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크-근대혁명기 AU




12.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맷을 찾아가 아침 시중을 들고 방안에 어질러진 것들을 정리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욕실로 향하는 그를 뒤로 하고, 읽다만 책은 테이블 위에 책갈피를 꽂아 정리하고 벗어둔 옷가지는 전부 정리해서 세탁실로 옮겼다. 


'어젯밤에도 또 없어졌대.' 

'어제도? 요즘 거의 매일 없어지는 거 아냐?' 

'낮에도 붙어 다니더니 이젠 밤에도 그러는 거야?' 

'이 양반이 모르는 소리 하네. 밤에 붙어 다니는 게 진짜지.' 

'아니 그럼 진짜로 둘이 그런다는 거야?' 

'정황을 봐봐 확실하지. 존한테 들었는데 어제는 도련님이 갑자기 피터를 데리러 가자 그랬대.' 

'어제 카펠로 아가씨랑 데이트 나간 거였잖아. 그런데도 그랬단 말이야?' 

'혹시 알아? 참한 아가씨와 보기 좋은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뒤로는 애인을 하나 두고 살려고 그러는지도 모르지. 귀족들은 태반이 그렇잖아.' 

'밤마다 나가는 건 그럼.' 

'밖에 작은 살림집이 있는 거 아닐까?' 

'어머, 도련님 그렇게 안 봤는데 결혼도 전에 살림집부터 차린 거야?' 

'피터 고것도 그래. 생글생글 웃고 다녀서 아주 착하고 건실한 청년인 줄 알았는데 뒤로 그렇게 발랑 까진 짓을 하고 다닌 거 아냐.' 

'에이, 피터는 안 그래 보이던데. 얼마나 착한앤데 걔가.' 

'착하다고 연애 안 하나? 그런 애들이 더 무서운 거야.' 

'근데 남자들끼린 관계를 어떻게 하나?' 

'어려울 거 있나? 위아래로 구멍이 하나씩 있는데 어디든 넣기만 하면 그만이지.' 

'어우, 남사스러워 정말.'


벤이 '안 좋은 소문'이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그냥 '팔자 고치려는 시종'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상 저택 내 사용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노골적이고 추잡한 내용을 직접 듣고 나니 머리가 절로 아팠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맷을 끌어내리기 위한 작당질이라고 치부해도, 그 이야기의 중심에 내가 들어있다는 것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불쾌했다. 맷은 보통의 사람보다 귀가 밝은 편이니 이런 이야기를 나보다 먼저 듣지 않았을까. 그래서 얼마 전 뭐 들은 얘기 없냐는 질문도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간 건가. 


"오늘은 별다른 일 없으니까 이 시간 이후로는 개인 시간 보내도 돼."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어느새 생활복으로 갖춰 입은 맷이 내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했다. 마치 나와 둘이 있는 시간을 억지로 줄이려는 듯한. 내가 그 소문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얼마 전 나에게 대뜸 여자를 만들라고 한 건가. 그래서 그때 그 남작 아가씨랑 춤을 췄나. 그래서 어제 그 남작아가씨와 데이트를 했나. 


"차만 내려드리고 갈게요." 

"응." 


맷의 짧은 대답뒤에 익숙하지 않은 적막이 찾아왔다. 아예 모르면 모를까 귀에 들어온 이상 저절로 그가 의식되는 것이 나 스스로도 못마땅했다. 당신은 대체 어디까지 들었고, 얼마만큼 알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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