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싶을때 쓰는 망상소설 +저장용

생각날때마다 글은 수정.추가될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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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올지 모르는 사네미를 기다리며 혼자 먹을 늦은 저녁밥을 만들던 중이었다. 상을 차리고 이제 슬슬 먹으려 하자 집 근처에서 많은 인원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집 앞에서 멈췄고, 익숙한 목소리의 외마디가 들려왔다. 




"아!! 어디까지 쫒아오는거야, 좀 꺼지라고!!"




사네미? 무슨일이지..? 나는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순간 그 사람들 모두가 열린 문안의 나를 쳐다보았다. 사네미는 그런 그들을 집안으로 못들어오게 막으며 씩씩대고 있었고, 나는 생각도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에에~, 이 아이인가요?"

"..여자? 생각보다 화려하잖아!"

"음! 시나즈가와, 생각을 바꾸어 다행이다!"

"오랜만이에요, 00씨."

"..."




각자 개성이 뛰어난 5명이었고, 그 중에는 시노부도 있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그녀는 카나에의 나비무늬 하오리를 입고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이제까지 본 적없는 표정이었다.



"시노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카나에의 장례식장에 있던 여자 아냐? 상현과 만났다던!"


 

그의 말대로 저 화려한 장식은 그때 온 사람들 중에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네 맞아요! 저, 그런데 누구신가요? 무슨일이세요?"

"저희는 막 주합회의가 끝나고 오는 길이에요! 그 시나즈가와씨가 츠구코가 생겼다고 해서, 다들 궁금해서 와봤어요~ 그나저나 너무 귀여워!! 이름이 뭐에요?"




분홍빛과 연두빛이 섞인 머리색의 여자가 대답했고, 나는 그말에 잠시 머리가 멈췄다. 주합회의? 어...? 주??



"헉- 못알아뵈서 죄송해요!! 안녕하세요! 풍주님 츠구코 00이라고 합니다!"




나는 눈치채자마자 바로 기합을 넣고 자기소개를 했다. 당황한 나를 보고 그녀는 손을 입에 가져다대고 풋-하며 웃었다. 귀살대의 기둥들이 왜 나를 보러 여기까지 온거지?  내가 어리버리하며 당황하자, 사네미가 내 손목을 잡고 집으로 들어가려했다. 그러자 큰 덩치와 화려한 장식을 단 남자가 내 반대쪽 손목을 붙잡았다.




"시나즈가와, 궁금한게 많은데 오늘만 네 츠구코 좀 빌려줘라."

"맞아요~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다같이 밥 먹으러 가요!"

"난 찬성이다!"

"뭐야? 이거 안놔? 꺼지라고!!"

"사범님! 저는 괜찮아요, 방금 안에 밥상 차려뒀으니까 혼.자. 그걸로 드시고 계세요!"




그를 위하는 말과는 반대로 내 표정은 살살 그를 놀리듯 웃었다. 힘든 훈련에 대한 작은 복수다. 멍하게 굳은 그의 손을 살짝 놓고, 나는 주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씩씩대며 문을 세게 닫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풉..."

"놀리는 것도 화려하구만. 마음에 들어."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내게 이름을 물었던 그녀가 자신과 그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녀는 연주, 칸로지 미츠리라했고 여기 온 주들은 우즈이 텐겐, 렌고쿠 쿄쥬로, 이구로 오바나이, 코쵸우 시노부라고 했다.




"열아홉이면 나랑 동갑에 시노부보다 한살 많구나? 친구하자!"

"아무리 그래도 계급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난 좋아~편하게 불러줘!"

"..그럼 알겠어! 그나저나 시노부도 주가 되었구나.. 축하해."

"00씨도요. 시나즈가와씨의 츠구코가 되는거, 쉽지 않았을텐데 축하드려요."




나는 미츠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옆에서 나를 가만히 째려보기만 하는 이구로에게 시선이 갔다. 목에 뱀을 감고 있는 모습도 좀 무서워보였다.




