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시끄러운 불청객을 내보내는것에 겨우 성공한 민현은 후- 소릴내며 숨을 돌렸지.
꽉 닫힌 문 너머로 복도에서 또 온다! 또 온다고! 하는... 앙칼진 목소리가 왕왕 울려대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이내 수그러든것을 보아하니 금방 돌아간듯 해.

저 녀석이 오고서 바람잘날없겠다 싶어 얼굴을 쓸어내린 민현은 뒤늦게서야 지금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울 재환이 걱정되어 뒤를 돌아본다.

예상처럼, 휩쓸고간 폭풍에 재환은 그저 멀거니서서 저를 올려다보고 있지. 그런데, 무언가 심통이난듯 해보여, 살짝 기가 죽은듯 해보이기도 했고...

얘가 저 없는 그 사이를 못참고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 싶어 뭐라고 했는진 모르지만, 개소리를 진득하니 했을것으로 필히 예상되어.. 그.. 재환아.. 하고서 운을 떼는데, 단단히 토라진 얼굴을 하고선 저 집에 갈래요- 그런다.

순간 벙찐 민현은 매일같이 같이 지내왓던터라.. 재환이 본래 집이있단걸 망각한채로 거기가 어디지- 하며 잠시간 생각했는데, 이내 붙잡기도전 쾅- 소릴 내며 닫힌 문과 함께 나가버린 재환에 민현은 쫓아가야겠단 생각도 못하고서 한참 그렇게 멍청하게 서있었지.





척척한 밤길을 걸으며 본래의 집으로 향하는 김재환은 무언가 배신당한것 같은 충격과 부글거리는 질투심과 밀려오는 쓸쓸함에 대한 울적함에 꽤나 이상한 표정을, 우는것도 화내는것도 아닌 정말 요상한 표정을 하고서 땅만 쳐다보며 걸었지.

그렇게 걷다 집에 다다랐을쯤 안주머니에서 쉴틈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에 슬쩍 꺼내어 들여다보지만
별로 반갑지않은 아저씨의 전화라서 그냥 다시 도로 주머니안에 넣고 그랬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서, 찹찹하기만한 저의 이부자리에 쭈그려앉은 재환은 방이 너무 조용해서 그래서 아저씨 빈자리만 더 느껴지니까 괜히 볼륨을 높여 티브이를 틀어두고 그랬음

티브이속에선 하하호호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지만 재환은 그걸 보고서도 전혀 그러질 못해.
게다가 이렇게 혼자 있으니까 괜히 우울해지기만 더 우울해지는것 같고...게다가 여자친구라며 찾아온 그녀가 자꾸 생각나 짜증나기만 하지. 어떻게보면 당연한건데, 전혀 생각을 그런쪽으로 안해봐서 그렇지 아저씨 정도 생겼으면 당연 여자친구있을만하지... 

그래도 그렇게나 예쁜 사람이랑 사귈필욘 없잖아.. 괜히 또 울적해져 이불보에 코박고 잉잉 소릴내는 김재환이다ㅠ..



 


13.


무작정 아저씨네 집에서 뛰쳐나왔던 김재환은 한 며칠쯤은, 아니면 평생 아저씨네에 돌아가지않으려던것처럼 그렇게 뛰쳐나왔고선 하루도 채 되질않아 아저씨네로 돌아갈까- 하며 주위를 서성였다.


밤새도록 핸드폰을 울리며 닿았던 민현의 연락을 모조리 무시했던 김재환 아침에 일어나선 조금 그의 연락을 무시했단것에 겁이났을지도 모르겠다. 바보같이, 질투난다 그래서 다 무시해버리고,, 그래서 제게 화났으면 어쩌지 미워하면 어쩌지 오지말라 그러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그래도 다행인것은 아저씨가 깨어날 시간 쯤


- 재환아, 전화좀 받아줘
- 오늘은 집에 올거지..?
- 꼭 와야 돼 알겠지..? 맛있는거 해놓고 있을게
- 재환아
- ㅠㅠ...


