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해했다. 사람들은 불쌍한 애들을 더 좋아했다. 똑같이 부모 없는 자식이어도 저 애는 더 작고 말랐으니까. 또 저 애는 눈이 안 좋으니까. 그리고 저 애는 걷지 못 하니까. 반면 그는 대단히 건강했다. 그러니 입양되지 못 하는 것을 이해했다. 사람들은 불쌍한 애를 더 좋아하니까. 좀 더 커서 한몫하게 되면 누군가가 그를 데려갈 것이다. 그는 목소리가 커서 그것이 필요한 곳에 불릴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끝내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 했다. 그는 이곳에서 가장 덜 불쌍했다. 누구나, 저렇게 건강한 아이라면 자신이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 건강했으며, 그래서 덜 불쌍했다.


끝내 그는 차가운 주사를 맞았다. 어쩌면 뜨거운 걸지도 모른다. 주사를 놓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울고 있었다. 그는 이해했다. 이 사람들도 이미 더 불쌍한 애들을 너무 많이 데려갔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은 사람은 이곳에 남은 더 불쌍한 애들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는 단지 덜 불쌍할 뿐이었다.


그렇게 죽고 말았다. 갈 곳 없는 유기견의 삶이란 그렇지. 덜 불쌍해서 선택되지 못한 그는 사실 더 불쌍한 다른 애들보다 더 오래 살고, 어쩌면 아프지 않은 만큼 더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그래도 그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수백 마리의 유기견 중 가장 밥을 맛있게 먹었고, 한 번도 쓰다듬을 받지 못 했어도 맘껏 뛰며 그만큼 즐거웠다. 더 불쌍한 애들은 제자리에 서는 것도, 조금 걷는 것도 힘겨워해서, 그는 그 애들에게 삶을 양보한 것이, 아쉽긴 해도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가 느낀 것보다 더 행복해할 기회를 얻었을 테니 축하할 일이다. 그는 안심했다.



그게 개로서의 삶이었다. 눈을 뜨고 인간으로 환생했음을 자각했을 때, 그는 분노했다. 마지막까지 선택받지 못 한 것은 그가 밉게 생겼다거나 성격이 안 좋아서도 아니고 단지 덜 불쌍했기 때문이다. 그는 개였을 때 불쌍하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 했다. 아파 하는 개가 있으면 마음 아프고 속상했으나, 단순히 장애가 있는 개들을 보고는 불쌍해하지 않았다. 그 애들은 몸이 낫고 나면 더 이상 아프지 않았고 장애 때문에 우울하지도 않았다. 그의 털이 길고 검은색이었던 것 정도로, 그냥 그들이 가진 개성이었을 뿐이었다. 그 개들 스스로도, 그도 그리 생각했다. 가끔 생존 본능 강한 개들이 그 개들의 움직임이 어색하고 힘이 약하단 이유로 그 약한 개들을 무리에서 탈락시키려 했지만, 인간들이 생각하는 류의 불쌍한 기준과는 전혀 달랐다. 개들끼리 있을 때는 그런 걸 불쌍하다고 느끼지 않았기에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마음이 아픈 개들은 안타까웠으나 인간들이 그 개를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그때 그는 불쌍하다는 의미를 단지 사람이 개를 고르는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 목소리나 긴 털 같은 게 아니라, 의미는 모르지만 불쌍하다고 부르는 취향 같은 게 있고 그게 자신보다 약하고 움직임이 보편적이지 않은 개들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때, 장애를 개성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람에게 학대당해 움츠린 것도 그냥 사람들이 보기에는 움츠리는 개성이 좋은 거라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는 분노했다. 그는, 그들은 불쌍하다는 기준으로 판단되어선 안 됐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개성을 그대로 인정받아야 했다. 인간이 보기에 불쌍해 보이는 요소도 그냥 그들의 개성으로, 불쌍하다는 판단이 아니라 개성으로 인정됐어야 했다. 그는 인간이 되고서야 끝내 선택받지 못하고 죽은 것이 억울했다. 덜 불쌍했던 자신이 더 불쌍했다. 더 불쌍했던 그 애들이 훨씬 큰 행복을 가져갔다. 선택될 기회를 박탈당했다.

그렇게 데려갔으면 행복하게나 만들어 줄 것이지. 먼저 선택된 그 애들은 키우기 힘들단 이유로 다시 버려지거나 방치되고, 혹은 안락사란 이름으로 살해당했다. 처음만큼의 사랑을, 연민을 반의반도 받지 못한 채.


그는 이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버려진 아이들은 너무 많았고, 그는 이제 그들이 불쌍하다고 느끼는 인간이 되고 말았으며, 그들 모두를 구할 힘이 없었다. 그 역시 선택하는 인간이 된 것이다. 불쌍하다고 선택할 수 없었다. 더 건강하다고 선택할 수 없었다. 그는 이제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새, 인간까지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우월감이 역겹고, 보상 심리와 합리화가 고통스러웠으나 아무도 선택하지 않고 지나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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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 그는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요?

퇴고 없는 날것 그대로의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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