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미쳤네요”

“아직 아무말도 안했어요”

“알아요, 그냥 빨리 들어가고싶어서 그래요”

유정은 등뒤로 현우를 치며 눈치를 줬으나 현우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주연은 이를 으득 갈며 사람 하나 죽일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현우는 혹시 그가 이미 수영을 죽이고 묻고 온건 아닌가 추측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을 없었다고 했다.

“물건 던지기 시작한 건 그 인간이에요, 사람 도둑년으로 몰아간다면서 방에 있는 걸 다 던지더라고요. 웃긴건 던진 것도 다 제거에요. 제 머그잔이 어디갔나 했더니. 소파는...제가 말리려다가 같이 좀 굴렀는데..”

“..좀?”

원래 있던 자리에서 1미터는 밀려나있는 소파를 보며 현우가 덧붙였다.

“..소파에 제압하니까 손톱으로 제 얼굴이랑 소파까지 긁어버리는거 있죠. 인조손톱이 그렇게 날카로운지 몰랐어요.”

그냥 힘이 무지 센거같은데, 유정은 상당히 깊게 패인 상처와 속이 튀어나온 소파를 보며 생각했다.

한참을 울분을 토해내던 주연은 유정이 가져온 구급상자로 소독하고 약까지 바른 후, 진이 빠져 "..고마워요"  한 마디 한 후 방으로 들어갔다. 유정은 닫혀버린 방문을 한 번 쳐다보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현우를 뒤돌아보았다.

“..이거 우리가 치워야하나요?”

의자 하나는 엎어져있고, 머그잔은 깨져서 절그럭거리는 유릿조각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던졌는지 분해되서 굴러다니는 드라이기에선 탄내가 났다. 용역병들이 한번 뒤엎고가도 이 정도는 아닐거라고,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한 유정과 현우였다.

현우는 장렬하게 사망한 소파의 가죽을 한번 쓰다듬어주고 입을 열었다.

 “나가서 내일 들어오죠.”

 “좋은 생각이에요.”

 현우와 유정은 사우나에서 식혜와 미역국을 마시며 즐거운 밤을 보내고 다음날 각자 출근했다. 그 상황을 모르고 그 날 늦게 퇴근한 솔은 집안꼴을 보고 자신이 훙가에 잘 못 들어온 건 아닌지 다시 밖을 나와 확인했해야 했다. 그리고 번지수까지 맞춰보고나서야 들어왔다. 거실은 멘탈을 정리한 주연이 다음 날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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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씨 아직 안돌아왔죠”

“예, 짐은 그대로 있는데. 사실 이대로 영원히 사라졌음 좋겠어요.”

카탈로그에서 소파를 찾던 주연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일주일째 수영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용한 일상에 만족한 다른 사람들은 간만의 평화를 즐기고 있었지만, 유정은 조금 걱정스러웠다. 물론 친하지도 않고 오히려 싫어하던 사람이었지만, 혹시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걱정마요, 그렇게 자랑하던 잘난 친구들 집에 기어들어가 행패부리다 절교당하고 돌아오겠죠.” 

주연은 그렇게 말하며 완전히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주 익숙한 패턴이었다. 수영은 자신이 비난받을 상황이 오면 이렇게 회피하고는 그들이 실컷 감정을 소모하게 하고 지칠 때쯤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굴었다. 한 네 번 겪으니 모두 어영부영 지나가는데 익숙해졌다. 물론 매일같이 한 방에서 자는 주연은 그럴 수 없었다. 매일 새로운 종류의 갈등과 감정소모에 슬슬 미쳐갈 지경이었다. 

이번에 돌아오면 그땐 정말 땅에 묻어야지. 

유정은 얼굴이 무섭게 변한 주연에게서 뒷걸음질쳤다. 오늘도 나가있어야겠다. 

“도서관 갈래요?” 

“좋아요. 지난번에 추천해준 책은 어땠어요?”

 “어머니랑 아들 관계가 묘하던데요. 혹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취향이에요?”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유정과 현우는 나가고, 솔은 친구와의 약속으로 아침부터 없었다. 한마디로 수영이 돌아오기엔 최악의 날이었다. 그러나 하우스 사람들의 연락처도 없는 수영은 이를 알리 없었고, 새벽에 조용히 들어온 그는 거실에 불도 안켜고 앉아있는 주연에 놀라 비명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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