5분 간격으로 이렇게나 카톡들이 쌓여가서... 화났다거나 한것 같아 보이진 않는거지..



근데 막상 돌아가려니 무섭다. 아저씨가 보고싶은건 맞는데, 여자친구가 있는 아저씨를 어떻게 마주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 마음같아선 평소같이 행동하고싶은데, 그게 안될껄 뻔히 아니까...

이해하자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좋아져버린 사람인데 그게 잘 되겠냐고.. 게다가 마음이 너그럽지만은 않은 편이라서 자꾸만 아저씨랑 그 여자랑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해.






14.




그래도 돌아가야 해! 하며 무거운 발걸음 억지로 옮겨 아저씨네로 향한다. 부디 아저씨 얼굴 보고서 떨지 않길, 그 여자 생각하며 질투하질 않길, 좋아하는 마음 절대 들키질 말길 하면서

늦은 시각, 연습을 끝내고.. 평소같았으면 이런 늦은 시간에 연습이 끝난다면 아저씨네 가게에 들러서 퇴근시간까지 기다렸다 함께 귀가했을텐데... 적적한 밤길을 둘이서만 나란히 걸으려니 벌써부터 심장이 터질것같아선 그러지는 못하고서 홀로 소심하게 뚜벅이처럼 뚜벅뚜벅 아저씨네로 왔다.


벌써 도착한 아저씨는 왔냐며 반갑게 맞이해주는데, 머쓱하게 돌아온 재환은 인중을 긁으며 헛헛 웃은채로 어색하게 집 안으로 들어선다.

겨우 하루 집을 비웠던것 뿐인데 며칠은 아저씨와 마주하지 않았던것인양 그럼 이제 뭘 해야하지.. 하며 멀뚱히 서있는 김재환.
황민현은 어쨌든 미안해선 재환이 눈치 잔뜩 보며.. 빨리 화를 풀어줘야겠다 싶어.


제대로된 사과도 하지 못했어서 각잡고서 제대로된 사과를 하려 해. 그 애가 찾아와 쟤재환에게 무어라 했는지는.. 아무리 추궁해봐도 ‘ 진짜 아무 말 안했다니까 ‘ 하며 발뺌만 하니까..(진짜 아무 말 안했음) 

필히 인성이 막되먹은 애라 버릇처럼 남 갉아대는게 일상이니까 내뱉어놓고도 기억 못 하는거지.. 여튼 충격받았을 재환에게 그 앨 대신하여 사과하기 위해, 재환아- 하며 부른다.



“ 재환아, 정말 미안해. 걜 대신해서 사과할게. 이럴거 같아서 집근처도 못오게 하려 했는데... 참 답도없는 애라.. 어쩔수가없었어. 다음부턴 절대 근처에도 못 오게할거니까.. “

“ 아저씨가 미안해 할건.. 없는뎅... 그런데.. “

“ 응? “

“ 왜... 그렇게 여자친구분을 안좋게 말해요... “



여자친구... 말하면서도 한 번 더 곱씹은 재환이 그 예뻣던 얼굴이 떠올라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며 마주하고 서 있는 민현을 찬찬히 올려다 보며.. 한뼘 정도 더 큰 키, 말랐지만 꽤나 다부진 체격.. 그리고 잘생긴 얼굴, 좋은 목소리.. 장점들을 쭉 찾아내며 모자랄게 없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어

여자친구가 없는게 이상한거겠지- 하고서 시무룩 풀이 죽어버려.


근데 민현은.. 방금 좀 이상한 소릴 들은것 같아서 재환아- 다시금 부르며 방금 뭐라고 했었어..? 하며 확인차 질문을 한 번 던지는데,, 여자친구요.. 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이마를 짚으며 오른 혈압에 주먹을 꾸욱 쥐었다.


