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더위

 그 뒤로도 둘의 사이는 변한 적이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가끔 같이 집에 돌아가고 가끔은 찬양의 집에서 함께 공부를 했다. 여름이라 해가 지는 것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 몸소 느껴졌다. 찬양과 함께 있을 때마다 낮이 길어졌다. 처음에는 이른 해질녘의 하굣길을 걸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가는 길이 환해졌다. 해를 받으며 집에 가는 길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번갈아 가면서 질문을 하는 식이었다. 그 때문에 둘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찬양은 종수가 운동을 잘한다는 것과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아주 솔직하게 놀라워했다. 종수는 부모님이 바빠서 집을 자주 비운다는 것과 두 분 모두 신앙심이 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도 모태 신앙으로 자랐어요.”

“너희 집에 있던 조각들이랑 십자가 때문에 짐작은 했어.”

“그렇죠?”

 사실 종수는 찬양의 이야기를 듣고는 있었지만 내용보다는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고막에 부딪히는 목소리가 왕왕 울리면 늘 조금씩 더워졌다.

 정말로 둘의 사이는 바뀐 것이 없었다. 바뀐 것은 종수의 심정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찬양 옆으로 가면 무언가가 달라졌다. 아주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노래하고 시로 소설로 적어냈던 그것이었다. 찬양과 입을 맞추지도 손을 잡지도, 하다못해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 날에도 그랬다. 아주 멀리서 그가 좋아하는 찬양의 뒷모습이 보이면 몸에 있는 센서가 찬양을 감지한 것마냥 조금씩 마음이 부풀기 시작했다. 찬양 옆에 있으면 저까지 순수해지는 기분이었다. 후에 종수는 그때를 돌이킬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티 없던 시절의 우리들, 작은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의 온도처럼 순수하고 깨끗했던 마음이었다. 아직이라면 친구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풋풋한 갈등을 해왔던 우리들. 어쩌면 그렇게 친구로만 지냈으면 우리가 그렇게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설령 서로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도 지금 같은 관계를 유지했다면 그런 식으로 끝나는 것보다는 덜 아프게 헤어졌을 텐데. 최종수는 그 이후로 절대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생긴 것은 언제나처럼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던 날이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될 무렵 종수는 평소처럼 소각장으로 가는 길의 계단에서 찬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어쩐지 20분을 넘게 기다려도 찬양이 내려오지 않았다.

“더럽게 늦네..”

 집으로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한 적은 없었지만 둘은 몇 주를 넘도록 함께 돌아갔다. 그리고 그 중 한 번도 찬양은 종수를 10분 이상 기다리게 한 적이 없었으며 그것은 종수도 마찬가지였다. 종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2학년 교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교한 것 같았다. 2반 뒷문을 벌컥 여니 역시 안에는 찬양이 있었다. 다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물에 젖은 셔츠를 걸친 남자의 등이었다. 안에 민소매 티를 입고 있었지만 흰 셔츠는 젖어서 안쪽이 다 비쳐 보였다. 옆에는 찬양의 친구들이 두 명 정도 떠들고 있었다.

“야.”

 찬양은 어리둥절해 돌아보았고 최종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종수의 얼굴에 셔츠를 집어 던졌다. 물에 젖어 축축한 셔츠를 얼굴에 맞고 불쾌한 표정을 하니 찬양의 얼굴에 당황과 미안함이 동시에 떠올랐다. 셔츠 안에 까만 나시도 입고 있었는데 뭐가 그리 부끄러운 건지.

“왜..왜 여기 계세요.?”

”안 오길래. 옷은 왜 벗어 제끼는데?”

“아니..창피해서..애들이 물총을 쏴서 체육복으로 입고 가려고 했어요.”

“창피하면 옷을 입겠지, 보통.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빨리 입고 나와.”

“네, 네.”

 최종수는 나오면서 흘끗 뒤를 보았다. 자신이 나가자마자 친구들이 긴장이 풀려 책상에 기대앉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과 같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는 찬양을 보니 의외로 키가 컸다.

