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이름

츠키시마 케이 X 야마구치 타다시

written by. 볼깡(@bolggang)

* 본 연성은 2차 창작 글이며, 작가의 해석을 거치기 때문에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커플링 요소 있습니다.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달빛의 색을 담은 머리카락에 벚꽃비가 내렸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눈처럼 흩날리던 꽃잎 중 하나가 별안간 소년의 안경에 날아들어 시야를 가렸다. 소년은 길고 흰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그렇지만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꽃잎을 떼어냈다. 기다리는 이는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방금 꽃잎을 떼며 약간 흘러내린 안경을 도로 밀어 올렸다. 짜증이 나려고 했다.

츠키시마는 차분하지만 참을성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 배구가 아닌 다른 것에서의 기다림은 그가 약한 종목이다. 그가 기다리는 게 다른 이였다면 애초에 등굣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예외라는 게 있듯 츠키시마에게도 예외적인 존재가 있었다. 그건 츠키시마가 겨울 내내 기다려온 어떤 것으로, 학교의 누구보다도 먼저 봐야 했다. 지극히 사소한 것 같지만 그에게는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츠키시마는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에 뜬 시각이 지금부터 뛰지 않으면 지각이라고 말했다. 참을성 없는 츠키시마가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핸드폰 화면이 도로 까맣게 변했다. 한숨을 푹 쉬면서도 그는 발을 떼지 못했다. 학교에 지각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자신의 봄을 기다려야 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꽃들이 만개했으나 츠키시마에겐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언덕진 아스팔트 길 너머로 초록 머리칼이 흔들리며 다가왔다. 츠키시마는 숨을 가볍게 삼켰다. 그건 그가 겨울방학 내내 기다려온 봄이었다. 그의 봄은 초록색이고, 조금은 어리숙하며 개구쟁이지만 귀염성이 있다. 바로 지금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다. 봄은 츠키시마의 앞에 와 몰아쉬는 거친 숨 사이로 늦어서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하고 겨우 물었다. 어깨에 꽃잎이 잔뜩 붙은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게 못내 사랑스러워 츠키시마는 괜히 마음에도 없는 핀잔을 주었다.

“늦었잖아. 뛰어도 겨우 지각을 면하겠어.”

그러면,

“미안, 츳키! 얼른 가자!”

하고 봄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말도 오랜만에 듣는 거라 츠키시마는 얼굴에 번지는 아주 작은 미소를 숨기려 뛰기 시작했다. 찰나에 용케도 그 미소를 본 그의 봄이 따라 웃었다. 이가 드러나고 눈이 휘는 솔직한 웃음 위에 주근깨가 총총 박혀있다. 츠키시마는 뛰면서도 지각에 대한 걱정보다 그 웃음이 예쁘다는 생각뿐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두 소년의 머리칼이 날렸다.

츠키시마는 자신의 봄을 야마구치, 야마구치 타다시라고 부른다.


흑집사, 하이큐 2차 창작.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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