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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무조건 보이던 너도 

결국 사라지겠지. 


하지만 목을 끝까지 올려도 

보이는 창문에 불빛들보다 


아래를 내려다봐도 느껴졌던 너이기에 

그래서 더 좋았던 거야. 


"아이일 때 가졌던 

터무니없는 생각들 있잖아." 


"지하철 안 가운데 손잡이에 

까치발 안 서고 잡아보기." 

"천장으로 점프해서 

손바닥 찍고 착지하기." 

"몇 달 내로 키가 커서는 

키 제한이 걸린 놀이기구를 

다 타볼 거라던가 같은." 


"나는... 

가로등에 있는 전구에 

손이 닿아보는 거였어." 


얄미웠거든.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로등 사이를 걸으면 

내 그림자를 떡하니 보여주니까. 


어떨 땐 하나를 더 끼워주기도 하고. 


그래서 혼내주고 싶었어. 


그저 어둠 속을 걷고 싶은 네게 

그림자까지 덤으로 보여줬으니까. 


어른이 된 지금. 

거리에 가로등은 사라지고 

기껏 가로등을 찾아서 발버둥을 쳐봐도 

가로등 안 전구는 여전히 닿지 않아. 


거리에는 가로등 대신 

멋들어지게 지어진 건물들에 

창문이 가로등을 대신하려는 듯 

밝게 빛나고 있지. 


다만 기분은 좋지 않아. 

목이 아플 때까지 위를 봐도 

아득히 먼 빛을 바라보는 불편함이란! 


살짝 위를 쳐다보아도 

아래만 계속 보고 걸어도 

느껴졌던 빛이 

이젠 좋다고 생각해. 


어떤 행동을 하면 

닿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주던 네가 


안 되는 것을 알지만 

계속 다시 생각할 수 있게끔 하던 네가 


어둠이 내리면 

그저 묵묵히 하던 일을 하던 네가 


넌 결국 사라지겠지만 

적어도 난 너에 대한 

생각은 바꿀 수 있었어. 


그 자리 그대로 

나를 밝혀줘서 고마워. 


By Self(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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