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좀 나대지 말고 얌전히 다녀. 다 너 싫어하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하디? 그럼 재현이한테도 그만 좀 치근덕대. 꼴사나워서 못 봐주겠네."

 

 

얼마나 주먹을 꽉 쥐었는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을 깨물며 숨을 힘겹게 내쉬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잔뜩 뜨거워진 눈시울이 너무 아팠다. 울음을 참기 위해 깨문 입술에서는 피 맛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정재현이랑 친하게 지낸 게 이 정도로 욕 먹을 일인가? 방금까지 내게 욕과 폭언을 쏟아붓던 선배는 뒷문으로 친구들과 들어오는 재현이를 보더니 웃으며 빠르게 달려간다. 항상 저런다. 정재현이 모르게. 꼭 재현이가 없을 때만 나에게 욕을 한다. 저 선배, 정재현 앞에서는 쑥스러움 잔뜩 묻어있는 소녀 모드로 바뀐다.

 

 

"선배, 적당히 좀 하세요."

 

 

항상 그랬듯 네게 들러붙는 선배를 밀어내며 단호하게 선을 긋는 너였지만, 오늘따라 그 모습을 보기 힘들어 고개를 창문가로 돌리고 엎드렸다. 선배를 떼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현이는 내 앞자리가 빈 것을 확인하고는 날 보며 앉았다.

 

 

"재현아 누나 점심시간에 또 올게, 같이 밥 먹으러 가자~"

 

 

끝까지 선배의 말을 무시한 채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너였다. 재현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선배가 교실 밖으로 나가자 지금까지 쌓여왔던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왔다. 잘 참고 있었는데. 정재현을 앞에 두고 한참을 울어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지 안절부절못하던 너였지만 어느새 제 품에 나를 가두고는 천천히 등을 토닥여주며 달래주었다.

 

 

"왜 그래? 말해봐, 무슨 일 있어?"

 

 

너무 오래 울었나보다. 그제야 교실 안에 있던 아이들의 시선과 정재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끄러움과 너무 오래 울어 생긴 어지러움에 정재현 품에 기대어 조용히 숨을 고르자 내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내 눈을 마주치는 너였다. 내 양쪽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는 정재현의 손이 따뜻했다. 정재현은 내가 왜 울었는지 조심스레 물었고, 난 잘게 떨리는 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별건 아니야. 마음에 쌓인 게 많았나 봐."

"뭔지는 얘기 못 해주는 거야? 천천히 말해줘 그럼."

"그냥 다들 날 싫어한다는 말이 오늘따라 속상하네..."

"누가 그래."

 

 

방금까지 나에게 다정하게 묻던 넌 어디 가고 누가 그랬냐며 화를 내는 정재현이 서 있었다. 물론 나를 향한 화는 아니었지만. 이에 진짜 상관 안 써도 된다며 고개를 젓자 한숨을 쉬었다. 화를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난 아직도 진정이 채 되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정재현에게 말했다.

 

 

"화내지 말고..."

 

 

내 말에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날 바라본다. 그런 재현이의 눈썹을 조심스레 만지며 펴주자 살짝 웃으며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한결 풀어진 표정으로 나긋나긋하게 말을 했다.

 


"누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 너를 싫어한다고?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무슨 말이야?"

"내가 너 좋아하잖아. 너 좋아하는 사람 여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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