"저.. 안녕하세요,"

"난 널 보러온게 아니니까 말걸지마라."

"..넵"



어느순간 우린 미츠리가 추천한 넓은 식당에 도착했고, 시간이 늦어 손님은 우리들 밖에 없었다. 내 양옆엔 우즈이와 시노부가, 앞에는 순서대로 렌고쿠,미츠리,이구로가 앉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미츠리와 렌고쿠는 '한그릇 더!' 와 '맛있다!' 를 쉼없이 말했고 나는 그 주변에 쌓여가는 빈그릇과 이들의 기운 넘치는 모습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를 보러오신건가요? 풍주님 츠구코인게 왜.."


"아- 그거? 간단해. 시나즈가와는 주가 되고 츠구코를 안만들기로 유명했거든. 자기 입으로도 그딴거 절대 안 만들거라더니, 어느순간 이렇게 화려한 여자애를 데려왔잖아. 그래서 뭐하는 앤지 궁금했지."


"아~..."


"상현이랑도 싸워본 너라면 뭐-, 그놈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네. 그 상현의 정보에 큰 어르신도 기뻐하셨고."



우즈이는 턱을 괸 채 중얼거렸고, 미츠리는 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저기, 00는 귀살대엔 어떻게 들어오게 됐어?"

"...난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서."




나는 조금 더 자세한 사정을 그들에게 말했고 내말을 들은 주들은 조용해졌다.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에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츠리는? 여기 왜 들어왔어?"

"아, 나는 있지- 백년해로 할 강한 남자를 찾으려고 들어왔어!"




나는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터무니 없는 이유라서가 아닌, 생각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귀살대에 들어오면 사랑과 연애, 결혼은 사치라 생각했었다. 언제 죽을 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을 하다 잃게 되면 얼마나 마음이 저리는지 알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의 해맑은 미소에 내가 너무 걱정과 두려움에 갇혀서 사는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츠구코 소녀! 시나즈가와의 훈련은 어떤가! 눈밑이 까맣다만, 괜찮은건가?"


"아.. 맞아요. 좀 많이 힘들어요, 잠도 잘 못자고.."


"이러다 시나즈가와처럼 밋밋하게 눈까지 충혈되는건 아닌가몰라. 기술 습득이랑 훈련만 잘 하고, 다른건 닮지마. 스승의 말투나 식탐 같은거."



우즈이는 식탐이라는 말을 하면서 은근히 렌고쿠와 미츠리를 쳐다봤다. 



"...?"

"우즈이씨~?"



쿡쿡 웃는 우즈이를 그녀가 귀엽게 노려보고, 무슨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나에게 시선을 돌려 말을 걸었다.



"아, 난 여기 렌고쿠씨의 츠구코였어. 같은 츠구코 출신이니까, 우린 통하는 것도 많을거야! 궁금한게 있다면 편하게 물어봐~"


"그렇구나! 음.. 나도 앞으로 주가 될 수 있을까..?"


"물론이야! 난 렌고쿠씨가 갑계급이었을 때 함께 임무에 나갔었는데, 거기서 더더 성장했었으니까. 렌고쿠씨도 그때 주가 되었고. 너도 시나즈가와씨랑 함께 임무에 나가봐. 실전에서는 또 다른걸 배우게 될테니까!"


"난 아직 사범님이랑 같이 임무에 나가본적이 없는데, 지령도 따로 안왔어."


"어-? 따로 지령이 내려오지 않아도 츠구코는 주가 데리고 다닐 수 있어. 최근에 시노부도 츠구코인 카나오랑 함께 나타구모산에 임무를 나갔었는걸."


"음, 혹시 걱정되서 그런게 아닐까요? 주의 임무는 확실히 어려우니까, 시나즈가와씨가 일부러 안데리고 나가는걸지도 몰라요."



시노부의 말이 조금 와닿았다. 조금만 다쳐도 화를 내던 그였으니. 



"그런건가, 사범님은 뭐든 자기만 짊어지려 하니까-...

우음..."



