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1) 저주, (2) 설화 (3) 진명 편을 모두 읽은 후에 즐겨주세요.

* 신사에서 자란 미도리야가 이상한 '개'와 동거하게 되는 이야기 / 약수위

* 3편에서 이어지는 후일담 외전입니다.




늑대가 산다

[4] 인연因緣


루카 씀






능선을 따라 우거진 나무들의 색이 깊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높았다. 가을이었다.


늑대산에는 유난히 오래된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많았다. 시청에서 큰 돈을 들여 조성했다던 늑대산의 산책로는 이 계절에 가장 인기 있었다.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무릎 관절이 약한 노인들에게도 무리가 없을만큼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노라면, 머리 위에서 성급하게 떨어진 샛노랗고 붉은 낙엽들이 그림처럼 나부꼈다. 봄이나 여름과는 비할 데 없는 운치가 길 곳곳에 흘러 넘쳤다. 

한때 늑대산은 이 근방에서 가장 깊고 험한 산이라고 불렸다. 산세가 거칠다기보다는 숲이 깊어 그랬을 것이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산에 올라갔다 실종되어버린 친구 하나씩은 기억하고 있었다. 키가 높은 수목들이 어깨를 빽빽하게 맞대고 있는 숲은 낮에도 어두웠고, 해가 넘어가면 달빛도 보이지 않아 길을 잃어버리 십상이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에서 길을 헤매다 발을 헛디뎌 벼랑 아래로 실족해 목숨을 잃었다. 어쩌면 이 고장에 저주를 내리는 늑대가 산다는 설화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유 없고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장소일수록 초월적인 전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사랑하는 자녀를 이 산에서 사고로 잃어버린 사람들이 슬픔을 견디기 위해 그 모든 것이 이 산의 주인인 늑대가 저주를 내린 탓이라고 말해온 것이리라.

그래도 해가 저물지 않은 가을녘의 늑대산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관광 스팟을 소개하는 지역 달력에도, 시청 로비에도 자랑스럽게 걸려있을만큼 늑대산의 가을은 아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명물이었다. 산등성이에서부터 불어온 가을 바람이 여름 내내 무성했던 초록을 노랗고 붉은 색으로 물들인다. 그 찬연한 빛은 오래도록 이 산의 주인이었다던 늑대의 것과 닮았다. 황금빛 털과 붉은 눈을 가진, 그 힘이 강하여 스스로 신神이 되었다던, 이 땅에서 가장 신성하고 상서로운 늑대.


늑대산의 입구에는 그 늑대를 섬기는 신사神社가 한 채 오똑 서 있었다.


입구에서 붉은 도리이를 지나 산으로 오르는 좁은 계단을 한참동안 따라 올라오면 신사가 세워진 너른 터가 나타난다. 몇해 전까지 진짜 정체를 숨기고서 다른 신을 섬겼다던 이곳은 다른 신사에 비한다면 그 규모가 터무니 없이 작다. 북이 걸린 사당 한 채, 작은 본당 한 채가 전부다. 

상주하는 신관의 살림집으로 쓰고 있는 단층 목조 저택이 본당과 연이어져 지어져 있고, 운이 좋으면 그 앞 마루에 앉아 햇볕을 쬐는 이 신사의 마스코트를 볼 수 있었다. 성인 남자만큼 커다란 체구에 밝은 색의 털과 선홍색 눈을 가진, 뾰족한 주둥이가 유난히 사나운

 ‘개’였다.


“아쉽네… 해질 때가 되어서 일찍 들어갔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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