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풀리시는 모양이네요."
 

"......."

 


들어오자마자 표정을 읽어낸 여자는 기분 좋게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 좁고 어두운 방에 갇혀있었던 것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끝이 날 것이니, 내내 풀 죽어 있던 표정이 지금은 활짝 피어있던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주로 쓰는 닉네임이 허니비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이 기이한 존재에 FBI 전체가 손을 들었고, 뒤늦게 합류하게 된 애런 하치너의 팀 역시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이용해 그녀를 파헤치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이렇게 끝이 나게 되는 것이었다. 하치너는 입술 안 쪽 살을 꾹 깨물다 입을 열었다.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 그래요. 수고 많으셨어요."

 


여자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저 방긋 웃으며 수고했다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하치너의 눈썹 한 쪽이 슬쩍 들어올려졌으나, 그뿐이었다. 그들은 더이상 그녀를 붙잡아둘 수 없었다. 여자는 뻑뻑하게 느껴지는 목을 풀며 하치너를 지나 문을 열고 나갔다. 그 밖에는 하치너의 팀원들이 그녀를 본체만체 하면서 모여있었다. 그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이를 바라보지 않는 것은 그들의 알량한 자존심이었던가? 여자는 그 무리 안에서 재빨리 한 사람을 찾아냈다. 그 사람만은 똑바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즐거운 웃음을 입가에 가득 매단채로 입술을 모아 키스하는 시늉을 하곤 그곳을 빠져나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다른 팀원들은 모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의 장난기 넘치는 동작을 본 것은 리드가 유일했다.


 


스펜서 리드는 본인이 이런 일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법과 규칙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사의 오랜 팀원으로서 활동했던 터라, 왜인지 모를 죄의식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리드는 제 얼굴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는 모니터 화면을 오랫동안 보다가 손가락 끝으로 제 눈가를 문질렀다.


여자의 집 근처에 설치한 CCTV 화면에서는 여자의 집 현관과 주변부를 보여주었다. 다른 곳은 보이지 않았다. 이건 나쁜 사람을 잡기 위한 거야. 리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불법인 것은 확실했다.

 


여자는 FBI에서 풀려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다른 곳으로 도망갔더라면 가르시아는 알아차렸겠지만, 그래도 그것을 저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팀은 당연히 여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자는 집으로 돌아갔다. 인터넷에서도 원래처럼 본인의 닉네임을 달고 활동했다. 나쁜 짓으로 보이는 짓만 하지 않았을 뿐, 그녀는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여자는 집으로 돌아간 후 약 5일 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동안 주기적으로 마트에서 식료품 배달이 왔고, 가끔은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 리드는 그동안 단 한 순간도 여자의 털 끝 하나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6일째 되는 날이었다.

 


".......!"

 


리드는 여자의 현관에 나타난 시커먼 복면의 남자를 보았다. 그리고 남자는 초인종을 눌렀고, 5일간 볼 수 없었던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둘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입모양이 CCTV 화면에 제대로 비춰지지 않아서 리드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 지 알 수 없었다.


약간 분위기가 격해지는 것 같더니, 남자가 여자의 얼굴을 세게 후려쳤다. 여자는 크게 휘청하더니 현관에 쓰러졌다. 리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두어 번 발로 차다가,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리드는 똑똑하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여자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똑바로 CCTV를 보고 말하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 아!"

 


리드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제 겉옷을 집어들고 여자의 집으로 달렸다. 약 2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거의 10분 만에 달려온 리드는 약간의 피로 엉망이 된 현관을 통과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완전히 고요했다. 집 안은 의외로 깔끔한 편이었다. 리드는 총을 꺼내들고 여자의 방처럼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낡은 문을 슬쩍 밀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방 안에는 꽤 큰 침대가 있었고, 여자가 뒤통수를 보이고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리드는 뒤에서 덮쳐오는 강한 힘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으윽......."


  "....... FBI 라더니, 너무 무방비한 거 아냐?"




"육체파가 아니라서 그런 가봐."

 


리드는 잠시 남자와 몸싸움을 벌였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손쉽게 제압당하고 난 후, 리드는 리무버로 얼굴의 피 분장을 지우는 여자와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 얼마만이죠? 스펜서?"


  "....... 이거 풀어요."
 

"그럼 재미없죠."

  


남자는 여자와 인사를 하고 나서 집을 떠났다. 둘은 굉장히 친한 사이처럼 장난치며 작별인사를 했고, 남자는 CCTV가 설치된 현관이 아닌 다른 출구로 나갔다.




  "당신 팀이 얼마나 당신을 애지중지 하던지, 이렇게 둘만 만나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 동안의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날 재미있게 해줘요."

 


여자는 웃으면서 리드에게 다가왔다. 아까 남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난 작은 상처를 손가락 끝으로 문지른 여자가 생긋 웃으며 입술을 가까이 가져와 리드의 상처 위로 갖다 댔다. 리드는 여자의 입술이 닿은 부분이 댈 듯이 뜨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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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의 내용 존나 뭐였을까 과거의 나새기 시발  더 써줘


맛잘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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