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가 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한 것처럼 나도 가기 좋은 바다가 있나 검색했다. 바다하면 강릉이지! 하지만 나는 운전 할 줄 모른다. 이럴 때는 지인찬스! 라일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라일아, 너 재민이랑 여행 가고 싶은 생각 없어?]

[갑자기?]

[응, 바다로 여행 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

[잠깐만, 재민 이리 와봐.]

라일은 재민에게 뭐라고 말하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나한테 말했다.

[재민이는 아무 곳이나 상관 없다는.. ㅇ앗!-]

[여보세요?]

[라일이 안 가면 나도 안 가.]

재민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래서 라일이가 아무 곳이나 상관 없다고 했구나... 전화기 너머로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라일이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네 계획은 뭐야? 정해 놓은 곳이 있을 거 아니야.]

[강릉을 생각했는데.. 너만 운전하면 힘드니까..]

[힘드니까?]

[제주도 어때?]

내 제주도라는 말에 사람 셋이 흥분했다.

[제주도? 너 거기 어떻게 가게?! 아 재민아 잠깐만..!]

"지현아, 우리 제주도 가? 비행기 타?"

[이봐, 제노 주인. 나는 대찬성이야.]

이렇게 파급력이 클 줄 몰랐는데... 다들 기뻐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 ( 과연 다들이 맞을까.)

[지현아, 제노랑 재민이는 여권이 없어.]

[하지만 반려 동물이라면 굳이 여권이 필요없지.]

[설마 애들은 1시간 동안 켄넬에 넣자고!!!!]

라일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재민이가 예민한 거 아는데... 그렇다고 가방에 넣고 탔다가 엑스레이라도 걸리면...]

[......하아... 그것도 그렇네...]

[나도 켄넬 훈련 해야해.. 이왕 하는 거 너도..]

[..그래.. 비행기 시간표 보내줘.]

[오? 너도 가는 거다. 오케이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고 제노를 바라보았다. 제노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제노야... 우리 제주도 간다!!"

"진짜?!! 나 비행기 탄다!!"

우리는 즐거워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웃었다. 나는 서둘러 방으로 가 짐을 쌌다. 제노는 옆에 가만히 앉아 내가 짐 싸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제노 옷... 은 다 챙겼고, 내 옷도... 다 챙겼고... 칫솔이랑...제노 하네스... 랑 목줄.."

짐을 하염 없이 싸다 보니 캐리어가 짐을 뱉어내는 수준이 되었다. 놀란 제노가 나를 쳐다보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더 큰 캐리어가 있어!!"

그렇게 우리의 첫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여행 당일날. 나랑 제노는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우리는 전날 밤 설렘에 계속 수다를 떨었고 그렇게 공항에 가야되는 시간이 온 것이다. 다행히 제노는 켄넬 훈련을 잘 받았다. 들어가서 오랫동안 있을 수도 있고 토하지도 않았다. 공항에 도착하자 나는 라일이를 찾았고 라일이도 옆에 작은 켄넬을 들고 서 있었다. 라일의 눈 밑이 퀭한 것이...

"너도 잠 못 잤구나.."

"응... 너도 그래 보인다.."

우리는 서로의 몰골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제노."

"멍!"

"이제 비행기 탈 거야."

"헥헥"

"무서워하지 말고 1시간 후에 보자."

제노는 알겠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켄넬에 들어가더니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누웠다.

그런 제노를 본 공항 직원은 감탄을 했다.

"강아지가 정말 사람답네요~"

"아, 감사합니다... ㅎㅎ"

진짜 사람이라서요... 

옆을 보니 라일이도 재민이에게 잘 있고 좀 이따 보자는 등 말을 했다. 그렇게 재민이와 제노가 들어있는 켄넬이 우리 곁을 떠나고 우리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올라갔다. 

1시간 후..

제주도에 도착하고 캐리어를 찾으니 저 멀리서 공항 승무원이 켄넬을 밀며 데리고 오셨다. 켄넬 문이 열리자 제노는 신난 듯 꼬리를 날아갈 듯 흔들었다. 나는 잘 참고 와준 제노에게 간식을 주었다. (이태용이 준 그 간식) 라일이도 재민이를 만나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모자를 푹 눌러쓰더니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불법행위를 하는 친구를 붙잡았다.