“30센치도 못 넘는 줄 알았더니..”

 이질감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젖은 셔츠 너머로 비치는 팔이나 나시를 입어도 겉으로 보이는 등의 윤곽 같은 것들은 찬양이 그 나이대의 남학생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마냥 하얗기만 해서 몰랐다.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겠다 싶었다. 그래도 민소매 밖으로 보이는 하얀 어깨는 종수가 아는 그대로였다. 놀라서 붉어진 얼굴도. 뒷문에 등을 기대고 기다리니 금방 문이 열리고 체육복을 입은 찬양이 나왔다.

“체육복을 만들어서 오냐?”

“죄송해요..기다리셨어요? 어, 선배도 체육복 입고 있었네요.”

“이제야 알아보다니 눈썰미 한 번 좋네. 빨리 가자.”

 교문을 나오면서도 찬양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보폭이 튼 종수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걷는 찬양을 내려다 보니 역시 30츠가 맞았다. 약간 젖은 머리카락이 바람 타고 흔들렸다.

“너 머리 젖었는데.”

“그래요? 수건으로 닦기는 했는데.. 그래도 여름이라서 빨리 마를 거예요.”

“근데 너..”

 종수는 찬양을 내려다보다가 아까부터 이상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종수가 찬양의 체육복 차림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평소 보던 체육복과 달리 지금 찬양이 입고 있는 것은 조금씩 품이 남아 있었다. 소매도 길고 길이도 길었다. 찬양이 어리둥절해 올려다보았다.

“체육복 네 거 맞아?”

“아, 저는 안 가져와서 친구 거 빌렸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옷이 크길래. 너도 작은 편이 아닌데 너보다 크게 입는 애가 있냐?”

“옆 반에 있어요. 걔도 거의 선배만할걸요?”

 종수의 눈썹이 잠시 치켜 올라갔다.

“야 가만 있어봐.”

“네?”

 최종수는 냅다 찬양의 체육복 저지를 벗기고 자신의 저지를 벗어 입혔다. 찬양은 위에서 쑥 들어온 옷에 팔을 꿰지도 못하고 놀라서 종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종수는 까만 반팔 차림이 되어 어깨에 그 친구라는 자식의 체육복을 올려 놓았다.

“가자.”

“..뭐 하신 거예요 지금?”

“남의 거 빌려 입지 마. 몸에 맞지도 않는 걸.”

“선배 것도 저한테 큰데요. 아니 오히려 걔 것보다 선배 게 훨씬 큰데..”

“당연히 내 게 더 크겠지.”

“왜 뿌듯한 표정이세요..?”


 시간이 많이 지나고도 최종수가 자신이 그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정확한 이유를 찾는 일은 없었다. 그가 조금 더 어린 사람이었다면 ‘질투’라는 단어를 찾았을 것이고, 그것보다 조금 더 어른스럽고 성숙한 사람이었다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썼을 것이며 만약 그가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순수’라는 단어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수는 시간이 지나도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그 시절의 최종수는 몰랐고 어른이 된 그는 알고 있었다. 어느 시간대에서나 최종수는 찬양의 앞에서 현명한 선택은 하지 못하고 바보 같은 일들만 저질렀다.

 그날은 날이 좋았다. 해는 쨍쨍하게 빛 줄기를 내렸는데 찬양도 종수도 선크림 따위는 바르지 않아 피부가 타고 있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얼굴이 익는 것 같은 주제에 바람은 솔솔 불었고, 어제 내린 이슬비 때문에 공기는 습했다.

 하굣길에 내리쬐는 햇살 사이를 걷고 있으니 조금 머리가 몽롱해졌다. 눈이 부셔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젖은 바닥에 해가 비쳐 세상이 온통 반짝거렸다.

