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오 테츠로는 켄마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연마研磨라서 켄마ケンマ다. 고양이한테 무슨 그런 괴상한 이름을 붙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쿠로오는 이 이름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켄마는 발톱 가는 일 말고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어린 고양이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켄마는 장난감에도 바깥 구경에도 관심이 없다. 유일하게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발톱 가는 일인데, 쿠로오는 이런 점을 대단히 사랑스러워하며 켄마라는 이름도 잘 붙였다고 뿌듯해하고 있다.

물론 켄마는 그 발톱으로 쿠로오의 옷과 소파와 컬렉션 물품을 꼼꼼하게 망가트려 놓곤 한다. 그것도 이건 꼭 일부러 한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골라서, 예를 들어 쿠로오가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 입을 옷을 미리 골라 놓으면 그것만 망가뜨린다든지, 쿠로오가 밤늦게 열중해 일을 하고 있으면 노트북 충전기를 망가뜨린다든지 한다.

하여튼 그렇다고 해서 쿠로오가 켄마를 조금이라도 덜 귀여워하진 않는다. 물어뜯고 떨어트리고 밟고 깨트리고 찢고 하는 일쯤이야 고양이의 천성 아닌가. 큰맘먹고 산 핸드메이드 더블코트를 켄마가 알뜰살뜰하게 찢어 보온용 헝겊 뭉치로 재활용시켜 놓는다 해도, 쿠로오는 여전히 켄마를 사랑스러워하며 켄마가 거실의 소파 앞에서 몸을 세우고 닥닥 발톱을 가는 모습을 무척 귀여워한다.

요즘 쿠로오의 걱정거리라고 하면 켄마의 영양 상태다. 켄마는 일 년쯤 전에 쿠로오가 길에서 데려왔을 때부터 내내 쿠로오의 보호 하에 있는 것인데, 길거리 출신답지 않게 입이 짧아 무엇을 주어도 잘 먹질 않는다.

동물병원에 상의한 바로는 당장 건강에 문제는 없다고 하나, 이대로 식사를 적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말 역시도 있었다. 쿠로오는 수의사의 말에 몹시 안절부절못했다(쿠로오는 작은 생물체를 키워 보는 것이 처음이었으며, 이렇게 작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사랑스럽고 무슨 짓을 해도 예뻐서 지구에 어떻게 존재하는 건지 의심스러운 생물체는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의사가 어린 고양이에게 권할 만한 영양제를 추천해주기에 쿠로오는 그중 필요해 보이는 것을 두 종류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에 영양제를 먹이기 시작했을 때는 아침저녁이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켄마는 무슨 일에든 별 관심이 없는 고양이답지 않게 '영양제를 먹기 싫다'라는 의사표현만큼은 매우 확고했다. 작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쿠로오의 손을 거부하다 못해 마구 할퀴며 마치 잡아먹히기라도 하는 듯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질러대는데, 쿠로오는 '이렇게까지 해서 먹여야 하나'하고 마음이 약해질 뻔했다. 바쁜 직장인의 아침 시간에 고양이와 실랑이를 하는 것쯤이야 켄마를 위해서라면 할 수 있었지만, ‘끼이이이’ ‘삐이이이’ ‘끼에에엥’ ‘이야아아악’하고 서럽게 못된 짓이라도 당하는 듯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회의감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켄마는 기특하게도 오래 가지 않아 저항을 그만두었다. 쿠로오의 손가락을 순순히 받아들여 입을 벌리고 주면 주는 대로 삼키고는 냐악, 하고 한번 울고는 말았다. 그러고서 쿠로오가 달래어 주기 위해 잠시 품에 안으면 못이기는 척 가볍게 투정을 부리면서도 얌전히 안겨 있다가, 이내 귀찮아하며 쿠로오의 품에서 벗어나 폴짝 뛰어내리고는 쿠로오의 손이 닿은 제 몸을 삭삭 핥아 정리하는 것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영양제를 잘 받아먹게 된 것인지 내심 의아하면서도 쿠로오는 기뻤다. ‘우리 고양이는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도 모자라서 영리하고 사려깊기까지 해서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고 걱정 끼치지 않는다’라고 전세계를 상대로 광고 송출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켄마는 여전히 쿠로오가 꼭 신으려고 마음먹은 신발만 골라 물어뜯고 할퀴어 놓았지만 그것은 별개의 일이고, 하여튼 켄마는 쿠로오를 마음고생 시키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인 것이었다.