"너 뭐하냐? 거기 남자 화장실..."

"재민이 수인화 풀 거야. 여자 화장실 들어가는 것도 웃기잖아."

아... 나는 라일이를 놓아주었고 라일이는 재빠르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멋 부린 재민이와 라일이가 같이 나왔다. 수인화를 푼 재민이를 보고 자기도 수인화를 풀고 싶은 듯 제노도 끼잉끼잉 거렸다.  

"제노도 풀고 싶어?"

"멍!"

"그래, 얘 좀 풀어. 그 잘생긴 외모를 썩히니."

옆에서 재민이 한 마디 거들자 나는 흘끗 재민을 보고 제노를 보고 말했다.

"바다 가서 놀고 풀자. 어때?"

제노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

"렌트 하러 가자."

라일이 차를 빌리는 동안 제노는 직원 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나를 사람들로부터 지킨다고 당당하게 말한 제노는 사람들의 손길에 무장해제 되었다. 재민이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느라 바빴다. 

"카메라도 다룰 줄 알아?"

"그럼, 난 못 하는 거 빼고 다 잘해."

재민은 시크하게 말하며 카메라를 제노에게 갔다 댔다. 우리 제노도 저렇게 취미 생활을 하나 만들어 줄까... 차를 빌린 라일이 나오자 우리는 차에 올라타 바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바람도 느끼라며 창문을 열어주었다. 제노는 열린 창문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바람을 느꼈다. 

"아유~ 제노 예쁘네~ "

조수석에 앉은 재민은 뒤를 돌아 제노를 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제노한테 좀 붙어서 같이 창밖 좀 바라봐."

나는 순순히 재민이 하라는 대로 했다. 재민은 아무 말 없이 셔터를 누르더니 말했다.

"좋았어. 이제 돌아가서 앉아."

나는 또 재민이 말에 고분고분 돌아가 앉았다. 

"재민이가 네 주인이니?"

라일이 나를 보며 웃었다. 재민이가 조금 무섭고 어색한 거는 사실이다. 

바다에 도착하자 제노는 흥분해서 삑삑 소리를 내었다. 거의 제노에게 끌려가다시피 바다로 내려간 나는 제노의 하네스 끈을 풀어주었다. 제노는 자유를 찾자마자 미친 듯이 해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제노는 너무 행복해했다. 그걸 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제노의 체력에 지친 나는 제노에게 말했다.

"제노... 조금 쉴까?"

제노는 고개를 돌리며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더 놀자는 의미겠지..

"그래... 우리 좀 더 놀자!"

나는 남은 힘을 쥐어짜내며 달렸다. 나중에 라일이한테 들었는데 재민이가 불쌍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장장 2시간 반을 바다에서 논 나랑 제노는 에너지가 다 떨어졌다. 모래사장에 널브러진 우리를 데리러 라일이와 재민이가 다가왔다. 

"우리 이제 가서 체크인 해야해...! 일어나....!!!"

"와... 벌써 시간이... 제노야!"

"왈!"

"차로 돌아가서 수인화 풀자."

제노는 벌떡 일어나 차로 달렸다. 

"쟤 진짜 체력 대박이다."

라일이가 나한테 말하고 위로해주었다. 내가 저 체력에 죽어 나가겠지... 차로 돌아가 모래를 털고 사람으로 변한 제노는 바다는 너무 재미있었고 비린 냄새가 좋았다고 말했다. 딱 봐도 신난 제노에 나는 오늘만큼은 내 체력을 버리기로 했다. 호텔에 도착했고 우리는 체크인을 완료했다. 나랑 제노, 라일이랑 재민이가 같은 방을 쓰기로 했고 금방 저녁 시간이 되어 호텔 뷔페를 먹었다. 뷔페를 태어나서 처음 본 재민이랑 제노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있다가 이내 뷔페에 있는 음식을 끝장내버릴 듯 먹기 시작했다. 밥도 먹고 배도 부르니 우리는 잠시 각자 방에서 쉬었다가 밤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밥을 먹고 뻗어버린 나는 제노에게 깨워달라는 말도 못하고 잠이 들었다.  