“ 걔가 그래? “

“ ...네, 왜요..? “

“ 걔가 하는 말 중 열에 아홉은 장난이야.. “

“ ...??? “

“ 심지어 걔 남자친구도 따로 있어 “

“ ??? “


영문을 모르겠단듯 동그란 두눈을 꿈뻑이는 재환에 민현은 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럼 아저씨 여자친구 아니라구요? “

“ 걔랑 사귀느니 죽지 “


헐, 대박..
그것도 모르고 혼자서 뭔 청춘드라마 한편을 찍고있었던것인지... 재환은 반가운 소리에 금세 화색이 돌아선 저도 모르게 활짝 입이 귀에 걸려라 웃었는데 이내 속마음 드러날까봐 호다닥 어색하게 정색하지


마음은 방방 뛰며 날아갈듯한데 티를 내면 안될것같아서 속으로만 연신 소리지르며 겉으론 아,,, 그것도 모르고.. 라는둥의 천연덕스러운 말을 꺼낸다.


 민현은 조금 풀어진 그런 재환의 얼굴에 조금 괜찮아진건가 싶어 다행이기두 했지. 여자친구있단것으로 오해해서 저러고있었다곤 생각 죽어도 못하는듯..






15.



연신 싱글벙글 웃음꽃을 피우는 재환에 징그럽게 왜그러냐며 물어오는 승찬인데, 내심 이런 기쁜 일을 누구에게든 말해주고싶었던듯, 기다렸단듯 술술 말을 꺼내는 재환이었음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귀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없대 “


그러며 좋아죽겠단듯 헤벌레한 표정으로 어제는 무얼 같이 먹었고, 무얼 같이 했고- 얼마나 재밌었고 행복했는지~ tmi를 잔뜩 말해주는데, 어지간히 배알이 꼴렸던 승찬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 그래서 니랑 사귀냐? “


하며... 돌직구를 던졌다.


“ ... 그건 아닌뎅.. “


“ 그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좋아하는데? 게다가 지금은 사귀는 사람이 없을지 몰라도,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거고 좋아하는 상대가 따로 있는걸수도 있지. 너 말고! “


“ ... “


너무 팩트라 할말이없어진 재환이 금방 풀이 죽어 입을 꾹 다물어.
승찬은 보기좋게 시무룩해진 재환의 입꼬리를 보며 만족스러운듯 낄낄 웃지만은... 저러다가도 금세 화를 내며 받아치는 녀석인데 한참을 꿍해있는 모습을 보고 말이 너무 심했나 싶어, 괜히 야..! 하며 불러본다.


“ 그, 그래도 너랑 썸같은거 타고 있나 본데?!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겠네! “


“ 썸은 무슨... 걍 나 혼자 좋아하는건데.. “


“ .. 그러냐.. 야! 그래도 니가 뭐 어디가 어때서? 너 곧 아이돌 할거잖아, 엉? “



승찬이 뒤늦게 수습하려 들지만 전혀 위로가 되질않는듯  재환은 그저 하아- 한숨을 내뱉았지. 승찬은 더욱 초조해져서는 아예 자세를 고쳐잡고서 야야, 하며 재환이 팔을 잡아 당긴다.
그러며 무어라 비밀얘기라도 하려는지 입을 재의의 귀에 가져다 대려는데 “ 왜? “ 하고서 물은 재환에 “ 내가 특급 비법 가르쳐준다 “ 하며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해줘.
그럼 김재환은 오... 하며 귀담아 듣는듯, 그의 속삭이는 말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며... 끄덕끄덕 고개를 흔든다.



* * *



아저씨를 마주하고있으니 어지간히 긴장이 되었던 쟤홙은 후-하 숨을 고른다. 어제는 여자친구가 있는 줄 착각해버려 그런 아저씨 얼굴 어떻게 마주하나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보다 좋아져버린 아저씨 얼굴 어떻게 마주하고 있을지, 게다가 이 손바닥만한 집에 어떻게 서로 부대끼고있을지 걱정되어서 그래서 바짝 긴장이 되어버리는거지. 그런 걱정 대로 눈도 잘 마주치질 못해선 평소랑은 다르게 어색하게 시선처릴 하며 하핫 바보같은 웃음소리나 내고선 아저씨랑 마주앉아 대화하고 있는데,... 너무 긴장해버렸나 자꾸만 뒷목이 뻐근 한 재환이지.