쿠로오는 계속 그렇게 믿을 수 있었다. …어느 수요일 아침의 사건만 아니었다면.

평소와 같은 수요일이었다. 하늘은 맑고 기온은 선선하고 구름은 희뿌연 크림 같은 모양으로 군데군데 떠 있었다. 비가 올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쿠로오는 여느 때처럼 켄마에게 아침 약을 먹이고(그리고 어떻게 이런 존재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도 어떻게 내 집에 살고 있는가 하는 깊은 감동의 시간을 잠시 가지고) 출근복에서 삼색고양이의 털을 떼어낸 후 소지품을 챙겨 집을 나섰다.

빗방울이 토독토독 한두 방울 떨어진 건 의외의 일이었다. 일기예보에도 비가 온다는 말은 없었다. 쿠로오는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비닐 우산을 살까 했다가 다시 되돌아가 집에서 우산을 가져오기로 했다. 바쁜 시간이기는 했지만, 집에 다녀오면 그 핑계로 켄마를 한번 더 보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쿠로오의 핸드폰에는 켄마를 보호 및 감상하기 위한 펫캠이 깔려 있었지만, 아무튼.

그런데 열쇠로 철컥 문을 열었을 때 쿠로오가 마주친 것은….

펫캠의 시야가 닿지 않는 안방에서 침대 밑에 무언가를 넣으려 하고 있던, 한번도 본 적 없는 밝은 금색 머리의 소년이었다.

“…아.”

소년은 잽싸게 알몸인 채로 안방 베란다를 뛰어넘어 도망치려고 했지만 쿠로오는 그보다 더 빠르게 소년을 붙잡았다. 자신이 없는 빈집에 숨어든 수상한 소년이 켄마에게 무언가 해코지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반사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뉴스에서 스치듯 본 적이 있었던, 동물의 형태와 인간의 형태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던 ‘수인’에 대한 생각은 한 발 늦게야 떠올랐다.

“…켄마?”

쿠로오는 저에게 손목을 붙잡힌, 제법 마르고 피부가 창백한 십대 소년을 향해 켄마의 이름을 불렀다. 소년은 시선을 회피하며 웅얼웅얼 대답했다.

“…켄마 아닌데….”

맞다는 자백이나 다름없었다.


***


쿠로오는 회사에 급히 연락해 휴가를 쓰겠다고 말하고(전화를 받은 직원은 ‘사장님, 애초에 사장님 회사니까 정해진 날짜만큼 휴가를 쓸 필요가 없다니까요’라고 응대했다) 켄마와 독대했다. 알몸인 채로 둘 수가 없어 급한 대로 쿠로오의 셔츠를 입혔는데, 늘씬하고 길쭉한 팔에 맞추어 만들어진 하얀 셔츠 소매가 켄마의 손을 전부 덮고도 남아 켄마는 그 남는 자락을 펄럭펄럭거리며 괜히 장난질을 쳤다. 시선을 피하려는 투였다.

“켄마, 화내지 않을 테니까, 어째서 수인이라는 걸 숨겼는지 이야기해볼래?”

“야옹.”

“모르는 척하지 말고.”

“야옹.”

“사람 말 할 수 있잖아.”

“야옹.”

“아니, 애초에 고양이 모습일 때는 ‘야옹’ 하는 울음소리 안 내잖아?”

소맷자락만 펄럭거리며 딴청을 부리던 켄마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인간…. 사는 거…. 귀찮으니까….”

“귀찮다고?”

“학교도 가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하고….”

“사람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답게 살아야 할 것 같아서 귀찮았다는 거야?”

“…귀찮아….”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수인은 인간만큼 수명이 길다며? 수인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 여러 수인들이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라면서. 앞으로 살아갈 걸 생각하면 착실하게 학교를 다녀서 스스로 미래를 준비할 대비 정도는 해야지.”

“…쿠로가 먹여살려 주면 되잖아….”

대뜸 쿠로오를 ‘쿠로’라고 부르며, 켄마는 아무 예고 없이 방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보이며 뒹굴거렸다. 그리고 소매가 한참 남는 셔츠를 입은 채 쿠로오를 빤히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쿠로오는 순간 ‘그래, 평생 먹여살려 줄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맛있는 것이며 재미있는 것 전부 누릴 수 있게 해줄게’ 하고 약속할 뻔했지만 입을 열기 직전에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차분히 말했다.

