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피터였지만 집은 평소보다도 더 조용했다. 피터도 그걸 알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것이었기에 딱히 속상하지도 않았다. 피터가 6살이 될 무렵부터 그는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얻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잃는 게 더 중요한 거란 걸. 슬픔이 기쁨보다 강하다는 것 말이다.

메이는 먼저 출근했는지, 밥을 미리 준비해 놓고 냉장고에는

Happy Birthday darling -xxxxxxx

이라고 쓰여 있는 노란 포스트잇이 있었다. 작지만 확실한 이벤트에 피터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집에 있는 옷 중 가장 멋있는 옷을 골랐다. 물론, 검은색으로. 사실 그라고 속상하지 않을 순 없었다. 10년 동안 한 번도 생일축하를 제때 받지 못했다. 생일이 온 날에 그도 모르게 눈치를 살피며 검은 옷을 입는 것도 그리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이다. 그 누구도 아니고 저가 태어났기에, 그날이 그의 생일이었기에. 그는 메이가 준비한 베이글 도넛에 땅콩버터를 조금 바른 뒤,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그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위한 몇몇 옷들이나 필기구들을 가방에 눌러 담았다. 나머지 것들은 스타크씨가 미리 준비한다고 했으니까.

띵!

순간 경쾌한 알람이 울리며 그는 그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그 문자의 주인공은 네드였다.


- 헤이 피터, 스타크 워크숍엔 갈 거야?


그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표하며 네드에게 전화했다. 당장이라도 스타크씨가 그의 집에 와서 그를 특별하게 스타크 워크숍에 초대했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간 그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까지 말할 것 같아서 그냥 스타크 워크숍에 가도 된다고 허락을 맡았다고만 전하기로 했다.

신호음은 그리 올래 울리지 않았고, 그는 가방을 맨 뒤, 평소보다도 힘차게 휠체어 바퀴를 밀며 네드와 한바탕 전화를 하며 학교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네드와 함께한 덕에 플래셔들이 많이 몰려들지도 않았기에, 어쩌면 오늘은 어제 보다도 완벽한 날이었다. 

피터는 네드 덕에 늦지 않게 워크숍 담당 선생님께 신청서를 전달 할 수 있었으며, (물론 왜 이렇게 늦게 냈냐며 핀잔을 듣긴 했지만) MJ에게 생일축하도 받았고, 처음으로 수업 중간에 워크숍에 가기 위해 운동장에 모일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날에 맞추어 플래셔 들도 모여들지 않았다 하지만,

"헤이 피똥 파커? 아니 불구자 피터?"

플래시는 달랐다, 그는 그를 괴롭히는데 진심이었고, 그게 마치 그가 태어난 이유인 것처럼 행동했다.

네드는 바로 인상을 구기며 그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피터는 그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피터는 숨을 가다듬은 뒤 플래시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피터 파커야."

"그래 피너스 파커, 스타크 워크숍에 가다니 축하해"

"정말 고맙다?"

피터가 그의 새로운 별명에 기뻐하지 않자, 플래시는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에게 읊조렸다.

"네 부모가 죽은 날에 아주 행복해 보여? 안 그래?"

순간 세상이 멈추는 것 같았다. 도대체 플래시가 어떻게 그걸 아는 거지? 네드도 모르는 사실을 왜 도대체 그 누구도 아니고 플래시가 아는 거지? 순간 눈물이 나려고 했다. 오늘은 최대한 그에게 주어진 하루에 행복하여지려고 했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걸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플래시의 그 한마디 때문에, 그의 하루가 망가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조각조각으로 부서졌다. 플래시는 도대체 뭐가 그리 좋은지 큰 소리로 외쳤다.

"불구자 피터는 불효자였어 얘들아!!!!"

목소리가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울렸고, 그는 필사적으로 귀를 막았다.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플래시 톰슨?"

아이들은 모두 입을 쩍 벌렸다, 플래시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이언맨이었다. 토니 스타크였다. 순간 어제 그가 위로의 손길을 전했을 때 처럼 무거운 무게감이 그의 어깨에 닿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은 양쪽 어깨 모두에 손길이 닿았다는 것이었다.

"스타크씨?"

피터는 순간 귀에서 손을 떼고 놀라서 말하자 스타크씨는 부드럽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피터, 고맙다. 어제 내가 너희 집에 간 보람이 있는 걸?"

