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승 학

살다 보면 바람마저 

얼어붙고 곱던 햇살들도

어느 먼 곳에만 머물러서

실날같은 가슴으로는

숨죽여 울 수 조차 없는 날이 많았는데

그래도 그립던 사람아

그날 그렇게 숨죽여 울지도 못하다가

곱은 손가락으로 생채기 난 꿈들을

온 종일 꿰매다가

어두워지는 골목 저 끝에 구부정한 어깨로 걸어나가

추억도

사랑도

눈물도 얼어붙은 하늘에 대고

뭐라고 하셨길래

만 길 허공 저 끝에서부터 얼어붙은

길들을 녹이며

지나온 생애인 듯 오늘

함박눈이 내립니까

함박눈은

말 안해도 다 안다는 듯이

이토록 포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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