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신, 나는 인간이다.

본디 무명이라 해도 너는 결국 검에 깃든 츠쿠모가미. 언제가 늙고 쇠하여 스러질 나와는 다르게, 본체가 파괴되지 않는 한 영원히 현세에 남아 먼 하늘을 바라보는. 찰나를 잡지 못하고 끝내 영원을 바라게 되는, 내가 사랑하는 너는 신이다. 

신을 거느리며 그들에게 명령하고 함께 살아간다 해도 나는 결국 인간.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고 곧게 서있을 너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는 점점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보고 끝내 땅속에 묻히는. 영원을 바라지 못하고 찰나에 남는, 네가 사랑하는 나는 인간이다.


우리들의 시간은 다르다. 네겐 너무나도 짧을 시간은 나에겐 너무나도 길어서, 그 사이에 외견도 영혼도 자라고 성숙하며 끝내는 시들어간다. 하지만 너는 자라지 않는다. 젊고 강건한 신체와 외견을 유지하며, 현세의 지식을 알고 흡수하며 많은 것을 깨닫지만 그것이 토모에가타 나기나타라는 너의 본질, 그 영혼을 흐리게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나의 영혼은 너무나도 연약하여, 사니와로 살아온 8년간의 경험은 나를 현세에서 아득히 동떨어진 인간으로 만들었다. 신의 지식, 신의 시간에 맞닿은 것 하나로 인간 아사쿠라 아카네의 인간으로서의 본질은 흐려진 것이다. 신의 시간을 알아버렸기에 나는 영원을 바라고, 인간의 시간을 알지 못했기에 너는 영원을 바란다.


신을 사랑하는 자의 말로는 비극이다. 세상 그 어느 신화를 찾아봐도 신과 인간이 온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신화는 없었다. 에로스를 사랑한 프시케는 결국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올림포스의 구름 위를 날아다니게 되었지. 아, 차라리 내가 프시케가 되어, 나비가 되어 꽃에 내려앉듯 너의 곁에서 춤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영원을 알아버렸기에 언제, 어느 순간 덧없이 끊어질지 모르는 가녀린 목숨은 너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도록 옆에서 불안을 속삭인다. 


화사하게 핀 푸른 봄꽃을 사뿐히 즈려밟는다. 너는 영원을 바란다. 나는 찰나를 살아간다. 영원과 찰나. 함께할 수 없는 두 대척점이 단 한번 만나는 교차점이 만들어 낸 것이 우리의 사랑임을 알면서도, 너도 나도 영원을 바라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너의 품에 안겨 온기를 만끽하고, 너에게 입맞추는 이 찰나를 사랑하면서도 영원을 바라는 나는 어리석은걸까?


영원히 완성될 수 없는 영원. 이 찰나를 사랑하면서도 영원을 바라는 우리. 영원히 풀리지 않을 모순을 안고 빙글빙글 춤출 수 밖에 없는. 그렇다면 차라리 서로가 서로의 눈을 가리고, 서로가 서로의 눈을 막아버릴까. 단 둘의 영원을 만들어, 거짓된 영원임을 알면서도 꿈을 꾸는거야. 나는 나약하고 또 연약해서 도망칠 수 밖에 없기에 너에게 손을 내민다. 부디 이 손을 잡아주길. 나에게 꿀처럼 달콤한 영원을, 떫은 포도주처럼 씁쓸한 찰나를. 그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나에게 상냥한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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