


  나는 여기에 사는 다른 이들과 달랐다. 그들은 구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비행 횟수를 줄이지도 않았으나, 나는 비행에서 손을 뗐다. 나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길을 통해 돈을 벌었다. 심지어는 이따금 내가 구호의 손길을 보낼 때도 생겨났다. 나는 본질적으로 선했다. 어서 이 곳에서 떠나고 싶었다.


***


 나는 오늘 말도 안 되는 소식을 들었다. 텔레비전에선 상위 사람들은 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


'하위 시민들을 갱생시킵시다! 우리가 모두 선해질 수 있습니다. 질서 있고 깨끗한 사회를 만듭시다! 하위 시민들을 갱생시킵시다!'


 그럼 우리는? 내가 이 소리를 듣자마자 한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라. 나는 자칫하면 하층민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십에서 오십 퍼센트의 인간이었다. 만약 하층민들이 갱생하여 내 자리를 차지한다면, 나는 나락으로 떨어질 터였다. 이것은 결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나의 이웃들도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다.


"조금만 지켜보죠." 나의 옆 동 이웃이 말했다. 명문대를 나온 청년이었다. "어차피 갱생해봤자죠."


 일단 나는 이웃을 믿어보기로 했다. 한 번 악인은 영원한 악인이라고, 제트는 절대로 선해지진 못할 테다.









 


 그들이 선해질 리 없다고?


 그 청년을 믿는 게 아니었다. 내 이름 위에는 제트가 있었다. 그 폭력적이고 악랄한 제트가 말이다. 그 놈이 어떤 수를 쓴 게 틀림 없었다.


 이 사회 구조는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제트는 본질적으로 악하다. 그가 학창 시절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정녕 아무도 모르는 것인가? 그는 내게 영악하게 굴었다. 나는 나갈 수 없는 방에 갇혀서 까닭 모를 욕들을 들어야했고, 그의 책임을 대신 져야 했으며, 그 때문에 부모님께 숨겨야 할 상처들이 많았다.


 내 눈앞은 껌껌했다.  일주일 뒤면 내가 내려다 보던 지옥 같은 곳에 제 발로 걸어가야 하는 신세였다. 이게 모두 상위 시민들 때문이다. 나는 곧장 이웃들을 불러모아 상위 지역으로 발을 옮겼다.


"우리는 결코 악하지 않다!"


 우리의 대표가 먼저 소리치고, 나와 같은 신세인 사람들이 뒤이어 소리쳤다. 상위 시민들은 하이클래스 아파트에서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엔 에이도 있었다. 그리고 에이 곁엔 제트가 있었다. 있어선 안될 조합이다. 제트는 눈살을 찡그리며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때처럼. 그 지옥같던 순간처럼 말이다.


 금세 출동한 경찰들은 우리를 진압했다. 경찰들은 기어코 피를 봤고 욕설이 난무했다. 누군가는 처절하게 울었으며, 누군가는 신경질적으로 화를 냈다. 그 불합리의 현장은 지옥이라고 불렸던 하층민들의 터보다 끔찍했다.

아니 님 진짜 글 잘 쓰시네요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아니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