“언제까지나 고양이로 살 수는 없잖아. 지능도 마음도 인간하고 비슷한데 고양이로만 사는 데에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

말하다가 쿠로오는 문득 깨달았다.

“잠깐만, 그러면 고양이 장난감이나 창밖 구경하는 데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것도…?”

켄마는 시선을 회피했다. 십대 청소년의 지능을 가졌으니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고기 낚시터 장난감이나 혼자서 움직이는 전자동 쥐돌이가 재미있었을 리 없었다. 쿠로오가 열심히 반짝이는 낚싯대를 흔들며 시선을 끌려 했을 때 한두 번 앞발을 움직이는 시늉만 하고 말았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가끔 퇴근했을 때 노트북이 은근히 뜨겁거나 마우스 위치가 바뀌어 있었을 때가 있었는데….”

켄마는 더욱 시선을 회피했다. 켄마가 마우스를 건드렸다든지 노트북 위에서 식빵을 굽고 졸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제 보면 펫캠의 시야가 닿지 않는 안방에서 켄마는 인간 모습으로 변해 쿠로오의 노트북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입으려고 골라둔 옷만 할퀸 건 왜…?”

쿠로오는 반쯤 억울해져서 물었다.

“…야옹.”

켄마는 되도 않는 수작을 부리며 딴청을 피웠다.

쿠로오는 마른세수를 하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쨌거나 쿠로오는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있는 사랑 없는 사랑 전부 쏟아부어 키웠던 어린 고양이가 사실은 수인이었으며, 수인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숨겼으며, …새로 샀던 더블코트도 일부러 할퀴었다는 사실을.

“자, 어쨌든 필요한 수속은 밟아야 하니까…. 켄마, 호적신고는 되어 있어? 학교를 다닌 적은 있고? 원래 살던 곳은 어디야?”

“없어…. 호적도 없고…. 학교도 가본 적 없고. 고향도.”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없어….”

“그렇구나. …원래 이름은?”

“…켄마가 좋아….”

쿠로오는 그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묻지 않았다. 대신 필요한 이야기를 했다.

“신고는 해야 해. 네가 위험한 일에 휘말렸을 때도 신분이 없으면 구해주기 어렵고. 아플 때에나 다른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도. …쿠로오 테츠로 호적 밑으로 들어올래? …아니면 새로 성씨를 만들어서 신고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러자 켄마는 쿠로오를 빤히 보았다.

“왜?”

대답 없이 켄마는 쿠로오를 계속 빤히 보았다. 그러다가 휘적, 꼬리를 저으며 말했다.

“…‘쿠로오’는 촌스러워….”

쿠로오는 몹시 억울했다. 본인의 이름이 무척 세련되고 잘생긴 이미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켄마가 인간 모습인 채로 매끌하고 보슬보슬한 꼬리를 꺼낸 데에 정신이 팔려, 진지한 이야기라든지 ‘촌스럽지 않거든!’ 하고 항변하는 것은 깨끗이 잊고 말았다.


***


안방 침대 밑에서는 영양제가 한 무더기 나왔다. 그동안 켄마가 얌전히 받아먹는 척만 했다가 쿠로오가 출근하자마자 침대 밑으로 밀어넣어 놓은 영양제였다. 켄마는 쿠로오가 뭐라고 하기도 전부터 “야옹.” 하고 혼자 딴청을 피웠다. 쿠로오는 그동안의 시간이 떠올라 잠시 허탈했으나, 그보다도 ‘안 그래도 입이 짧은 켄마가 영양제도 제대로 안 먹고 있었다니 혹시 바람이 불어서 날아가거나 숨을 쉬다가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밀려와 패닉에 빠졌다.

“제대로 밥 챙겨 먹어, 켄마, 앞으론 사람이 먹는 음식도 만들어줄 테니까.”

“별로…. 필요 없는데….”

“고양이 식사가 맛없어서 안 먹었던 거 아니었어?”

“…어차피 고양이 식사도…. 쿠로가 고기나 연어 같은 걸 잔뜩 넣어서 만들어주니까….”

“그럼 왜?”

“…먹기 귀찮아….”

“좋아하는 음식은 없어?”

“별로…. …애플 파이…?”

쿠로오는 켄마가 그것을 언제 어디서 먹어보았는지 묻지 않았다. 인간 모습일 때였는지 고양이 모습일 때였는지, 행복하던 때였는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때였는지, 그런 건 어쨌든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애플 파이는 그다지 영양가가 높은 음식은 아닐 텐데, 어떻게 하면 야채나 단백질을 더 먹일 수 있지?’ 하는 고민이 마구 샘솟았다. 

