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Jealous Boy

Subject : 질투(嫉妬)

Date : 18th, July, 2016

Written by.Kashire카시레


부쩍 그는 전 여친인 진루루와 만남이 잦았다.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그는 진루루와 몰래 만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또한 내게 아무런 언질도 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아도 딱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결정을 내린 것이 그들의 뒤를 좆는 것이었다.

치사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내겐 그만큼 구하이가 왜 루루를 만나는지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아무리 완전히 정나미가 떨어진 전 여자친구라고 해도, 그도 처음에는 남자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내가 특별한 경우였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확인이 필요했다.


남의 뒤를 밟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좋아할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단 내가 누군가에게 뒤를 밟힌다고 생각하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구하이도 그건 마찬가지일 터. 들켰을 때의 구하이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만, 지금은 그것조차도 넘겨버릴 만큼 나의 궁금증이 더 중했다.


구하이는 여느 때처럼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밖을 나섰다. 잘 다녀오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가 어디 방향으로 가는지 지켜본 다음, 간격을 두고 집을 나섰다.


그는 한참을 걷더니 이내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침 뒤에 따라오던 택시가 있었기에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그를 놓쳤을 게 분명했다.


그가 탄 택시는 한참을 달렸다. 시내를 벗어나 외곽 부근에 있는 어느 호텔에서 멈췄고, 나도 그 호텔에서 내렸다.


최대한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간격을 두고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생전 온 적도 없는 모습에 잠시 눈이 돌아갈 뻔 했지만, 구하이 생각에 다시 집중하여 그가 가는 곳에 시선을 따라 붙였다.


그러다 호텔 로비에 앉아 있는 진루루,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 그녀는 구하이가 근처에 오자마자 자리에 일어서서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했다. 구하이도 시큰둥한 표정이었지만, 그녀의 손짓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입모양은 쉴 새가 없었고, 구하이는 말을 하기 보다는 듣는 편에 속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싶어 조금 더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구하이나 진루루가 저를 볼 수도 있단 생각에 쉬이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웃기지도 않는 가정들이 속속 머릿속을 헤집었다. 딱히 이젠 내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전 여자친구를 이렇게 자주 만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대놓고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

가정이 맞는다면 그 땐 정말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도 들어서였다.

그를 좋아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가 주는 끊임없는 애정은 그의 감정을 각인시켜주었고, 동성 간이라며 안 될 거라 자르던 나도 결국엔 그를 받아들였다.


그가 좋다.

내게 애정을 주는 그가 좋다.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보는 그가 좋다.

그래서 빼앗기고 싶지 않다.


바보 같지만 지금 내 감정이 딱 그랬다. 구하이란 남자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내 사람이야. 이제는 내 애인이라고.

더 생각할 것도 자시고도 없었다. 성큼성큼 둘이 있는 곳으로 발을 놀렸다. 들키면 안 된단 생각도 이미 저만치 날아가 있었다.


“구하이.”


그의 이름을 낮게 읊조렸지만, 그 이름을 가진 본인만큼은 똑똑히 들렸는지 그가 고개를 돌리면서 나를 보자 깜짝 놀란 눈치였다.


“인즈? 네가 여긴 어떻게,”

“가자.”


대뜸 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는 덩치에 맞지 않게 쉽게 끌려 나왔다.


“어? 잠깐-”


진루루는 다급히 서서 우리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신경 쓸 틈도 없이 그를 데리고 나왔다. 혹시라도 손을 놓을까봐 손아귀에 힘을 강하게 붙들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그도 딱히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것인지 호텔 로비를 아예 벗어나기 전까지도 별다른 반항이 없었다. 그렇게 그를 붙잡고 계속 이끌었다. 호텔의 요란스런 빛이 조금 멀어진 시점이 되어서야 내 걸음도 멈출 수 있었다.


빠르게 걸은 탓인지 내 호흡은 거칠어져 있었지만, 그와 달리 구하이는 별다른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이었다. 그런 모습이 정말 미웠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는 눈치이니 속이 뒤집혀지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그를 와락 껴안았다.


