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비행선은 오늘도 우주 위를 떠다니고 우리가 외계인이라고 부르던 생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야흐로 먼 미래의 어떤 우주의 어떤 시점에, 그가 깨어난다. 그는 우리 지구인의 피와 금성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이지만 여전히 지구인과 접촉이 가능하며 모습부터 유전자까지 거의 지구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구에 인류가 다시 태어나고 멸망하고를 반복하던 우주에서 그는 새로운 제 1의 지구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응답하라. earth56"
기다란 팔을 지닌 파란 말머리 성운인이 말했다.
거대한 캡슐 안에 담긴 우리의 혼혈 미래 지구인은 서서리 눈을 떠가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못 듣는 것 같습니다. 혹시 죽은 것은 아닌지?"
성운인의 조수가 말했다.
"무슨 소리. 어쩔 수 없군, 그 방법을 써"
"고, 고대의 그 방법을요? 안써본지 200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조수가 두려워하며 머뭇거리자 성운인은 그 긴 팔로 철썩 버튼을 휘갈겼다. 그러자 그 거대한 캡슐이 빙그르르 세바퀴를 돌고 그 안에서 기계가 튀어나와 그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거의 뺨이 빨개질 즈음에 그가 먼저 무언가를 소리쳤지만 그들의 귀에는 웬 캡슐 안에서 누군가 웅얼대는 소리로 밖에는 안들렸다. 어쨌든 그가 깨어났다는 것을 인지한 둘은 서둘러 중단시키고 캡슐을 열었다.
"아악! 이게 뭡니까 대체. 자던 사람을 싸대기를 때리지 않나"
"으음 상태는 괜찮군. 일단 사과하지. 나는 보다시피 말머리 성운인으로 이름은 스트레인이라고 하네"
"스트레인...그런데 웃기게도 저는 제 이름을 모르겠네요"
"그럴 수밖에. 자네는 근 12000년 동안 잠들어 있었네. 자네와 같은 종족이 태양계의 지구란 행성에 정착한 뒤로 계속 12000년을 주기로 멸망과 부활을 반복하고 있어. 다른 계의 우주 종족들이 열심히 눈에 안보이게 그들을 도왔었지만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다네. 자네 조상들은 모두 문명을 발전시켜도 결국에는 핵전쟁 아니면 역병 혹은 자연재해로 멸망하곤 했지. 그 종족의 이름은 인간, 바로 자네와 같은 종족일세."
"그럼 저는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인가요?"
"아니, 자네는 우리가 혹시나 해서 이전의 문명 그 이전의 문명에서 보관해둔 인간일세. 이런 일을 대비해서 종족 보존의 차원에서 우리가 맡아두었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인간이란 종이 멸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금성인과의 dna를 섞었다네. 덕분에 이전 문명보다는 더 온화하고 민주적일게야"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당혹스러움과 신비스러움을 동시에 안고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네는 앞으로 좋은 지구인이 되야 할걸세. 물론 그것은 자네의 선택이지만, 무엇보다 행복하면 그것이 좋은 것 아닐까"
그는 여전히 고민스럽고 모르겠는 것이 많았지만 알겠다고 했다.
"아, 자네의 이름은 원래는 earth56이었지만 앞으로는 그냥 아담이라 부를까 하네"
"그렇군요, 그런데 예명은 왜 그랬습니까?"
"그야 지구인이 56번 멸망을 반복해서지!"
스트레인은 그 긴팔을 휘두르며 말했다.
"저도 이제 지겨워요. 맨날 살려두면 멸망, 멸망, 멸망! 꼭 같은 게임 팩을 계속 다시 사서 까는 것 같다니까요"
스트레인의 조수도 지겹다는 듯이 말했다.
"참고로 이제 지구인 살리기도 마직막일거야. 왜냐면 모두 여기서 손 떼고 이제 구조 활동도 안 한다 선언했거든"
스트레인은 혀를 차며 우리도 이제 이것만 다 하면 쉴 수 있다며 동료들과 쓰던 책을 던졌다. 조수는 갑작스럽다는 듯이 화들짝 놀라서 책을 겨우 받고는 대답했다.
"그럼 이제 이 책만 쓰고 언제 홍수를 낼지만 정하면 되겠네요"
"그렇지. 초기에는 이 책대로 살고 사람들을 다스리면 도움이 많이 될거야. 우리 문명과 다른 행성들의 좋은 것들을 많이 담았으니 전과는 질이 다르겠지"
아담은 책을 잠깐 읽어보고는 경탄을 하며 동시에 걱정을 했다.
"정말 좋은 고차원의 것이지만, 이것이 지금 사람들에게 먹힐까요?  또 사람들이 이것을 이해할 수는 있으며 심지어 악용되거나 위조될 수도 있잖아요"
"그거야 자네에게 달렸지. 자네가 다시 인류의 시초가 되는거야. 자네에 따라서 인류의 길이 달리할걸세"
그렇게 아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로 내려갔고 스트레인과 조수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들의 책은 완성되어 지구로 보내졌다.
"스트레인, 홍수를 결국 내야하는 건가요."
스트레인은 무심한 듯이 말했다.
"아담이 실패했으니 어쩔 수 없지. 우리는 중재자일 뿐이다."
그들은 홍수 버튼을 누르고 즐겁게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들의 고향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스트레인은 돌아가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은 많은 질문을 했는데 그들이 인상깊었던 대화는 이것이었다.
"스트레인, 지구인은 어땠어?"
"음, 지구인이라. 맨날 자고 일어나면 멸망!이라 하고는 깨는 족속들이지"
"하하하. 농담은. 거기서는 너희들을 신이라 믿는다며?"
"아니지, 우리는 그들에게 '외계인'일 뿐인걸."
"외계인이 뭐야? 뭔 소린지 이해할 수 없군"
"이해하지 않아도 되. 다 알게 될테니"
그들은 즐겁게 떠들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이야기는 지구에까지 퍼져나가 훗날 신화라고 이름 붙여졌다.

시, 에세이, 책, 소설, 잡글 등등 글쓰는 사업가 겸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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