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달의소녀ODD EYE CIRCLE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ODD EYE CIRCLE은 이달의소녀⅓을 이어 공개된 김립, 진솔, 최리가 소속되어 있는 이달의소녀의 두 번째 유닛입니다. 'odd'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이상한', '특이한', '홀수의' 혹은 '한 짝만 있는' 등의 뜻을 가집니다. 이것이 신체의 일부인 '눈'과 결합했을 때에는 눈동자의 색이 서로 다른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됩니다. 그러므로 Odd Eye circle이라는 유닛 이름은 이달의소녀의 두 번째 유닛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제공합니다. 이들은 세상의 '이상함'을 지각하게 되는 '특이한' 이들이자, '오드 아이'를 가진 세 명의 소녀들입니다. 공식적인 설명에 따르면, ODD eye circle이라는 유닛 이름은 세 가지 색을 가진 세 개의 달(ODD[1])이 만드는 원(Circle, 유닛)을 의미합니다.
[1] ODD는 세 개의 달이 겹쳐진 모습을 형상화한다. 또한 그들의 오드 아이는 월식의 모습을 닮아있다.

오드아이써클의 시기는 이달의소녀에게 있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오드아이써클은 흔히 사람들이 이달의소녀의 색깔이라고 말하곤 하는 음악들이 이달의소녀의 앨범에 수록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둘째로, 오드아이써클에 들어서면서 ⅓ 때부터 시작된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많은 떡밥과 함께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이 두 가지 특성 덕분에, 오드아이써클은 해외 팬들이 이달의소녀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다소 해석하기가 모호한 ⅓에 비해 비교적 명확하게 세계관을 전개해 나가는 오드아이써클이기에, 이달의소녀의 세계관을 찾을 때면 오드아이써클부터 많은 내용들이 나옵니다. 오드아이써클은 이런 내용들을 정리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의 편의를 위해, 시작은 오드아이써클의 [Mix&Match]의 리패키지 앨범 [Max&Match]의 타이틀곡인 <Sweet Crazy Love>으로 하겠습니다. 시기상으로 오드아이써클의 가장 마지막에 공개된 앨범의 타이틀 곡인 <Sweey Crazy Love>는 오드아이써클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곡을 통해 시작점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어, 이달의소녀의 핵심 상징 '뫼비우스'를 표현한다는 느낌도 듭니다.

Sweet Crazy Love 

일단 뮤직비디오가 시작되면, 이달의소녀의 로고가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⅓ 시기에서 뮤직비디오가 시작할 때 나타나는 이달의소녀 로고는 배경 색만 바뀌는 노란 색 달이었습니다. 반면, 오드아이써클의 로고는 검정색 배경에 각자의 상징색을 한 달이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사라질 때, 원 모양 흔적을 남기면서요.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 테두리의 원 모양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한 오드아이서클 멤버들의 '눈'의 모습인 동시에, '월식'(eclipse)을 상징합니다. 다시, '월식'은 '연결', 혹은 '만남'을 의미합니다. 이제 우리는 루나버스의 다른 챕터에 진입한 것입니다. <Sweet Crazy Love>의 뮤직비디오도 검정색 배경을 한 이달의소녀의 로고가 나오면서 시작합니다. 

MV에 등장하는 눈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배열. 평범한 흑색 눈
오드아이와 흡사한 모양을 한 흑백의 눈
오드아이

뮤직비디오도 흑백 화면으로 시작됩니다. 진솔은 아무도 없는 지하철에, 최리는 지하 주차장에, 김립은 어두운 골목 거리에 있습니다. 김립이 있는 거리 뒤로는 '뫼비우스'와 '서울'이 써 있는 네온 간판이 보입니다. 희진이 그토록 바귀기를 염원했던, 색이 없는 '흑백'의 공간 서울에서, 오드아이써클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황은 지하철, 지하 주차장, 어두운 골목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두리번 거리거나 수동적으로 어딘가를 향하는 모습을 통해 표출됩니다. 

화면은 전환되어 진솔이 있는 지하철로 넘어갑니다. 진솔은 안대를 쓰고 있네요. 뮤직비디오가 처음 시작할 때 눈을 깜빡인 것은 진솔인가 봅니다. 김립, 진솔, 최리 모두 눈에 이상을 느낀 듯 합니다. 진솔은 아예 안과에서 검사를 받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진솔은 이상을 느낀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많은 이미지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이러한 장면이 네 번 나오며, 장면마다 동일한 대상의 이미지가 변주되어 나타납니다. 이러한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슬라이드 이미지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장면입니다. 흑백 화면 속에서, 시력 검사를 받는 모습, 연기, 부엉이의 눈, 알 수 없는 작은 원들, 피(?), 달, 눈이 나타납니다. 

두 번째 장면에서도 유사한 이미지들이 나타납니다. 시력 검사를 받는 진솔, 누군가의 눈, 안약을 넣는 장면, 연기, 시력 검사 판, 알 수 없는 원들, 다시 눈. 일단 누군가가 눈에 이상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들 같습니다. 