그나저나 아까 낮에 승찬이 좋아하는 티를 내보라는 말을 했었는데..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않아 그것도 그거대로 고생인거야... 뭘 어떻게 해야 티가 나는것인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서 말이야..

어쨌든 승찬의 말을 계속 머릿속에 주입하며 이래저래 아저씨랑 시간을 보내다 찾아온 취침시간인데.. 먼저 씻고서 나온 재환은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서도 한참을 머릴 쥐어짜내며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그에 대한 해답이 나오질 않아. 그저... 다 쓰고난 욕실 이제서야 상의를 탈의하고서 들어가는 아저씨 물끄럼 쳐다보며... 꽤 다부진 몸을 하고 있는 아저씰 보며 묘한 두근거림에 바짝 긴장한채로 붉어진 얼굴 식히느라 바쁠뿐이지... 어쨌든 오늘 뭐라도 하긴 해야할텐데, 답답한 마음에 머리좀 굴러가라며 이마를 팍팍 쳐보지만은, 떠오르는 해답은 없엉 ㅠ



그러다 문득, 저가 앉아있는 침대를 물끄럼 쳐다보다 아- 이제 아저씨랑 같이 자야하는구나 하며 든 생각에 땀을 삐질 흐른다.. 손바닥만한 침대라서, 그래서 둘이 꼭 껴안듯 붙어 자야만 하는데.. 어쩌지, 어쩌면 좋지 상상만해도 심장 터져버릴것같은거지 그러며  두 손 꼼지락 거리다, 침대말고 바닥에서 잘까.. 하며 마른 바닥을 무심히 쳐다보며 생각하지만, 갑자기 그러면 아저씨가 이상하게 생각하지않을까도 싶어 계속 답이 없을 바보같은 고민만 하느라 끙끙 거리기 바쁘다. 


그러다, 다 씻고 나온 민현이 마른 수건으로 머릴 툴툴 털며 멍하니 멍하니 앉아있는 재환일 보고서 아무 말 없이 그에게 다가가는데, 무슨 생각하느라고 정신이 빠져있는 것인지,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야 깜짝 놀래며 반응하는 김재환이지.



먼저 씻고 나왔던 김재환인데 아직도 흥건히 젖은 머리에 안말리고 뭐했어 재환아- 하며 드라이기를 꺼내든 민현. 그제서야 아차한 재환이 아- 소릴 내며 민현의 손에 들려진 드라이기를 건네받으려 손을 뻗는데.


“ 내가 말려 줄게 “

하며 뒤돌아보라는 민현에 재환은 별 수 없이 뒤돌아 앉았다.





민현의 가지런한 손끝이 머릿곁을 스치며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머리끝을 말려주는데... 머리가 쭈뼛쭈뼛 설것만 같지. 그다지 정겹지는 못한 소리를 내는 드라이기지만 아저씨가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것에, 그리고 점점 온기가 돌아 포근해져 오는것에 너무 기분이 좋아.

그렇게 히죽히죽 삐져나올것같은 웃음 억지로 입에 힘을 주어 어색하게 참다 마침내 다됐다며 시끄러운 드라이기를 껏을때... 비로소 불끄고 잘 시간이 다 되어버려선,, 재환이 어쩌지.. 하고서 고민하는데, 불끄려 손을 뻗은 민현에게 대뜸 재환이 아저씨! 하고 불러 세워서는 자신의 몫인 베개하나와 이불 하날 품에 쏙 안고선... 저... 밖에, 쇼파에서 잘래요- 그런다.




민현이 티를 안내어 그렇지 오늘따라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던 재환이 결국에는 따로 잘것을 선포해.
평소같았으면 장난도 잘 치고 히죽히죽 잘 웃기도 웃었을 녀석인데 무언가 고민거리라도 있는듯 웃지도 않고 멍하니 있기도 하고 말이야.


