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노라, 말할 수 있을 만큼 덤덤해지기까지 헬가는 무던히 노력했다. 



 쟁터는 언제나 절망의 냄새가 넘쳐흘렀다. 절망의 뒤를 언제나 광기가 따르고 있었고 기사들의 가장 큰 적은 그러한 것들이었다.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 

적에게 죽기 전까지 눈을 감을 수 없는 끝없이 달리는 노선 잃은 기차들. 마도대전의 한가운데서 헬가는 영혼을 나눈 용과 함께 닥쳐오는 절망과 싸우고 있었다. 창을 휘둘러. 눈을 뜨고. 휘두르고 또 휘두르다 보면 언젠가 창과 네가 하나일 테니. 용은 그리 말하곤 했다. 헬가의 뒤에 버티고 서서.


내 친우여. 용은 고개를 맞대고 몇 번이고 말했다. 내 친우여. 나의 동지여. 나의 반쪽, 나의 동반자여. 이 전쟁의 끝에 네가 함께하겠지. 허니 내가 그대와 함께 싸우는 것이지. 그럴 때면 헬가는 아득한 어릴 적을 떠올리곤 했다. 숲에 누운 용의 눈이 뜨이고, 인간의 눈과 짐승의 눈이 서로를 마주할 때 서늘한 바람이 속삭이듯 지나가던 때를. 나지막히 알리던 때를. 푸르고 아름답던 용과 헬가가 서로를 마주 보고 싸우고, 울고, 웃고, 결국 평생의 친우가 되던 그 나날들을. 


있잖냐, 우리 이 전쟁이 끝나면 은퇴하여 여관이나 하나 차리는 게 어떻니. 헬가가 커다란 용에게 기대앉아 물었다. 용은 코웃음쳤다. 뜨거운 콧김이 찬 밤을 넘어 헬가의 몸을 데운다. 여관은 무슨. 나는 산으로 들어갈 테니 너도 따라 와야지. 후임이나 양성할 생각을 해라. 그럼 헬가는 나쁜 말만 하는 용이라며 투덜대며, 두터운 비늘을 한 번 툭 치곤 했다. 용이 몸을 말고 잠에 빠질 때까지.


그는 틀렸다. 헬가는 홀로 남았다. 일어나! 귀청이 터질 듯 소리치는 아슬란이 아니었다면 헬가는 그곳에서 용을 따라갔을 것이다. 닥쳐오는 절망의 아가리에 몸을 던지며. 그러나 헬가는 살아남았고, 용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제 푸른 용과 헬가가 작은 여관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전쟁은 끝났다. 헬가는 사르디나 항구 어귀 작은 여관을 차리고는 여관에 틀어박혔다. 창을 놓고. 그땐 그러했노라, 늙은이들의 시대는 지났노라 말할 수 있을 때가 올 날까지 헬가는 노력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일은 힘겨운 일이었다. 헬가의 인생이 누린 모든 영광에 용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모든 추억에 용이 함께 있었다. 헬가는 아직도 푸른 용의 눈을 종종 본다. 눈을 감으면 푸른 용이 보인다. 헬가의 삶에는 언제나 용이 있었다. 


하여 헬가가 푸른 용 크메르사트의 눈을 감기는 데는 아주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함께한 삶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홀로 쌓고서야, 헬가는 푸른 용의 눈을 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은 아니었다. 헬가는 홀로 세월을 걸었다. 등 뒤로 푸른 용은 남겨 놓은 채.




헬가 과거 날조+캐붕 낭낭(......) 헬가님 사랑하고 과거 스토리 풀어줘라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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