두 번째 이미지들이 지나간 다음에는, 다시 진솔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진솔의 손에는 그녀의 상징 동물인 블루 베타가 있지만 진솔은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에서 오드아이써클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정체성을 자각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절망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솔의 경우는 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데, 그 이유는 진솔이 자각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드 아이'로 각성했기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이때 블루베타의 모습과 스쳐지나가는 이미지에서 '피'로 보이는 장면이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루베타의 피는 진솔이 겪고 있는 상처와 혼란을 보여줍니다. 

진솔의 솔로곡 <Singing in the rain>, 그리고 진솔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올리비아 혜의 <Egoist>에서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검정색'을 서브색으로 가지는 진솔은 '죄를 지었다'고 언급됩니다. 그래서 진솔은 앞서 비비의 <Everyday I need you>에서 보았듯 흑백의 화면 속에서 '지하'에 갇혀 있었습니다. 진솔이 있는 공간이 '지하철'로 묘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2]아마 진솔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드아이로 각성할 행동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예기치 않은 행동은 하슬의 <소년, 소녀>에서 보았듯,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실제로 피를 흘리기도 합니다.[3] 하슬은 비를 부르는 소녀로 묘사되었고, 진솔은 빗속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다만, 진솔은 비비의 도움으로 이 비극(지하)에서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2] 비비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진솔이 나오는 장면에서 분수와 전철이 등장한다.
[3] <소년, 소녀>에서도 하슬의 눈에 '보석'의 이미지가 병치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4]가 진솔의 이어폰을 뺍니다. 진솔이 놀라 살펴보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진솔의 상징 동물 블루베타는 음악을 계속 듣고 있습니다. 분명 이어폰이 빠져서 들리지 말아야 할 노래가 블루베타를 통해 진솔에게 들립니다.[5] 이는 계속해서 부정하고 도망쳐 온 모습(<Singing in the Rain>)이 실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4] 올리비아 혜의 <Egoist>에서 진솔이 누군가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빼는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는 것에서, 진솔의 이어폰을 뺀 것은 진솔 자신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유사한 장면들이 오드아이써클의 <Girl front>에서도 여럿 등장한다.
[5] 현진의 <다녀가요>에서도 현진과 고양이의 시점에서 음악의 거리감을 조절해서 서사가 진행되었다. 다만, 현진은 그 주변을 맴돌 뿐 핵심에 다가가지 못했다.

다음으로 세 번째 이미지들이 등장합니다. 이 이미지들 중에 특히 블루베타의 지느러미 모양을 한 그늘이 진솔의 오른쪽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빛이 비치는 곳은 진솔의 오드아이-오른쪽 눈입니다. 블루베타와 진솔의 모습이 겹칠 때(월식할 때), 색깔이 있는 자리가 드러납니다.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은 진솔이 블루베타를 들어 바라봅니다. 안대를 벗자 진솔의 눈동자에 파란색 원이 생겨있습니다.

다음 장면에서는 '이클립스'라는 네온 근처에서 김립이 서 있습니다. 최리는 차에 탄 채 차가 이끄는 곳으로 '수동적'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최리를 태운 채 어딘가로 향하는 차와 벽에 기대고 있던 김립이 스치고, 이 만남('이클립스')가 김립의 각성을 가져옵니다. 진솔의 각성이 진솔의 눈에만 영향을 미쳤다면, 김립의 '이클립스'는 세계에 색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네 번째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연기는 <favOriTe>, <Why not?>, <Star>에서도 등장하는, 세계를 색으로 물들이는 행위입니다. 다음으로 김립의 상징색인 붉은 색 달, 김립의 상징 동물 부엉이, 월식, 김립의 오드아이가 연이어 지나갑니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이미지는 세포 또는 혈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색'으로 규정되고 판별되는 오드아이는 당연하게도 흑백의 세상에서는 다른 눈과 다를 바 없습니다. 흑백 속에서 색은 정체성을 부정당하며,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김립이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달의 뒷면'이라고 적힌 네온이 등장합니다. 이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2년도 더 뒤에 달의 뒷면은 <So what>의 핵심 주제로 다시 등장할 것입니다. <So what>의 티저에서는 달이 항상 우리에게 앞모습만을 보여주었으며, 누구도 달의 뒷면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사실이 언급됩니다. 이처럼 흑백의 세상 속에서는 흑백만이 드러납니다. 흑백이 될 수 없는 '이상한' 이들은 자신들의 '특이함'으로 인해 방황하고,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세상과 자아가 불화합니다.

이 불화는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갑니다. 자아의 성장(오드아이의 각성)과 세계의 변화(컬러풀해지는 세계)가 동시에 일어나는 모습입니다.

이제 무언가를 감지한 김립은 뛰어가기 시작합니다. 오드아이써클을 결성하기 위한 김립의 <Eclipse>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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