“인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진루루는 왜 만나는 거야.”

“아, 부모끼리 모임 있다고 계속 나오라고 설득하길래,”


그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아 얼른 잘라버리고는 그를 더 세게 껴안았다.


“진루루 만나지마.”

“…”

“…모임 안 나간다고 아예 못 박아. 그리고는 더 만나지 마. 요새 자주 만난 거 다 알아. 나는 네가 다른 여자랑 있는 거 싫어.”


예전이었으면 절대로 내뱉지 않을 말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그가 좋아져 버렸는걸.

내 말을 이해한 것인지 그가 등을 쓸어내리며 나와는 달리 포근하게 품에 나를 들였다. 그 큰 손이 등을 쓸어내리자 손의 힘이 조금씩 풀리었다.


“괜찮아. 인즈. 난 인즈밖에 없어.”

“…진루루 만나지 않는다고 약속해.”

“물론.”


그가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조금씩 격했던 감정이 누그러졌다. 그가 아니라고 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만나는 게 아니라고 확언도 주었고, 약속도 해주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어지간히도 속을 썩였던 건이라 해결 직후 바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덕분에 구하이의 해결책은 나를 업고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택시가 근처에 많은데도 그는 굳이 잡지 않고 나를 업은 채로 있었다.


“이런 내가 싫어?”

“어떤 게?”

“질투하는 거. 여자 같잖아.”

“무슨 소리야. 오히려 그래줘서 기쁜 걸.”

“…생각하니까 너무 창피해.”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좀 전의 행동이 너무나도 철이 없던 것을 깨닫고는 그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움직임을 다 느낀 것인지 대뜸 구하이가 크게 웃었다. 웃지 말라며 그의 등을 퍽퍽 치고 나서야 구하이가 웃는 것을 겨우 줄였지만, 실소는 여전했다.


“괜찮아. 인즈. 나는 인즈의 그런 모습도 좋아해. 질투하는 인즈도 내가 사랑하는 인즈의 모습인 걸.”


마지막 말이 제일 크게 다가왔다. 나의 이런 모습도 좋다고 해주는 구하이의 말에 한없이 달아오른 고개를 다시금 등에 파묻었다. 이런 모습은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 꾹 입을 다물었다.


속으로 엄청 기뻐하고 있음에도 차마 말은 못하고 그의 재킷만 꼭 두 손에 쥐었다.


* Behind Story


바이루인을 재우고 나서야 구하이는 이제껏 관심을 두지 않았던 휴대폰을 가져가 밖으로 나왔다. 안심이 된 것인지 푹 잠든 바이루인은 구하이가 나간 것도 모른 채 잠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구하이는 밖에서 아무렇지 않게 걸려고 하는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뭐야. 잘 된 거야?


휴대폰 너머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는 아까 호텔에서 헤어진 진루루였다.


“응. 잘 됐어.”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랑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전 여친을 이용하는 게 어디 있어.

“바람피운 대가라고 생각해.”

- 치… 헤어지기 전엔 몰랐는데 구하이 네가 이런 남자일 줄은 몰랐다. 세상에, 애인 마음 시험해보겠다고 나랑 만나는 것처럼 꾸며 덫을 놓냐. 일부러 쉽게 쫓아오게끔 뒤에 택시도 준비해놓고 말이야.

“거기까진 신경 쓸 것 없고. 어찌 되었든, 인즈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그걸로 됐어.”

- 바이루인 고생길이 훤하네. 네가 이렇게 집착스러운 거, 걔도 알아?

“그건 알 거 없어. 그럼 끊는다.”

- 뭐야 기껏 도와줬더니.

“도와준 게 아니라 도와야 했겠지. 끊어.”


진루루가 계속 끊지 말라 외쳤지만 구하이의 손은 망설임없이 종료 버튼을 눌렀다.

바지 주머니에 다시 휴대폰을 찔러 넣은 다음 인즈를 잠시 두고 나온 집으로 다시 발을 들였다.

1/7,8 디페와 로망스 나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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