걸으면서 찬양의 손등이 종수의 손등을 스쳤다. 앞이 안 보여서 종수는 찬양의 손을 잡아버렸다. 찬양이 놀라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손을 움직여 깍지를 꼈다. 이번에도 찬양은 얼굴만 점점 빨개질 뿐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찬양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의외로 크기가 컸다. 깍지를 끼면서 반듯하게 자른 둘의 손톱이 아프지 않게 서로의 손등을 파고들었다. 손바닥 안에 옅은 땀이 났지만 찬양은 손을 뿌리치지 않았고 종수도 찬양이 손을 뿌리치게 두지 않았다.

손은 집에 갈 때까지 서로에게 꽉 잡혀 있었다. 그날 최종수는 자신의 겉옷을 입은 찬양이 못내 사랑스러워 보였고 한편으로는 찬양이 남의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리만치 불쾌했다. 만약 지금 찬양에게 너한테 옷을 빌려준 사람은 몇 반의 누구냐고 물어보면 찬양은 이상하게 생각할까. 몇 반의 누구인지 알아낸 뒤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찬양이 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최종수는 그 생각을 고이 접어 가슴속에 묻었다. 지금은 단지 찬양이 좋을 뿐이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마냥 예뻐 보일 뿐이었다.

“집..다 왔는데요, 선배.”

“..그러네. 들어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최종수는 손을 놓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놓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손이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딱 붙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찬양이 그의 손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안 놔?”

“놔야죠.”

 찬양이 손을 놓고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찬양이 들어가는 것을 몇 초간 지켜보다가 최종수도 몸을 돌렸다. 자신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네 걸음째를 내딛은 순간 종수는 팔을 덥석 잡혔다. 찬양에게서 나올 것 같지 않은 힘으로 몸이 홱 뒤로 돌아갔다. 몸의 앞쪽은 빛에, 뒤쪽은 그림자에 담긴 자리에서 찬양에게 밀쳐져서 종수는 갑작스럽게 해가 비치는 곳으로 두 걸음가량 밀려났다.

그리고 눈앞에 보인 것은 찬양의 얼굴이었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들어온 얼굴을 볼 틈도 없이 찬양이 종수와 이마를 맞닿았다.

그런데 조금 다른 것은 단순히 이마만 맞닿은 것이 아니라 눈을 곡 감은 찬양의 입이 종수의 입을 꾹 눌렀다가 떨어졌다.

찬양은 본인이 입을 맞춰 놓고 입이 닿자마자 종수를 다시 확 밀어냈다. 닿은 정도도 아니고 스친 것에 가까웠다.

“너..”

“..그게요..”

 찬양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하늘을 가리켰다.

“비가 오길래..”

비가 오는 것과 입을 맞춘 것이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찬양이 말을 꺼내자 그제야 머리 위로 떨이지는 빗물을 느꼈다. 햇빛은 아까 그대로였는데 비만 왔다. 해와 비가 동시에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 최종수가 그랬던 것은 해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날 주찬양이 그랬던 것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그날 두 사람이 입을 맞추었던 것은 햇살이 비치는데 비가 왔기 때문이었다. 최종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뒤로는 표면적인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찬양은 다른 사람의 체육복 빌려 입지 않았다. 대신 가끔씩 종수에게 체육복을 빌리러 찾아오고는 했다. 그날 찬양의 반에 옷을 돌려받으러 가보았더니 시간표에 체육이 적혀 있지 않아서 피식 웃은 적도 있었다. 그날 체육 잘 했냐고 물어보니 찬양은 시치미를 뚝 떼고 배드민턴을 했다고 대답했다.

“땀 냄새 하나도 안 나던데.”

“제가 원래 땀이 없어서요.”

“그러냐?”

“그보다 냄새를 왜 맡으신 거예요..”


 그리고 또 바뀐 것. 가끔 집에 가는 길에 손을 잡게 되었고 또 가끔은 깍지를 꼈다. 바로 들어가지 않고 집 앞의 놀이터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날도 있었다. 그 즈음 찬양은 누가 보아도 약간 들떠 있는 모양새였다.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어떤 모습이 찬양에게도 있었다. 찬양 특유의 순수함은 주변 사람들도 그것을 눈치채게 만들었다.