이에 피터는 필사적으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막았다. 피터의 눈에는 토니의 의도가 훤히 보였으니까. 아마 플래시에게 기죽지 말라고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약간의 복수처럼.

"어.. 예? 스타크씨? 스타크씨가.. 불구.. 아니 피터 파커의 집에.."

"그래 플래시"

스타크는 아주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피터는 여전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토니가 아무리 어제 그의 집에 와서, 그가 스파이더맨이란 것까지 깨달았더라도, 여전히 토니를 보면 입이 벌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피터, 이제 가도록 할까?"

스타크씨는 부드럽게 피터의 휠체어를 밀었다. 선생님들도 조금 아니,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스타크가 자신의 워크숍에 오는 학교에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기쁨? 복수? 행복? 피터는 현재 매우 혼란스러웠다.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고, 그가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을 헤맬 때 쯤 누군가가 가볍게 그를 들어 올렸다. 뉴스 속에서만 보던 스타크씨의 비서실장이 저를 안고 있었다.

"세... 세상에.. 이러셔도 되는 거에요? 아니 제 말은 정말 어썸... 아니"

"꼬맹아 조용히 해주겠니?"

피터가 해피의 쌀쌀맞은 말투에 금세 조용해 지자 토니는 낄낄 거리며 아이처럼 웃어댔고, 피터의 휠체어는 고급스러운 토니의 아우디의 트렁크로, 그리고 피터는 해피에게 어정쩡한 자세로 안긴 채 뒷자리로 옮겨졌다. 그리고 가장 어썸한 건 토니가 해피의 옆자리인 조수석이 아닌 저의 옆에 탔다는 것이다.

세상에 지금 피터의 기분은 기절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피터가 흘깃 본 토니의 표정은 매우 화나 있었다.

"죄... 죄송해요.."

피터는 당연히 본인이 무언가를 잘못한 줄 알고 사과했다. 아주 작게 토니는 더욱 인상을 찡그렸기에 피터는 당연히 본인이 아주 큰 실수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그렇게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네..?"

피터가 여전히 기가 죽어서 말하자 토니는 뭔가 미안했는지 재빨리 말투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토니 시점

세상에, 그는 본인이 자기 옆에 있는 아이에게 들은 말을 두 귀로 똑똑히 듣고도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죄송해요'??? 도대체 뭐가. 그가 쳐다본 아이의 표정은 덫에 걸려 물에 홀딱 젖은 생쥐마냥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현재 토니는 당장이라도 그 플래시 톰슨이라는 아이의 면상을 갈겨주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말투가 거칠어졌을 뿐이었다.

만약 토니가 학폭위를 열거라고 선언을 했다면(사실 토니는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의 앞에 있는 측은하게 두 귀를 막고 공황에 시달리고 있는 피터를 위해서라도 그런 거추장 스러운 과정은 생략하기로 했다.) 피터는 아마 이 학교에서 또 다른 형식의 따를 당할 것임이 분명했다.

"아냐, 네가 미안 할 거 없단 뜻이야."

토니가 한결 부드럽게 말하자 피터가 숨을 다시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그냥... 정말 죄송해요... 플래시.. 걔는 별거 아니에요! 정말로요"

"키드,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말이야?"

"그냥... 저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걸걸요?"

세상에 이 아이는 거짓말에 소질이 없었다.

"설령 그레이엄 수에 일의 확률로 그렇다고 해도, 그 방식은 옳지 않아."

그는 방금 전 자신의 말투가 마치 자신이 피터 파커의 아빠라도 되는 말투인 것 같아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피터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냥 가만히 놔 두세요! 전 정말 괜찮아요!"

"그냥... 네가 만든 그 각성제 그걸 쓰고 하루만이라도 걸어 다니면 안되는 거야?"

"아.."


.

.

.


"너 어떻게 일어난 거야."

토니의 예리한 질문에 피터는 잠시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그저 그의 손을 만지작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어서 말하면 좋겠는데?"

".. 가끔 되요, 정말 가끔. 엄청나게 절실하거나, 그러면.."

"그럼 완치의 가능성도 있는 거니?"

토니가 다시 심각한 분위기를 잡으며 말하자 피터는 당황스러워 하며 두손을 저었다.