"지현아... 일어나...!"

제노는 나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우움... 왜...?"

"벌써 해가 졌어."

창문을 바라보니 제노 말대로 해가 져서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이제 밤바다 보러 가자."

제노는 나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나는 대충 후드를 입고 나왔다. 제노는 막 일어난 나를 보면서 애정행각을 했다.

"오늘 너어무 예쁘다."

"진짜 너무 좋아해 지현아."

제노는 내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뒤에서 나를 안기도 하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얼씨구 아주 하나가 되겠어."

재민이 우리를 비꼬며 말했다. 그러는 재민과 라일도 커플티를 입고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제노는 그것을 보고 말했다.

"다음에는 우리도 저렇게 입을까?"

나는 제노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괜찮아."

우리는 밖으로 나가 달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다로 다가갔다. 

"우리 신발 벗고 걸을래?"

나는 제노에게 제안했다. 제노는 내 말에 끄덕이며 슬리퍼를 벗었다. 우리는 폭신한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었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한 발, 두 발 내디뎠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제노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런 생활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제노야."

"웅?"

"그때 내 발에 걸려줘서 고마웠어."

제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는 오히려 지현이에게 고마워."

"왜?"

"나를 키워주고.."

"또?"

" 사랑해주잖아."

제노의 말에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타나 줘서 고맙다는 말이었는데 제노는 아예 사랑 고백을 해버려서 놀랐다.  제노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키며 말했다.

"지현이가 없었다면 나는 이런 바다도 오지 못했겠지."

파도가 잔잔하게 쳤다. 나와 제노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제노의 얼굴을 부여잡고 키스를 했다. 천천히 놀라지 않게... 부드럽게... 짧은 키스가 끝나고 제노가 나를 쳐다보았다.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 할 정도로."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제노의 진심이 담긴 고백을 이런 곳에서 들으니까 더 좋다."

나는 민망함에 장난스레 넘어가려고 했지만 제노는 내 손을 꼭 잡은 체 말했다.

"그대가 나이가 들어도 나를 떠나도 나는 영원히 그대의 곁에 있겠습니다."

달빛에 비친 제노의 미소는 너무 아름다웠다. 제노는 예전처럼 장난스럽게 히힣 웃더니 말했다.

"아까 지현이가 자고 있을 때 찾아봤어!"

나는 제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뭐야~ 로맨틱해! "

제노는 나의 로맨틱하다는 말에 만족한 건지 웃음을 지었다.

-제노 시점 

지현이는 발에 닿는 모래의 촉감이 좋다며 나를 앞질러 뛰어갔다. 나는 오늘따라 어두운 이 밤이 너무 좋다.

밝았으면 새빨개진 내 얼굴이 보였을 테니까. 지현이의 존재는 나의 존재 여부다. 오늘도 그대의 밝은 미소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내일도, 1년이 지나도, 언젠가 우리가 죽음을 맞이할 때도. 그대가 나로 인해 행복한 엔딩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사랑해, 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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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는 날, 재민이와 떨어진 나는 비를 피하기 위해 상자로 뛰어 들어갔다. 추위에 덜덜 떨리는 몸과 배가 아플 정도의 굶주림. 내 세상은 흑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의지와 달리 감기는 두 눈,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던 그 순간 상자가 흔들렸다. 나는 열리는 상자 위로 보이는 인영에게 마지막 힘을 내 소리를 냈다. 

"끼잉..."

"아가야, 너 여기서 뭐 해..?"

"끙..."

제발 나를 살려주세요... 여자는 나를 바라보며 잠깐 생각하더니 축축한 박스에서 나를 꺼냈다.

"집에 가자 아기야."

안긴 품은 따스했고 힘차게 뛰는 심장 소리는 나에게 희망의 끈을 던져주었다. 그렇게 내 세상에 네가 들어왔다.










안녕? 나의 펫!이 완결이 났습니다! ㅜㅜ 처음 써보는 정식 나페스라서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앞으로도 많은 장르의 나페스에 도전해보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안녕? 나의 펫! 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외전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속닥속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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