내가 도와 줄 순 없는 일이까 하고서 생각한 민현이.. 그런 재환일 붙잡으며 “ 무슨 고민 있어? “ 하고서 물어봐.


“ 아..니요..? “


“ 정말 없어? 그리고 왜 따로 자려고해. 밖 춥잖아 “


“ ...부, 불편하잖아요. 둘이서 자면은.. “



언제는 같이 안잤냐고, 그 더운 여름날에도 꼭 붙어자던 둘인데 이제와서.. 불편할까 밖에서 자겠다는 재환에 민현이 무언가 일이 있음을 조금 확신한다.


“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혹시 내가 잘못한게 있는거면.. “


“ 아니요?! 아저씨는 잘 못한거 없는데요..! “



그러면 왜.. 냐는 아저씨의 이어진 질문에 당황한 재환이 이 일을 어쩌면 좋나 싶어. 괜히 나가 잔다 그래가지고.. 더욱 악화된갓같음에 한참을 후회하며 뭐라 그럴싸하게 변명하지 머릴 잔뜩 굴리고있는데 답을 기다리는 아저씨 얼굴 보니 안그래도 안돌아가는 머리 더 안돌아가서는... 진짜 울어버릴것같지..
그러다 문뜩 떠오른 승찬이의 말.. 티를 내보라 하던 승찬이의 말이 떠올라 침을 꼴깍 삼킨 재환이 한 번 용기를 내어보자 다짐해. 그냥 솔직히 말해버리자! 하면서


숨을 합 들어마신 재환이 나오지 않을것같은 목소리를 꾸역꾸역 내며, “ 사실 고민 있어요 “ 하고 운을 떼지.


“ 좋아, 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래서..! 혼자 생각할게 있어서, 그래서 밖에서 자려고 했던건데.. “


재환의 말에 아... 고개를 끄덕인 민현은 예상과는 한참을 빗나간 재환의 대답에 적지않게 당황하며 팔을 잡았던 손을 어색하게 놓지. 고민이 있을것 같다곤 생각을 했는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 누굴 좋아하고 있어서,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을줄은... 하며 생각한 민현은

그런 귀여운 재환의 고민에 하하 평소처럼 경쾌하게 받아줘야하는데.. 이상하게 전혀 그러질 못하고 무언가 뒷통수를 쎄게 맞은듯 머리에 띵- 소리가 나는것만 같지..




재환은 이렇게 티를 내는게 맞나..! 제대로 티가 나고 있는게 맞나..! 싶은데 확인할 방법은 없고.. 그저 잘 되어가고있겠지!! 생각하며.. 더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 엄청 좋아해요.. 마주보고있기만 해도 엄청 떨리고.. 같이 있으면 심장 터져버릴것 같고.. “

“ ... “

“ 이런게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근데 너무 좋으니까... 정말.. 많이 좋아해요 “


잔뜩 귀까지 붉히고서 저를 보며 말해오는데, 민현은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그렇구나- 하며 억지로 꾸역꾸역 대답해주기만해.





16.




어떤 마음으로,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재환이의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여튼, 날이 많이 추우니까... 어찌저찌 결국에는 한 침대에서 다시금 함께 밤을 보기로했는데 민현은 재환의 표정과 그가 했던 말들이 뇌리에 박혀 잊혀지질않아 늦은 새벽까지도 쉬이 잠을 청하지 못했지.


쌔근쌔근- 고른 숨소릴내며.. 잠이 들어있는 재환일 보며,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이면..., 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잔뜩 설레임에 부푼 얼굴을 한 재환의 표정을 상기시키는데.. 어쩌면 힘내라 응원하고, 축하한다며 기뻐해줘야할 일, 전혀 그러질 못할것 같았지.


그러며 드는 생각은.. 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 표정을 하고서 재환이 지금 좋아하는 상대가 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


황민현도 그제서야 깨달았을거다. 그냥저냥 함께 사는, 자신이 많이 아끼는 그런 아이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많이 좋아하고 있었구나, 사실은 사랑하고 있었던거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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