 두 사람이 그런 관계가 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을 무렵이었다. 여느 때처럼 찬양과 함께 하교하던 길에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찬양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찬양도 약간 어색하게 꾸벅 인사를 했다. 남자는 종수 쪽을 흘끗 보더니 이윽고 맞잡은 손에 시선이 멈췄다.

“사귀는 친구야?”

 찬양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그런 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남자는 웃었지만 그 말을 믿은 것 같지는 않았다.

“조심해. 알았지?”

 남자는 그러더니 찬양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마저 지나갔다. 찬양은 고개를 수그리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종수는 손을 고쳐 잡고 “가자.”라고 말했다. 딱히 찬양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한 것에 대해 화가 나지는 않았다. 실제로 둘 사이에는 어떤 사귀자는 말도 좋아한다는 말도 없었으니 찬양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래도 찬양은 계속 종수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

“네?”

“괜찮다고. 왜 계속 눈치를 봐.”

 정말로 종수는 괜찮았다. 겁 많은 찬양이 그 상황에서 자신의 손을 놓지 않은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손을 더 꽉 잡았던 것만으로도 찬양이 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형에 대한 이야기는 집에 돌아오는 길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 같은 교회 다녔던 형이에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인기도 많았었거든요.. 근데 같은 학교 다니던 친구랑..사귀었대요.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서..그 뒤로 그 가족 다 이사 갔어요. 그 형만 여기서 대학 다녀서 가끔 마주쳐요. 지금은 별로 얘기도 안 하고..”

“그 친구라는 사람은?”

“같은 남자요.”

“그러냐.”

“이 동네가 원래 소문이 빠르잖아요.”

“몰랐네.”

 종수는 그 얘기를 듣고 처음으로 약간 불안해졌다. 찬양은 아까 그 남자를 만나 눈에 띄게 불편해했다. 만약 그 난처한 시선이 자신을 향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니 주변의 온도가 1도쯤 내려간 것 같았다.

 종수는 옆 그네로 손을 뻗어 찬양의 손을 잡았다. 옆모습이던 찬양이 고개를 돌렸다. 찬양의 손은 이상하리만치 차가웠다.

“너랑 나랑 그런 소문 퍼지면 어떡할 거야?”

“..우리는..그런 사이가 아니죠.”

“..그렇지.”

 종수는 찬양이 불편할까 봐 손을 놓으려고 했다. 그러니 다급하게 찬양이 반대쪽 손을 뻗어 종수의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니까요, 형.”

찬양의 눈이 어딘가 간절하고 다급해 보였다.

“혹시라도 그런 소문이 나면 제가 아까 제가 말한 대로 말해야 돼요.”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네..”

“싫은데.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닐 뿐이지 아무 사이도 아닌 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해도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해주세요. 그 형은 그..그 일이 있은 다음부터 정말 많이 힘들어했어요. 제가 보고 들어서 알아요. 형은 그러면 안 돼요.”

 찬양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종수를 보았다. 종수는 찬양의 눈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손을 놓고 찬양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왜 대답 안 해요.”

“시끄러. 원래 분위기 잡을 때는 입 좀 다무는 게 예의야.”

 종수는 손을 찾아 깍지를 끼고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찬양은 꼭 처음 있는 일이라는 듯이 얼굴에 불이 붙었다.

 그날은 처음 찬양의 불안을 목격한 날이었다. 가끔 친구가 지나가면 잡은 손을 뒤로 숨겼던 찬양. 종수와 집 앞에 있다가 부모님에게 전화가 온 날, 친구가 놓고 온 게 있어서 다시 가지러 가느라 늦었다고 거짓말하던 찬양. 하얗고 티가 없는 줄 알았던 찬양에게 있던 막연한 두려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종수가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비로소 마주 본 것은 종수뿐만이 아니었다.


“근데 너 언제부터 나한테 형이라고 했냐.”

“싫어요? 선배라고 부를까요?”

“아니. 그냥 형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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