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서양의 별자리


날이 부쩍 추워져서 완연한 겨울 날씨이다.

겨울철 밤하늘의 가장 유명한 별자리는 오리온 자리이다.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들은 대부분 서양에서 정리한 것들이다.

오리온 자리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별자리는 자수, 삼수, 벌성, 삼기, 수부, 사괴에 속한다. 


그림1) 서양의 오리온 자리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별자리 위치 비교.  a. 천상열차분야지도(국립중앙박물관 보관), 빨강 : 오리온자리 전체 영역, 진파랑 : 사괴(오리온자리의 방망이), 연파랑 : 자수(오리온의 머리), 노랑 : 삼기(오리온의 방패),  초록 : 벌성(오리온의 칼), 밝은 흰 원들 : 삼수(오리온의 몸통 및 다리).b.  https://freestarcharts.com/orion 에서 제공하는 오리온 자리.

우리나라 별자리는 서양과 달리 하늘에도 삶의 터전이 놓여있다. 위 그림1)에서 a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오리온 자리 영역만 일부 옮긴 것이다. 우리나라의 별자리는 고조선부터 이어져 내려와 조선시대 양반들이 필사본을 챙길 정도로 하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다. 

서양의 오리온 자리는 그리스 신화의 오리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리띠에 칼을 차고 왼 팔에 몽둥이를, 오른 팔에 방패를 들고 곧 싸울 기세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리온 자리는 여러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오리온의 몸에 해당하는 하얀 원들은 '삼수'라 하여 장군들이 되었다. (사냥꾼 오리온과 동양 하늘의 장군들은 어찌 보면 비슷하기도 하다.) 오리온이 왼 팔로 들고 있는 몽둥이는 우리나라의 '사괴'라는 별자리로 이는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피는 관리이다. 오리온의 머리인 연파랑 부분은 '자수'에 해당하며 서방백호의 머리 혹은 군량창고가 된다. 오리온이 차고 있는 에 해당하는 그림1), a의 초록 영역은 '벌성'이라하여 하늘 나라에서 잘못을 한 사람을 벌주는 일을 한다. 

 (참고문헌: 우리별자리, 안상현 지음, 현암사)

2. 적색거성 베텔기우스


오리온 자리는 겨울철 대표적인 별자리인 만큼 유명한 별과 성운이 있다.

작년 말부터 올 해까지 오리온 자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왼 쪽 어깨 부분의 베텔기우스(Betelgeuse)이다. 유명한 적색거성인 베텔기우스는 작년 말부터 별의 밝기가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초신성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 지 관심이 쏠렸다. 베텔기우스의 기본 정보는 아래와 같다.

베텔기우스 >>  직경 : 태양의 약 750~1000배 (목성의 공전궤도 보다 크다.)

                        무게 : 태양의 약 15~20배

                            거리 : 약 600~700광년


그림2) 오리온 자리의 베텔기우스. 왼쪽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베텔기우스의 크기를 태양계 크기와 비교한 것이다. 베텔기우스의 직경은 목성의 공전궤도 보다 크다. (사진 출처, https://apod.nasa.gov/apod/image/hst_betelg_big.gif)
그림3) 베텔기우스의 뜨거운 가스 혹은 플라즈마의 분출을 태양계와 비교하여 이미지로 만든 것이다. Credit:ESO/L. Calçada (사진 출처 : https://www.eso.org/public/images/eso0927d/)


무거운 별의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으로 진행 중이라 여겨지는 베텔기우스는 작년 말 예상치를 벗어나 갑자기 어두워졌다. 사실 베텔기우스는 매우 뜨거운 가스를 별 표면으로 밀어 올렸다가 식으면 다시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대류와 순환을 밝기 변화로 보여준다. 1839년 존 허셜의 발견 이후, 이러한 밝기 변화는 다중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9년 12월의 밝기는 예상보다 훨씬 어두워졌고, 이는 베텔기우스의 폭발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의심을 갖게 하였다.


초신성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베텔기우스의 경우, 초신성이 된다면 몇 주 동안 하늘에서 태양 이외에 가장 밝은 천체가 될 것이다. (실제 1054년의 게성운의 초신성 폭발은 중국 문헌에 낮에도 밝은 별이 몇 주 동안 나타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저 밝기만 한 것이 아니라, 초신성은 물질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지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최근의 초신성은 SN1987(SN : 초신성, 1987: 초신성 폭발 관측 연도)으로 이웃한 은하에서 일어났다. 이처럼 한 세대에 초신성 폭발은 기껏해야 손에 꼽을 정도이다. 초신성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 폭발에서 무거운 별은 내부에서 만들어 놓은 다양한 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내뿜는다. 이러한 원소들이 결국 지구와 같은 행성에서 우리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초신성이 폭발하는 과정은 그 시작을 알아가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베텔기우스는 진짜 '곧' 초신성이 되는 걸까?

 답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며칠, 몇 달 내에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올 초만해도 어두워졌던 베텔기우스는 다시 원래 밝기를 회복했다. 

갑자기 어두워진 이유에 대한 의견이 크게 2 가지로 나뉜다. 

1) 적색 거성이 내부에서 표면으로 뿜어져 나오던 뜨거운 기체와 플라즈마가 거대한 비눗방울처럼 부풀어 올라 별의 표면에서 떨어져나와 식으면서 차가운 먼지구름이 별의 남쪽 부분을 가려버린 것이다. 이는 초신성이 되어가는 과정 중 물질이 어떻게 우주공간으로 분출되는 지 알려주는 관측이다. 

2) 아직 확실치 않지만 차가운 먼지구름이라는 증거는 없다. 먼지구름을 관측하기 위한 적외선과 라디오파장(submillimeter wave)에서 먼지구름이 있는 곳은 더 밝게 보여야 하지만 기대만큼 밝지 않았다. 먼지구름 때문이 아니다. 혹시 태양과 같은 흑점이 증가해서 어둡게 보인 건 아닐까? 하지만 보통 별은 표면이 20~30% 정도 흑점이 생기는데 베텔기우스처럼 어두워지려면 50~70% 정도 흑점으로 덮여야한다. 그러므로 이 또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아직 확실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베텔기우스의 폭발은 얼마나 남았는지 확언하기도 힘들다. 

베텔기우스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3월 중순부터 아예 관측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빨리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어 베텔기우스의 연구가 지속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독자분들도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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