시간도 늦고 밥을 먹으니 쌓였던 피로감이 조금 몰려오는 듯 싶었다. 내가 조용히 하품을 하자, 옆에 있던 우즈이의 손이 내 머리에 얹어졌다.



"어지간히도 피곤하게 굴리나보네. 정 힘들면 독립해버리는 건 어때? 그럼 잠은 편하게 잘 수 있겠지. 귀살대 하면서 돈도 좀 모였을거아냐."

"독립이요? 따로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뭐, 그건 네 선택이니까."



그의 손은 살짝 내 머리를 헝클고 떨어졌다.  대각선 앞에 앉아있던 렌고쿠는 식사가 끝났는지 더 먹지 않고 있었고, 곧 먼저 일어났다.




"시간이 늦었으니, 나는 이만 가보겠다! 내일 아침 일찍 임무에 출발해야 되서말이야."

"혼자 가시나요? 어디로요?"

"열차 안에 오니가 나타난다는 정보가 들어왔거든. 먼저 간 대원들도 당한 듯하고, 일반인들의 희생도 나오기 시작했어. 아마 상현일지도 몰라!"

"상현..?"




순간 심장이 철렁하고, 그날의 기억과 카나에가 떠올랐다. 





"가지마세요."



그 큰소리의 말에 주변은 조용해졌다.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고, 나도 모르게 뱉은 말에 나또한 당황했다. 그리고 곧 이구로의 말로 정적은 깨졌다.




"주제를 모르는건가, 네가 뭔데 주의 임무에 가라마라 하는거지?"

"아, 저 그게.. 만약에 상현이라면, 아무리 계급이 주라도 혼자는 힘들 것 같아서요. 제.. 경험으로는."




그말에 언니의 기억이 떠오른듯 시노부의 눈썹과 입꼬리도 움찔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지금 세대의 주들은 아직 상현을 마주치지 못했고, 그들의 정보는 내 경험에만 의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함부로 흘려 들을 수 없다는 걸.




"렌고쿠씨를 못 믿는건 아니에요! 다만, 그들의 힘이 정말 차원이 달라보여서..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그 임무에 같이 가도 될까요?"

"에-.. 아무리 그래도 00, 그런걸 너가 정할수는.."

"알고 있어. 사범님도 같이 가자고 해볼거고, 필요하다면 큰어르신께 알현해서 내 생각을 말해보고 싶어."

"음. 만약 어르신께서 허락해주신다면, 나는 상관없다!"

"배짱한번 두둑하구나."




조용히 생각하던 시노부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도 00씨의 말에 동의해요. 만약 시나즈가와씨와 00씨 말고도 추천할만한 귀살대의 인원이 있다면, 저도 어르신께 요청해서 그 임무에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할게요."

"고마워..그럼, 내일 오전에 사범님과 함께 어르신에게 가볼게요. 

....같이 가주시겠지..?"




밤이 더욱 깊어, 우리는 식당에서 나와 각자 헤어졌다. 임무에 날 데려가지 않는 사네미를 어떻게 설득시켜야 하나.. 하며 집에 도착해 들어갔자 그가 마루에서 날 반겨주었다.




"여어, 아주 재밌는 시간이었나?"

"사,사범님...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도끼눈에 씰룩이며 웃는 그 얼굴은 공포 그자체여서, 나는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내일 저와 함께 큰어르신을 뵈러가요!"


"...? 뭔데 갑자기."


"내일 렌고쿠씨가 떠나는 임무에 사범님과 저도 같이 갈까 해서요. 허락받으러.."


"걔 임무에 우리가 왜 따라가?"



사네미는 조금 껄끄러운 듯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혹시나 상현일지도 몰라서요. 카나에 언니 같은 경험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나는 조금 우울해져서 목소리가 낮아졌고, 사네미도 그말에 움찔했다. 



"옳은 판단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제 감을 믿어볼래요. 같이 가주세요, 사범님."

"...그래."



그는 내말에 예상보다 빠르게 수긍했다. 난 날 빤히 보는 그에게, 옅게 고마움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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