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속에는 다양한 괴물, 괴수, 그리고 신들이 나오지만, 올림푸스의 신들을 가장 위기로 몰아넣었던 존재는 바로 '기간테스'이며, 그들이 일으켰던 전쟁이 바로 기간토마키아(Gigantomachia: 기간테스들과의 싸움이란 뜻)였습니다.

기간토마키아를 묘사한 조각: 가운데와 오른쪽 끝에 있는 다리 대신에 뱀이 달려있는 존재가 바로 기간테스이며, 왼쪽 편에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거인증의 영단어인 Gigantism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 속에서 거인을 뜻하는 기가스(Gigas, Γίγας.), 정확히는 복수형인 기간테스(Gigantes)입니다. 현재는 기가스라는 단어보다는 ‘GIGA 인터넷’이나 ‘기가바이트(Gigabyte, GB: 10의 9승)라는 용어에서 더욱 자주 듣게 되지만, 실제로는 신화 속의 괴물 같은 거인들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다양한 괴물, 괴수, 그리고 신들이 나오지만, 올림푸스의 신들을 가장 위기로 몰아넣었던 존재는 바로 '기간테스'이며, 그들이 일으켰던 전쟁이 바로 기간토마키아였습니다. 

참고로 테라바이트(Terabyte, TB: 10의 12승 바이트)는 가이아의 라틴어 이름인 텔루스(Tellus)에서 기원한 영단어 테라(Tera)를 사용하여 만든 용어입니다. 어머니는 위대한 존재인 법입니다. 

가이아 여신이 로마로 건너가서는 텔루스(Tellus)로 불렸습니다. 이것은 텔루스 여신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기가스들은 모든 신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우라노스(Uranos, Ουρανός)의 피로부터 태어난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정확한 탄생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라노스가 땅의 여신인 가이아와(Gaia, Γαῖα)의 사이에서 티탄 신족 뿐만 아니라 헤카톤케이레스(Hecatoncheires, Ἑκατόγχειρες-백 개의 손을 가졌다는 뜻)와 퀴클롭스(Cyclops, Κύκλωψ-외눈박이, 혹은 제 3의 눈이 이마에 박혀있는 존재) 같은 거인들을 낳았다고 합니다.

강력한 자식들을 보고 자신의 왕좌의 위협을 느낀 우라노스는 그 괴물들을 가이아의 몸 속이라 할 수 있는 땅 속 깊은 곳, 타르타로스(Tartaros, Tartaros)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1) 왼쪽은 헤카톤케이레스 중 하나인 '브리아레오스'를 등장시킨 풍자화입니다. 실제는 머리도 50개 정도가 있는 형태의 거인이었다고 하는데, 고증이 잘 된 그림이 잘 발견되지 않습니다. (2) 오른쪽의 그림은 퀴클롭스 중 하나인 폴리페모스를 그린 그림입니다. 실제 퀴클롭스는 외눈박이 거인 형태라고는 하나, 지금 나오는 이야기 속 퀴클롭스는 다른 이야기에서 다뤄질 폴리페모스하고는 완전 다른 존재라고 전해집니다.

모성애가 남달랐던 가이아는 자기 자식들을 가두는 남편의 모습에 화가 났고, 그에게 자식들의 복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아들 중 하나인 크로노스를 시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버리게 됩니다. 

이 때 흘러나온 피에서 거인인 기간테스와 분노의 여신, 물푸레나무의 님프들이 태어났다고 하며, 바다로 던져진 성기에서는 거품이 일어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성성을 잃은 우라노스는 신들의 왕이라는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고 크로노스가 왕좌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크로노스 역시 형제들을 봉인에서 풀어주지 않았기에(부전자전) 가이아의 저주 혹은 예언대로 자신의 아들에게 왕좌를 뺏기게 됩니다.

보티첼리의 명작인 '비너스(=아프로디테의 로마 이름)의 탄생'입니다. 미의 여신과 기간테스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원료(...)를 가지고 태어난 사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우스가 아버지인 크로노스에게 대항하여 전쟁(티타노마키아)을 일으키고 수많은 티탄신족들과 싸우게 되자 자신을 도와줄 힘이 절실히 필요해졌습니다. 제우스는 지원군을 얻기 위해 삼촌 뻘 되는 헤카톤케이레스와 퀴클롭스들을 풀어주었고, 이들은 고마운 조카를 위해 신들의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됩니다. 

헤카톤케이레스는 백개의 팔로 바위들을 던져대어 티탄족들 위로 바위가 비처럼 쏟아지게 했으며, 퀴클롭스들은 손재주를 이용하여 뛰어난 무기들을 공급하는 것으로 보답합니다. 제우스에게는 번개(이름은 아스타라페이며, 번개창의 형태였다고 합니다), 포세이돈에게는 삼지창, 하데스에게는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을 지닌 투구를 만들어주었고, 이러한 놀라운 무구(武具)들의 능력 덕분에 티탄 신족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1) 왼쪽 그림은 티타노마키아를 묘사한 그림(2) 오른쪽 사진은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에 나온 제우스의 모습. 너무 악역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어쨌든 제우스 입니다.

제우스를 위시한 올림푸스 신들이 승리를 거두자, 이번에는 손주들의 하극상에 화가 난 가이아(애매하게 유교적인 분)가 위에서 언급된 기간테스들을 불러 올림포스 신들과 싸우게 하는데, 이것을 ‘기간토마키아’라고 부릅니다. 

물론 티탄들과 싸울 때 퀴클롭스들에게 받은 무기들도 있었지만, 기간테스가 워낙 강력했고,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나름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합니다. 

이 때 '인간의 도움'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났던, 앞선 이야기에서 히드라 독에 의해 죽었다가 신으로 승격된 헤라클레스의 활약으로 올림포스의 신들이 승리하게 됩니다. 이후로는 가족 싸움에 질린 것인지 가이아가 더 이상 분노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러한 거인들의 이름을 따서 거인증이라는 병명을 짓게 되었는데, 뇌하수체 종양 등의 원인으로 성장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비정상적으로 신장이 커지는 질병을 뜻합니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될 경우엔 신장이 전체적으로 자라는 거인증이 발생하지만, 성장판이 닫힌 후에 호르몬 분비가 과다할 경우는 말단 부위만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말단 비대증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비범한 체구를 가지게 되는 환자들을 보고 경외심을 갖게된 사람들이 신화 속 거인들의 이름을 떠올려 지은 병명인 것 같습니다. 

(1) 왼쪽은 실제 거인증 환자였던 'Robert wadlow'의 생전 사진입니다.(2) 오른쪽은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묘사한  오스마르 쉰들러의 그림입니다(1888년 작).

거인증의 대표적인 예로는 성경 속에 나오는 골리앗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역사나 전설 속에 나오는 수많은 거구의 소유자들 중의 일부는 이 증상이 나타난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야기 읽는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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