깊은 고민에 빠진 쿠로오를 깨우듯이 켄마가 불렀다.

“쿠로.”

“아, 응?”

“촌스러워.”

“뭐가?!”

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꼬리를 살랑 휘젓고는 고양이일 때의 습관대로 손목을 할짝였다. 그러더니 아무 연관 없이 말했다.

“이름에는 손톱爪이란 한자가 들어가는 게 좋아….”

“네가 가질 새 이름? 그런 성씨가 뭐가 있지…. 츠메다? 츠메카와?”

“촌스러워.”

“윽.”

“굳이 앞쪽에 붙이지 않아도 되잖아….”

“그럼, 음, 코즈메?”

켄마는 대답 대신 또 엉뚱한 말을 했다.

“…요리는 앞으로도 쿠로가 해줘….”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쿠로오는 켄마가 굳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의아했다. 켄마는 거기에 더 무어라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스륵 하고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쿠로오의 하얀 셔츠에서 빠져나와서는, 소리없는 걸음으로 쿠로오에게 다가와 발목에 스윽 정수리를 부비고는 걸음을 돌려 멀어졌다.

처음으로 겪어 보는 켄마의 애교에 쿠로오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충격을 받아 꼼짝도 못 하고 가만히 동상처럼 서 있었다. 그러다 뒤늦게야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켄마,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해!”

냐악, 하고 쿠로오의 손에 잡힌 켄마가 울었다. 켄마가 아무리 애처롭게 군다 해도 쿠로오는 이것만큼은 봐줄 마음이 없었다.

“글은 읽을 수 있는 거지? 초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도중에 중고등학교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 알아보자. 진학계라든지 취업계라든지 그런 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지만 학교는 가 줘, 켄마.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면 배우는 걸 도와줄 테니까….”

냐아악, 하고 버둥거리던 켄마가 이내 포기한 듯 잠잠해졌다. 그리고 애처롭게 “…냐아….” 하고 울었다. 인간의 말로 치면 “…알겠어….” 쯤일 것이라고 쿠로오는 짐작했다.

“그리고 일단 잠깐 인간 모습으로 돌아와 볼래? 옷을 몇 벌 맞춰야 할 텐데 치수를 모르니까 말이야.”

켄마는 몹시 귀찮고 성가시고 피곤해하면서도 순순히 쿠로오의 말대로 모습을 바꾸어서는 쿠로오에게 몸을 내맡기고 섰다. 쿠로오는 줄자로 그런 켄마의 신체 치수 이곳저곳을 쟀다. 재단사에게 몸을 맡기고 치수를 쟀던 기억을 떠올리며 재어 보는 것이었는데, 어느 곳의 치수를 어떤 식으로 재어야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단 이 정도면 당장 입을 옷 정도는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앞으로 옷 안 망가뜨릴게.”

켄마가 갑자기 말했다.

“그건 갑자기 왜?”

“…도…. …니까.”

“응?”

“내가 아무리 …도…. 쿠로가 …라는 걸…. …니까.”

“응? 뭐라고 했어?”

쿠로오가 다시 묻자 켄마는 몹시도 성가셔하며 꼬리를 꺼내어서는 어딘가를 탁 쳤다. 졸지에 손목을 얻어맞은 쿠로오는 아야, 소리를 내면서도 한 차례 얘가 왜 이러나 갸웃했다가, 고양이의 속마음을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다시 켄마의 치수를 재는 일로 돌아갔다.

“쿠로.”

“응?”

“고양이는 귀여워.”

“아, 응.”

“그러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당하면 끝이니까….”

쿠로오는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켄마가 하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었다. 고양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포로가 되어버린 나머지 해달라는 건 다 해줄 수밖에 없어지는 현상을 조심하라는 거라면야 그건, 사랑에 빠지면 원래 그런 게 아니던가. 그리고 켄마만큼 귀여운 고양이가 있을 리도 없는데.

“…야옹.”

켄마는 괜히 꼬리를 휘적거리며 되도 않는 고양이 울음 흉내를 냈다.

사랑에 빠지는 게 손해보는 일이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손해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쿠로오는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을 손해보게 만드는 고양이가 못된 고양이라고 한다면, 코즈메 켄마는 세상에서 제일 못된 고양이라고 쿠로오 테츠로는 생각했다.




트위터 @eggacchq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