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일: 2022.04.02(23살)


[기본 정보]

편성: 일본 NTV

감독: 아사카 모리오

줄거리: 초등학교 6학년인 치하야가 만난 소년은 후쿠이 현에서 온 전학생 아라타. 어른스럽고 말이 없는 아라타였지만, 그에게는 의외의 특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백인일수 경기 카루타. 치하야는 누구보다도 빨리, 누구보다도 열심히 카드를 쳐내는 아라타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아라타가 주목한 것은 치하야의 뛰어난 ‘재능’이었다-. 거기에 같은 반의 타이치까지 가세해, 세 명의 소년소녀는 카루타의 매력에 빠져드는데…. 언제나 함께일 거라는 치하야의 기대와는 달리, 셋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각자의 길에 따라 이별을 하게 되고, 시간은 흘러 고교생이 된다. 과연 그들이 맞이하는 미래는? 


[기타 정보]

기획의도: 일본 전통의 카드패 카루타를 사용한 게임 '경기 카루타'를 주요 소재로 삼아 순정만화의 틀 속에서 긴장감 있고 참신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은 스에츠구 유키(末次由紀) 작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 

제작 방향: 여주인공인 치하야는 게임에 완전히 집착하는 인물로, 그녀에게 경기 카루타는 평생을 말함. 이에 따라 일상 학교 생활에서도 그녀의 일부인 경기 카루타, 그 이야기의 측면을 말하는 데 중점을 두어서 제작. 일본에서도 '(경기) 카루타'는 생소하기에 감독은 실제로 카루타 경기를 보고 경기에서 느낀 실제 역동적인 감정을 담아내려고 했음.

 

[구성 분석]

1. 믿고 볼 수 있는 제작진: 제작사가 애니메이션 영화 기획 및 제작을 하는 '매드하우스'다. 해당 제작사는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 명작을 다수 제작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카드캡터 사쿠라', 우리나라에서 1999년 방영 이후 시청률 30%를 넘겼던 '카드캡터 체리'다. 그런데 그 '카드캡터 체리'를 감독으로 맡았던 사람이 치하야후루를 맡은 '아사카 모리오'다. 

2. 시적인 연출: 피아노의 숲 등으로 유명한 감독 나카무라 료스케는 "아사카 감독님 연출의 가장 큰 매력은 시정(詩情; 시적인 정취)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아사카 모리오가 움직임보다는 분위기와 미장센 위주의 연출을 한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심리에 따른 사물 배치, 소품 디자인, 촬영을 보여주며, 화법도 기본적인 뼈대는 원작을 최대한 따라주면서 은근히 장면에 상징적인 메타포를 숨겨놓는 연출을 선호한다고. 이 때문인지 치하야후루 애니메이션 또한 찬찬히 살폈을 때 더 좋은 부분이 많이 보인다. 백인백수를 다루는 경기 카루타 특성상 고전시가가 많이 나오기에 이러한 시적 연출이 더욱 좋은 쪽으로 부각되는 편.

3. 고전시가의 매력: 2021년 현역 도쿄대학 재학생 500명이 뽑은 '공부가 되는 애니메이션' 16위를 차지. 작품 소재 자체가 경기 카루타와 백인일수라는 고전적 요소를 담고 있어서라는 이유에서다. 

4. 해외에도 인기: 카루타라는 생소한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청춘이란 주제와 감정 연출을 잘 살리고 일본스러운 풍경이 좋은 반응을 얻어 서양에서 굉장히 인기.

5. 순정 만화 그림체에 순정이 나오지만, 이 만화는 스포츠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기 시작하면 주인공들과 함께 카루타를 이해해가게 되니 걱정 안 해도 된다. 퀸은 카루타 여성 1인자, 명인은 남성 1인자, 그 정도만 알면서 봐도 문제가 없음.


[후기]

이 애니메이션은 2020년 3월 시즌3이 나오고 현재 완결나지 않은 상태다. 나는 나와있는 3기까지 봤으며, 4기는 만화책이 올해 완결된 후 제작 예정이라고 했던 것 같아 기다리는 중. 3기까지 봤으면 꽤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이유는 이 애니메이션은 순정 장르지만 '(경기) 카루타'라고 하여 백인백수의 고전시가로 하는 카드 스포츠를 통해 거의 모든 것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만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래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흥미진진했고, 순정 로맨스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사랑고백 대사 등에 면역이 없는 사람으로도 좀 괜찮게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 '치하야'는 '치하야후루'로 시작되는 고전시가 카드로 상징되고, 그 카드를 잡고 못 잡고가 전체 등장인물에게 큰 의미로 나오는 식. 타이치와 아리타라는 두 남주인공과 치하야 사이 삼각관계도 초등학생 때부터 쌓여서 우정과 사랑 사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인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들의 성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치하야가 만든 학교 카루타 부의 이야기부터 치하야, 타이치, 아리타의 라이벌로 나오는 인물들의 서사가 굉장히 탄탄하다. 특히, 육아휴직 후 복귀하려는 퀸이라는 건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처음 보는 캐릭터 같아서 좋았다. 또한, 그녀가 50대에 명인에 도전하려는 하라노 선생과 같이 나온 것은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건 삶에서 지향해야 할 바이니까, 이 애니메이션이 모든 인물의 꿈을 탄탄하게 다뤄준다는 건 상당히 이상적인 연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 인물들이 흔히 말하는 사기캐가 아닌, 각자의 사정이 있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상적 연출을 잘 이끌어주는 부가 요인. 자기 또래이면서 카루타의 여자 1인자로 있는 퀸을 외롭지 않게 하고 싶다는 치하야의 모습도 좋은 연출이었다. 치하야는 퀸을 카루타에 있어서는 경쟁자이지만 평소엔 친구라고 여기는데, 스포츠가 지향하는 바는 이런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라노 선생을 응원하던 친구이자 경쟁 동호회 회장님의 모습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도 한 번 보고 싶은데, 카루타 실제 경기 영상은 그리 재밌지는 않아 보였기에 고민된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에서 일본 지역별 사투리가 너무 기분 좋게 나와서 그걸 실사판의 목소리로 제대로 듣고 싶은 마음도 있음.

글짓는 코끼리. 무지개빛 세상을 꿈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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