"아뇨! 그건 절대 아니에요.."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많이 시도해 보고, 스트레스 받는 영상... 그런거 틀어서 스파이더 센스를 최대로 상승도 시켜봤지만 다 통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피터가 작게 중얼거렸다.

"하나 빼곤.."

"그게 뭔데."

귀신 같이 토니가 이를 듣자 피터는 도대체 어떻게 들은 거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토니는 능글거리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옛날에 한번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어요, 그때 메이가 아주 강한 약을 가지고 왔었거든요... 그런데.."

피터가 말을 잇기를 멈추자 토니가 그를 재촉했다.

"그래서?"

토니는 지금 이 아이가 걸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작정이었다.

"제 몸 때문에 약이 안 받는 거에요... 그래서 전 어.. 평소에 먹는 진통제하고 그 약 한 통을 거의 삼켰는데.."

"세상에! 넌 이런 영재면서 약을 과다복용하면 안된다는 것도 모르는 거야?"

"그냥...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그냥... 그..."

피터가 다시 울먹거리자 토니는 당황해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그래... 뭐... 그때 나이가?"

"10살이요."

"홀리, 제발 그런 나이 설정은 미리 얘기해줘... 난 니가 무슨 14살 일 때 그런 줄 알았어."

피터는 다시 푸흐흐 거리며 웃음을 되찾았고 말을 이엇다.

"어쨌든... 다음 날에 일어나다 보니까 모든 게 정상이었어요. 그리고 무의식 적으로 다리를 내디뎠어요,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5초 동안 전 일어나 있었고.."

"그리고???"

"일어난 것 까진 정말 괜찮은데, 다시 넘어지는 순간에 침대를 잡았는데, 침대가 부서졌어요."

피터는 침대가 부서졌다는 것을 강조하며 말했고, 예상치 못한 전개에 토니가 그저 눈을 깜빡이자 피터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니까 엄청나게 강한... 각성제 같은 걸 아주 과다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어도 아주 강한... 힘을 가져요, 심지어 그 힘이 제가 나름 조율한 거였는데도 침대가... 산산조각이 났거든요."

"네 섹시한 숙모는 놀라셨겠군"

"메이 숙모는 아직도 그날 제가 발작을 일으킨 줄 아세요."

두 남자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고, 토니는 약간의 가능성을 느꼈다. 내가 이 아이를 낫게 해줄 수도 있겠다는. 그런 충동.

.

.

.




"스타크씨도 알다시피, 제가 하루동안 걸으려고 그 각성제를 들이켰다간 퀸즈 전체에 지진이 날 수도 있어요!"

피터가 다시 실없는 농담을 던지자 토니도 이에 대응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순간 해피의 목소리가 울렸다.

"토니! 도착했어요. 스쿨버스 보다 일찍 도착한 것 같은데, 꼬맹이 먼저 들여보낼까요?"

"그러도록 하지."

토니는 순간 피터를 안으려했고, 피터는 정말로 진심으로 당황해서 손사례쳤다.

"정말.. 정말로요? 절.. 안으시겠다고요?"

"세상에 키드! 난 건장한 성인 남성이고 아이언맨이고, 내 심장이 원자로라는 걸 기억해"

"아.. 아니 정말 어썸할 것 같아요!"

토니는 피터의 말을 참을성있게 기다려 준 뒤, 그를 들어 그를 휠체어에 부드럽게 올려놓았고, 피터는 먼저 숙소로 휠체어를 밀고 들어갔다. (물론 페퍼가 옆에서 동행했다.)

토니가 그저 아무 말 없이 피터의 뒷모습을 지켜보자 해피가 트렁크를 닫으며 말했다.

"토니, 저 애한테 너무 정붙이시는 거 아닌가요?"

"그럴리가."

토니가 냉철하게 말하자 해피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객관적으로, 보스, 보스는 피터의 아버지마냥 행동하고 있어요."

아버지. 그말을 듣자마자 토니의 머릿속은 패닉이었다.




"내가.. 저 애의 아빠같이 행동한다고?"










모두 스파이더맨 보셨나요..?

전 계속 울었습니다.. 토니가 있었으면 완전 한방 해결될 문제들이었는데..

여기서도 피터를 굴린다는게 조금 미안해지네요 (그래도 굴릴 잔인한 나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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